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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점: 농업구조 관련 정책군 관점 재설정 필요

그동안 규모화 또는 집약 규모화·집약화를 중심으로 농업구조 변화를 추진하면서 생산성 향상 등 성과를 거두기도 했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는 여전히 많이 남아 있다

<표 4-1>. 바꾸어 말하면 농업구조를 전환하려면 농업구조 관련 정책군의 밑바탕에 깔린 관점과 철학 또는 패러다임을 변화시켜야 한다. 공공 부문 주도로 농업 투입재 생산 및 공급이 늘어났고(유찬희 외 2019: 34-37), ICT 정책 사례에서 본 것처럼 일부

45) 소유 관계는 참여 농가가 소유하고 있는 농지·농기계 등 생산 수단과 노동력을 함께 투입하여 얻은 성 과를 어떻게 분배할지를 규정한다. 직능 관계는 지연성 조직이 확보한 생산 요소 중 노동력을 어떻게 분배해야 효율적인지를 다룬다. 인격 관계는 지연성 조직에 참여한 구성원 간에 자연히 발생하는 소 통 등 인간적 결합 관계를 뜻한다(박문호·김정승 2011: 6-7).

농업 경영체만 새로운 기술을 도입할 수 있지만 그 효과가 오래 지속되지 못하는 문 제 등은 이러한 근대화 패러다임에서 비롯되었고, 그 결과가 농업·농촌 경제가 받고 있는 압박(squeeze on agriculture and rural economy)으로 압축되어 나타났기 때문이 다(Van der Ploeg and Roep 2003).

이 연구에서 제안한 농업구조 전환 방향은 이러한 농산업 중심 패러다임에서 변화를 본다(Marsden and Sonnino 2008).

<표 4-24> 농업 정책 패러다임의 특징

(계속)

자료: Coleman, Grand and Josling(2004: 100-109); 김병률 외(2017b: 34)에서 재인용.

이 연구에서 분류한 전략 중 보다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조직화와 인적 자원 확보

<참고 2> 농업구조 정책 관점의 변화: 유럽 사례

46)

규모화나 집약화 방식을 중심으로 농업구조를 재편하려는 시도는 유럽에서 먼저 이 루어졌다. 1969년 도입된 맨스홀트 계획(Mansholt Plan)이 대표적인 사례였다. 이 계 획의 핵심은 농가 호당 규모를 늘리고 생산성을 높여서 농가당 총생산가치를 늘리는 것 이 ‘최적’이라고 보고, 농업 경영체가 이러한 방향을 지향(convergence)하도록 표준 현대화 모델(reference model)을 만드는 것이었다. 즉, 이미 규모화나 집약화를 상당 히 이룬 농가( stay/vanguard)에 정책 지원을 집중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았다. 그러 나 몇 년 후 네덜란드와 프랑스에서 다수 농가가 이러한 현대화 단계로 ‘도약(jump)’할 수 없거나 도약하기를 꺼려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들 농가 대부분은 ‘전통적’,

‘전문성이 떨어지는’, ‘잠재적으로 탈농할’ 농가로 여겨졌다. 규모화 또는 집약화 된 농 가를 중심으로 농업구조를 재편하려던 시도가 무산되면서 그 원인을 찾고자 했다.

이러한 현상을 설명하려는 시도는 1) 영농 양식(farming styles, 네덜란드)과 2) 농 가 행위 양식(households activity systems) 유형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영농 방식은 구조적으로 비슷한 특징을 지닌 농가 집단 내에서도 영농 양식이 다양 하다는 점을 보여줬다. 따라서 모든 농가가 ‘단일한 최선의 방법’으로 농산물을 생산할 것이라는 현대화 모델의 전제를 비판한다. 농가 행위 양식은 농가의 구조적 다양성은 계속 이어지고, 시간이 지나면서 구조를 바꾸어 간다고 본다. 이를 근거로 현대화 기준 을 맞추지 못한 농가가 소멸될 것이라는 주장을 비판한다.

영농 방식이나 농가 행위 양식 관점을 받아들이면, 한국 농업 경영체, 특히 이른바 영 세 소농이나 겸업농이 왜 ‘이탈’하지 않는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더불어 이러한 동태적 변화를 토대로 ‘생태계’를 이룰 가능성도 타진할 수 있다.

6.1. 농업 인적 자원 문제에 대한 근본적 검토 필요

농업 인적 자원은 향후 농업구조 방향 변화에 가장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대응 과 제를 수립할 때도 가장 중요한 변수이다(제2장). 이는 농업 인적 자원 감소가 농업 부 문 장기 생산력을 좌우할 뿐만 아니라, 다른 전략을 수행할 여력마저도 결정할 수 있 기 때문이다. 사람이 충분히 없다면, 고용 노동력 확보·겸업화·조직화 전략을 채택·

46) Van der Ploeg et al.(2009)을 참고하여 작성하였다.

