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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고찰한 바와 같이 가족농(family farm)은 농업의 발전 과 정에서 경제적인 의미뿐만 아니라 정치·사회적인 배경 속에서 개념 이 형성되어 왔다. 그리고 이러한 개념 속에서 각국마다 가족농에 대한 이념과 철학이 정립되어 왔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세계 각국에서 가족농주의를 채택하는 배경으로는 여러가 지가 있으나, 그 중에서도 강조되는 점은 첫째, 봉건지주제의 폐해 에 대한 반성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봉건적인 지주-소작관계는 사회 적으로도 많은 문제를 야기하였으며, 농업 발전에도 긍정적으로 작 용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제2차 세계대전이 종료된 이후에 많은 국 가에서 토지개혁의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둘째는 농업 생산의 특수성으로 인하여 가족경영이 다른 경영 형 태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유리성을 발휘한다는 측면이다. 즉, 농업은 자연에 의존하는 요소가 많기 때문에 대규모 경영의 유리성이 항상 발휘되지는 않는다. 따라서 가족농의 강점 때문에 농업에서는 일반 적으로 기업 참여의 한계가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셋째는 가족경영을 지지하고 있는 사회적 규범이다. 이 점은 가족 농의 역사성에도 기인하지만, 특히 소득 분배 측면에서 농업이라는 소득원이 가족농에게 주어져야 한다는 사회적인 통념에서 비롯된다. 이른바 농업소득은 가족노동의 보수에 해당한다는 것이 민주주의 국가의 보편적인 인식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선진국들도 가족농을 근간으로 농업 발전을 추 구하여 왔다. 가족농은 자유민주주의 경제체제의 이상적인 농업경영 형태로 발전해 왔으며, 특히 1960년대 들어서부터 가족농의 자립경

영을 중요한 농정 목표로 설정하여 농업구조조정, 즉 이탈농 촉진을 통한 잔류농가의 경영규모 확대를 유도하였다.

예를 들어 구서독은 1973년부터 에르틀 계획(Ertle Plan)으로 10년 간 농업구조조정을 강력히 추진하여 평균 농장의 경지규모가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일본은 1961년부터 자립경영농 가 육성을 표방하고 추진하였으나, 대체로 안정적 2종 겸업농가 체 제가 고착된 것으로 평가된다. 우리나라도 1967년에 농업기본법을 제정하면서 자립농가 육성을 표방하고, 1992년부터 본격적으로 전 업농 육성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나, 대농 중심의 생산구조로는 아직 덜 정착된 상태이다.

이렇게 개별농가의 경영규모 확대에 한계가 나타나면서 조직 경 영이 대두되고 있는 점이다. 농업의 기술진보와 수익성 악화로 인해 개별농가는 끊임없는 경영규모 확대를 요구받고 있으며, 경영 목표 는 농업소득으로 ‘가계비 충족 → 도농간 소득균형 → 경영자 보수’

를 실현하는 것이다. 또한 농업경영 목표는 후발국에서는 가계비 충 족이고, 선진국일수록 경영자보수 실현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이른바 ‘가족농의 이상’이라는 인식이 점차 쇠퇴하면서 각 국마다 가족농 중심의 정책 기조에 대한 재조명이 이루어지고 있다. 다시 말해서 가족농의 성격 변화는 바야흐로 세계적인 추세라고 할 수 있다. 즉, 가족 노동력이 쇠퇴하는 반면에 고용노동력 비중이 증 가하고 있으며, 대규모 농장에 토지 및 농업생산이 집중되고, 자작 농의 감소와 함께 대규모 농가도 차지에 의한 규모 확대가 중심이 되고 있으며, 영세농과 소규모 농가는 농외수입 비중을 높이면서 겸 업농가로 전환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농업경영의 규모경제를 추구하기 위하여, 그리고 농산물 의 부가가치를 높이려는 목적으로 농산업화라는 측면에서 지역별

시대 구분 주요 정책 내용 및 성과

이렇게 볼 때, 가족경영은 내부적인 변질이 문제로 지적되기는 하 면서도, 각국마다 가족농에 대한 동경과 이상이 존재하고 있다. 더 욱이 그것은 단지 농업자 자신만의 동경이 아니라 일반 국민도 공통 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미국 농업은 대규모 법인조직 중심으로서, 이것은 그들이 이상으로 삼아왔던 가족경영으로부터 괴 리되면서 가족경영이라고 칭하기 곤란한 실정임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부는 가족경영의 정의를 몇 차례 수정하면서 가능한 한 다수의 농 업경영을 가족농에 포함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오늘날까지 선진국들이 왜 가족농을 고집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 문이 남는다. 왜 그처럼 무리하게 정의를 수정하면서 가족경영의 명 칭으로 대다수의 농가를 포함하려고 하는가? 가족경영의 실체로부 터 분리되는 현실을 인정하면서 가족경영을 농정의 근간으로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여기에는 각국마다 역사적으로 형성되어 온 가족농의 논리 및 철 학이 저변에 깔려 있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이를 쉽게 무너뜨리지 못하는 상황이며, 다만 최근의 농산물 시장개방과 국제화 추세 속에 서 자국 농업의 주된 생산 주체인 가족농을 상당 기간에 걸쳐 유지 시켜야 하는 과제에 봉착한 것으로 보인다.

