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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부부들이 끝내 이혼을 결심하게 된 주요 원인은 무엇인가?

2005년을 기준으로 보았을 때 일본 사회 내 전체 부부 중 87.2%가 연애 결혼을 한다. 그러나 이혼 경험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혼을 하는 경우에는 ‘협의이혼’의 형태가 전체 이혼건수 중 약 9할을 차 지하며, 이혼 원인으로는 ‘성격 차이(性格が合わなくなった)’와 ‘배우자의 이성관계(외도)’가 각각 1, 2위로 언급된다. 이를 보면 이혼은 사실상 부 부관계를 이루었던 남녀 사이의 문제, 이른바 프라이버시의 영역으로 타 인이 관심을 갖고 재단할 만한 여지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실상 이혼은 단순히 남녀 간 관계의 문제를 넘어서서 사회적인 요인과 깊은 연관성을 갖고 있다.

[그림 2-18] 일본의 결혼 및 이혼관련 가치관 여론조사 결과

자료 : 內閣府(2009),「男女共同参画社会に関する世論調査」, 그림 17 인용.

(전체 보고서 : http://www8.cao.go.jp/survey/h21/h21-danjo/index.html [그림] http://www8.cao.go.jp/survey/h21/h21-danjo/images/z17.gif(검색일: 2013- 08-31))

일본의 이혼 경향 변화를 분석할 때에는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한 가치관의 변화가 일반적으로 언급된다. 가족공동체 의식이 강했던 이 전과 다르게 점점 개인주의화된다는 것이다. 현재 일본에서 이혼은 부부 관계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이를 해결하기 위한 간단하고 적절한 대안으 로 여겨지고 있으며, 기존의 ‘자식을 위해서라도 참고 산다’는 식의 자기 희생적 태도보다 부부 각각이 개인으로서의 행복을 우선하는 경향이 점 차 강해지고 있다. 실제로 내각부에서 지난 2009년에 실시한「남녀공동 참가사회에 관한 여론조사(男女共同参画社会に関する世論調査)」결과를 보면, “결혼을 했어도 상대에게 만족하지 못하는 때에는 이혼에도 된다”는 질문에 대하여 절반 이상이 찬성이라고 응답한 바 있다(그림 2-18 참조).

또한 여성의 지위 향상도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2012년에 실시된 동일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정생활에서 남녀 지위의 평등감” 관 련 항목에서, ‘남녀가 평등하다’는 입장이 47%로 ‘남자가 더 우선한다’는 입장 34.7%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그림 2-19 참조). 또한 ‘남편은

[그림 2-19] 일본의 가정생활에서 남녀 지위의 평등감

자료 : 內閣府(2012),「男女共同参画社会に関する世論調査」, 그림 2 인용.

(그림 : http://www8.cao.go.jp/survey/h24/h24-danjo/zh/z02.html(검색일 : 2013-08-31))

[그림 2-20] 일본의 가정 내 역할분담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자료 : 內閣府(2012),「男女共同参画社会に関する世論調査」, 그림 14 인용.

(그림 : http://www8.cao.go.jp/survey/h24/h24-danjo/zh/z14.html(검색일: 2013- 08-31))

밖에서 일을 하고 아내는 가정을 지켜야 한다’는 질문에 대해 찬성이 51.6%, 반대가 45.1%로 비록 남녀의 역할분담 경향은 여전히 존재하나, 변화 추이를 참고해 보면 찬성하는 사람의 비율이 감소하고 있는 반면 반 대하는 사람의 비율은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더불어 성․연령대별 로 보았을 때, 역할분담에 대한 찬성은 남성, 70세 이상이 지배적인 반면 반대는 여성, 20~50대에서 각각 높아지고 있다(그림 2-20 참조). 이외에 도 육아, 가사, 교육 등의 영역에서 남성의 참여와, 여성의 경제·사회활동 에 대한 지지가 모두 강조되고 있는 것이 현재 추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결혼에 대한 가치관이 변화하는 데에 있어서, ‘경제 적 요인’이 끼친 영향도 고려해야만 한다. 이혼율과 경제적 요인 간의 연 관성에 관심을 갖는 학자들은,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불황이 심화됨에 따 라 이혼율 또한 증가한다고 주장한다. 즉 경기 호전과 이혼율은 반비례 관계에 있는 것이다. 河野(2012)는 일본의 이혼 추이 그래프를 분석하면 서, 경제성장이 급속도로 진행된 1983∼87년 사이(4년간 24% 성장) 이혼 이 5.7% 감소한 반면, 경제성장이 둔화되었던 1993∼2001년 동안(10년간 5% 성장) 이혼이 71.5%나 상승하고 있음을 지적한다(그림 2-21 참조).

경제성장 및 호황을 이루는 시기에는 결혼생활을 불안하게 하는 요소가 적기 때문에 이혼율이 낮지만, 이후 경제가 악화되면 경제 호황기 시절에 가졌던 가정에 대한 꿈이나 희망이 무산되면서 이혼이 급증한다는 것이 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삶의 안정을 위하여 결혼을 꿈꾸는데,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삶의 안정이 보장되지 않으니 이혼으로 이어지는 것이 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이혼의 주요 원인으로 언급되는 ‘성격 차이’ 역 시도 사실은 경제적 요인에 의한 것이라고 河野는 주장한다(河野, 2012 : 62). 실제로 山田(2005)는 이혼 경험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통해, 이혼 경험자들(여성) 중 애정 표현이나 경제력에 대하여 배우자에게 높은 기대치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음을 밝혀낸 바 있다. 기대한 바가 채워 지지 않는 가정을 지켜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는 한편으로 오늘날 가정이 갖는 의미가 변화하였다는 점을 나타내 기도 한다. 앞선 고도성장기 당시 결혼은 생활의 질적 향상을 위한 ‘수단’

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오늘날 일본 사회에서 결혼은 ‘부부가 일가를 세

우고 생계를 경영하여, 세대(世帶)라고 하는 하나의 조직사회를 형성하는 것’으로, 가족의 형성에 있어서는 무엇보다도 가족 구성원 개개인이 모두 일정 생활수준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가계의) 경제적 기반이 필수적 이다. 가정은 무엇보다도 ‘경영’해 나가야 하는 것으로, 경제활동을 통해 가정을 형성하고 그 안에서 행복을 추구해 나가는 것이 되었다. 따라서 가정 내에서 경제적 안위와 경영이 이루어지지 않는 상태에서는, “상대 배우자의 경제적 가치가 떨어졌기 때문에 서로 다른 가정을 이루어 안정 을 이루는 것이 합리적이다”라는 결론이 내려지는 것이다.

[그림 2-21] 일본의 이혼건수 및 GDP 추이

자료 : 河野寿彦(2012), “「離婚」その潛在的要因─經濟と愛情の變化”, 그림 5(p.63.)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