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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에서는 ‘인적 자원 감소와 고령화’를 위시한 영향 요인에 대응하면서 바 람직한 농업구조 변화를 이루려면 ‘조직화’와 ‘농업 인력 확보’가 필요하다는 점 을 확인하였다. 그렇다면 실제 추세를 바탕으로 전망한 결과에 비추어 보면, 각 전 략을 수행하기 적합한 농업 경영체는 어느 유형이며 실제로 이렇게 할 수 있을까?

분석 결과 규모농과 자본집약농 비중은 큰 변화 없이 유지되는 가운데, 겸업농 비중이 줄어들고 취약농가 비중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었다.

규모농과 자본집약농이 택한 그리고 앞으로 취할 전략은 상대적으로 명료하다.

규모농은 계속 영농 규모 확대를 꾀하고자 할 것이고, 자본집약농 역시 다양한 기 술을 도입하거나 농업 부문 투자를 늘리고자 할 것이다. 이 유형 농업 경영체는 농 업구조 변화 방향 중 전통적인 ‘농업 경쟁력 강화’ 방향에 가장 부합하는 유형이기 도 하다. 이들 농가 역시 인적 자원 감소와 고령화 문제를 겪을 수밖에 없고, 자본 제약을 상대적으로 많이 겪기 쉽고, 자본재 투입을 늘리더라도 인력 부족 문제를 완전히 해소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더욱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유형 은 취약농가와 겸업농이다.

취약농가는 다른 유형 농가에 비해 “경영주가 고령화되고 가구원 수는 적으며, 영농 규모가 작으며, 자산 규모가 작았다<표 3-3>.” 바꾸어 말하면, 취약농가는 어 느 유형보다도 ‘인적 자원 감소와 고령화’와 ‘자본 제약’이라는 영향 요인에 노출 되어 있다. 또한 영농 및 자산 규모가 모두 가장 작기 때문에, 규모화나 자본집약화 를 꾀하기도 어렵다. 구조 변화 대응 전략 중 선택지가 많이 줄어드는 셈이다. 이러 한 특성으로 말미암아 정책이 바뀌어도 이를 인지하거나 인지하더라도 정책 대상

이 되기 어렵고, 시장 여건이 바뀌어도 영농 규모를 증감하거나 작목 전환도 쉽지 않다.

겸업농 비중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 중 하나는 겸업농에 특히 중요한 소 득원 창출 기회인 일자리 확보가 어려웠고 앞으로도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농 가 구성원이 충분한 일자리를 얻지 못하는 사례가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 질문에 답하려면 먼저 농촌 지역 노동시장의 특성을 살펴보고, 농가 구성원이 이러한 취업 기회를 충분히 얻지 못하는 이유를 가늠할 필요가 있다. 농촌 지역에서 일자리를 창 출하는 비농업 산업은 제조업과 서비스업 부문이다. 농촌 지역 제조업 육성은 농촌 재활성화의 주요 수단으로 정부가 주도하여 왔고, 지역 일자리의 1/3 이상을 제공하 고 있다. 그러나 고용 효과가 일부 지역에 국한되어 나타나고, 성별 임금 격차, 양질 의 일자리 부족 등의 문제를 계속 안고 있다(엄진영·김광선·임지은 2016: 119-120).

또한 농촌 지역 서비스 산업 부문에서는 일상생활에 필요한 소매업, 음식 및 주점업 등과 최근 사회 인구 구조 변화 등에 따라 수요가 늘어난 보건업 및 사회복지 서비스 업 등이 성장하고 있다(엄진영·김광선·임지은 2016: 120). 이러한 추세는 최근까지 도 이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농림어업, 건설업, 도매 및 소매업, 보건업 및 사회복지 서비스업 등의 사업체 및 종사자 수는 저밀도 경제 지역에서 보다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정도채 외 2019: 47). 그럼에도 농업 경영체가 이러한 활동에 참여하기 어려운 이유는 임금 및 지가가 상승하면서 농촌 지역 입지 유인이 떨어지고, 지역에 입지하 던 중소기업의 경쟁력이 약화되어 온 점(오내원·김은순 2001) 외에도 정기적으로 출퇴근하면서 근무하기 어려운 점, 낮은 교통 접근성, 인적 역량 재개발 기회가 부 족했던 점27)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상의 논의를 종합하면, 규모농과 자본집약농은 농업 인력 확보나 자본 제약 등 나름의 어려움을 안고 있지만 경영 형태 변화 방향과 전략이 비교적 선명하다. 이들 에게 필요한 정책은 규모 확대와 농업용 자본 투자 과정에서 제약을 완화해 주는 것

27) 이정환(2015)은 노동시장 특성상 기존 중·고령 취업자는 임금 수준이 낮고 불안정한 이중 시장에 만 접근할 수 있다고 지적하였다.

이다. 반면, 겸업농은 그동안 널리 취해왔던 겸업화라는 전략의 기반이 점차 약해질 수 있다. 취약농가는 사실상 규모화, 자본집약화, 농업 인력 확보, 겸업화 모두 선택 하기 어렵다. 그리고 ‘농업 경쟁력 확보’든 ‘공익 기능 증진과 지속가능한 농업’이든 가장 유효한 전략이라고 여겨지는 조직화 역시 단시간에 이룰 수는 없다.