제5장 가족농의 사회적 형성 1. 가족농의 가족주기 2. 농가의 가족 구성 동향 3. 농가인구의 변화와 전망 4. 농업경영주와 후계자의 동향과 전망 보론: 신규 취농의 관련 요인 제6장 가족농의 경제적 자립 1. 농업경영 자립의 개념과 의미 2. 자립경영 농가의 목표와 규모 시산

3. 농가경제와 소득의 동향 제7장 가족농의 경영적 분화 1. 농업경영 분화의 메커니즘 2. 농가 분화의 동향과 전망 3. 임차농과 위탁영농의 동향 4. 전업농가의 경영 발전 사례 제8장 가족농의 조직화 1. 영농조직의 배경과 유형 2. 영농조직의 제도적 위상 3. 농업법인의 설립 및 운영 실태 제9장 가족농의 비전과 과제 1. 한국 농업의 미래 전망 2. 농업경영체의 분화와 가족농의 비전 3. 농가 정책의 방향과 과제

가족농의 사회적 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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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족농의 가족주기

1.1. 가족의 구성과 가족주기

가족농은 가족(family)을 구성원으로 하는 농업경영 형태이다. 여 기서 가족이란 일반적으로 혈연, 혼인, 입양 등을 통하여 형성된 사 람들의 구성을 의미한다. 또한 가구(household)란 물리적인 생활 공 간을 함께 하는 주거 공동체를 의미하며, 가구원에는 가족이 아닌 사람들도 포함될 수 있다.

따라서 가족농을 인구사회학적으로 정의하면, 가족 관계를 유지 하는 가구 단위의 농업경영이라고 부를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 가 구의 구성원은 대부분이 가족 관계에 있는 사람들이며, 특히 농가의 구성원은 거의 혈연 관계의 가족으로 대를 이어 왔다.34

가족 관계의 가장 큰 특성은 세대주를 중심으로 가족생활주기 (family life cycle)를 가지고 대를 이어간다는 점이다. 가족생활주기

34 우리나라의 가족 형태에 관해서는 김두섭 외, 한국의 인구(제8장 가 족과 가구), 통계청, 2002를 참조할 수 있다.

는 간략하게 가족주기(家族週期; family cycle)라고 칭하며, 가족이 생성되어 소멸되기까지의 주기를 의미한다. 즉, 사람이 가족 생활에 서 경험하는 성장, 결혼, 출산, 육아, 노후 등의 각 단계로 이어지는 시간적 연속을 말하는데, 이러한 가족주기의 과정을 거쳐 아버지 세 대로부터 자식 세대로 이어지면서 세대주의 권한이 후대에 상속되 는 것을 호주(戶主) 상속이라고 부른다.

인간 사회에서 개개인의 가족들이 겪는 발전 단계를 보면 각 단계 마다 그 구조나 기능에 있어 공통된 변화가 나타난다. 이러한 사실 에 착안하여 각 단계 및 그에 해당하는 시기의 표준을 측정한 것이 가족주기이다. 부부의 결혼, 자녀의 수와 그 출생 간격, 자녀의 결혼 또는 별거, 부부의 사망 연령 등이 가족주기의 형태를 결정하는 요 소이며, 이 요소들의 차이에 따라 시대·지역·국가에 따른 가족주기 의 형태에 차이가 나타난다.

가족주기를 고찰하는 데에는 개인을 중심으로 고찰하는 것과 가 정을 중심으로 고찰하는 것의 두 가지가 있다. 전자는 한 개인의 생 애의 이행 과정을 설명하는 ‘인생주기론’이고, 후자는 가족의 결합·

분열 과정을 설명하는 ‘가정주기론’이다.35

일반적으로 가족은 혼인으로 형성되고 자녀의 출산으로 발전·확 대되다가 자녀의 결혼·분가로서 축소되면서 사망으로 그 종막을 가 져온다. 결혼 전에는 부모의 가족으로 있다가 결혼하면 새로운 가족 을 형성하여 분가하거나 아니면 부모의 가족에 흡수되어 직계가족 을 형성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직계가족 제도 하에서는 가족의 결합 과 분열 과정이 연속되면서 세대의 교체가 이루어져 3세대 또는 4세 대가 한 가족으로 공동생활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가족의 세

35 가족주기에 대해서는 두산백과사전에서 요약하여 정리하였다.

대교체가 반복되는 단계를 가정주기론으로 설명할 수 있으나, 가족 의 형성으로부터 발전→확대→축소→종말에 이르는 과정이 중첩되 기 때문에 명확하게 단계를 구분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러한 연유로 핵가족을 전제로 하는 인생주기론이 비교적 널리 활용된다. 인생주기론에 입각한 가족주기 단계는 대체로 5단계로 나 뉘는데, 제 1단계(독신 전기)는 본인의 출생부터 결혼 전까지, 제 2 단계(부부 전기)는 결혼 후 출산 전까지, 제 3단계(친자 동거기)는 자녀 출생부터 출가 이전까지, 제 4단계(부부 후기)는 막내의 분가 후 배우자 존속까지, 제 5단계(독신 후기)는 배우자의 별거 또는 사

이러한 연유로 핵가족을 전제로 하는 인생주기론이 비교적 널리 활용된다. 인생주기론에 입각한 가족주기 단계는 대체로 5단계로 나 뉘는데, 제 1단계(독신 전기)는 본인의 출생부터 결혼 전까지, 제 2 단계(부부 전기)는 결혼 후 출산 전까지, 제 3단계(친자 동거기)는 자녀 출생부터 출가 이전까지, 제 4단계(부부 후기)는 막내의 분가 후 배우자 존속까지, 제 5단계(독신 후기)는 배우자의 별거 또는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