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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이용 규제 개혁의 원칙과 방향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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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이용 규제 개혁의 원칙과 방향 1)

김 정 호 (자유기업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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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어 갈 것이다. 그렇다는 사실은 우리가 지역균형개발이라는 토지정책의 중요한 추진동력을 재검토해야 함을 말해준다. 번영하는 지역의 발전을 억제해서 다른 지 역의 발전을 꾀하기보다는 쇠퇴하는 지역의 사람이 발전하는 지역으로 옮기게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게 되었다. 토지정책은 그 과정을 쉽고 매끄럽게 해주는 데에 기 여해야 한다.

(2) 문제의 제기

토지규제에 대한 재평가는 재산권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데에서 출발하는 것 이 좋겠다. 지금까지의 토지 규제는 정부가(또는 국회의원이) 모든 토지의 주인에 버금하는 듯한 시각에서 만들어졌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린벨트와 농지를 생각해 보면 잘 알 수 있다. 그린벨트로 지정된 토지는 지난 35년간 거의 어떤 용도로도 사용할 수 없었다. 그러다보니 규제가 없었을 때에 비 해 토지의 가치는 형편없이 떨어져 있는 상태다. 토지소유권의 실질적 내용이 재산 가치라는 사실을 생각해 보면 정부 또는 국회가 해당 토지 소유자의 권리를 거의 인정하고 있지 않음을 말해준다.

농지 역시 마찬가지다. 농업진흥지역으로 지정된 농지들은 인근의 다른 농지나 임 야에 비해서 눈에 뜨일 정도로 값이 낮아져서 해당 농민은 손해를 봐야 한다. 그런 데도 이 규제를 만든 사람들이 자기 땅을 농업진흥지역으로 지정당한 농민들에게 보상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진 흔적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 정도로 토지소유자의 권리는 하찮게 여겨져 왔다. 국회의원들이 원한다면, 또는 담당 부처의 공무원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언제든지 법이나 규정, 규칙 같은 것을 만들어 규제할 수 있 다고 여겨져 온 것이 토지소유자의 권리인 것이다.

그러다보니 규제자들은 자신의 관점에서만 토지의 용도를 결정했다. 농지, 산지, 개발제한구역에 대한 규제들이 대부분 그렇게 장기적 효과나 재산권자에 대한 피 해, 규제의 사회적 기회비용에 대한 깊은 생각 없이 만들어지고 유지되어 왔다.

규제의 큰 사회적 기회 비용 중의 하나가 토지의 용도 변화가 경직화된다는 것이 다. 자본의 용도는 매우 빠른 속도로 변한다. 주식시장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전 자산업에 투자되었던 돈이 조선산업으로 옮겨가고, 통신산업에 있던 돈이 항공산업 으로 옮겨 다닌다. 사람들의 수요가 급속히 변하는 한 자본이 수요가 큰 곳으로 이 동하는 것은 당연하고 효율적이다.

기본 방향에서는 토지도 그러지 않아야 할 이유가 없다. 다른 모든 것들에 비해 농산물에 대한 수요가 늘면 농지가 늘어야 하고, 정원에 대한 수요가 늘면 정원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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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린 집이 늘어야 한다.

토지소유자로 하여금 토지의 용도를 결정하게 하면 토지의 용도가 수요 변화에 민 감하게 반응하게 된다. 그것이 자신에게 이익이기 때문이다. 반면 토지의 용도 결 정에 정부의 규제가 작용하기 시작하면 토지에 대한 수요의 변화와 공급은 괴리를 보이기 시작한다. 많은 경우 규제자에게 토지 용도의 변화는 이익될 것이 별로 없 기 때문에 그렇다.

물론 규제는 필요하다. 뒤에서 자세히 살피겠지만 하나의 토지에서 일어나는 토지 이용 행위는 다른 토지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타인에게 해를 끼치는 토지이용 행위를 규제하는 일은 필요하다.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행위 에 대한 규제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그 때도 규제의 강도가 지나치게 높으면 오히 려 사회 전체에 해로운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녹지의 보전을 위해서도 규제가 어느 정도 필요하지만, 그 때에도 해당 토지의 여 러 가지 잠재적 용도 가운데 과연 녹지가 최고의 가치를 가지는 것일 때에 국한되 어야 한다.

불행히도 현실의 많은 토지규제들이 사회에 해를 끼칠 정도로 지나치게 강할 때가 많다. 농지로 묶여 있는 많은 토지들은 택지나 상업용지로 쓰일 때에 소비자들이 훨씬 더 많은 가치를 누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로부터의 관성 때문에 농지 로 묶여 비효율적으로 이용되고 있다. 여기서의 비효율이란 해당 토지의 소유자인 농민에게도 이익이고 도시민에게도 더 이익인 상태가 있는데도 그 기회가 버려지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다보니 토지의 용도가 너무 경직적이 된다. 소비자들의 수요는 자동차에서 반 도체로, 또 반도체에서 나노테크놀로지로, 바이오테크놀로지로 옮겨가고 있는데도 여전히 땅은 그런 일을 하는 데에 필요한 땅은 여전히 농지로 묶여 있다.

