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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결: 바람직한 농업구조 상(像)

약 30년 동안 농정은 경쟁력 제고를 지향점으로 삼아 농업구조 변화를 꾀하였다.

“이러한 과정은 구조조정을 진행하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면서 생산성을 높여 가 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결과적으로 농가소득 증대도 꾀할 수 있다는 판단하에 이루 어졌다.” (유찬희·조원주·김선웅 2018: 13). 바꾸어 말하면, 외부 여건 중 농산물 시 장 개방에 대응하는 데 우선순위를 두었고, 이 외부 충격을 줄이면 내부 요인 중 농 가 경제 문제를 완화하고, 나아가 농업 인력 세대교체와 진입 촉진까지 꾀할 수 있 다고 바라본 것이다.

<그림 2-14> 기존 농업구조 정책의 한계와 지속가능성 약화

자료: 유찬희·조원주·김선웅(2018: 25).

그럼에도 생산성 향상(저비용 대량 생산 체계)과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추어 정 책을 추진하였지만 한국 농업 부문의 경제·사회·환경 지속가능성은 오히려 악화되 었다(<그림 2-14>, 유찬희·조원주·김선웅 2018: 18-25). 동시에 외부 요인 중 농산물 소비 패턴과 농업 부문에 대한 사회 수요 변화에 적시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내부 요인 면에서도 일부 농업 경영체를 대상으로 ‘선택과 집중’을 하여 규모화를 꾀하는 정책을 장기간 추진해 온 결과 인적 자원 감소와 고령화를 가속화시켰고, 평균 농가 소득은 늘었지만 다수 농업 경영체의 살림살이가 어려운 상황이 이어졌다. 동시에 일부 농업 경영체가 선택할 수 있는 전략을 규모화 또는 집약화로 한정시켰고, 다수 농업 경영체, 특히 이른바 고령 영세농의 선택지를 크게 제한하였다.

<표 2-12> 바람직한 농업구조 상(像)의 요소

구분 기존 구조 농정 바람직한 농정 방향

영향 요인

농산물 시장 개방 생산성 향상, 가격 경쟁력 강화 가격 및 품질 경쟁력 강화 농산물 소비 패턴 변화 작목 전환, 소비 촉진 등 작목 전환, 소비 촉진 등

다품종 소량 생산 체제 확대 농업 부문에 대한

사회 수요 다변화

‘농업=먹거리 생산 산업’

관점 강조

‘다기능 농업

(multifunctional agriculture)14) 관점 강화

(계속)

국가 전체 수준에서 바람직한 농업구조는 외부 여건 변화의 충격을 최소화하면 서 농업 부문에 대한 사회 수요 변화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안전한 먹거리 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농업의 본원적 역할을 유지하는 차원에서 규모화나 집약 화가 여전히 필요하지만, 소비 패턴 변화에 맞추어 보다 다양한 농산물을 공급할 수 있는 생산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또한 기존 경쟁력 강화 기조에서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다기능 농업을 확대하여 농업·농촌의 공익 기능 증진 이라는 수요에 부응해야 한다는 뜻이다.

지역 수준에서 바람직한 농업구조는 지역 경제와 사회 그리고 인구를 유지하는 데 이바지할 수 있어야 한다. 여전히 적지 않은 지역에서 농업이 경제적으로 중요하 고(그림 2-4), 여전히 농업 부문 고용 감소가 농촌 일자리와 인구 감소 및 상권 축소 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그림 2-12>.

농업 경영체의 경영 형태 수준에서 바람직한 농업구조는 주요 생산 요소의 부족 또는 불균형에서 비롯되는 문제를 완화할 수 있고, 다양한 전략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농업 경영체가 “전체 사회 체계의 구조적 변화 압력에 따라 다양한 대응 전략 을 선택하는 존재”(조승연 2000: 29)라는 점을 고려하여 농업구조 전환을 꾀해야 한 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에 그치지 않고 개별 농업 경영체가 스스로 원하는 경영 형 태로 전환할 수 있도록 저해 요인을 제거해 주어야 한다.

이 연구에서 정의한 농업구조(경영 형태)15)를 기준으로 하면 상대적으로 가장 부 족한 생산요소 문제를 완화하여 결합 관계를 보다 다양하게 가져갈 수 있도록 한다 는 뜻이다. 농업 인구 감소나 설문조사 분석 결과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농업 인적 자원 문제를 완화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일 것이다.

농업 경영체가 어떤 전략을 택할지 의사결정을 내리는 궁극적인 이유는 가장 생

15) ‘농업 경영체가 주요 생산요소인 노동력, 농지, 자본재를 결합시키는 방식 또는 관계’로 정의하였다.

여기서 자본재는 기술(technologies)까지 포함한다. 일반적으로 기술 도입은 자본 투자와 병행하여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농업 경영체가 농외소득 창출 활동 등에 시간을 얼마나 할당하는지와 기술 도입 여부가 관계를 지니기 때문에(Fernandez-Cornejo et al. 2007), 자본에 기술을 포함시키면 집약화와 겸업화 등 여러 경로 간 관계를 비교할 때 유용하다.

산성(소득, 이윤, 총수입 등)이 높은 방식으로 가계를 꾸리고 다음 해 농사를 준비하 거나 투자를 하려는 것이기에(유찬희 외 2019: 24-25), 농업 경영체 입장에서 바람 직한 농업구조는 소득 문제와도 직결된다. 요컨대 과거에는 ‘농업구조를 개선하면 소득 문제는 자연히 풀릴 것’이라고 암묵적으로 전제하였으나, 오히려 ‘소득 문제 를 풀어야 농업구조를 바꿀 수 있다.’

바람직한 농업구조 상을 위와 같이 설정하면 ‘어떤 경영 형태의 농업 경영체가 각 각의 역할을 수행하게 될까?’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특정한 경영 형태를 따르는 농업 경영체가 한 가지 기능만을 수행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 이다. 가령 규모화된 농업 경영체도 겸업 활동을 하거나 다른 농업 경영체와 협업을 할 수 있고, 현재는 겸업농이나 소규모 농업 경영체로 분류되더라도 향후 영농 규모 나 자본 투자를 늘릴 수 있다. 이 점을 고려하더라도, 규모화와 자본집약화 전략을 선택한 농업 경영체는, 과거부터 오늘날까지 그래왔던 바와 같이 먹거리 생산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반면 겸업화 전략을 택한 농업 경영체나 소규모 농업 경영체는 지역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노동력을 제공하는 등 지역 경제를 유지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실제로 농가 소득원 중 농외소득을 자세히 살펴보면, 농가 구성원이 농사 이외 임금 노동도 하고 제조업·건설업·음식·숙박업, 도소매업 등 다 양한 업종에 참여하고 있다(유찬희·김태후 2020, <표 7, 표 8>). 바꾸어 말하면, 바 람직한 농업구조 상에 가까워지려면 필요한 각 역할을 할 수 있는 농업 경영체 수가 확보되어야 하고, 이들이 원하는 경영 형태와 활동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지금까지의 경영 형태 및 농업구조 변화 추세가 이어진다면 농업구조 는 어떠한 방향으로 변화할까? 전망되는 농업 경영체의 형태가 과연 ‘바람직한 농 업구조 변화 방향’과 비슷할 만큼 유지되거나 변화할까? 제3장에서는 농업구조 변 화 대응 전략 유형별 농업 경영체 비중이, 현재까지 추세대로 변화한다면, 어떻게 달라질지를 전망한다.

제3장

농업 경영체 대응 실태와 전망

K O R E A R U R A L E C O N O M I C I N S T I T U T E

제3장

농업 경영체 대응 실태와 전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