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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서론

1. 연구의 필요성

HRD는 실천분야임과 동시에 간학문적인 지식체계로(황성준, 2010), HRD의 기본 틀을 다진 Nadler(1970)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HRD가 독립된 학문 분야로서 자리 잡기 위한 활발한 논의와 연구들이 진행되어 왔다. Chalofsky(1992)가 HRD를 ‘자신 의 정체를 찾고 있는 분야’라고 표현한 데서 단적으로 유추해 볼 수 있듯이 HRD는 비 교적 새롭게 등장하는 학문 영역으로, HRD의 영역을 명확히 규정짓는 어려운 것이 사 실이다. 이는 HRD가 이론적인 근간을 마련하고 있는 분야는 크게 심리학, 경영학, 경 제학, 체제이론, 교육학 등으로 간학문적인 성격을 갖는 점에 기인하며(정진철, 2008), HRD의 주된 목적을 무엇으로 볼 것인가에 대한 합의에 이르지 못하였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한 가운데 촉발된 논쟁 중 하나가 HRD의 목적이 학습(learning)에 있는가 아 니면 수행(performance)에 있는 것인가 하는 것이다(Barrie & Pace, 1998;

Kuchinke, 1998; Swanson & Holton Ⅲ, 2009; 장원섭, 심우정, 2005; 정진철, 2008). 하나의 학문 영역이라고 하면 기반으로 하고 있는 세계관, 인식론, 가치론에 따라 각기 다른 패러다임을 형성하고 발전 과정에서 논쟁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는 학 문의 발전을 촉진하는 자극제 역할을 한다(이희수, 안동윤, 2007). HRD 패러다임 논 쟁 역시 HRD에 대한 목적, 가치, 실행지침 등에 대한 기저의 근본적인 견해 차이에서 기인한 것으로(Swanson & Holton Ⅲ, 2009), 학문적 발전과정에서 불거진 것이라 할 수 있다.

목적에 대한 인식은 개인 또는 조직이 의사결정을 하는 데 활용하는 비교적 영구 적인 평가기준이기 때문에(우진영, 2008), 개인 및 조직의 행동을 동기화하고 구체적 실행에 영향을 미친다. 나아가 Holton Ⅲ(2002)은 HRD 가치는 기본적으로 대학의 커 리큘럼이 설계되는 것에서부터 조직에서의 HRD 활동의 실행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하였다. 즉, HRD 전문가가 인식한 HRD의 가치는 HRD의 발달 및 이론과 실천의 연계 상에서 기틀이 되고 방향을 설정하는 기준으로 작용하게 된다. 기업에서 는 HRD 활동의 최종 결정이 경영진에 의한 것이지만 실제 프로그램의 성격과 내용에

대한 세부적인 의사결정 과정에 있어서는 HRD 담당자의 판단과 결정이 크게 작용하 며, 이해당사자들의 기대나 요구는 HRD 전문가가 제공하는 결과물에 의해 결정되기에 HRD 전문가가 인식한 HRD의 가치의 영향력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박희원, 2009).

일반적으로 패러다임은 변화하는 것이 아닌 전환되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HRD 분야에서 동시대의 모든 HRD 전문가들이 같은 패러다임을 공유하고 있는 것은 아니 다. 각 개인은 HRD의 목적을 바라보는 특정 관점에 동의하거나 동의하지 않을 수 있 는데 HRD를 둘러싼 패러다임 논쟁이 바로 그 증거인 것이다. 즉, HRD 전문가들 사이 에서도 HRD의 주요 가치에 대한 인식이 혼재되어 있어 HRD의 유효성을 판단하는 기 준이 모호해 진다. 이는 HRD 기능에 대한 유효성을 평가 절하시킬 수 있기 때문에 HRD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기업 내 HRD의 위상을 높이 고 학문적인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서 우선적으로 기업의 HRD 담당자를 비롯한 HRD 전문가들이 HRD의 주된 가치를 무엇으로 보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HRD 패러다임은 훈련 패러다임으로부터 학습, 수행, 그리고 일의 의미 패러다임으 로 발전하여 왔다. HRD는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을 습득하기 위한 훈련에 집중해 왔으나, 조직에서 인적자원의 개발이 조직의 경쟁 우위를 점하는 데에 가장 핵심으로 작용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HRD가 조직구성원의 학습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지원 해야한다는 측면에서 학습 패러다임이 제기되었다. 그러나 조직구성원의 학습이 조직 의 유효성을 높이는 데 직결되지 않고 보장할 수 없다는 비판이 제기됨에 따라 수행 패러다임이 대두되었다. 수행 패러다임은 HRD가 개인과 조직의 수행을 향상시키기 위 하여 기여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한다. 최근에 와서는 개인차원에서는 개인과 조직의 조화를 추구하여 개인의 직무만족도와 몰입을 높이고, 조직차원에서는 윤리경영, 기업 의 사회적 책임과 같은 사회적으로 책임감 있는 조직을 강조하여 HRD가 이를 지원하 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일의 의미부여 패러다임이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Dirkx, 1996; Kuchinke, 1998; Oh, 2002; Swanson & Holton Ⅲ, 2009; 박희원, 2009; 장 원섭, 심우정, 2005).