결국 바람직한 농업구조 변화 방향 및 전략과 지금 추세대로 가면 마주치게 될 현실은 간극이 클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첫째, 규모농과 자본집약농의 비중은 2021년 11.2%에서 2030년 12.7%로 크게 변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었다<그림 3-5>. 그러나 농가 및 농업 인구가 계속 감 소하고 있기 때문에 규모농과 자본집약농에 속하는 농업 경영체 수 역시 줄어들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영농 규모 확대가 기대만큼 빠르게 이루어지지 못했고(제4 장 제1절 참고), 2010년대부터 농업 부문 산출 자체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그림 2-10) 쌀을 제외한 먹거리의 안정적 공급 기능 약화가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있다.

둘째, 전망대로 겸업농 비중이 줄어든다면 농촌 인구 및 일자리 감소 구조(그림 2-12) 문제는 계속 악화될 수 있다. 이는 바람직한 농업구조 상을 이루는 요소 중 하나인 ‘지역 경제와 사회 및 인구 유지’가 한층 더 어려워질 수 있음을 뜻한다.

또한 영농 활동을 중심으로 공익 기능 활동을 실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1종 겸업 농가(유찬희·조원주·김선웅 2018: 149) 비중이 줄어왔다는 점(유찬희 외 2019: 99, <그림 5-11>)을 고려했을 때 사회 수요 변화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을지 가 불투명하다. 다만, 2020년 5월부터 시행된 공익직불제를 위시하여 다양한 정책 으로 공동 활동 방식의 실천 기회를 제공한다면 이 문제를 일정 정도 해결할 수 있 을 것이다. 공공 부문이 개입하여 공익 기능 증진 활동을 실천토록 하고 이에 대한 대가를 지급한다면, 농업 경영체 및 지역 단위에서 소득 창출 기회가 늘어날 수 있 기 때문이다.

셋째, 바람직한 농업구조 상에서 상정한 ‘신규 인력 유입 및 정착, 기존 인력 역 할 재조명’ 역시 쉽게 이루기 어려울 것이다. 농업 인력 부족이 계속 이어질 것으 로 전망되는 가운데(정진화·임동근·김영희 2019), 다수 농가가 그동안 주로 의지 했던 가족 노동력의 양과 질이 약화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취약농가는 정

책이나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반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지금까지 정책 방향을 지속한다면 이들의 역할을 재조명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넷째, 바람직한 농업구조 상에서 다기능농업이나 공익 기능 증진 활동을 실천 하려면 겸업농(특히 1종 겸업)이나 소규모 농업 경영체의 역할이 중요하다. 더불 어 개인이나 개별 경영체 단위에서 실천하기 어려운 경관 관리, 지역 환경 관리 등 을 효율적으로 수행하려면 공동 활동(집합 행위, collective action)이 필요하다(조 원주·이두영·차원규 2018: 50-52). 그럼에도 영농 규모가 작은 농업 경영체일수록 생산 조직 참여 비중이 낮다는 점(그림 3-7)을 고려할 때, 별도의 수단을 강구하지 않으면 소규모 농업 경영체의 공동 활동 참여를 촉진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는 사회 수요 변화 대응이라는 여건 변화를 더디게 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위와 같은 바람직한 농업구조 상과 실제 전망되는 상 사이의 격차를 메꾸는 것 이 정책의 역할이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각 전략과 관련된 정책을 어떻게 추진해 왔으며, 그 성과와 한계는 무엇인지를 제4장에서 다룬다.

제4장

농업구조 관련

주요 정책군 성과와 과제

K O R E A R U R A L E C O N O M I C I N S T I T U T E

제4장

농업구조 관련 주요 정책군 성과와 과제 28)

유찬희 외(2019: 27)는 농업 경영체는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전략 중 ‘생산성이 가장 높은 쪽’을 택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제3장에서 분석한 바와 같이 농업 경 영체가 직면하고 있는 영향 요인 때문에 실제로 택할 수 있는 전략은 제한된다. 이 러한 ‘제약 조건’하에서, 농업 경영체는 농업 경영체 내부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 이는 방향으로 규모화, 자본집약화, 고용 노동력 증대 전략을 선택하거나, 개별 단 위 경영 형태를 변화시키기 어렵다면 겸업화 또는 조직화를 꾀한다<그림 4-1>(유 찬희 외 2019: 28).

제4장에서는 바람직한 농업구조의 모습과 실제 전망되는 구조 변화 방향 사이 간극을 줄이는 역할을 하는 농업구조 관련 정책군(群)을 분석한다. 구체적으로 각 전략과 관련된 정책군이 그동안 어떻게 추진되었으며, 그 성과와 한계는 무엇인 지 분석한다.

특정 전략과 관련된 구조 정책군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다면, 기존 방향을 유 지하면서 미세 조정을 해도 무방할 것이다. 반면,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거나 현실 변화를 적시에 반영하지 못했다면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고 대응과제를 도출 해야 한다.

28) 전략별로 관련된 농업구조 정책의 세부 사항은 유찬희 외(2020)를 참고하기 바란다.

<그림 4-1> 미시 수준 경영 형태 변화 방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