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권거래제도는 수리권을 일종의 상품으로 인정하여 수리권 보유자가 물을 사고 팔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자유롭게 거래되도록 하여 물의 사용을 효용가치가 높은 쪽으로 이동시킴과 동시에 금전적 보상을 통하여 용수의 절약을 도모하는 제도이다. 수리권거래제도는 강우가 일정 시점에 편중된 지 역, 더 이상의 신규 대규모 댐의 건설이 어려운 지역, 장래에 물 수요가 꾸준 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 가뭄으로 인한 용수 부족을 경험한 지역 등에서 도입하고 있는데, 주로 미국의 남서부지역, 멕시코, 칠레, 호주, 인도, 파키스탄 등 동남아지역에서 물의 가용능력을 극대화시키고 신규 용수원 개 발의 부담을 경감하기 위하여 시행하고 있는 제도이다(김종원 2000). 따라서 물 부족 상황에 대응하는 능력을 제고시키고 농업용수의 효율적 이용을 위
해서는 농업용수의 수리권 거래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또한 호주 등의 사 례에서 보면, 농업용수의 수리권을 거래할 수 있도록 하게 되면, 농업부문내 에서 용수가 보다 고부가가치 작물 생산으로 이용 전환이 발생하고, 일정 부 문의 농업용수가 절약되어 비농업부문에 높은 가격으로 판매되어 이전되는 등 다양한 사회경제적 효과가 나타난다.16
농업용수 이용이 지역단위 공동체 중심으로 이루어질 경우에는 수리권과 토지소유권의 분리를 전제로 한 농업용수 관련 수리권 거래제도의 도입은 개념적으로나 사회제도 측면에서 불가능하다. 과거 농업용수 수리권이 재산 권적 성격보다 상린관계로서 공동 이용의 개념이 강한 상태에서는 수리권의 거래 개념이 성립되기 곤란하다. 따라서 수리권 거래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수리권과 토지소유권의 분리가 필요하며, 수리권과 토지소유권을 분리함으 로써, 즉 수리권을 재산권으로 개념으로 이해함으로써 토지소유자(경작자)가 토지이용을 하지 않더라도 주어진 수리권을 타인에게 거래할 수 있도록 해 야 한다. 기존의 관행적 수리권 개념하에서는 토지소유자가 물을 이용할 권 리는 부여되어 있지만, 사용하지 않는다고 기득 사용량을 남에게 양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위와 같은 수리권거래제도는 나라마다 지역마다 강수조건, 물이용 방식, 역사․문화 등의 차이에 따라 다양한 유형이 나타난다. 김종원(2000)은 수리 권 거래의 다양한 종류와 각각의 특징에 대해여 “수리권 거래의 유형을 보 면, 수리권을 영구적으로 판매하는 것뿐만 아니라 임대, 조건적 거래(옵션 계 약), 전환, 절약물 계획 등 다양한 형태를 취할 수 있다. 각 거래 유형은 미래 의 절대적 수요 증가를 대시하고자 하는지, 일시적 물 수요 증가를 충족시키 고자 하는지, 가뭄 등 긴급한 시기의 큰 피해를 피하고자 하는지, 아니면 부 적절한 공급체계나 사용체계를 개선하고자 하는지에 따라 다양하게 적용될 수 있다.”고 정리하고 있다<표 2-3>.
16 호주의 농촌 물 개혁(rural water reform)에 관해서는 제4장에서 별도로 다룬다.
표 2-3. 수리권 거래의 종류 및 특징
미한다.
과거 농지개량조합시절부터 수익사업의 일환, 감독 및 업무협조기관인 지 방자치단체의 요구에 대한 협력 차원에서 목적외 용수 공급이 이루어져 왔 다. 구체적인 경비 징수 범위에 대해서는 농어촌정비법 시행령(제23조의 2) 에서 조례 또는 정관에서 정하여 운용하도록 하고 있다. 2002년 농어촌정비 법 및 농어촌정비법시행령이 개정되어 공기업체제로서 한국농촌공사의 운영 체계를 고려하여 과거 농지개량조합체제에 비해 운영규정이 훨씬 구체화되 었다.17
2000년 이후 한국농촌공사의 목적외 용수 공급 실적을 살펴보면, <표 2-4>
와 같다. 농업용수의 목적외 사용의 경우 대부분 생활용수, 공업용수 중심이 며, 공업용수가 생활용수보다 약간 많은 것으로 나타난다. 이는 생활용수에 비해 공업용수의 경우 수질이 약간 나빠도 이용 가능하여 수질 기준이 가장 약한 농업용수의 활용 가능성이 높기 때문인 것으로 이해된다.