Kuchinke(1998)는 학습 대 수행이라는 HRD 패러다임 논쟁의 이원주의적 관점은 실제의 연속성을 무시하여 통합을 비롯한 보다 적절한 이해 수준으로 나아가는데 적절 하지 않기 때문에 패러다임 논쟁을 끝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수행 패러다임은 경 제적 효율성만을 강조한다는 등의 패러다임에 대한 편협한 이해를 바탕으로 표면상의 차이만을 가지고 논쟁을 이어가는 것은 불필요하지만, 기본 가정과 접근 방향에 대한

통찰로부터 접근한다면 HRD 분야가 독자적 학문체계로서 정체성을 확립해 나가는데 있어 생산적인 논의들이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서로 다른 이론적 관점을 형성하게 되는 데에는 자연과 인간, 사회, 역사를 바라보 는 근본적인 시각의 차이에서 기인하게 되는데, HRD의 경우 이러한 차이의 한 가운데 에는 HRD의 핵심적인 요소인 교육에 대한 관점이 자리한다. 성인교육철학은 교육행위 의 전반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가치 선택과 판단의 기준이 되는 신념체제라는 점 에서 미루어 볼 때, HRD도 성인학습자를 대상으로 하는 분야로서 성인교육과 마찬가 지로 어떠한 성인교육철학을 지니고 있느냐에 따라 HRD에 대한 관점이 달라진다고 할 수 있다. 단적인 예로 성과 패러다임의 대표적인 모델인 HPT는 행동주의를 기반으 로 하여 설계되었으며, 무형식학습, 실행공동체 같은 일터학습은 인본주의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권대봉, 2003; 장원섭, 2011).

1990년대 HRD 패러다임에 관한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켰을 만큼 그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HRD 가치에 대한 실증적인 연구는 몇몇 학자들에 의 해서만 수행되고 있으며, 이도 HRD 담당자의 HRD 가치에 대한 우선순위를 파악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어(Bates & Chen, 2005; 우진영, 2008; 박희원, 2009; 전영욱, 2009) HRD 가치를 둘러싼 깊은 이해로 나아가기에는 한계가 있다. 또한 대상을 기업 의 HRD 담당자로 한정하여 그 인식을 조사하고 있기에 HRD의 실천 분야뿐만 아니라 연구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HRD 전문가들의 인식으로 일반화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이 연구에서는 HRD 연구분야와 실무분야에서 활동하는 HRD 전문가를 대상으로 하여 그들이 가지고 있는 성인교육철학을 파악하고 성인교육철학 유형 집단에 따라 실 제 HRD 가치지향성 인식 수준에 차이가 있는지 구명함으로써 HRD 전문가들이 갖는 HRD에 대한 기저 가정과 접근 방법을 유추해보고자 한다. 성인교육철학이라고 하는 것은 한 개인에게 있어 특정 관점에 대한 경향성이 높게 나타날 수 있는 것이지 하나 의 관점만 있고 다른 관점은 없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특정 성인교육철학으로 한 개 인의 성인교육철학을 치부하는 것은 지나친 단순화일 수 있다. 따라서 이 연구에서는 경향성에 따라 성인교육철학을 유형화해 보고 그에 따라 집단 내 구성원의 특징에 따 른 성인교육철학 수준의 차이를 보고, HRD 가치를 인식하는 데 어떤 특성을 지니고 있는지 살펴볼 것이다.

이 연구의 결과는 HRD 전문가들이 가지고 있는 HRD 가치에 대한 인식을 살펴보 고 성인교육철학을 파악함으로써 주류적인 관점을 파악할 수 있으며, HRD 패러다임

논쟁에 있어 차이가 나는 성인교육철학의 요소를 밝힘으로써 보다 각 입장에 대한 본 질적인 이해가 가능하도록 할 것이다. 이러한 실증적인 연구는 HRD의 가치에 대한 어 떠한 가정이 HRD에 대한 연구와 실천을 이끌고, HRD의 정의, 철학, 실천을 둘러싼 담론이 이어지며, HRD 활동을 평가하는데 활용되는지에 대한 풍부한 이해를 도와 HRD가 독립적인 학문으로 정체성을 확립해 나가는 데 있어 방향을 설정하는데 필요 한 기초자료를 제공할 것이다. 더욱이 HRD 전문가들에게 향후 HRD가 추구해야 할 방향에 대한 반성적 성찰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