실천하기 어려운 것은 물론, 규모화와 자본집약화로 인력 부족을 완전히 대체할 수

하여 각각을 농업의 주요 주체로 인식하고 있다. 또한, ‘농가 인구’라는 불명확한 대 상이 아니라, 농업 경영체의 종사 인력을 파악하고, 주생산자(미국)·기간적종사자 (일본)·주요의사결정자(manager, EU) 등으로 구분하여 농업 경영체 내의 주업 농 업 종사자를 엄밀하게 구분하여 자료를 산출하고 있다.

건실한 농업구조를 형성하려면 전근대적인 농업 경영·가계 일체의 농가라는 막 연한 개념이 아니라 농업 생산·농산업 활동의 주체로서 농업 경영체의 관점을 명확 하게 확보할 필요가 있다. 지속가능한 농업으로 패러다임 전환을 꾀하더라도 생산 기간(基幹) 역할을 할 농업 경영체는 여전히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 속에서 경영주, 종사자 등 실질적인 농업 인력의 역량 향상과 권익 확충, 그리고 농업 경영체로서 영속성(세대 계승)과 혁신된 성과 창출의 기회를 마련하여 갈 수 있을 것이다.

6.2. 소규모 농업 경영체의 역할 재조명

이른바 소규모 농가(small-scale farms)48)나 겸업농은 그동안 구조조정 정책에서

‘배제해야 할’ 대상으로 여겨졌다.49) 전자는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는 점이 주 된 근거였고, 후자는 농가가 겸업 활동에 종사하는 것을 탈농의 징후(김정호 2012)로 여기는 관점이 강하게 작동했다. 이러한 관점은 비단 한국만이 아니라 구조 변화를 먼 저 겪은 나라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났었다. 그럼에도 대다수 소규모 농가는 사라지지

48) 소규모 농가라고 해서 반드시 가족농은 아니다. 실제로 다수 농가가 ‘점차 규모를 키우거나 자본집약 적 경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압박을 지속적으로 받고 있지만, 특히 가족 소유 등의 사회적 특성 측면 에서는 다른 경제 부문과 구분된다. 즉, 농가는 농지 등 자산 측면에서는 경제 전반과 밀접하게 관계를 맺고 있지만, 실제 작동 원리 면에서는 여전히 기존의 전통적인 가족농 특성을 지니고 있다(Pritchard et al. 2007). 이렇듯 농가가 가족 기반 구조와 자본주의 기업의 성격을 동시에 지니기 때문에 (duality) 긴장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 긴장 관계를 풀려면 다양한 조직 형태를 궁구해야 한다.

49) 예를 들어 김정호(2012: 179)는 농가 구성원의 노동력 분화는 가구원 겸업 → 경영주 겸업 → 탈농 으로 이어진다고 보았다. 서종혁 외(1991: 190-191)는 경영 규모 확대가 어려운 소농을 대상으로 농외 취업이나 겸업을 통한 소득 유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이러한 정책의 목적이 겸업 농가 등의 재촌탈농을 유도하여 이들의 농지를 전업농에 집중시키는 데 있다고 보았다.

않았고, 다중경제활동 등으로 역할을 넓히거나 투입재를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하면서 살아남았다(Fuller 1990, ECVC 2015). 이러한 특성을 유지할 수 있다면 해당 유형 농 업 경영체는 향후 농업구조 변화 속에서 보다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소규모 농가는 다품종 소량 생산 체계에 보다 적합하다. 이는 단작 중심으로 규모화를 꾀하던 규모화 정책 기조에도 불구하고 오랜 기간 이어져온 특성이기도 하 다. 또한 농산물 소비 양태가 변하는 시점에서 로컬푸드나 농산물 꾸러미 등 다양한 농산물을 공급하는 데 보다 적합한 주체이기도 하다.

둘째, 소규모 농업 경영체는 농업·농촌에 대한 사회적 수요를 충족하는 역할을 수 행하는 중추가 될 수 있다. 2020년 5월 1일부터 공익직불제가 새로이 시행되었다. 그 럼에도 “국민이 요구하는 농업·농촌의 공익 증진과 보다 직접적으로 연계된 선택직 불 관련 내용은 부족”하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김태훈 외 2020: 39). 바꾸어 말하면 향후 선택직불제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고령농, 1종 겸업농, 신규 진입농 등의 역할이 확대될 수 있다.

