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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적으로 바라본 정념(正念)

문서에서 인식론적 인식론적 (페이지 74-81)

여기서는 Abraham H. Maslow와 Joan Rubin-Deutsch의 이론에 중점을 두고 살펴보겠다. 본 논문에서 그들의 이론 전체에 대한 타당성을 논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들의 이론 중에서 부분적으로나마 정념과 연관된 내용을 알아봄으로써 정념이 심리학적인 타당성을 가짐을 말하고 싶다.

3.7.1. Abraham H. Maslow(이하 매슬로)의 이론

인간의 내적 본성이 위계적인 욕구(need)와 동기(motivation)로 이루어져

있어서 그것이 우리의 인식이나 선택, 행동에 깊은 영향을 준다는 매슬로의 이론은127) 정념을 설명하기 위한 좋은 자료가 된다.

매슬로는 인간의 내적 본성은 어느 정도 ‘자연적이고’, 내재적이며, 주어 진 것으로, 제한적인 의미에서 볼 때 변화될 수 없고 변화하지도 않는 것으 로 본다. 그리고 이러한 내적 본성, 즉 기본적인 욕구(즉 생명 유지, 안전과 안심, 소속감과 애정, 존중과 자기 존중, 가치 실현을 위한 욕구), 기본적인 정서와 능력은 표면상 나쁘다기보다는 중립적이거나 선하다고 생각한다. 그 래서 인간에게서 드러나는 신경증이나, 파괴적 성향, 가학성, 잔인성, 악의 등을 생득적 이라기보다는 우리의 내재적 욕구, 정서, 그리고 능력의 좌절에 대한 반응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그러한 반응이 악한 행동으로 나타날 수 있지만 그것 자체로 나쁜 것은 아니라고 한다.128)

신경증은 내적 핵심 또는 본성의 일부가 아니고 내적 본성에 대한 방어 기제로 내적 본성에서의 도피 혹은 (공포의 비호아래 이루어지는) 내적 본 성의 왜곡된 표현이라는 것이다. 위장되거나 혹은 자기 기만적 방식으로 기 본 욕구를 충족시키려는 노력과 그러한 욕구 충족 및 동기화된 행동에 대한 공포사이의 절충으로 나타난 것을 신경증으로 본다. 그리고 사악한 행동은 주로 부당한 대우에 대한 반응이거나 무지나 유치한 오해와 신념에서 비롯 된 것으로 그것은 ‘건강한’ 자기 방어와 정당한 분노, 올바른 이해로 변화될 수 있는 것이다.129)

이러한 내적 본성은 습관이나 문화적 압력 등에 압도당하기도 하지만 깊 은 무의식이나 (내적 본성의 일부인) 지성의 목소리처럼 미약하더라도 지속 적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며 겉으로 나오고자 한다.130) 그 목소리가 미약

127) Abraham H. Maslow(이하 Maslow), 존재의 심리학, 정태연․노현정 옮김, 문예출판사, 2005, pp.161-162 참조.

128) 위의 책, pp.80-82참조.

129) 위의 책, pp.369-370, p.386 참조.

130) 위의 책, pp.80-82, p.365 참조.

하다고 하나 2장의 불성에서 보았듯이 사실 우리가 그 소리를 인식하는 측 면에서 미약할 뿐 내적 본성의 목소리는 실로 엄청난 힘으로 자신을 알리고 있다고 하겠다. 이 부분은 매슬로의 이론을 설명하면서 더 밝혀질 것이다.

이 내적 본성은 이전부터 ‘그곳에’ 존재해 있는 것으로 우리가 (객관적 또 는 주관적으로) 그것을 발견하고, 드러내어 수용하는 것이다. 매슬로는 인간 본성의 진실을 드러내는 모든 기법이 이러한 결론을 지지한다고 말하면서 악의, 두려움, 탐욕보다 애정, 용기, 창조성, 이타심 등이 인간 본성에서 더 심층적이고, 더 천부적이며, 더 본질적이라고 결론내리고 있다.131)

매슬로가 제시하는 인간의 내적 본성의 부분인 기본적인 욕구들, 생명을 안전하게 유지하고 소속감과 애정을 느끼며 타인과 자신을 존중하고 자기에 게 내재된 가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욕구가 근본적으로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으신 후에 드러내신 사람과 세상에 대한 자비와 완전히 동일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거의 비슷하다. 부처님이 제자들을 파견하시면서 전도여행을 하 신 것은 결국 사람들에게 우리가 알지 못하는 생명과 사랑의 가치, 이 세상 의 참 모습이 있음을 알리기 위한 것이었다. 적어도 우리는 매슬로의 이론 에서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것 이상으로 우리 안에 생명을 보호하고 사랑을 실현하려는 경향을 가진 내적 본성이 존재하며 그것이 자신을 실현하기 위 해서 끊임없이 활동하고 있기에 표면적인 반응이나 행동과 심층적인 욕구와 동기를 구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매슬로는 또한 무지가 무엇인가에 대한 해석의 단서도 제시하는 것 같다.

