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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사회 ∙심미적인 유형

가)상록수

심훈의 본명은 대섭으로서 1901년 10월 경기도 시흥군 북면 노량진리에 서 3남 1녀중 막내로 태어났다. 그의 가문을 보면 고조, 증조, 조부가 대대 로 벼슬을 하던 전통적인 양반의 가문이다. 그의 아버지 심상정은 보통학교 의 교장을 하다가 경기도 시흥군 신북면장을 역임하기도 하였으며 그 후 조상전래의 농토가 있는 시골로 내려가 여유있는 지주 생활을 하였다. 심훈 의 어머니는 중류 가정 출신으로 재주가 많은 여자였다고 한다. 또 그의 큰 형은 매일신보 기자생활을 하였으며 경성 방송국 과장을 역임하기도 하였 다. 심훈이 일찍 문학에 관심이 깊었던 것은 큰 형의 영향이 컸다고 한다.

그러나 심훈은 큰 형에 대해 좋은 감정만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큰 형은 당시 사이또 총독과도 가까운 친일분자이었으며45) 주 색을 탐하는 등 생활면에 있어서도 심훈의 눈에는 비판의 여지가 있었던 것이다

상록수는 심훈의 마지막 장편소설로 그의 대표작인 동시에 한국의 농민소 설 중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작품이다. 이것은 당시 브나로드운동을 주도하던 동아일보사가 창간 15주년을 기념하는 사업의 하나로 작품현상 모집에 당선된 소설이다. 당시 동아일보사가 소설 공모를 발표 할 때에 희 망조건으로 제시한 사항은 다음과 같다.즉 “첫째 조선의 농어 산촌을 배경 으로 하여 조선의 독자적 색채와 정조를 가미할 것, 둘째 인물 중에 한 사 람쯤은 조선의 천년으로서 명랑하고 전위적인 성격을 설정할 것, 셋째 신문 소설이니만치 사건을 흥미있게 전개시켜 도회적인 농어 산촌인을 물론하고 다 열독하도록 할 것”46)이다.

심 훈은 이미 ‘영원의 미소’에서 도시에서 방황하던 지식인이 마침내 그들이 당면한 현실적인 과제가 농촌의 부흥임을 깨닫고 이에 헌신하고자 귀농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었듯이 이 동아일보의 현상모집이 아니더라도 그의 작품의 전개 과정상 필연적으로 나올만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47)

다시 말해서 심훈의 작품에서 보이는 현실인식은 ‘동방의 애인’, ‘영원의 미소’, 불사조, ‘직녀성’을 통해 그 심도가 깊어지며 현실의 대응방식이나 극 복방식이 온건하며 실현 가능한 것으로 발전하여 왔는데 ‘상록수’에서 형상 화된 농촌운동은 이러한 작가의식의 변모를 보여주는 것이다. 즉 늘 고통 받는 민족과 사회적 현실을 염두에 두고 작품활동을 하던 심훈에게 당시 민족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농민의 문제는 절실한 것이었으며 그가 제시한 농촌의 계몽운동은 이를 해결하려는 구체적이고 온건한 대응방식의 하나라 할 수 있다.48)

45) 강동진, 일제의 한국침략정책사, 한길사, 1980

46) 동아일보, 1936. 3. 20

47) ‘「영원의 미소」를 끝낼 때에 그 후편을 쓰겠노라고 독자와 약속을 하 였는데 이번 소설에 사에서 주문한 모든 조건이 작가 생각하여 오던 바와 우연히 부합됨에 용기를 얻어 그 공약을 이행할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작자로부터, 동아일보, 1935. 8. 27.

48) 이주형, 92면 참조

그러므로 ‘상록수’는 농촌의 비참한 현시이라는 역사적 사회적 상황을 배 경으로 앞서 언급한 브나로드운동과 같은 농민을 계몽하고 농촌을 개발하 려는 당시의 시대사상을 적극 수용한 것으로 작가의 현실 극복의지가 명확 하게 드러나 있는 작품이다.

사회전반적으로 농촌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구체적인 계몽운동을 벌이 게 된 시기는 대략 1920년 대 초라 할 수 있다. 이때는 일제의 문화정책 의 실시로 여러 잡지나 신문들이 간행되던 시기였다. 이러한 언론매체들은 서구의 문물을 수용 소개하면서 동시에 나라의 자주 자강운동을 의식적으 로 주도하여 나갔는데 그 중에서도 당시 전국민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농민들의 무지와 전근대적 생활 상태를 계몽하려는 이 자강운동은 민족주 의 사상의 구체적 발로라 하겠다.

특히 ‘개벽’은 창간호부터 농촌계몽문제를 중요한 이슈로 들고 나왔다.

교육문제도 문제려니와 농촌문제야말로 더욱 시급히 해결치 아니하면 안 이 도겟슴니다. 우리의 농촌이야말로 한심한 상태에 빠졋슴니다. 조선유 래의 생명은 전혀 농촌에 계(係)하얏다하야도 과언이 안임니다. 조선은 순 전히 농민의 농업으로써 지대(支待 )하야왓슴니다.49)

농촌문제를 민족현실에 있어서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로 본 개벽 의 주장은 같은 천도교 계통의 잡지인 ‘농업조선’이나 ‘농민’에서 점점 그 구체적인 개혁안을 제시하는 등 깊이를 더해갔다.

