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Ⅲ . 교과서 소설 단원 유형별 분석

1. 역사적인 소설유형

가) 흰종이 수염 --- 하근찬

하근찬은 1931년 경상북도 영천에서 태어나 25세에 〈신태양〉지 주최 전국 학생 문예작품 모집에 소설「 혈육(血肉)」으로 당선되었다. 그 다음 해 1956년에 〈교육주보〉지 주최 교육소설 모집에 「메뚜기」로 당선되 었다. 1957년엔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수난이대」가 당선되면서 문 단에 본격적으로 데뷰하였다.

하근찬은 만주사변이 일어나던 1931년 10월에 태어났다. 한창 전쟁의 불 길이 만주대륙을 휩쓸고 있을 때였다.그가 일곱살이 되던 1937년에 중일전 쟁이 발발하였다. 그리고는 마침내 1941년 12월 8일 태평양전쟁으로 이어 졌다. 그 때가 하근찬이 초등학교 4학년 때였다.

하근찬은 일제 말엽에 유년을 보내며 日帝의 慘狀을 직접적으로 경험하 였다.그리고 다가온 우리 민족의 독립과 뒤이은 1950년의 6.25 민족동란 (民族動亂)은 스무살 때의 일이다.이러한 그의 전쟁에 대한 직접적인 유년 과 청년기의 경험은, 그의 처녀작인「수난이대(受難二代)」로부터 1960년대 내내 한가지 주제만으로 작품활동을 하게 하는 그의 작품세계의 문학적 바 탕으로 작용하게 된다.

그러나 하근찬 소설에서는 일제의 압제나 한국전쟁이라는 전쟁의 폭거에 서 느낄 수 잇는 매조키즘적 본능이라는 가해와 피학대의 적나라한 충돌이 가급적 억제되어 있다.27) 그것보다는 오히려 일제의 잔학한 통치나 한국전 쟁에 의해 가장 큰 피해를 당했으면서도, 그 피해에 대해 소상하게 말할 방 법도 가지지 못한 농민들의 경우를 통해서 그 피해의 부당성을 항변하고 있는 것이다.28) 그는 자신의 전쟁 체험 소설을 다음과 같이 두 갈래로 나누 고 있다.

27) 전영태, 한국현대 소설사 홍성사 1982

28) 전영태, 앞의책 p390

“첫째는 6.25를 서재로 한 것이고, 둘째는 일제 말엽의 이야기이다. 6 ∙25는 말할 것도 없고 일제 말엽 역시 태평양 전쟁이 발발하여 일본 군국주의(軍國主義)가 패망 으로 치닫고 있던 전쟁의 암흑기이다. 6 ∙25 때는 직접 우리 땅이 전쟁의 현장이 되 었었고 태평양전쟁 때에는 바다 밖의 TTKDNA에 우리 백성들이 끌려 나갔었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러니까 작품들을 두 갈래로 나눌 수가 있지만 결국 뿌리는 하나라고 할 수 있다.”29)

특히 그의 소설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인물들은, 거의 예외 없이 시대적 주류에서 소외된 토속적 인간상들이거나, 시대의 주류에 의해 정신적 육체 적 상처를 당한 형상 훼손의 인물들, 또는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그들의 순 박함과 순수함이 번번이 난폭한 전쟁의 소용돌이로 인해 처참한 상처를 입 고 역사에 의해 파괴 당하는 것에서 작가의 공분의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하근찬 소설의 가장 두드러진 특성은, 작품의 주제로 집요하리만치 전쟁 만을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그의 성장과정에서의 전쟁에의 직접적 체험과 관련 되어진다.자신의 성장기를 전쟁의 그늘 속에서 태어나 전쟁과 더불어 자랐고 ,꿈 많은 시절을 전쟁 때문에 괴로움으로 지샌 것으로 회상 하고 있다.30)

그는 전쟁을 전면으로 그리고 있지는 않다. 서로 부수고 죽이고 하는 전 쟁의 현장에서 벌어지는 전투(戰鬪) 장면들은 하근찬 소설에서 거의 찾아보 기 힘들다. 그는 전쟁의 회오리 바람이 지나간 뒤의 참담한 삶들과 또 그것 이 밀어닥칠 때의 끌려가는 자들과 남겨진 사람들의 비통함을 그리고 있다.