매슬로에 따르면 기본적인 욕구가 잘 충족된 사람은 존재하는 것을 훨씬 명 료하고 통찰력 있게 지각하고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 왜냐하면 그는 세상 이나 사람을 자신의 욕구를 채우기 위한 도구로 볼 필요가 없기 때문이 다.132) 기본적인 욕구 중에서 생명에 대한 안전, 소속감과 애정, 존중에 대

131) Maslow, 존재의 심리학, pp.366-368 참조.

한 욕구는 인간의 발달 과정에서 볼 때 유아기나 아동기와 같은 초기에는 주로 외부 환경에 의해서 충족된다. 그래서 상당히 외부 환경에 의존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133) 그래서 이러한 욕구가 잘 충족된 사람은 외부 환경 에 덜 영향을 받는다. 그들은 타인의 승인이나 애정과 같은 외부 환경에 순 응하기 위해서 자신을 맞출 필요가 없다. 따라서 외부 환경을 자신의 욕구 의 이해와 관계없이 있는 그대로의 본질로 바라볼 수 있다. 그들은 이분된 것, 양 극단적인 것, 모순된 것, 양립할 수 없는 것들도 동시에 지각할 수 있다. 우주에 존재하는 것들을 존재하는 그대로 심지어는 우주와 동일하다 는 총체적인 관점으로 바라보기도 한다.134)

그러나 이러한 욕구가 잘 충족되지 않은 사람은 외부 환경으로부터 독립 적이거나 자율적이지 못하다. 그들은 자신의 욕구의 이해관계로 세상을 바 라본다. 그래서 한 사람을 바라볼 때도 있는 그대로의 그 사람이 아니라 나 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느냐가 인식의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한다. 세상을 바 라보는 관점도 이와 같다. 따라서 그는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바라보는 것 이 아니라 자신의 욕구 충족을 기준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이러한 인식의 차이는 무지 때문에 조건화된 인식과 무지가 소멸된 상태의 인식과 무척 닮 았다. 무지 때문에 우리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실재하지 않는 것을 실재하는 것으로 생각하여 왜곡된 인식 속에서 고통을 겪는다. 반면에 무지가 소멸되었을 때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보고 참된 자유와 행복을 누린 다.

매슬로의 이론에서 무지에 해당하는 부분은 자기의 기본적인 생명의 안전 과 소속감, 사랑과 존중이 채워지지 않았다는 인식이다. 그러한 인식 때문에 세상을 바로 보지 못하고 자신의 욕구를 채우기 위해 살아간다. ‘존재의 심

132) Maslow, 존재의 심리학, p.137 참조.

133) 위의 책, p.127, pp.154-157 참조.

134) 위의 책, pp.127-128, pp.135-137, pp.188-189 참조.

리학’에 대한 개괄적 설명을 하는 Richard Lowry는 우리 대부분이 가장 기 본적이고 우세한 한 두개의 결핍된 욕구에 대한 동기에 얽매여 우리 삶의 대부분을 보낸다고 한다.135)

물론 그렇게 충족되지 않은 욕구나 동기에서 벗어나 상위의 욕구나 동기 를 향해가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매슬로도 상위의 동기가 일어나기 위 해서는 반드시 하위의 욕구가 충족되어야만 함을 분명히 말한다.136) 그렇다 면 유아기나 아동기에 그러한 욕구가 채워지지 않은 사람은 평생 성장하지 못하는 것일까? 매슬로는 그렇지 않다고 대답한다.

첫째는 아동과 성인의 차이이다. 성인은 아동만큼 약하거나 타인의 도움 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비록 성인이, 어린 시절에 기본적 욕구를 충족하는 데 중요한 타인을 상실한 경험 때문에 현재와 미래에도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공포와 두려움을 가질 수 있으나 이는 사실적이거나 정당하지 않 다고 본다.137) 즉 자신이 아동이 아니라 성인임을 자각할 때 충분히 그 욕 구의 결핍과 공포나 두려움을 조절할 수 있다는 말이다.

