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아빠와의 자전거 여행

문서에서 할아버지의 바람 (페이지 90-93)

토요일 아침이면 나는 마음이 두근두근 설렙니다. 왜냐하면 아빠와 나의 하나뿐인 비밀 장소로 가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7살 때부터니까 벌써 4년째입니다. 아침의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아빠와 함께 자전거로 신나게 달리는 기분은 아주 좋습니다.

“민서야, 출발할까?”

“오늘은 제가 먼저 갈게요.”

청둥오리가 아침 강물에 몸을 씻고, 졸린 눈을 깜빡이며 노래를 부르는 개구리가 우리를 반겨줍니다. 동네 모퉁이를 돌아 유현사거리를 지나면 울퉁불퉁 흙길이 나옵니다. 해가 바뀌고 계절이 변해도 이 길은 그대로입니다. 여전히 맑게 갠 하늘과 속삭이듯 잘잘 흐르는 강물, 마음이 개운해지는 바람, 자신을 뽐내는 잠자리와 메뚜기 친구들이 함께 있어 비밀 장소로 가는 길은 항상 즐겁습니다.

노랗게 물든 가을 들판이 우리를 향해 손짓을 합니다. 들길에 서 있는 나무들도 가을 옷을 입기 시작했습니다. 잠자리도 신난 듯 내 모자에 살며시 다가와 앉습니다. 나는 잠자리가 날아갈까 봐 잠시 자전거를 멈춥니다. 앞서 가던 아빠가 뒤돌아봅니다.

“민서야, 어서 와.”

“아빠, 잠자리가 날아갈까 봐 못 가겠어요.”

시원한 성격만큼이나 손도 넉넉하십니다. 할머니 덕분에 이 길이 정겹게 느껴집니다.

사람들은 말합니다. 신도시 개발로 언젠가는 이 길이 없어질 거라고 말입니다.

그때가 되면 흙길 대신 아스팔트가 깔리겠죠. 저절로 콧노래가 나오게 하는 경운기 대신 덜컹거리며 먼지 날리는 덤프트럭이 지나갈 겁니다. 푸르른 나무 대신 전봇대가 나란히 세워질 것입니다. 아빠와 식물 이름 맞히기도 자전거 시합도 못 한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마음이 무겁습니다. 참지 못할 정도로 좋아했던 그 길에서 더 이상 꽃과 하얀 자갈들, 백로, 곤충 친구들을 못 본다면 내 마음이 쓸쓸할 것 같습니다.

뿐만 아니라 덕보네 할머니 집 순대도 먹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내 마음에 무거운 쇳덩어리 하나가 뚝 떨어지는 기분입니다.

내게 소원 하나가 생겼습니다. 아빠와의 소중하고 행복한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이 길이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개발도 좋지만 자연환경을 먼저 생각해야겠습니 다. 위대한 우리 땅을 잘 보존하고 지켜야 하겠습니다. 그래서 어른이 되어 나도 아빠처럼 내 아이와 함께 아름다운 우리나라를 자전거로 여행하고 싶습니다.

∙∙∙인천 창신초등학교 4학년 5반 김민서

문서에서 할아버지의 바람 (페이지 90-93)

관련 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