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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 인정제의 발전 방안

우리나라의 인정도서는 국가 단위의 교과서가 아니고, 지역 또는 학교 단위의 비 교적 특수한 교육 자료이다. 따라서 특정 지역 또는 특정 학교에서만 한정적으로 사용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기도 하고, 인정도서 제도의 기본 취지이기도 하 다. 만일 전국적으로 학교에서 보편적으로 사용한다면 그것은 국가 단위의 국정도 서나 검정도서여야 마땅하다.

그러나 우리나라 학교 현장에서 사용되고 있는 수많은 인정도서를 살펴보면 한정 적인 도서도 있고, 한정적이라고 보기 어려운 도서도 있다. 이러한 것은 국내 유수 의 출판사가 발행하는 인정도서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출판 사에서는 수익 창출을 위해 인정도서를 발행하며, 수익의 확대를 위해 전국적인 마 케팅을 한다. 특정 도서에서 발행 종수가 해마다 크게 늘어나는 것에서 수익성과 마케팅 성과의 일면을 엿볼 수 있다. 인정도서에도 벌써 시장경쟁원리가 도입된 것 이다. 가령 초등학생용 한자 인정도서의 종수를 살펴보면 서울특별시에서 인정 심 의를 받은 것만 수십 종이나 된다. 혹자가 선택의 폭을 넓힘으로써 학교 특성에 맞 는 것을 선택하게 한다 고 한다면 이는 순진한 생각이다. 가격이나 내용 구성에서 모두 유사하기 때문이다. 발행사의 면면을 볼 때, 규모 있는 교과서 출판사 대부분 이 경쟁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시장이 있고, 수익 발생에 대한 기대가 있기 때문이 다. 또 서울시교육청에서 인정심의를 통과한 도서는 서울 지역에서만 사용되지 않 고 전국적으로 사용된다. 각 시도별로 인정 심의를 통과한 한자 도서가 무수히 많 음에도 조금도 위축되지 않고, 전국 어디에서나 사용된다. 이쯤 되면 인정도서라기 보다는 초등학교의 선택 교과쯤으로 보아도 무리가 없을 것 같다.

위와 같은 예가 모든 도서에 적용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일부이기는 하지만, 무분 별하리만치 출판사의 참여가 대폭 늘어나고 있고, 인정도서 발행 종수가 크게 확대 되면서 개선해야 할 제도적인 문제점이 적지 않다. 시장은 뛰고 있는데, 제도는 정 체되어 있기 때문이다. 주객이 전도된 양상 이지만, 현상이 제도를 이끌어갈 수밖에 없는 현실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이에 본고에서는 발행사 입장에서 몇 가지 인정제의 문제점을 지적해 보고, 개선

방안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가 . 인정 신청 주체의 비현실성과 제도 개선

인정도서 신청 주체의 비현실성을 논하기에 앞서 검정교과서의 신청 주체에 대해 살펴본다. 검정교과서의 경우 검정 신청 주체에 대해서 검정 신청은 그 원고를 집 필한 자( 이하 저작자 라 한다) 또는 발행자가 하거나 저작자와 발행자가 공동으로 한다 ( 교과용도서에관한규정 제8조, 2 002 . 6. 2 5. 전문개정) 라고 규정하고 있다.

