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농촌 지역 활성화 정책’이라는 용어는 매우 넓은 정책 범주를 뜻한다.

정책 입안자, 관련 연구자 등의 입장에 따라 ‘지역 활성화’의 개념이 다양 한 의미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지역 산업을 육성한다는 측면에서 대규모 공장 유치 및 조성, 관광단지 조성 등을 지역 활성화라고 표현하는가 하면, 지역 주민의 생활환경 측면에서 공원을 조성하거나 상하수도 시설을 갖추 는 것도 지역 활성화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지역 활성화’라는 용어의 원천 은 일본인 것으로 파악된다.

서영진(1994)과 서영진·김성(1994)은 ‘지역 발전이 정부 공공투자와 외 부 기업에 과다하게 의존하고 있다.’는 지방으로부터의 반성에서 일본의 지 역 활성화 운동이 시작되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즉, 지역 활성화 운동이

적어도 일본에서는 내생적 발전의 맥락 안에 놓여 있음을 밝힌 것이다.

1990년대 중반 일본의 지역 활성화 운동 사례 등이 소개되고 우리나라에서 지방자치제가 시작되면서 ‘지역 활성화’는 확실히 ‘내생적 발전’과 맥락을 같이하는 개념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한표환(1997)은 지역 활성화를 ‘지 역의 자원, 자원을 활용하는 활동, 자원과 활동을 연결하는 계기(triggering) 라는 세 요소의 상호작용으로 표출된 지역의 활력 정도’라고 정의하였다.

그러면서 지역 활성화가 지역에서 실질적으로 작동되려면 지역 스스로 자 주성과 책임성에 입각하여 주민의 창의와 아이디어를 적극 활용하고 주민 의 자발적 노력을 동원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김태곤 등(2006)은 ‘농촌 지역의 주민과 지방자치단체 혹은 국가가 지역 진흥을 위해 주민을 조직화 하거나, 자연적·물적·문화적 자원을 활용하여 고용 기회를 창출함으로써 소득을 확보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행위’라고 지역 활성화를 정의하 였다. 우리에게 지역 활성화의 사례로 많이 알려져 있는 일본 오이타현의 일품일촌 운동을 예로 들면서 농촌 지역 활성화란 지역 주민이 주도하는 내생적 개발 활동이라고 정의한 연구도 있다(Savitri, 2008). ‘지역 활성화’

에 대한 엄밀하고 합의된 정의는 없지만, 선행연구들에서 공통되게 드러나 는 개념적 정향을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지역 활성화’는 지역 내부의 자원 동원을 강조한다. 둘째, 자원을 활용하는 활동에 있어 지역 주 민의 자발적이고 주도적인 참여를 강조한다. 결국 지역 활성화는 내생적 발 전 개념과 상당 부분 맥락을 같이하는 개념이라 할 수 있다.

2000년대 들어 새롭게 등장한 농촌 발전 정책의 접근방법에 관한 주요 연구 결과들은 공통되게 내생적 발전을 주장하고 있다. 내생적 발전의 개 념 정의는 다양하게 존재한다. 그런데 대체로 지역 발전을 위한 정책 선택 지(option)에 대한 지역의 자율적인 의사결정, 지역 발전 과정 전반에 대한 지역 주체들의 통제(control), 발전 프로젝트로 인한 편익의 지역 내 귀속 등의 세 요소를 갖추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고 정의된다(Romano, 1996). 그 러한 관점을 받아들여 농촌 지역 활성화의 문제를 다룬 국내의 주요 연구 들은 내생적 발전 전략의 실현에 필요한 여러 요소들, 예를 들어 참여, 역 량 강화 등의 조건들을 식별하고 강조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 송미령·성주

인(2004)은 주민 참여가 마을개발사업의 성과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실증하고, 그 결과에 기초한 주민참여 모형을 제안하였다. 정기환 등 (2007)은 내생적 발전 개념을 정립하려 시도하고 여러 사례를 분석하여 내 생적 발전 전략의 성공요소는 지방자치단체의 역량이며 그 역량 강화에 필 요한 제도를 개선할 것을 주장한 바 있다. 송미령 등(2007)은 농산촌 지역 혁신체계 구축에 관한 논의에서 다수의 사례 분석을 통해 개발 프로젝트 추진 주체들의 자발적인 네트워킹에 기초한 일련의 역량강화 과정이 중요 함을 강조하였다. 김정섭 등(2009)은 농촌 지역 활성화를 추구하는 일련의 정책 사업들에 수반한 다양한 역량강화 활동들을 분석하면서 참여 주체들 의 집합적 학습(collective learning)이 중요함을 강조하였다. 이러한 일련의 논의들은 모두 2000년대 우리나라에서 전개된 농촌 지역 활성화 정책이 강조했던 연성적 요소에 대한 탐구의 확장이라 할 수 있다.

이 연구에서는 ‘농촌 지역 활성화 정책’이라는 용어의 의미를 제한적으 로 사용한다. 선행연구들이 시사하는 바를 따라 ‘지역 활성화’를 ‘내생적 발전’ 개념과 맥락을 같이하는 것으로 파악한다. 지역 활성화의 내용에 있 어서는 경제적 활동의 촉진, 주민 생활환경의 향상 등 여러 측면에서 이루 어지는 내생적인 움직임을 포괄하는 것으로 본다. 다만, 2000년대 들어 정 책 과정상의 연성적 요소를 강조하면서 새로이 등장한 일련의 정책들에 논 의의 범위를 한정할 것이다. 그 가운데에서도 주로 농촌 지역의 경제적 활 성화와 관련된 정책들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연성적 요소를 강조한 정책 들이야말로 내생적 발전 담론에 기초하여 새롭게 설계된 것들이며, 주로 경제 분야에서 먼저 시도되었기 때문이다.

정책 평가는 다양한 층위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 일정한 의도를 갖는 여 러 정책 사업, 제도, 법규 등을 특정한 범주의 정책으로 정의하고 그것이 지향한 가치와 이루어낸 변화를 추상성 높은 수준에서 평가할 수 있다. 한 편, 구체적인 정책 사업을 두고 투입(input)과 산출(output)을 비교하는 방 식으로 평가함으로써 정책 사업의 정당성, 효과, 효율 등을 살펴볼 수도 있 다. 이 연구에서는 다수의 개별 정책 사업들을 대상으로 투입 대비 산출을 정량적으로 분석하기보다는 ‘농촌 지역 활성화 정책’이라는 범주 안에서

주요 정책의 변화가 지향했던 바와 그 결과를 살펴보는 데 주안점을 둘 것 이다. 몇 가지 정책 사업들에 대해서는 간단한 투입-산출 분석을 시도한다.

하지만 그러한 작업이 이 연구의 주된 목표는 아니다. 이 연구가 목표로 하는 정책 평가를 위한 사례 분석 정도의 비중을 차지할 것이다.

관련 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