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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규제의 명분과 쟁점

수도권 규제는 수도권 인구집중억제를 통해서 환경오염, 교통혼잡, 집값폭등 등 수도권의 과밀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 불가피하며, 수도권의 지속적인 비대화와 집중은 결국 지역 간 소득격차를 심화하여 국토 또는 지역 균형발전 을 통해서 모든 국민을 잘살게 만들려고 하는 정부의 목표에 장애물이 되므로 이를 제거하기 위해서 수도권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수도권 규제 의 명분은 다음과 같은 중요한 쟁점들을 우리에게 던지고 있다.

첫째, 정말 수도권은 과밀한가?

둘째, 수도권이 과밀하다면 수도권 규제는 과밀화 해소의 유효한 수단인가?

셋째, 과밀화와 도시문제의 핵심인 환경, 교통, 집값문제는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가?

넷째, 지역균형발전은 적정하고 실현 가능한 목표인가?

다섯째, 지역균형발전과 수도권 규제는 직접적인 연계관계를 가지고 있는 가?

여섯째, 수도권 규제의 비용과 부작용은 무엇인가?

이들 주요 쟁점들에 대해서 차례로 살펴보기로 하자. 첫째, 수도권이 과밀한 가의 여부는 단순히 국토의 12%에 해당하는 수도권에 총인구의 47%가 살고 있다는 사실로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지 못하다는 점이다. 물론 수도권의 인구 비중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서 큰 것은 사실일지 모르지만 인구 2,000만 정도의 도시는 중국의 상하이를 비롯해서 즐비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수 치를 근거로 수도권이 과밀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할 수 없다. 일 본은 전 국토의 3.5%에 불과한 동경권에 전 인구의 26%가 살고 있다. 그러나 동경권의 인구밀도는 2,473명/㎢로 우리나라의 1,834명/㎢보다 상당히 높다.8) 그러므로 과밀도는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높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잘 알려진 것처럼 일본은 이미 수도권 규제를 폐지한 상태다. 그러므로 과밀한가 여부는 수도권에 얼마나 사는가가 그 판단의 기준이 되기보다는 수도권의 기반시설로

8) 권일(2004), p.8, <표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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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되는 인구를 수용하는 것이 적정한가를 기준으로 그 과밀 여부를 판단 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더구나 기반시설의 확장을 통해서 이를 해소하는 것이 가능한 경우 과밀 여부는 문제라고 하기 어렵다.

둘째, 설사 수도권이 과밀하다고 할지라도 수도권 규제가 이를 해소할 수 있 는 유효한 수단이 되지 못한다. 우선 지난 1964년 이후 지속적으로 수도권 규 제가 강화되어 왔는데도 불구하고 현재의 수도권 인구는 1964년에 비해서 여 러 배 증가하였고 아직도 지속적으로 증가추세를 이어가고 있는 현실이 수도 권 규제가 유효하지 못함을 입증하는 산 증거라 할 수 있다. 사실 수도권 규제 는 특정 시기에 서울에 집중되어 있던 시설들을 경기도를 포함한 광의의 수도 권으로 이전하는 데는 어느 정도 기여하였을지 몰라도 지방으로 분산하는 효 과는 없었다.

셋째, 인구와 환경오염이나 교통혼잡과의 사이에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고, 주택가격은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의해서 결정되기 때문에 인구의 증가가 도 시문제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볼 수 없다. 인구가 비슷해도 소비 및 생산의 방식, 에너지 소비의 패턴, 교통기반시설 및 교통정책 등에 따라서 환경오염과 교통혼잡의 심각성은 다르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주택가격의 경우에도 인구가 늘지 않고 소득만 증가하여도 수요가 증가한다. 왜냐하면 소득이 증가 하면 더 넓은 집, 더 좋은 집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최근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고급의 넓은 주택에 대한 수요 증가는 비단 인구의 수도 권 집중이 원인이라기보다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강화된 소득기반을 바탕으로 더 넓은 집, 더 좋은 집을 선호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판단할 수 있 다. 이러한 사실에 입각할 때 환경오염이나 교통혼잡 그리고 주택가격의 앙등 등은 인구의 과밀화로 인한 문제라기보다는 도시가 안고 있는 도시문제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에 대한 대응책은 환경문제로, 교통문제로, 주 택문제로 각각 해결하는 것이어야 한다.

