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는 우리나라 석유산업에서 주요한 전환이 나타났던 시기이다. 산업의 기반인 에너지에 대하여 공급안정을 최우선으로 하던 정책에서 에너지산업도 효 율적이고 경쟁적인 산업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일어났던 시기가 바로 90년대라고 할 수 있다. 주 에너지원이었던 석유부문에도 경쟁과 효율의 필요성이 강조되었 고, 이는 전반적인 산업의 효율성 추구에 발맞추어 석유산업에도 전반적인 자유 화정책이 시행되었다. 석유산업을 정부의 보호에서 자유화와 시장기능에 맡김으 로써 소비자의 후생증대와 산업의 효율화를 도모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배 경 하에 1997년 1월에 석유산업의 자유화를 추진하였다.
석유산업자유화를 위하여 정부가 취한 정책은 대체로 4가지 정책으로 구분될 수 있다. 유가자유화, 석유제품수출입자유화, 진입자유화, 대외투자개방이 이에 속 한다. 우선, 유가자유화는 1997년 1월에 시행되었으며 이전의 최고가격고시제에 의한 정부의 가격규제로부터 석유제품의 가격을 정유사, 대리점, 주유소 등 석유 의 판매자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에 따라 판매자간에 또는 유통업체간에 가격경쟁이 가능해질 수 있었다.
석유제품수출입자유화도 유가자유화와 같은 시기인 1997년 1월에 시행되었다.
이전에 신고제이던 석유수출입업과 승인제이던 원유수입업에 새로운 제도가 도입 되었다. 석유수출입업의 경우에는 등록제로 전환되었고, 원유수입업의 승인제는 폐지되었다. 이에 따라 석유를 수입하여 판매하려는 사업자는 등록시 일정 규모 의 저장시설만 갖추면 석유사업자로서 영업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제도의 변화로 1998년부터는 석유수입업체가 해외에서 석유제품을 수입하여 국내에 판매 하게 되었다.
석유판매업과 정제업에 대한 진입자유화도 석유산업 자유화정책의 하나이다.
자유화 이전에는 석유정제업은 허가제였고 시설규모도 정부가 국내석유수요의 130% 범위내에서 규제하였기 때문에 기존의 정유사가 이를 충족한다면 새로운 신규 정제업자는 시장에 진입할 수가 없었다. 대리점과 주유소 등 석유판매업의 경우에는 시․도지사의 허가에 신규 사업이 가능했었다. 1997년 1월부터 석유판
매업의 경우에는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제도가 변경되었으며, 1998년 8월부터 석 유정제업은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전환되는 등 진입자유화 정책이 시행되었다.
대외투자개방도 석유산업자유화 정책의 하나로서 시행되었다. 개방이전에는 석 유정제업은 외국인 투자지분이 50% 이하로 규제되어 있었고, 주유소는 외국인의 투자가 금지된 업종이었다. 1998년 5월에 주유소에 대한 외국인 투자가 개방되었 고, 1998년 8월부터는 석유정제업도 대외투자에 대한 규제가 사라지게 되었다. 이 에 따라 1999년에는 S-Oil이 사우디아람코가 주도하는 펀드에 매각되었고, 현대정 유도 아랍에미리트의 투자회사인 IPIC사에 경영권을 이양하였다. 주유소의 경우 에 외국인의 직접투자는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LG-Caltex의 경우에 지분 의 50%를 Caltex사가 소유하여 이미 외국자본이 유통조직에 상당한 영향력을 가 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유가자유화의 이전과 이후의 제도의 변화를 보면 다음과 같다. 1993년 12월까 지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석유제품가격은 최고가격고시제의 규제를 받고 있었 다. 1993년 12월까지의 시기를 석유가격의 직접규제시기라고 할 수 있다. 이 때까 지의 유가규제의 원칙은 국내유가의 평균수준을 관리하는 원가기준 결정방식이었 으며, 구체적으로 정유5사의 평균원가와 평균수입이 일치하는 수준에서 국내 석 유제품가격을 결정하는 방식이었다. 정부의 가격관리는 최고가격고시에 의하여 유통단계별 판매가격을 고시하며, 이러한 유종별 가격은 산업정책과 물가정책 등 을 고려하여 결정하였다. 또한, 석유도입시 부과되는 석유사업기금 및 세금을 활 용하여 국내유가에 대한 관리를 하였다.
이 시기의 유가산정방식은 정유5사의 평균원가와 평균수익이 같게 하는 방식으 로 관리되었으며, 정유5사의 평균원가는 원유관련비용, 정부부문비용, 정제비 및 정유사 마진으로 구성되었는데, 원유관련비용은 원유도입비용(CIF, 도입부대비), 금융비용(유전스이자, 유전스환차손, 차입금이자) 등의 평균으로 산정하였으며, 정 부부문비용은 석유수입부과금, 관세 등으로 구성되었다. 정제비는 제조경비, 일반 관리 및 판매비, 수송․저유비, 영업외비용 등의 평균으로 구하였다. 정유사마진 은 정유산업에 대한 허용이익으로 산정되었다.