한편 목적외 용수 공급이 꾸준히 이루어지는 한국농촌공사 지사의 주요 시설에 대한 사례 조사에 의하면, 지역 실정에 따라 생활용수 수요지역과 공 업용수 수요지역이 다르게 나타남을 알 수 있다<표 2-5>. 즉 지역적 수자원 조건에 따라 농업용수의 활용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으며, 농업용수의 절약 을 통한 목적외 용수 공급의 필요성이 높아질 수 있다. 또한 용수공급에 따 른 비용 분담(물값 징수)은 사례지역의 시설특성, 유역특성, 물 수용 주체의 특성 등에 따라 다르게 설정되었다. 이는 과거 농지개량조합체제하에서 형성 된 나름대로의 역사성을 반영하는 것으로서 동일 기준을 적용하기 곤란한 측면이 있다. 지자체에 대한 지원 차원에서 매우 낮은 비용(물값)을 부담시 키는 경우도 있고, 민간부문이나 수자원공사 등에 대해서는 지역마다 차이가 있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생활, 공업용수 공급시 필요한 원수 개념을 도입하 여 비농업 부분 용수공급 비용 수준을 부담시키기도 한다.
17 농어촌정비법 및 농어촌정비법시행령의 구체적인 내용은 제3장에서 다룬다.
표 2-4. 한국농촌공사의 목적외 용수 공급 실적
그리고 농업기반공사(현 한국농촌공사) 체제의 출범 이후, 특히 2002년말 농어촌정비법 및 시행령의 개정 이후 생활용수, 공업용수 등에 대한 공급 가 격(물값)은 전국적으로 비슷해지고 있는 경향이 있다. 이는 목적 외 용수 공 급에 관하여 지역단위 자율적으로 관리하던 농지개량조합체제와는 달리 본 사 차원에서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공기업체제 등장의 영향으로 볼 수도 있 다. 물론 목적 외 용수 공급에 대한 구체적인 계약 당사자는 한국농촌공사 해당 지사의 장과 수혜자간 이루어진다.18
현실적으로 농업용수의 목적 외 사용 가능한 시설은 매우 제한적이며 전 체 농업용 저수지의 약 10% 정도만 목적 외 용수 공급 실적이 있다. 목적외 용수 공급 가능 시설은 유량(流量)이 상대적으로 풍부한 대규모 저수지, 하 구둑 담수호 위주이며, 실제 목적 외 용수를 공급하고 있는 경우는 대부분 대규모 시설물이다.
한편 수리권 문제와 관련하여 농업용수의 목적 외 사용의 경우 향후 수리권 에 대한 허가수리권으로 전환 등 제도 개편 여하에 따라 수리권에 대한 논란이 제기될 여지가 있으며, 목적 외 용수의 사용 방식에 대한 논란이 제기될 여지 가 있다. 과거 농지개량조합체제하에서는 경작자 농업인의 조직으로서 농지개 량조합이 결성되어 농업용수의 목적외 용수 공급의 경우 농업인의 비용(조합 비) 부담을 줄이는 수익사업으로 이해되었지만, 토지소유자(경작자) 조직이 아 닌 공기업으로 한국농촌공사의 목적 외 용수 공급은 관행수리권으로서 농업용 수 이용․관리와 관련하여 논란의 여지가 있다. 물론 한국농촌공사가 과거 농 지개량조합을 일괄 승계한 것이지만, 조합비 개념이 아니라 농업용수이용료 납부 개념에 근거한 공기업 체제이므로 수리권의 주체 논란과 수리권 거래(목 적외 사용)에 따른 수입의 귀속주체(권리) 문제가 제기될 여지가 있다.
농지개량조합은 시․도의 감독을 받으면서 시․군의 협조를 받아 농업용 수의 유지관리에 참여하고, 또한 수리시설의 설치 사업의 시행자로서 역할을
18 계약서에는 용수사용의 목적, 시설, 용수공급, 사용량측정, 사용료 산출, 사용료 부 과와 납부, 계약기간, 수질오염 및 환경보호, 시설복구, 계약해지 등의 사항을 명시 한다.
수행하였다. 농지개량조합은 조합원의 조합비 부담을 최소화하는 차원에서 다양한 수익사업, 예컨대 저수지의 낚시터 임대 등을 적극 추진하여 왔으며, 다양한 개발 사업에 의해 수리시설부지의 보장이 이루어질 경우 자본금을 마련하여 다른 수익사업도 추진하였다. 그리고 시․군, 시․도의 협력사업, 민간과의 협력사업의 차원에서 수익사업의 일환으로 일부 여유 수량을 목적 외 용수로 공급하여 왔다. 그런데 농업인의 입장에서는 수익자 부담 원칙을 준수하던 농지개량조합관리체제와 공기업체제로서 농업용수 이용료 납부를 면제받은 한국농촌공사관리체제 두 가지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크다. 농지개 량조합체제하에서는 여유 수량이 있을 경우 일부를 타용도로 매도하여 조합 원의 비용(조합비)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지만, 한국농촌공사관리체제하에서 는 농업인의 입장에서 농업용수의 절약과 타용도로의 전환에 따른 경제적 이익이나 편익이 없기 때문에 농업용수의 타용도 전용에 관심이 없다. 따라 서 농업용수 수리권 거래제도의 도입과 제도 정착을 위해서는 우선 농지개 량조합체제하에서의 조합비 부담과 한국농촌공사관리체제하에서의 농업용수 이용료 납부가 이루어져야 한다. 즉 농업용수 이용료 납부와 수리권 거래제 도의 정착은 밀접한 관련을 지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