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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정치 구현: 지방정치 개혁과 결사체의 민주화

VIII. 결론

10) 생활정치 구현: 지방정치 개혁과 결사체의 민주화

(1) 경쟁과 견제의 제도화를 통한 지방정치의 활성화

더 중요하지만 덜 강조되어 온 정치개혁의 과제는 생활정치의 공간으로서 지역의 복원이다. 그러나 반정당의 논리, 반정치의 인식체계로는 지방정치와 풀뿌리민주주의를 온전히 복원할 수 없다. 그 방향 은 지역을 정당과 정치로부터 단절시키는 것이 아니라 허공에 뜬 정당정치가 지역에 뿌리를 내리게 만드는(embedded) 것이어야 한다. 좋은 정당 없이 건강한 민주주의가 불가능하다는 테제는 지방정치에도 유효하다. 왜냐하면, 중앙정치와 지방정치의 기본 원리와 작동 방식은 본질적으로 같기 때문이다. 이미

자치와 분권은 지방자치의 논리만이 아니라 국가운영의 보편적 원리로 격상되었고, 대표성과 책임성에 기초한 정당정치는 지방정치에서도 더 없이 중요하다. 지방정치의 개혁을 위해서는 다음의 과제들이 선결되어야 한다.

첫째, 가장 중요한 과제로써 지방정치의 경쟁성 제고이다. 정당 간 경쟁을 강조하는 이유는 그것이 지방정치의 기본 성격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키이의 미국의 남부 지역정치 분석에서 밝혀진 것처럼 경쟁적 환경에서 유권자의 정당 일체감과 투표 참여는 확연히 증가된다(Key 1950). 또한, 정당 경쟁은 대체로 지방 정부의 정책유형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예컨대, 정당 경쟁이 치열한 지역에 서는 유권자들의 지지를 획득하기 위해 주정부가 사회복지정책에 투자를 많이 하는 반면, 비경쟁적 지역에서는 사회적 약자와 빈민층을 위한 투자가 인색한 것으로 나타났다(Bibby and Holbrook 1997, 103-109). 결국, 각 정당의 정책과 인적 자원의 지역적 기반을 강화하는 과제가 급선무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양한 세력들의 진입 장벽으로 작동하고 있는 2인 중선거구제를 애초 취지에 부합하는 방향 으로 4인 선거구제로 개정하고 비례대표제를 확대해야 한다.

둘째, 시민운동 진영의 적극적 자세가 중요하다. 모든 시민단체가 선거에 참여할 이유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시민운동세력은 오랫동안 방기되어 온 지방정치를 혁신할 수 있는 중요한 제도적 자원임에 틀림없다. 2010년 지방선거의 중장기 일정에 맞추어 대표성과 책임성에 기반 한 지방 정당정치의 활성화, 특히 기초단체 확보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셋째, 풀뿌리 네트워크의 활성화이다. 시민참여의 차원에서 서구와 한국의 차이는 주민참여조례와 같은 법령과 제도가 아니라 학교, 교회, 주민조직과 같은 일상적, 자발적 시민참여의 폭과 깊이에 있다. 일반 시민들은 물론이고 진보적 지식인이나 시민활동가들조차 학교운영위원회, 아파트자치회, 주민자치센터자문위원회 등 미시 적 공공기구에의 참여에 매우 인색하다. 울산(시민배심원제와 지역사회협약), 과천(보육조례), 광주(참여 예산제와 푸른 광주21) 등 시민단체의 역량이 강한 곳에서 새로운 주민참여 실험들이 활기차게 시도되 고 있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풀뿌리 네트워크의 강화는 정당과 운동의 지역적 기반 모두를 공고하 게 만들 것이다. 넷째, 지역의제의 발굴을 통한 정책선거로의 전환이다. 지방선거의 쟁점이었던 재정불 균형 타개를 위한 세목교환 대 공동세안,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방과후학교 등 정당과 시민단체가 갖고 있는 정책 역량을 속속들이 따져보면 의외로 부실하다. 지역 활동가를 넘어서서 지역 정책집단의 육성 이 절실한 시점이다.

결론적으로, 지방정치는 종적으로 중앙의 정당정치와 연결(linkage)되어야 한다. 아울러, 횡적으로는 주민들의 자치조직과 연계되어야 한다. 진보·중도·보수·시민정당들이 정책과 이슈를 둘러쌓고 경합하 는 경쟁적 지방정치는 한국정치가 더 높은 민주주의로 가기 위해 거쳐야할 합당한 의례이다.

