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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 외서농협 김용해 전 조합장

농협 조합장이 되리라 예상하지 못했다

김용해 전 조합장은 1985년 조합장에 당선되어 25년 동안 재임하다 2010년 에 퇴임한 초장기 조합장이다. 지역에서 부당하게 영향력을 행사하던 사람이 조합장까지 하겠다고 해서 이를 저지하려 나선 것이 덜컥 조합장에 당선되는 바람에 뜻하지 않게 오랫동안 농협에 몸담게 되었단다.

김 조합장은 당시에 최고 일류 직장이던 모 시중은행에 다니다 뜻이 맞지 않 아 귀향하여 농사를 지었다. 고향에서 10여 년을 지내다 보니 소수 몇 사람이 지역을 좌지우지 하는데, 이를 가만 두어서는 지역발전의 가능성이 없다 싶었 다. 그런데 조합장 선거가 있다 하니 그 중 한 사람이 출마를 했고, 당시의 영 향력으로 보아 당선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주위에서 이를 막아야 한다며 조합 장 출마를 권했고, 본인도 그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출마했다.

그는 지역주민의 의식개혁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고, 그들에게 지역을 발전시 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를 역설하고 다녔다. 당선을 기대하지도 않았 지만 기왕 출마한 것이니 지역의 의식개혁을 위해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자는 생각으로 주민들과 대화를 했다. 이 지역이 과거에서 현재까지 어떻게 변해 왔 으며,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가야 할 것인가를 이야기하고 현재의 문제 점이 무엇인지를 설파하였다. 당선될 기대를 않았지만 한 바퀴 돌고 두 바퀴 돌다보니 전세가 역전되어 당선이 되었단다.

3불문 원칙의 공동출하

김용해 조합장은 1998년 배의 공동선별출하를 통한 농가소득 향상 방안을 구상했다. 사실 외서만큼 여건이 나쁜 곳도 찾기가 어렵다. 여건 탓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워낙 조합이 영세해서 자칫 시도한 사업이 잘못되어 적자가 되면 조합운영에 큰 짐이 되기 때문에 결단을 내리지 못했었다. 하지만 더 이상 리스크가 무서워 가만히 있을 수도 없다는 생각이 들어 산지유통의 혁 신을 시도해보기로 했다.

김 조합장은 배작목반원을 모아놓고 사업방향과 방법을 제시하고 참여의사 를 물었다. 김 조합장은 참여 조합원에게 생산하는 배 전량을 조합에 출하하되 조합의 처분에 이의를 달지 않아야 된다는 조건을 달았다. 그래야만 조합이 안 정적으로 사업을 운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조합원이 편할 때만 조합을 선택하고, 직접 출하를 병행한다면 공동출하를 지속할 수 없다. 처음 참여의사 를 밝힌 농가는 15호였지만 이러한 조건을 듣고 5호는 사퇴했다. 자기가 생산 한 농산물을 자기 마음대로 처분하지 못하게 한다는 조건이 마음에 들지 않고, 이제까지 어떠한 실적도 보여주지 못한 조합을 어떻게 믿느냐는 것이 이유였 다.

사업은 시작했지만 유통시설을 설치할 자본도 부지도 없었다. 생각 끝에 비 료창고를 헐어내고 선과장으로 만들었다. 재고로 있던 비료는 농가에게 무상으 로 배분해주었다.

첫 해 사업물량은 작목반원 10명의 생산 전량이었다. 안정적인 거래를 위한 상대방을 고르기에는 물량이 너무 작았다. 그래서 작목반의 물량은 아껴 놓고 다른 비작목반원의 생산 물량을 확보해서 출하하면서 작목반 물량은 시세가 좋을 때 전략적으로 출하하였다. 그 결과 물량이 작아 총매출액은 많지 않았지 만 가격은 좋게 받았다. 첫해의 성과가 성공적으로 나타나자 다음해에는 참여 농가가 70여 호로 늘었고, 이후에도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되어 최대 작목반원은 300여 명까지 증가했다.

김 조합장은 공동출하의 내실화를 위해 노력을 계속해나갔다. 이 과정에서

어디에 얼마를 받고 언제 팔았는지를 묻지 않는다는 3불문 원칙과 자율적으로 만들어진 규칙을 세 번 어기면 자동으로 탈퇴해야 된다는 삼진아웃제를 도입 하였다. 기준은 약속이행, 상품성 등을 중심으로 정해놓고 그 이행도를 점수화 시켜서 일정한 기준 점수에 미달하면 탈락되게 하였다.

외서조합의 실험은 개방시대의 활로로 산지유통 혁신을 추구했던 농업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이러한 모델을 본 딴 공동출하작목반이 늘어 나기 시작했다. 최근 수출시장을 미국으로 전환하면서 참여 농가가 줄었다. 외 서조합의 첫 수출시장은 대만이었으나 중국산이 들어오면서 경쟁이 심해지면 서 캐나다로 시장을 바꿨다가 또 미국으로 전환했다. 대만시장에 주력할 때는 참여 농가가 최고 300여 호에 이르렀지만 지금은 230호가 참여하고 있다. 미국 시장은 수출단가는 좋지만 지켜야 할 기준이 많고 엄격해서 규모가 작은 농가 는 이를 충족시키기가 쉽지 않은 것이 참여 농가를 줄이게 만들었다. 미국으로 배를 수출하는 국내 13개 업체 중 지역농협은 외서농협이 유일하다.