둘째는 절정의 경험이다. 매슬로는 기본적인 욕구가 충족된 사람들이 자 주 최상의 행복감과 완성감을 느끼는 순간을 체험하고 앞서 말한 것처럼 그 러한 순간에 대상을 더욱 있는 그대로 보고 그 대상이나 우주와 하나가 되 는 인식을 한다고 한다. 그런데 그는 기본적인 욕구가 충족된 사람들 외에 보통 사람들도 기본적인 욕구가 충족된 사람들만큼 자주 또는 깊이 체험을 하지는 않더라도 가끔씩 그러한 절정의 경험을 한다고 말한다.138) 2장에서 도 잠시 절정의 경험과 비슷한 일치의 경험에 대해 언급했는데 이러한 체험 의 순간에 우리는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던 인식이나 세상과는 다른 것이

135) Maslow, 존재의 심리학, p.16 참조.

136) 위의 책, pp.117-118 참조.

137) 위의 책, pp.163-164 참조.

138) 위의 책, pp.187-192 참조.

있음을 알게 되고 그래서 결핍된 욕구에 따라 행동하려는 것이 변화되고 성 장된다고 말하는 것 같다.

정념에서 찾아보자면 호흡이나 관찰에 아주 집중되는 순간에 체험하는 순 수한 의식의 상태라고 할 수 있다. 그 순수한 의식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는 정념의 끝부분에서야 알아진다. 그것은 우리와 세계의 참 모습으로 불성 의 관점에서 보면 다른 이들의 도움이나 관심, 사랑에 상관없이 이미 우리 안에 그 모든 것을 통합하는 진리가 있다는 것이고 우리가 그 진리와 하나 라는 것이다. 비록 우리가 그 의미를 완전히 알아차리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매슬로의 기본적인 욕구를 완전히 충족시켜주는 그러한 순수한 의식을 우리 가 체험하기에 우리는 욕구의 결핍에서 성장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 다.

지금까지 매슬로의 이론 중에서 정념 수행과 유사한 부분들을 살펴보았 다. 정념의 관점에서 보면 파괴적 성향이나 가학성, 잔인성 등은 인식되지만 그것은 나의 욕구가 좌절되었다고 생각하는 무지에 의해 일어나는 것으로 실재하는 것이 아니며 실재하는 것은 내적 본성으로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욕구와 정서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마음이다. 따라서 정념 수행을 통해 파괴 적 성향 등을 관찰해보면 실체가 없는 그 감정들은 사라지고 자신이 원래 원하던, 적어도 중립적이고 선한 본성적 욕구를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즉 우리 마음의 있는 그대로의 실재 모습을 보는 것으로 곧 정견을 하게 됨을 뜻한다.

3.7.2. Joan Rubin-Deutsch의 이론

Joan의 이론 역시 매슬로나 정념의 내용과 비슷한 부분이 있다. 그녀는 우리의 마음 안에 다양한 목소리들이 있다고 한다. 그 목소리는 대부분 자

신의 목소리가 아니라 아주 어린시절부터 아버지나 어머니의 목소리와 같이 외부에서 들려온 것인데 이미 자신의 목소리처럼 되어 버렸기 때문에 구별 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그러나 분명 그 안에 진실하고 자신에 대한 존중 과 사랑을 담고 있는 자신의 목소리가 있기에 그 목소리를 찾고 따라야 한 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쉽지 않겠지만 계속 연습함으로써 더욱 진실한 목소 리를 찾을 수 있고 그 소리가 진정한 자유와 행복으로 우리를 이끌어 준다 는 것이다.139)

3.7.3. 정념과 심리학적인 해석의 연관성 요약

지금까지 정념을 사념처 수행, 위빠사나 수행, 그리고 심리학적인 해석을 통해 살펴보았다. 그 동안의 논의를 간명하게 정리해주는 대화가 “마음이란 무엇인가”에 나오기에 옮겨 본다.

달라이 라마 - 저는 그런 심리적 장애를 낳는 애초의 원인을 찾고자 애쓰고 있 습니다. 원인을 찾아 들어가면, 자신의 행복을 바라는 자아에 대한 감각에 주목 하게 되고, 그 다음엔 낮은 자존감과 자기 모멸감이 보입니다. 하지만 더 깊은 층위에는 자신을 향한 자비심이 존재하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낮은 자존감은 표면적인 층위에서 왜곡된 것일 뿐 근저에는 올바른 자기애에 대한 감각이 있 다고 할 수 있습니다.

존 카밧진 - 맞는 말씀입니다만, 그처럼 깊은 층위에 존재하는 자기애와 접촉 길을 잃어버리면 고립감과 외로움을 느끼게 되죠[...]모든 인간의 마음 밑 바탕에는 깊은 사랑이 간직돼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몸에 주의를 기울이기 시작하면, 싫은 감정은 표면적인 것일 뿐 실상

139) Joan Rubin-Deutsch, 착한 아이 콤플렉스, 김선아 옮김, 샨티, 2005, pp.158-171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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