(2) 결사체의 내부 민주화

그동안 한국정치와 시민사회는 국가권력을 민주화하는 운동과 프로그램에만 매진하여 왔다. 그것이 어떤 유형과 성격의 결사체이든 아래로부터, 혹은 안으로부터 조직 운영과 활동을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변화시키려는 노력들은 턱 없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었다. 결사체 민주주의로의 전진은 이중의 전환과정

(double transition)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나는, 위임과 분권을 통해 국가와 결사체의 일방적이고 종속적 인 관계를 보다 평등하고 협력적인 것으로 만드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리더십과 일반 구성원의 내적 관계, 혹은 결사체 조직간의 상호관계를 보다 민주적으로 건설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사회협약, 정책 협력 등 전자에 대해서 설명하였기 때문에 여기에서는 후자의 개혁방안에 관하여 논의하고자 한다.

첫째는 각종 사회단체 보조금과 기금 등의 지원에 있어 각 단체의 투명성과 민주성을 연동하는 매칭 펀드제의 운용이다. 반윤리적ㆍ반사회적ㆍ불법적ㆍ비민주적으로 운영되는 단체에게는 엄격한 법적 처 리는 물론이고 정부보조금 지급의 경감 및 중단, 입찰 및 조달자격의 제한, 관련 책임자의 승인 거부 등 합법적 권한을 행사함으로써 내부 민주화 여건을 조성한다. 둘째, 기업에 한정되어 있는 사외이사제 를 대규모, 전문직 단체에도 도입하도록 권고ㆍ유도한다. 셋째, 일반 회원들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총회에 실질적 권한을 부여하고 내부 감사 제도를 강화한다. 아울러 실효성 있는 윤리강령 및 운영규약 의 제정을 지원한다.

제2부: 정치, 정부, 생활정치

정부개혁의 과제와 전망

박광국(가톨릭대 교수)

I. 들어가며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후 우리나라는 국가간 무한경쟁에서 선두를 점하기 위하여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 결과, 정부․민간합동작업단이 펴낸 「Vision 2030」보고서 를 보면, 대한민국의 현재 모습은 <표 1>과 같이 나타나고 있다.

<표 1> 오늘의 대한민국 모습 : 성과를 이룬 부분

지표 순위 우리나라 1 위국

명목 GDP('05) 12 7,875 억달러 124,860 억달러(미국) 교역규모(‘05) 12 5,456 억달러 26,370 억달러(미국) 정보화 지수(‘05) 3 91 점 97 점 (스웨덴) 초고속인터넷(‘04, 백명당 가입자수) 1 24.8 명

-세계시장점유율 1위 품목수(‘03) 15 71 개 867 개(중국)

선박수주량(‘05) 1 13,571 천CGT

-DRAM매출액(‘05) 1 12,131 백만달러

-자동차 생산(‘05) 5 3,699 천대 11,947 천대(미국) 자료: 정부․민간합동작업단, 2006

이런 괄목할 만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아직 사회복지분야, 교육분야, 공공분야의 주요 지표에 있어서는 국제사회의 유수기관으로부터 초라한 성적표를 <표 2>와 같이 받고 있다.

<표 2> 오늘의 대한민국 모습 : 아직 미흡한 부분

지표 순위 우리나라 1 위국

삶의 질(‘05) 41/60 5.3/10점 9.5 점(호주) 국가경쟁력(IMD, ‘05) 29/60 64.2점/100점 100 점(미국) 공공사회지출(‘01, GDP대비 비율) 29/29 6.1% 29.2 %(덴마크)

사회 응집력(‘05) 34/60 6.09점/10점 8.93 점(싱가폴) 상대 빈곤율(‘00) 25/26 13.3% 4.3 %(덴마크) 대학교육의 사회부합도(‘05) 52/60 4.점/10점 7.97 점(핀란드)

생산직 근로자 급여(‘03) 22/29 10.28달러/시간 32.18 달러/시간(덴마크) 노사관계(IMD, ‘05) 60/60 4점/10점 8.5 점(싱가폴) 자료: 정부․민간합동작업단, 2006

앞에서 언급한 이러한 분야들은 특히 정부개입의 필요성이 강하게 대두되고 있는 영역이며 여기에서 일하고 있는 공무원의 생산성 수준에 의하여 지표수준이 크게 영향을 받고 있는 부분이다. 2003년 IMD가 발표한 세계 경쟁력 연감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아시아 인구 2천만명 이상인 6개국에서 가장 낮은 국가경쟁력을 가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구체적으 로 보면, 2003년 현재 말레이시아 1위, 대만 2위, 태국 3위, 일본 4위, 중국 5위에 이어 한 국은 꼴찌인 6위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 일본과 같은 선진국과 비교해 볼 때 우리나라 공 무원의 1인당 생산성은 미국의 절반이고 일본의 80% 수준에 머물고 있다. 선진국은 21세 기에 들어와 신자유주의와 신공공관리의 영향을 받아 생산성 지향 경제(Productivity -driven economy)로 이행하고 있는데 비해 아직도 우리나라는 투입지향 경제(Input- driven economy)에 머무름에 따라 정부부문 공무원의 지식격차와 생산성격차는 갈수록 커 지고 있다.

