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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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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2: 한・미 FTA 통신분야 개방효과와 전망 135

136 한・미 FTA 주요 쟁점 분야별 협상 동향 및 영향 분석

의미한다. 미국은 정부가 기술표준을 주도하는 것을 사업자들의 자 유의사를 구속하는 바람직하지 않은 행위로 간주하고 있고, FTA 협 상에서 이러한 국내정책의 목표를 일관되게 반영해 왔다.

한・미 간의 표준관련 통상마찰은 이미 80년대 후반부터 존재해 왔다. 1992년에 타결된 한미 통신협정에서 한국은 표준제정과정이 투명하고, 모든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반영한다는 원칙을 약속했 다. 이해당사자들에게 개방된 투명한 표준제정절차의 원칙에도 불 구하고, 표준문제는 계속해서 한・미 간의 통상현안으로 부각되었다.

90년대 비약적인 통신산업 성장으로 세계적인 IT강국으로 자리매김 한 한국은 기술력의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정부가 주도하는 기술개 발정책기조를 유지하려 했고, 이는 한국이 개발한 기술과 경쟁해야 하는 미국기업으로서는 부담스러운 상황이 초래될 수밖에 없었다.

2002년부터 한・미 간의 기술분야 갈등은 표면화되었다.

2002년 한국은 휴대폰 운영체계를 선택하면서 국내에서 개발한

‘WIPI’(Wireless Internet Platform for Interoperability) 탑재를 의무화하려 하 자 ‘BREW’를 개발한 미국 퀄콤(Qualc omm)은 강력하게 반발했다. 미 국은 퀄콤의 목소리를 통상협상에서 강하게 전달하면서 한국정부의 기술표준정책에 제동을 걸었다. 한국정부는 2004년 WIPI 의무화 방 침에서 한발 후퇴, 기본규격은 WIPI로 통일하고 이를 구동하는 엔진 은 WIPI, BREW 모두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타협안을 내면서 양 국은 정면충돌을 일단 피했다. 최근에는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로 국 내 기술진에 의해 개발된 ‘Wi-bro’를 세계표준으로 정하는 과정에서 미국 Intel사가 주축이 된 ‘Wi-max’ 기술과 경합을 펼치기도 했다.

2006년 시작된 한・미 FTA 협상에서 미국은 그동안의 기술표준문제 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기술표준선정에서 한국정부는 발을 빼라.”

연구 2: 한・미 FTA 통신분야 개방효과와 전망 137 고 요구하고 있다.

통신사업자들에게 기술표준 선택의 자율성을 보장해 달라는 명분 으로 한국정부의 개입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려는 미국, 정부개입이 아니라 한국과 같은 협소한 지역에서 통신망 간의 호환성을 확보하 고 유한한 전파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나서 서 표준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한국, 이 기술표준의 문제에는 정 답이 없다. 이해를 돕기 위해서 기술표준에 대한 국가마다의 정책접 근의 차이점을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미국에서의 표준 선정방식 은 시장이 주도하는 자유방임주의다. 기업들은 정부의 개입이나 지 도 없이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표준을 만들어 낸다. 시장에 등장하 는 표준이 서로 상충되는 여러 가지라면, 시장에서 채택되는 표준은 소비자가 결정하게 된다. 보다 많은 소비자가 찾게 되는 표준이 시 장에서의 표준으로 살아남게 된다. 보다 많은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표준은 시장에서 사라진다.

기술적으로 우월한 표준이 반드시 승자가 된다는 보장은 없다. 80 년대 비디오 기술표준으로 전문가들이 기술적으로 월등하다고 평가 했던 소니의 베타멕스(Bet amax)는 경쟁표준이던 VHS에 밀려서 쇠락 했다. 기술력보다는 초기 시장의 선점이 더 중요했던 경우이다. 때 로는 2개 이상의 표준이 시장에서 공존하기도 한다. 개인용 컴퓨터 (personal computer) 시장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운용시스템이 주도하 는 컴퓨터는 애플(Apple)의 맥킨토시(MacIntosh)와 공존하고 있다. 미국 의 경우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는 기업들끼리 연합하여 공동 표준 을 추진하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정부가 이를 독려하는 일은 없 다. 한편, EU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표준에 접근한다. 무수한 표준화 위원회가 있고, 전문가 회의가 수시로 개최된다. 기업, 전문가, 소비

138 한・미 FTA 주요 쟁점 분야별 협상 동향 및 영향 분석

자들이 토론에 토론을 거쳐 몇 가지 표준안을 만들어 내고, 또 회의 와 회의를 거쳐 이 중의 하나 또는 몇 개를 EU표준으로 확정한다.

시장을 통한 표준경쟁과 합의를 통한 표준선택, 이 둘 가운데 어 떤 방식이 더 우월할까? 80년대부터 미국 이론경제학계에서는 바로 이 문제를 다루어 왔다. 내가 속한 통신망이 클수록 내가 누리는 경 제적 만족도가 커지는 ‘망 외부성’(network externality)이 존재하는 통신 분야에서 시장에서의 표준을 정하는 방식과 위원회와 같은 행정적 인 결정에 의해 정하는 방식을 비교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표준화 선정방식에는 정해진 답이 없다는 것이다. 상황에 따라 우월한 방식 이 다르다는 것이다. 그 상황을 결정하는 변수도 너무 많아서, 정형 화시켜서 결론을 내리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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