즉, “경지 면적이 작거나 고령이어서 다원적 기능 활동 수행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정책 대상이 수행할 수 있는 세부 활동을 마련하여 대상 범위를” 넓히면 “활동 을 수행할 잠재력이 여전히 있고, 활동에 대한 반대급부를 지급했을 때 경제적 지속 가능성을 높일 가능성이 크다.”(유찬희·조원주·김선웅 2018: 150) 즉, 공익직불제 등 을 중심으로 소규모 농업 경영체가 수행할 수 있는 잠재적 역할을 구체화시켜 사회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 공동 활동을 실천하면서 받는 반대급부인 직불금 등 소득 지원은 참여자의 소득 문제를 완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6.3. 소득 문제 완화와 재생산 가능성 증대

농업구조 개선은 농업 생산성이 낮아서 필요하다기보다는 소득원 부족이라는 농 업 외적인 문제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김정호 2004) 소득 측면을 함께 고려하여 야 한다. 소규모 농업 경영체는 농산물 가격 변동의 충격을 상대적으로 덜 받고, 다

품목 소량 생산 체계에 보다 적합하기 때문에(Rosset 1999) 최근 여건 변화 속에서 새로운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다. 소규모 농가의 농업소득 규모는 매우 작다<그림 5-2>. 이들 농가에 더욱 절실한 문제는 소득이 적다는 점 자체이다.

결국 농업구조 전환의 관건 중 하나인 소득 문제는 “한국 농가의 다수를 차지하 는 ‘영세 고령농’은 만성적인 소득 문제의 심연(深淵)에 오랫동안 빠져 있었고, 시장 이나 농업 정책도 적절한 대안이 되지 못하였다.”고 요약할 수 있다.

<그림 4-12> 경지 규모별 실질 농가 소득 추이 및 원천별 구성(2003~2019년)

단위: 만 원, %

<경지 규모 0.5ha 미만> <경지 규모 1.5~2.0ha 미만>

<경지 규모 5.0~7.0ha 미만>

자료: 통계청(각 연도). 『농가경제조사』 원자료; 유찬희·김태영(2020: 127)에서 재인용.

농업 경영체가 경영을 지속할 수 있으려면 농업 부문 인적 자원이 ‘충분히’ 있어 야 하고, 이들이 농사를 지으면서 생계를 계속 꾸릴 수 있어야 한다. 즉, 소득 문제

를 완화하여 농가가 농사를 계속 짓고, 장기적으로도 영농 활동을 수행할 인적 자 원을 확보할 수 있는 밑바탕을 마련하여야 한다. “농업인이 다음 해 농사를 준비할 수 있는 소득조차 얻지 못한다면, 영농 활동과 공익적 기능 증진 활동을 실천할 수 있는 최소한의 풀(pool)마저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다.”(유찬희·김태영 2020: 89)

요컨대 과거에는 ‘농업구조를 개선하면 소득 문제는 자연히 풀릴 것’이라고 전 제하였으나, 오히려 ‘소득 문제를 풀어야 농업구조를 바꿀 수 있다.’

6.4. 지역 단위 시스템 강화

최근 화두인 (농촌) 일자리 창출에서도 농업 부문, 특히 소규모 농업 경영체가 역 할을 할 수 있다. 제2장에서 논의했듯이 소규모 농가는 ‘사회적 충격을 흡수하는 역 할’을 수행할 뿐만 아니라, 이들이 영농 활동에 계속 종사하는 자체가 사회적 비용 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김경덕·홍준표·임지은(2012)은 귀농·귀촌이 인구 유출지 (도시)의 외부 불경제를 감소시킨다고 주장하면서, 지역 혼잡 감소, 공해 감축, 범죄 감소, 거주 비용 경감 등을 들었다. 거꾸로 말해, 현재 소규모 농가가 영농 활동을 중 단한다면 지역 사회에서 부담해야 할 외부 불경제가 늘어나거나, 극단적으로 중국 농민공(農民工) 사례처럼 도시 지역의 사회 비용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

“농촌에 일자리가 없다는 표현은 크게 잘못된 것이다. 농업노동력 문제 가 심각하다는 것은 그만큼 일자리가 많다는 것이다. 사실 농촌에 ‘일할 기 회’는 무궁무진하다. 지역 문제가 산적해 있는 만큼 ‘일의 필요, 수요’도 넘 쳐나는 셈이다. 또 행정 예산이 늘어날수록 집행되는 경로마다 ‘일할 사람’

도 더 필요하다. 결국 농촌에 ‘일자리’가 없는 것이 아니라 ‘일할 사람’이 없는 셈이고, 어디선가 불일치(미스매칭)가 계속 일어나는 셈이다. (중략)

농업과 농촌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그 실정에 맞는 일자리 정책이 나와야 한다. 현재의 정책은 일회성(단년도) 공공일자리가 대부분이고 농

업의 계절적 특성이 잘 반영되어 있지 않다. 무엇보다 농촌에 가장 좋은 일

업의 계절적 특성이 잘 반영되어 있지 않다. 무엇보다 농촌에 가장 좋은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