게다가 21세기에 들어와 우리나라를 둘러싼 국내외 환경은 갈수록 어려운 상황에 접어들 고 있다. 먼저 국내적으로 우리나라의 선진국 진입을 가로막는 구조적 요인들이 오랜 시간 을 두고 불거져 나오고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첫째 저출산․고령화 현상이다. 출산율은 1960년 6.0명에서 2004년 1.08명으로 꾸준히 감소하여 향후 젊은 생산연령층의 인구감소 가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정무권, 2005). KDI보고서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생산가능인구 는 2016년 3,649만명을 정점으로 매년 42만명씩 감소하는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우리나 라의 인구고령화는 급속히 진행되고 있으며 2005년 현재 65세 이상의 노령인구는 9.1%이 며 꾸준히 증가하여 2050년에는 37.3%로 세계 최고령국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둘째, 외환위기 이후 산업․기업․소득 등 전 분야에 걸쳐 양극화가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그 정도가 급속히 심화되고 있다. 예컨대, 기업분야를 보면, 1997년과 2007년에 각각 30대 그룹에 포함된 대기업들을 비교해 보면 STX(24위), 이랜드(26위)를 제외하고는 모두 1997 년도에 30대 기업에 포함된 기업들이다. 이러한 사실은 기업부문에서도 기존의 기업과 신규 진입 기업간에 엄청난 장벽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로 인해 한국경제의

활력이 점차 감퇴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해 주고 있다(동아일보 2007년 9월 5일자). 또한 소득의 양극화 현상을 보면, IMF이후 빈곤층의 비중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데 소득양극화 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1990-97년 평균 0.286에서 1998-2003년 평균 0.315로 악화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박광국, 2005).12)

셋째, 국가성장잠재력이 80년대 이후 계속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80년대에 6-8%

를 기록하던 경제성장률이 2000년대에 들어와 4% 중반에 머무르고 있고 특단의 조치가 없 는 한 2020년대에는 2% 중반대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우리나라가 세계 7위의 선진국으로 진입하려면 향후 10년간 6-5% 정도의 성장이 필요하며 4%대를 유지할 경우 세계 26위, 2%대를 유지할 경우 세계 45위로 전락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넷째, 정부조 직의 관리와 운영이 낡은 제도와 관행에 의해 움직이고 있으며 사회구성원의 법․규범 준수 의식도 선진국에 비해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2007년 발간된 KDI보고서에는 우 리나라 국민들이 선진국 수준의 법․규범 준수의식을 가질 경우 연 성장률이 1%정도 더 높 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음으로 대외적 환경변화를 보면 첫째, 세계화의 물결을 타고 모든 부문에서 국가간 개방 이 급속히 이루어지고 있다. 전세계 교역량의 50%이상이 FTA국가 간의 거래로 이루어지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참여정부가 출범하기 전에는 WTO 중심의 다자무역체제에 지나치게 의 존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또한 BRICs라고 불리는 브라질, 중국 등이 큰 폭의 성장세 를 보이며 세계경제의 새로운 축으로 급부상함에 따라 우리나라는 선진국과 BRICs의 사이 에 끼인 Nutcracker와 같은 샌드위치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둘째, 우리나라는 이질 적 정치․경제체제를 가진 북한과 대치하고 있으며 특히 북한의 핵무기를 통한 세계 질서 위 협은 우리나라의 통일․외교․안보에 부정적 영향으로 미침으로써 나아가 우리나라의 경제성장 에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를 둘러싼 이러한 국내외 환경변화를 감안할 때 향후 10년 동안 우리나라가 성장 동력을 확충하고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의 혁신에 바탕을 둔 사회적 기반을 완비하지 못하 면 영원히 2등 국가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국내 외 많은 학자들은 한국이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을 중심으로 정부전반에 대한 개혁을 단행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강력하게 주문하고 있다.13)

최근 행정개혁시민연합이 주관한 차기정부 개혁과제 연속 토론회에서 강제상(2007)은 새로 운 정부의 역할 방향은 적극적 발전국가 모델에서 민주적 협업국가 모델로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에 의하면, 적극적 발전국가 모델이 기초하고 있었던 발전행정이론과 불균형성 장이론은 80년대 중반까지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지만 80년대 후반이후 우리 사회의 복 잡성, 다원성, 개방성, 가변성이 증대하면서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부문에서 병페를 노 12) 소득양극화와 마찬가지로 고용양극화에 있어서도 중간층의 정규직이 감소하고 비상용근로자(임시직+일용직)

의 비중이 ‘96년 43.2%에서 2003년 49.5%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13) 독일의 철학자 헤겔은 국가발전을 위해서는 공무원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역설하면서 공무원이야말로 우리 인체에 비유하면 등뼈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다. 민간부문과 시민단체는 인체의 근육과 살에 해당하며 이 삼자가 균형있게 조화를 이룰 때 지속적 국가발전이 가능하다고 보았다. 독일 공무원의 투철한 대국민 봉 사의식은 바로 헤겔의 공무원상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