조합 리더십의 원천

외서조합 공동선별출하 사례는 참여 조합원이 무조건 조합을 믿고 따르도 록 조합이 리더십을 발휘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조합에 대한 조합원의 신뢰도가 낮은 우리 협동조합계에서 보기 힘든 사례였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용해 전 조합장은 사업을 구상할 때부터 조합을 믿고 맡길 사람만 참여하 고, 조합이 제시한 조건은 무조건 수용해야 한다는 전제를 내세워 리더십을 확보할 수 있었다 했다. 조합이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조합원의 요구에 끌려 다니는 것은 조합원의 잘못이 아니라 조합 리더의 책임이 더 크다는 것 이다.

이와 같은 정신이 통한 것은 조합원들 스스로가 규칙을 만들고 지켜야만 된 다는 확신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김 전 조합장은 말을 붙였다. 외서조합은 가을 이면 ‘신유통한마음대회’를 열어 작목반원 스스로 전년도 실적을 평가하고, 신

년도 계획을 세우며, 새로운 규약을 만들어 냈다. 작목반원 스스로가 필요하다 고 도입한 규약을 이행하지 못할 경우에는 스스로 나가야 한다고 약속했다. 그 들 스스로 정한 자율 규정인 삼진아웃제에 대해서도 어느 누구도 반발하지는 못했다. 조합의 리더십이라기보다 조합의 주인들이 주인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는 것이 더 정확할 수 있겠다.

외서조합의 배공동작목반은 조합 수수료를 5%로 정했다. 이 정도의 높은 수 수료를 받는 것은 아마 전국에서 처음이었을 것이라 했다. 그래서 김 조합장은 다른 조합장들로부터 어떻게 이것이 가능한지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았다. 가 락동 공판장 수수료는 4%지만 다른 소비지 공판장은 보통 6~7%이고, 보통 조 합 수수료로 1%를 받으므로 총 수수료는 5~8%가 된다. 대부분의 조합이 도매 시장을 통해 출하를 하기 때문에 조합원들은 이 정도의 수수료는 부담해야 하 는 것이다. 하지만 외서조합은 직거래 80%, 공판장 출하 20%를 유지하여 연평 균 농가수수료는 8.2~8.5% 정도로 보통 조합들보다 수수료가 약간 높다. 하지 만 외서조합이 수취하는 가격은 보통의 조합보다 20~30% 정도가 높을 뿐만 아 니라, 유통사업 관련 보조금 등의 지원까지 끌어와 농가에게 주니 농가에게 돌 아가는 이득은 다른 조합이 따라올 수 없다고 설명하였다10.

배공동작목반에 참여하면 월등히 높은 소득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조 합원들이 참여하기를 원하지만 다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 참여하지 못하는 농 가의 대부분은 규모가 영세한 농가들이다. 따라서 이들의 불만이 높을 수도 있 을텐데 그렇지도 않다는 것이 김 전 조합장의 설명이다. 만일 이들 영세조합원 들이 참여하게 된다면 전체적으로 공동선별출하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비용이 상승하여 경쟁력을 약화시킴으로써 다른 조합원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것을 모 두 알고 있다는 것이다. 즉 조합원들은 단순한 기대만이 아니라 객관적인 영농 조건과 수준을 감안하여 작목반 참여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에 불평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10 외서조합은 조합원들에게 배를 싸는 봉지를 100% 보조해주지만 이웃 농협에서는 그러한 지원을 해주지 않는다. 판매사업이 잘 안되니 이러한 지원이 어려운 것이다.

농민들의 지식수준도 공동사업을 통해서 많이 향상되었다. 농사를 아무리 잘 지어도 조금이라도 농약성분이 검출되면 수출을 못하게 된다. 이것은 누구에게 도 예외가 없기 때문에 농약 사용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즉 조합원 모두 가 공동행동을 함에 있어서 준수해야 할 기준과 운영 원칙을 잘 이해하고 따르 고 있는 것이다.

관외조합원의 이용

외서조합이 여건이 나쁨에도 불구하고 산지유통 혁신을 일으키자 인근 조합 조합원들이 자신의 조합과 거래하지 않고 외서조합을 이용하고 있다. 외서조합 을 이용하면 그만큼 이익이 크기 때문이다. 외서조합이 판매사업을 잘 하다 보 니 다른 조합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자재를 구매하고 있어 다른 조합의 조합원 들이 부러워한다.

도전과제

외서조합은 3불문 원칙의 배공동출하조직의 성공으로 전국적으로 유명해졌 지만 영세조합의 한계를 완전히 극복한 것은 아니다. 한 때는 약체조합으로 분 류되어 합병대상조합으로 지정받아 논란이 된 적도 있었다.

외서조합은 3불문 원칙의 배공동출하조직의 성공으로 전국적으로 유명해졌 지만 영세조합의 한계를 완전히 극복한 것은 아니다. 한 때는 약체조합으로 분 류되어 합병대상조합으로 지정받아 논란이 된 적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