또한 기독교 측에서도 농촌운동을 벌였는데 1925년부터 기독교 청년회원 및 기독교 여자 청년회원들이 농민계몽운동에 참가하였으며 이들은 특히 농촌의 위생 사업, 농민조합결성사업, 농민교육사업, 농촌 부업진흥 등에 힘 을 기울였다. 특히 이 개신교 측에서는 전국청년회 지부의 농촌지도자 훈 련 강습소까지 개설하여50)훈련된 지도자를 농촌에 파견하기도 하였다. ‘상 록수’에 나오는 백현경이나 채영신의 활동은 이러한 기독교측의 농민계몽운

49) 개벽, 1호, 27면

50) 오양호, ‘농촌소설론’, 형설출판사, 1984, 12-18면 참조. 정요섭, 이제치 하의 브나로드운동에 관한 연구, 숙대 논문집 14참조

동을 그 시대적 배경으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51)

심훈의 ‘상록수’는 ‘영원의 미소’에 이어 이와 같은 시대적 배경 속에 태 어난 작품으로 특히 당시의 브나로드운동과 많은 관련이 있다. 작품안 형 상화된 청년 지식인 의 귀농과 농민에 대한 봉사와 희생의 정신은 이 브나 로드운동의 정신과 일치한다. 그러나 이면적으로는 그 사상이나 이념면에 서 이러한 운동과 혹은 ‘흙’과 같은 작품과는 또 다른 면모를 내포하고 있 다. 주인공 동혁과 영신의 실제 농촌계몽활동에서 보이는 반봉건 반체제적 요소는 이들에 비해서 더욱 진보적인 성격을 띠고 있는 것이다.

‘상록수’에 등장하는 인텔리(여기서는 단지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을 지칭 하는 긍정적 인간과 부정적 인간 혹은 선인과 악인의 유형으로 확연하게 이분화되어 있다. 그것은 작가의 독자적인 판단 기준에 의한 것인데 인텔 리를 평가하는 것은 이론이냐 혹은 실천이냐, 도시적이고 외래적인 것을 따 르느냐 아니면 민족적이고 농촌 그대로의 것을 따르느냐라는 것에 근거한 다. 이러한 인물의 구분은 지나치게 도식적이기는 하지만 대조적인 인물 을 보임으로써 자신의 이상적 인물을 부각시키려는 수사방법으로 이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더욱이 그의 생각이나 체험을 토로한 글을 보면 그러 한 판단을 하게 되 까닭을 짐작할 수도 있다.

심훈은 그의 피경사 잡기라는 수필에서 그 자신이 철두철미 놀고 먹는 도 시인의 타입으로 부유층 인텔리임을 자조적으로 고백한 바 있다. ‘상록수’

의 주인공인 박동혁과 채영신도 역시 현실의 모순을 타개하고 개혁하려는 청년 지식인을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이 점에서 볼 때 심훈은 늘 지식인 의 사회구조적 위치를 의식한 그들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심훈이 작품 속에 형상화하려한 민족에 대한 봉사를 이상으로 삼고 현실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청년지 식인의 삶과 의식은 칼 만하임이 인텔리겐챠라고 지칭한 사회집단의 그것

51) 실제로 작중인물인 영신은 조선 기독교여자천년회로부터 농촌계몽사업 요원으로 파견되어 계몽운동을 헌신적으로 수행하다 숨진 최용신을 모델로 하였다는 설도 있다. 유달영, ‘최용신 양의 생애’, 아테네사, 1956

과 상통하는 면이 있다.52) 이들은 어느 사회에서나 그 사회에 대해서 세계 를 해석해 준다는 특수한 과제를 짊어지고 있으며 “한 민족내에서 지배계급 의 지식층이 민족의 점증하는 과제와 대결하고 그것을 해결해 나가지 못할 때에 발전해 나오는 것”53)이다.

심훈의 작품이 쓰여진 시기는 일제의 식민지 지배라는 특수한 역사적 상 황으로 지식인들은 민족의 해방과 근대사회의 건설이라는 시대적 과제 앞 에서 그 어느 때보다도 그들의 사회적 의무나 책임을 통감하여야 했다. 이 때에 벌여졌던 브나로드운동이나 귀농운동 같은 것은 바로 그 구체적인 발 현이다. 지식인들이 민족의 근본적이고 현실적인 문제인 농촌의 참상을 해 결해야겠다는 인식이 하나의 시대정신처럼 퍼지게 되었던 것이다. ‘상록수’

의 주인공들이 갖고 있는 농민에 대한 피해의식은 근본적으로는 그들의 우 월감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농민에 대한 죄책감에서 우러난 것이고 자신들 이 받은 교육의 혜택을 농민의 삶을 개혁하고 농민에게 봉사하기 위해 이 용하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농민의 현실을 그들 스스로의 힘으로 타개하는 것도 좋은 해결책이지만 이를 위한 제반 여건이 성숙되지 않은 경우에 좀 더 교육 받고 의식있는 인물이 앞서서 그 일을 주도해나가는 것도 가치있 는 일인 것이다. 민족적인 위기에 처해 있으면서도 현실과 타협하고 자신 만의 이익과 안일을 추구하는 인물이 행세하는 상황에서 선구자적 의식을

의 주인공들이 갖고 있는 농민에 대한 피해의식은 근본적으로는 그들의 우 월감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농민에 대한 죄책감에서 우러난 것이고 자신들 이 받은 교육의 혜택을 농민의 삶을 개혁하고 농민에게 봉사하기 위해 이 용하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농민의 현실을 그들 스스로의 힘으로 타개하는 것도 좋은 해결책이지만 이를 위한 제반 여건이 성숙되지 않은 경우에 좀 더 교육 받고 의식있는 인물이 앞서서 그 일을 주도해나가는 것도 가치있 는 일인 것이다. 민족적인 위기에 처해 있으면서도 현실과 타협하고 자신 만의 이익과 안일을 추구하는 인물이 행세하는 상황에서 선구자적 의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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