하근찬은 성장기에 경험해 온 네번의 전쟁에서 태평양전쟁(太平洋戰爭)과 6 ∙25 를 소설에 등장시키고 있다. 그 중에서도 6 ∙25 당시 인민군에게 무 참히 학살당한 부친의 주검 앞에서 그는 소름 끼치는 인간애에 대한 절망 을 느꼈으며, 그러한 절망은 그의 일관성 있는 작가적이슈, 즉 전쟁의 비인 간적인 잔학성에 대한 치열한 항변과 함께 상실되고 파괴된 인간성을 회복 하고자 하는 평화로의 의지가 드러나고 있다.바로 여기에 작가의 휴머니즘

29) 하근찬, 전쟁 그 아픔,기타,산울림, 한겨레,1988p4

30) 하근찬, 전쟁 그 아픔,기타,p4

과 집요한 옵티미즘을 엿볼 수 있다.31)

이처럼 전쟁에 대한 공분이라는 이슈를 계속견지하면서도,1950년대 작가 들이 1960년대 후반기에 들어와서 고발문학 이상의 차원을 극복하지 못하 고 전쟁에 대한 생생함을 상실하고 사라지게 된 데32) 비해,그는 전쟁의 생 생함과 현장감을 전달하며 고발문학 이상의 차원을 본질적으로 획득했다.문 학에서는 전쟁을 장황한 웅변(雄辨)과 논리(論理)로 표방하고 있지 않다. 그 의 방법은 전통적(傳統的)인 사실주의에 기초하고있으며 그의 문학에서는 동시대의 다른 작가들의 작품에서처럼 내부독백(內部獨白)이나 우화적(偊話 的)기법 등과 같은 새로운 실험의 흔적들은 시도되고 있지 않다.

그의 전쟁에의 이슈와 자신의 역사의식은, 전통적인 묘사를 통해 빚어지 는 구체적인 상황들에 의해 그대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전쟁에 대한 작가의 반응, 즉 민중을 대변하고자 한 인물들의 반응은 다름아닌 거 절과 저항 이라고 할 수 가 있다. 전쟁은 그들의 원수요, 재앙인 샘이다.33) 이러한 저항의 양상이 농촌 사람들의 자연 발생적인 반응과 태도를 허위적 으로 조작하지 않고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의 소설은 일제의 잔학한 통 치나 6.25 라는 전쟁에 의해 가장 큰 피해를 당했으면서도, 그 피해에 대 해 소상하게 말할 방법도 길도 가지지 못한 농민들의 경우를 통해서 그 피 해의 부당성을 항변하고 있는 것이다.34) 이러한 의미로 볼 때 그의 작중인 물들은 엄격한 의미에서 농민만은 아니다. 그들은 농사를 짓고 살아가는 농 민이 아니라, 시골 사람들이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세상 돌아가는 것에 어 둡고 , 세상의 추세가 어떠한 방향으로 흐른다 할지라도 자신의 삶의 터를 지키는, 그러나 가슴 속에는 누구보다 더 들끓는 뜨거움을 소유하고 있는 시골 사람들이 바로 하근찬 소설의 등장 인물이다. 이러한 그의 소설은, 이 른바 실존주의 영향과 전후파적 취향이 소설에 지적허영 내지 관념적 난삽 을 적지않게 유행시켰던 1950년대 후반에, 무지하고 가난한 시골 사람들 이야기를 들고나온 사실 자체가 획기적이며, 이야기가 생활속의 절실한 인

31) 천이두, 전쟁에의 공분과 평화의 찬가, p.417

32) 천이두, 앞의책, P413

33) 유종호, 농촌사람의 눈으로, 산울림,p372

34) 전영태, 담담한, 혹은 정결한 결벽성, p400

정과 역사적 수난의 아픔이며, 그 아픔을 이기고 일어서는 삶에의 강한 집 념인 점에서 당연하고도 새로운 본령을 일깨운 것이다.