유가자유화 이전의 유가조정은 원가변동요인이 원유비용 또는 환율의 변동이
발생할 경우 정유사의 손익변동을 방지하기 위하여 단기적으로 기금 및 관세 등 정부부과금을 이용하였고, 비용변동이 큰 경우 가격조정 및 유가정산 등이 사용 되었다. 정유사 원가가 판매가격 보다 높은 경우, 정부는 1단계로 기금 및 관세를 인상하고, 2단계로 손실을 보전하고, 3단계로 가격을 인상하는 방식을 취하였다.
따라서 가격의 변동은 변동요인이 대폭인 경우에만 허용되는 것이기 때문에 1993 년 12월까지의 석유제품가격은 가능한한 가격이 일정 수준을 상당기간 동안 유지 되는 특징이 나타나게 된다.
유가연동제 시기는 직접규제시기에서 유가자유화로 전환되는 과정에서의 준비 단계로 인식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유가연동제 시기는 1994년 1월부터 1996년 12월까지를 뜻한다. 유가연동제는 매월 국제석유가격 및 환율변동 등 객관적인 주요 원가변동요인의 변동분만큼 국내유가를 조정하는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이 로부터 정부에 의한 유가정산요인이 누적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유가자유화 에 대하여 소비자들이 적응할 시간적 여유를 주는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러한 유가연동제는 원유가연동제와 국제제품가연동제 시기로 구분할 수 있다.
원유가연동제는 전월의 원유도입실적 FOB와 환율 등 원가변동요인과 전월 자 유화 유종 및 시장의 변동요인을 고려하여 생산․판매기준의 원가와 수익이 일치 하도록, 모든 유종에 동일한 변동률을 적용하여 매월 국내고시가격을 조정하는 제도이다. 연동 대상은 휘발유, 등유, 경유, 중유(B-A, B-B, B-C유)이며, 연동주기 는 매월 15일을 기준으로 월1회 변동하는 것을 기준으로 하였다. 이 시기의 가격 결정방식은 전월 국내도입원유 평균실적과 전월 평균환율을 기준으로 석유제품의 원가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를 반영하여, 국내유가의 평균수준이 결정되었으며, 유 종별 가격은 국제석유시장가격 및 정책 등이 고려되어 결정되었다.
원유가연동제가 9개월간 시행된 후, 유가연동제를 개선하여 국제제품가격 연동 제를 1994년 11월부터 1996년 12월까지 시행하였다. 이는 원유가연동제의 기본적 인 틀 아래에서 국내 석유제품가격이 국제현물시장의 제품가격에 따라 결정되도 록 한 제도이다. 연동대상과 주기는 원유가연동제와 동일한 반면, 가격변동일은 매월 1일로 변경되었다. 또한 유가산정의 기본이 되는 FOB 유가반영방식을 정유 사도입실적 FOB에서 국제원유바스켓 가격에 의한 추정 FOB로 변경하였다.
1997년 1월 유가연동제를 폐지하고 정유사가 자율적으로 판매가격을 결정하는 유가자유화가 시행되었다. 유가자유화의 시행은 시장기능의 활성화, 수급조절기능 강화, 석유수급 안정화, 석유산업의 경쟁력 제고 및 질적 서비스 향상을 통한 소 비자 이익의 증대 등이 목적이었다.
이러한 유가결정에 대한 규제의 변천에 따라 국내 석유제품가격들의 변동도 그 특성이 바뀌어 왔다. [그림 1]에서 [그림 4]까지의 그림은 여러 형태의 석유제품가 격들을 1985년 1월부터 2004년 8월까지 나타낸 것이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1993년 12월까지는 유가는 상당 기간 동안 일정 수준을 유지하는 가격을 나타내 고 있으며, 유가연동제가 시행되었던 1994년 1월부터 1996년 12월까지는 유가가 조심스럽게 변동하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으며, 유가자유화가 시행된 1997년 1월 부터는 유가의 변동이 심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림 1] 휘발유의 생산자가격지수(LGASOPP), 소비자가격지수(LGASOCP), 실제소비자가격(LGASOPR)
[그림 2] 등유의 생산자가격지수(LKEROPP), 소비자가격지수(LKEROCP), 실제소비자가격(LKEROPR)
[그림 3] 경유의 생산자가격지수(LDIESPP), 소비자가격지수(LDIESCP), 실제소비자가격(LDIESPR)
[그림 4] BC유의 생산자가격지수(LBCPP)과 실제소비자가격(LBCPR)
유가자유화 이후에 사실 가장 커다란 변동은 유가를 결정하는 주체가 석유산업 의 공급자가 되었다는 점일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유가는 자유화 이전과 대비하 여 그 변동의 폭이 축소되지만, 변동의 빈도는 더욱 자주 나타났다는 점이다. 이 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보면 가격이 시장 변화를 신속하게 반영하여 변동한다는 것을 인식하게 하였고, 변동빈도가 높아짐에 따라 가격의 변동에 대한 인식을 심 화시켰다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석유가격이 일정수준으로 일정기간 동안 주 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매우 자주 변화하는 것으로 인식하게 하였고, 따라서 이 에 대한 소비자의 소비반응도 가격에 대해서 더욱 민감하게 나타났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