2 0 02 년 6월 이전에는 검정 신청은 그 원고를 집필한 자( 이하 저작자 라 한다) 가 신청하여야 한다 라고 되어 있었다. 이와 같이 규정을 고친 것은 현실성을 고려했 기 때문이다. 이는 이전 규정이 저작자가 교과서를 펴내고자 할 때, 출판사를 정하 고 편집, 제작하게 한 다음, 그 결과를 저작자가 검정 신청한다 는 저작자 주체론에 입각했다면, 현행 규정은 그 반대, 즉 출판사가 교과서를 펴 내고자 할 때, 집필자 를 정하고 원고를 받아 편집, 제작하여 그 결과를 출판사가 검정 신청한다 는 출판 사 주체론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였음을 뜻한다. 즉, 신청 주체의 불합리성을 개선 한 것이다. 그러나 인정도서는 아직도 이 규정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교육장(고등학교의 경우에는 학교장)은 관할 구역 안의 학교(고등학교의 경우 에는 당해 학교)의 교과목에 관하여 인정도서의 사용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 우에는 인정도서를 사용하고자 하는 학기가 시작되는 날의 6월 전까지 교육인적 자원부장관에게 인정도서의 인정을 신청해야 한다. < 교과용도서에관한규정 제14 조 1항>

제14조 1항의 위 규정을 비롯하여 2 , 3항을 보면, 인정 신청의 주체가 학교장으 로 되어 있다. 일반화되기 어려운 특수 교과 내용이나 지역적 내용에 대해서 학교 의 환경과 사정을 고려하여 학교장이 인정 신청을 하고, 심의 절차를 거쳐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는 제도인 것이다. 가령, 종교 재단에서 운영하는 학교의 경우, 관련 종교와 관련된 내용을 교수・학습시키고자 할 때, 인정도서를 신청, 심의 절차 를 거쳐 사용하는 것이 그 예이다. 그 밖에 현재 발행되고 있는 지역 교육청이 발 행한 초등학교 지역 관련 인정도서라든지, 논리학, 심리학, 교육학, 발명 및 국악고 용 인정도서 등도 여기에 포함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그렇지 않다. 제도라는 형식을 빌어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출 판사에 의해 인정 신청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가령 다수의 출판사가 경쟁적으 로 발행하고 있는 초등학교 한자, 컴퓨터 등이 그것이다. 다음은 출판사가 인정도서

를 발행하게 되는 예이다.

초등학교 학생들 사이에서 한자능력검정시험 붐이 일고 있음에 따라, A출판사 에서는 시장 조사를 하였다. 내용은 인정도서의 개발 가능성, 타사의 개발 사례, 발행 부수, 인정 신청 방법 등이다. A출판사에서는 인정도서를 개발하기로 하 고, 기획안을 작성하였다. 기획안의 내용에는 내용 구성, 예상 저자, 인정 신청 학교, 개발 비용, 판매(채택) 방법 등이 포함되어 있다. 기획안대로 A출판사에서 는 먼저 인정 신청을 해 줄 학교장을 찾아(특정 영역에서 인정도서 필요성을 절 실히 생각하고 있는 학교장) 섭외하고, 많은 비용을 투자하여 도서를 개발한다.

이어 인정 심의 접수 심의 결과 합격 통보 판매 영업 발행 부수 산정 생산 공급 등의 과정을 거쳐 인정도서를 년째 발행하고 있다.

위의 예는 시장경쟁원리 라는 측면에서 보면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교과서도 상 품이며, 경제재이기 때문이다. 상당수의 인정도서가 이와 같은 과정을 거쳐 발행되 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규정과 현실이 따로 놀고 있는 것이다. 애초 이 규정을 만 들 당시에는 시중에 이미 나와 있는 양질의 도서를 채택하여 사용하고자 할 경우 인정을 신청하는 것을 염두에 두었으나, 사실은 인정 신청자를 발굴하여 저작 편집 하여 인정 신청을 하는 형태가 다수를 이루고 있는 셈이다. 그러므로 기획 출판의 한 형태가 된 것이다. 다시 말해 인정도서 시장도 자유경쟁원리 가 왕성하게 적용 되고 있고, 이에 따라 출판사가 경쟁적으로 도서를 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 과 인정도서의 질이 점차 높아지고 있음도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러한 예는 인정 주체에 대한 교과용도서에관한규정과 배치된다. 즉, 교과용도서에관한규정 제 14조 1항에 명시된 교육장 또는 학교장은 형식적인 역할만 하는 것이다. 또한, 이 는 인정도서 신청의 실질적인 주체가 출판사 임을 의미한다.

