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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가족노작경영

2.1. 가족농의 개념과 성격

영국에서 가족농은 가족노작경영(family-worked farm)이라는 용어 로 널리 사용된다. 즉, 가족노동력을 바탕으로 하는 소규모 영농이 가족농의 본질로 인식되어 오늘날까지 영국이 가족농주의 국가로 자리잡게 된 배경이 되었다.

이러한 가족농의 변천 과정은 산업혁명 이후의 농업구조 변화와 거의 일치한다. 18세기 말에 시작된 영국의 농업구조 변화는 경제학 자들의 많은 관심을 끌었다. 특히 농업 생산성의 향상에 수반된 도 시 부문으로의 농업노동력 유출은 영국의 경제 발전에서 결정적 요 인으로 평가되었다. 산업화 과정에서 농업구조는 지주와 임차농 및 임노동자라는 3층 구조로 분화되었는데, 당시 유럽의 많은 학자들에 의하여 산업화 과정에 있는 다른 국가들이 뒤따라야 할 농업 발전의 모델로 간주되기도 하였다.

이와 같이 산업혁명의 과정에서 가족농의 존재는 대체로 간과되 었다고 판단된다. 학자들도 가족농의 경영 상황보다는 농업 노동자 의 실태나 지주-소작 관계에 더 많은 관심을 가졌다. 그러다가 경제 적인 불황이 가시화된 19세기 말엽에 이르러 비로소 자본주의 농업 에 대한 대안으로서 가족경영이나 농민소유제에 대한 논의가 활발 하게 전개되었고, 가족농에 대한 정치적인 관심도 높아졌다.

영국에서는 19세기까지 상당한 규모의 노동력을 고용하는 대농장 방식의 자본가적 농업이 지배적이었지만, 농업의 경영 형태는 다양 하고 분산적이었다. 예컨대 19세기 중엽까지도 소규모의 가족노작

경영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또한 영세한 농장에서도 보통 한 두 명의 하인을 거느리고 있는 것이 가족농의 실체였으며, 이들 고용인의 다수는 동거하인(living-in servants)이었다.

그 후 1870년대 말에 옥수수 농업이 호황을 맞게 되면서 가족과 가족노동의 중요성이 재인식되는 일련의 변화가 나타났다. 가족 구 성원이 영농에 종사함으로써 더 많은 소득을 올릴 수 있게 된 것이 다. 이에 대하여 일부 학자들은 지주와 경작자 그리고 상고(常雇) 등 농촌의 3대 그룹이 ‘새로운 전문 가족생산자(new specialized house-hold producers)' 형태로 전환되었다고 보았다. 당시의 전문농장들은 모든 가족 구성원이 동원되어 과중한 육체노동을 수행하였으며, 이 과정에서 노동력 조달이 어려운 자본가적 농장들은 과중한 노동을 피하기 위하여 경종에서 가축 생산으로 전환하기도 하였다.

20세기에 들어서 고용 노임에 대한 비용 지출이 증가하게 되면서 가족농장의 고용 노동력도 꾸준히 감소하였다. 19세기 중엽의 인구 총조사 기록에 의하면, 대체로 가족농장에서도 농업인 1인당 또는 가족구성원 1인당 고용 노동력이 3명 정도가 있었다고 한다. 그 후 1931년의 기록에 의하면 그 비율은 2.5:1 정도로 나타났는데, 최근 에는 1:1 이하의 수준으로 고용 노동력이 감소하였다.

영국의 가족농에 대한 또 다른 주요 변화는 자영농(自營農, owner occupation)의 발전이다. 자영농이란 자신의 소유인 농지에서 직접 노동하며 농업을 경영하는 가족농을 말하는데, 1908년의 조사에서 는 잉글랜드와 웨일즈의 농장 전체에서 자영농의 비중이 약 1할 수 준이었으나, 1927년에는 그 비중이 3할을 상회하였고, 1970년대 후 반에는 7할에 달하게 되었다.

오늘날 영국의 가족농은 학술적으로나 정책적으로 가족경영농장 (farm as a family business)의 개념으로 사용되며, 가족농의 정의에

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는 가족주의 로, 경영주가 혈족이거나 혹은 결혼에 의한 가족이어야 하며, 둘째 는 경영권주의로, 농장의 경영권은 대체로 소유권과 일치하며, 셋째 는 세습주의로, 소유권 및 경영권은 동일 가족 내에서 다음 세대로 이양되는 것이다.