넷째, 지역균형발전은 그럴듯해 보이지만 합리성을 결여한 모든 사람을 가 난하게 만드는 인기 영합적 발상이라 할 수 있다. 전국의 모든 지역이 모두 공 평하게 잘살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주장은 듣기에 솔깃하지만 실제로는 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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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합리하고 비이성적인 슬로건이다. 만일 지역균형발전이 최선이라면 가장 좋 은 것은 국토를 바둑판처럼 균분하고 인구도 또한 마찬가지로 균분하여 각 지 역에 산개하여 살게 하는 것이 최선의 정책이 될 것이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그렇게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어느 지역에는 도 시가 발생하여 성장하고 다른 지역에는 산지나 녹지가 그대로 존재하는 것은 해당 지역의 특성에 따라 비용과 편익을 본능적으로 계산하여 사람들이 선택 을 행함으로써 나타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인위적으로 지역균형발 전을 도모하는 것은 결국 이러한 선택의 합리성을 무시한 것이기 때문에 장기 적으로 비용을 높여서 해당 지역의 성장과 발전을 저해함은 물론 비효율적인 선택의 결과가 그 나라의 성장과 발전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하는 문제점을 야 기한다. 그러므로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정책목표는 그럴듯해 보이지만 적절하 지 못하다. 더구나 지역균형발전을 추구하기 위해서 현 정부에서 하는 것처럼 재정지출을 많은 지역에 상대적으로 작은 크기로 나누어 균분할 경우 소득격 차를 포함한 지역 간 격차가 실질적으로 줄어들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특히 이러한 산발적인 재정자금을 살포한 것을 다 합할 경우 천문학적 숫자가 되고 이는 재정지출을 비효율적으로 시행하여 비용 대비 효과가 대단히 낮은 문제 점을 노정하는 것은 물론 재정의 비효율성을 높일 것이다. 그러므로 향후 발전 가능성이 있는 지역을 선별하여 집중적으로 지원과 개발을 시행함으로써 쾌적 한 생활환경과 기반시설을 구축한 경쟁력 있는 도시를 추가로 건설하는 선택 과 집중의 방식을 택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다섯째, 수도권 규제를 하는 것이 지역균형발전을 추구하는 방법이라고 주 장하는 것은 마치 가난한 사람이 부자가 되게 하기 위해서는 부자가 돈을 버 는 것을 규제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과 같다. 부자가 돈을 벌지 못하게 하 면 부자가 더 부자가 되는 것을 막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 난한 사람이 부자가 될 수 있게 하는 것은 아니다. 수도권을 규제하면 기업, 학 교들이 그 입지를 지방에서 찾게 되고 그렇게 되면 인재들이 모여들고 살만한 도시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것은 기업이나 대학이나 사람들이 그런 인센티브를 가질 때만 가능한 시나리오이다. 오늘날처럼 세계화와 지역주의가 가속화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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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과 통신이 발달한 상태에서는 기업들은 글로벌 소싱, 글로벌 로케이팅, 글 로벌 마케팅에 종사하는 것이 보편적이기 때문에 경쟁력이 있는 수도권에 입 지를 하는 것을 어렵게 하면 최적입지를 모색하여 다른 나라로 이동할 수도 있다. 물론 그 가운데 아주 작은 일부는 지방으로 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수는 지극히 미미할 것이다. 이러한 추론은 2000년 말에 실시된 경기도의 설문조사를 통해서 가능하였다. 이 설문조사에 따르면 수도권 규제로 인해서 수도권에서의 공장건축이 어려워질 경우 기업들은 단지 2%만 지방 이전을 고 려할 뿐인 것으로 밝혀졌다. 더구나 응답 기업들 가운데 17%는 사업을 포기, 축소하거나 해외 이전을 추진하는 것으로 나타나 산업 공동화 현상이 수도권 규제로 인해서 발생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응답한 기업들 가운데 74%

의 기업이 경기도에 생산설비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 가운데 64%가 자본금 5 억 원 이하의 제조업체였다. 이와 같이 중소기업들이 지방 이전을 꺼리는 이유 는 이전에 따른 직접적인 비용은 물론 인력 및 원자재 확보와 판로개척에서 발생하는 추가비용의 발생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 기업들 가운 데 78%는 정부가 지원을 제공할 경우에도 이전을 하지 않겠다고 응답함으로 써 현재 시행되고 있는 정부의 지원책들이 기업들에게 인센티브가 되지 못하 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여섯째, 수도권 규제는 단순히 수도권에 입지한 기업들의 투자를 저해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전국의 허브(hub)로서의 수도권의 역할과 위상이 약화되 는 문제점을 노정하고 있다. 수도권의 허브로서의 위상과 역할의 약화는 결국 지방경제의 침체와 더 큰 피폐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바퀴에서 중 심축인 허브가 약화되면 그 축에 박힌 살(spoke)이 헐렁해져서 바퀴가 제 역할 을 할 수 없는 것처럼 수도권의 성장과 발전이 정체될 경우 수도권과의 거래 를 통해서 성장과 발전을 모색하였던 지방은 더욱 큰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은 마치 우리의 주 교역상대국인 미국, 중국, 일본의 경 제침체가 발생하면 우리나라의 수출과 경제도 심각한 타격을 받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이와 같이 수도권 규제도 지역균형발전을 명분으로 하고 있지만 지 역균형발전을 위한 유효한 수단이 아님은 물론, 수도권의 성장과 발전을 직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