제도 자체가 지나치게 형식적이면 편법이 등장하기 쉽다. 따라서, 인정도서도 검 정도서와 마찬가지로 인정 신청 주체에 대해 보다 전향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다음 과 같은 개선안을 제시해 본다.

인정 신청은 발행자가 하거나 저작자와 발행자가 공동으로 할 수 있으며, 그 밖에 교육장(고등학교의 경우에는 학교장) 은 관할 구역 안의 학교(고등학교의 경 우에는 당해 학교)의 교과목에 관하여 인정도서의 사용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인정도서를 신청할 수 있다. 다만, 사용하고자 하는 학기가 시작되는 날의 6월 전까지 교육인적자원부장관에게 인정도서의 인정을 신청해야 한다.

인정도서 편찬, 발행에 참여하는 출판사가 크게 늘고 있는 이때에 인정 신청의 주체를 보다 다양화하지 않는다면 형식성과 편법의 가능성이 더욱 커질 수도 있다.

나 . 인정도서 질 저하 요인과 개선 방안

보편적으로 인정도서와 검정도서 중 어느 쪽의 질이 더 우수하다고 할 수 있을 까? 교사와 학생은 질 높은 교과서로 교수・학습할 권리가 있으며, 질 높은 교과용도 서를 선택할 권리도 함께 가지고 있다. 인정도서와 검정도서는 교수・학습의 주된 수 단인 교과용도서라는 점에서 동일하다. 따라서 양자의 질이 모두 높아야 함은 마땅 하다. 그런데 현재 사용되고 있는 검정도서와 인정도서의 질이 유사하다고 할 수 있을까? 필자의 생각으로는 검정도서의 질이 더 높다. 그럴 수밖에 없는 다음과 같 은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첫째, 검정도서는 분명한 편찬 지침이 있다. 가령 제7차 교육과정에 따른 검정도 서 편찬 지침에는 교과서의 질을 높이기 위한 여러 가지 사항이 제시되어 있다. 교 과서 출판사에서는 이 지침을 금과옥조(金科玉條) 로 여기고 지침에 가장 부합한 교 과서를 편찬하기 위해 애쓴다. 그러나 인정도서는 질 제고와 관련된 어떠한 지침도 없다. 자유롭게 만들어 인정 심의를 통과하면 된다. 이러한 자율 편찬을 영국의 자 유발행제와 비교하여 오히려 교과서의 질을 더 높일 수 있다고 한다면 이는 순진한 생각이다.

둘째, 검정도서는 교과서 전문 출판사와 전문 편집자가 편찬한다. 교과서 전문 출 판사는 수많은 교과 자료를 축적하고 있으며, 오랜 경험과 숙련된 편집자, 교과서 편찬 노하우를 재산으로 가지고 있다. 교과서의 질은 이러한 제 요건이 만족될 때 높아짐은 물론이다. 그러나 인정도서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교과서 전문 출 판사에 의해 편찬되지 않는다. 비전문가에 의해 편찬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셋째, 검정도서는 경쟁을 바탕으로 편찬되지만, 인정도서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그 렇지 않다. 독점적인 것이다. 경쟁은 수준 향상에 절대적인 요건이다. 독점은 질 저 하의 가장 큰 요인이다.

넷째, 검정도서는 출판사에서 많은 비용을 투입하여 편찬하지만, 대부분의 인정도 서는 그렇지 않다. 투자비가 낮다. 낮은 비용 투자로는 교과서의 질을 높이는 데 한 계가 있다.

위와 같은 이유로 인해 교사와 학생은 질 높은 교과서로 교수・학습할 권리를 침 해 받고 있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위와 같은 점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터인데, 왜 인정도서는 검정도서처럼 거듭나지 못하고 있을까? 인식의 문제, 지역적・수급 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