이러한 가족경영농장은 규모에 따라 영세 농장, 소규모 농장, 중 규모 농장, 대규모 농장으로 구분하며, 가족경영이라는 용어는 일반 적으로 소규모 농장이나 중규모 농장을 지칭한다. 여기서 소규모 농 장은 가족노동력이 재생산 가능한 규모의 농장을 말하며, 중규모 농 장은 가족 노동력을 완전 연소시키고 가족 노동력을 재생산할 수 있 는 규모의 농장으로서 소농 개념과 거의 일치한다. 그리고 대규모 농장은 상층농으로 발전하면서 자본가적 경영으로 전환될 수 있는 규모의 농장을 말한다.

이상에서 검토한 바와 같이 영국에서 가족농이란 엄밀한 의미로 2인 이상의 가족 노동력을 보유하면서 가족노작경영의 형태를 가진 소규모 농장을 지칭하고 있다. 그래서 학술용어에서도 가족농보다는 소농(small farm)이란 표현이 널리 사용되고 있다.

2.2. 가족농의 동향

영국 농업부는 통계적으로 농업경영체를 파악함에 있어 ‘농업생 산에 참여하는 가구(agricultural holding)’라는 개념을 사용하며, 경 작 규모의 기준으로 1ha 이상을 경작하는 경우 또는 경작면적이 1ha 미만인 경우에도 농산물 판매액이 자급 수준을 초과하여 판매하는 가구 단위를 조사대상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렇게 파악된 농가의 최

근 동향에 대하여 <표 4-5>에서 <표 4-7>까지 정리하였다.

먼저, 농가 수의 동향을 보면, 1990년 이후 연간 1천호 정도씩 감 소하여 2000년대에는 대략 23만호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나, 2005년 도 조사에서 28만 7천호로 나타나 그 이전과 상당한 편차를 보이고 있다. 경지면적별이나 수입별 분포에서 알 수 있듯이 영세농들이 많 이 포함된 결과로 보여진다. 총 경작면적은 1990년의 171만ha에서 2005년에 168만ha로 완만하게 감소하여 결과적으로 호당 경작면적 은 2000년까지 대략 70ha 수준을 유지하였는데, 2005년에는 농가 수가 급증하여 상대적으로 호당 경작면적이 줄어든 셈이다.

경작면적별 농가의 분포를 보면, 양극분화 경향이라기보다는 소 농 비대화의 경향이 엿보인다. 즉, 5~10ha, 10~20ha, 20~30ha, 30~50ha, 50~100ha 계층에서 모두 농가 수가 절대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나, 그렇다고 100ha 이상의 계층에서 농가 수가 증가하는 경향 이 나타나지 않고 대략 3만 9천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에 5ha 미만의 계층, 즉 2ha 미만 계층과 2~5ha 계층에서는 2000년 이 후 농가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경지 없는 농가 수가 크 게 증가하고 있다.

한편, 표준총소득 개념으로 분류한 농가 계층에서는 다소 양극화 의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이 자료에서는 ESU(European Size Unit) 라는 개념을 사용하고 있는데, 대략 중간 계층에 해당하는 4ESU부 터 100ESU 계층의 농가 수는 감소 경향인 반면에 4ESU 미만의 소 농 계층과 100ESU 이상의 대농 계층에서는 농가 수가 증가하는 경 향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대농 계층의 비중이 그리 크지 않으므 로 앞에서 검토한 미국 농가의 양극화 경향과 비교하면 매우 미미하 고 완만한 양극화 경향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표 4-5. 영국의 농가 수 및 경지면적 추이

농가 수(천호) 경작면적(천ha) 평균 경작면적(ha)

1990 243.1 17,110 70.4

1995 234.5 17,196 73.3

2000 233.3 16,528 70.9

2005 286.7 16,840 58.7

: 농가(agricultural holding)는 농업생산에 참여하는 독립적인 가구 1990 2.0 12.4 19.1 30.5 37.4 25.2 35.5 42.5 38.5 1995 1.7 11.6 19.0 29.5 36.1 23.7 32.8 40.9 39.3 2000 11.0 21.4 21.5 25.7 30.4 19.9 27.9 36.6 38.9 2005 38.3 34.7 33.8 28.1 30.6 19.7 27.0 35.7 38.8

표 4-7. 영국 농가의 표준총소득별 분포 추이 1990 41.2 15.2 21.0 26.1 28.5 46.5 44.5 16.2 3.8 1995 30.8 13.2 22.0 28.0 28.6 40.9 44.2 21.7 5.0 2000 52.1 13.8 20.6 22.2 23.6 33.3 37.4 23.4 6.9 2005 103.4 18.4 22.4 24.6 24.0 31.4 34.6 21.1 6.9 : 표준총소득(SGM: standard gross margin) 개념으로, 1 ESU(European Size

Unit) = 1,200 EUR(약 160만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