민족의 수난을 가장 무방비 상태로 가장 가혹하게 겪어야 했던 농촌 사 람들의 고단함을 보여 줌으로써, 겨례의 수난과 삶의 실상을 가장 정직하 게 드러낼 수 있었다는 점이 하근찬 문학이 거둔 성과인 것이다.35) 구체 적으로 이러한 그의 등장인물들은, 거의 예외 없이 시대적 주류에 소외된 토속적 인간상들이거나, 시대의 주류에 의해 정신적 육체적 상흔을 당한 현 상 훼손의 인물들, 또는 그 시대적 주류에 미처 참여 할 수 없는 어린아이 들로 되어 있다는 사실이 주목할 그의 문학적 개성이다. 그들의 순박하며 순수함이 번번이 난폭한 전쟁의 소용돌이로 인해 처참한 상처를 입고 역사 에 의해 파괴 당하는 것에 작가의 공분의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둘째로 그 구성상 특이할 것이, 연민의 상황을 설정해 놓고 그것으로 인 해 결부에서 보다 큰 예술적 저항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점이다. 하근찬 의 대부분의 작품은, 우울한 현실을 근저로 하여 그 저항의 방편을 연민의 상황’의 설정을 통해 개성적으로 이룩해내고 잇다. 그러나 이 장치를 통한 작가의 의도는 단순히 주인공들에 대한 독자적 연민을 강요하는 데 그치고 있는 것이 결코 아님을 결부를 통해 알 수 있다.

작가는 이러한 연민의 상황 설정을 통해 전쟁과 현실 극복에 대해 독자 로 하여금 정서적 충돌과 자연스런 저항으로 이끌어내기에 이른다. 독자는 이 페이소스의 주체자, 곧 시대의 피해자가 된다. 동일시된 피해의식과 시 대에 유린당하고 억눌린 참담함 속에서 또 다른 정서적 변모의 행위를 이 루어 내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이제와 달리 생존과 삶을 파괴하여온 힘의 정체에 대해 분노하고 저항하게 되는 것이다.

즉, 작품에서 설정되고 잇는 연민의 상황은, 이를 통한 당시 가장 많은 수의 전쟁의 직접적 피해의 대상이 되었던 민족의 농민에 대한 애정에서 출발하여, 순박하고 어리수굿 하면서도 생존과 삶의 터전에 대한 애착과 의 지를 버리지 않으며, 삶의 뿌리를 흔드는 외부조건에도 불구하고 삶과 자기 의 현실을 굳굳하게 극복하려는 농민들의 당시 저항의 양상을 또 다른 힘

35) 유종호, 농촌사람의 눈으로 산울림, p373

을 가지고 표현한 것이다. 이것은 오히려 전쟁이 벌어지는 곳으로 돌진하 는 가상적 농민상을 그린 것보다 큰 설득력을 가짐과 함께, 보다 중요하게 는 이러한 연민이 인물과 상황의 설정이 결부에 이르러 얻어내는 정서적 회복과 공감대에서 예술적 승리를 거두고 있다. 이렇게 앞서 설정되어진 연민의 상황은 결부에 제시되는 희망의 모티프와 결합한다. 즉 순진한 세 계, 정화의 힘을 제공해 주는 세게, 희망의 세계를 상징하는 요소가 반영되

을 가지고 표현한 것이다. 이것은 오히려 전쟁이 벌어지는 곳으로 돌진하 는 가상적 농민상을 그린 것보다 큰 설득력을 가짐과 함께, 보다 중요하게 는 이러한 연민이 인물과 상황의 설정이 결부에 이르러 얻어내는 정서적 회복과 공감대에서 예술적 승리를 거두고 있다. 이렇게 앞서 설정되어진 연민의 상황은 결부에 제시되는 희망의 모티프와 결합한다. 즉 순진한 세 계, 정화의 힘을 제공해 주는 세게, 희망의 세계를 상징하는 요소가 반영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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