소비자들의 여가 행태는 술먹고 고스톱치는 것에서 골프와 스키와 리조트 여행으 로 변해 가는 데 그런 시설을 제공할 토지들은 완고하게 농지와 임야로 묶여 있다.

이런 것들이 경직적인 토지규제의 대표적 단면들이다.

토지는 가장 가치 있는 용도로 쓰여야 한다. 지금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3) 토지이용 규제의 비전

모든 토지는 가장 가치 있는 용도로 사용되어야 한다. 그것을 가장 잘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은 1차적으로 토지의 소유자이다. 자기 토지가 사용될 수 있는 여러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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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용도 중에서 어떤 것이 가장 가치 있는 것인 줄은 토지-의 소유자가 가장 잘 안 다. 자기 토지를 가장 가치 있는 용도로 사용할 때에 자신의 이익이 가장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설명하면 이해가 쉬울 것 같다. 소비자들의 전원주택에 대한 수요가 늘어 나면 전원주택지의 가격이 높아진다. 그렇게 되면 지금까지 자기 땅을 농지로 쓰이 던 땅의 소유자는 자기 땅을 전원주택지로 쓸 사람에게 매각하는 것이 이익이기 때 문에 그렇게 하고 싶어 한다. 그런 과정을 거쳐서 농지는 전원주택지로 변해 가고 소비자들의 수요가 충족되면서 생활도 풍요로워져 간다.

물론 토지소유자의 결정에만 모든 것을 맡길 수는 없다. 무엇보다도 타인에게 피 해를 주는 토지이용은 억제할 필요가 있다. 오염물질을 배출해서 환경오염을 발생 시킨다든가, 지나치게 보기 흉한 시설물을 설치하는 등의 토지이용은 적절한 수준 에서 억제될 필요가 있다.

또 녹지나 산림 등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규제가 필요하다. 하지만 앞서도 지적했 듯이 녹지로 사용하는 것이 해당 토지의 가장 가치 있는 용도일 때로만 규제가 국 한되어야 한다.

이처럼 규제가 적절한 수준으로 유지되려면 규제 피해에 대한 보상이라는 제도적 장치가 잘 작동해야 한다. 이 장치를 잘 작동시키는 원리는 이렇다.

(가)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는 토지이용을 막는 규제는 보상 없이도 규제할 수 있 다. 그러나 규제의 정도는 외부불경제의 크기와 같게 책정되어야 한다.

(나) 타인에게 이익을 주기 위한 규제에 대해서는 규제자가 피규제자에게 규제로 인한 재산가치 하락만큼 보상해야 한다. 보상의 재원은 해당 규제로 인해 이 익을 누리는 사람들로부터 거두는 것이 좋다.

(가)는 일반적으로 인정되고 있는 규제의 원칙이기 때문에 긴 설명은 필요없을 것 같다. 그러나 (나)에 제시된 원칙 즉 타인에게 이익을 주기 위한 규제에 대해서는 보충설명이 많이 필요할 듯하다. 이런 원칙이 가장 필요한 것이 녹지나 산림 공원 등을 유지하거나 만들기 위해 토지의 이용을 규제하는 경우이다.

자기 땅에 자라던 나무나 풀을 베는 일은 지금까지 타인에게 대가 없이 주던 이로 움을 거두는 일이지 타인에게 해를 끼치는 것이 아니다. 녹지나 산림을 유지하는 일은 공원을 만드는 것과 같은 성격의 일이다. 공원을 만들려면 필요한 부지를 소 유자로부터 구입해야 한다. 그리고 그 비용은 공원을 이용할 사람들이 부담하는 것 이 옳다. 농지나 녹지, 산림도 마찬가지다. 농지를 다른 용도로 바꾸는 일은 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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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게 해를 끼치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행위를 규제하려면 그에 따른 손해액만 큼을 피규제자인 토지의 소유자에게 보상하는 것이 옳다. 그 비용의 부담자는 일차 적으로 규제자인 정부가 되지만, 궁극적으로는 규제의 수혜자들이 되어야 한다.

이처럼 규제 피해를 보상하게 하면, 규제자인 정부도 또 규제를 요구하는 수혜자 들도 자신들의 행동과 요구에 따른 비용을 제대로 계산하게 된다. 그 비용을 스스 로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규제로 인한 이익이 그 비용보다 클 때에만 규제를 하게 될 것이다. 토지는 녹지와 농지, 산림 등의 비도시적 용도와 도시적 용도로 적절히 구성되어 갈 것이다.

누가 규제권을 행사해야 하는지도 규제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서 매우 중요한 문제 다. 이것은 해결하려고 하는 문제의 지리적 범위와 관련되어 있다. 홍수 때 한강의 수위를 조절하기 위한 규제라면 중앙정부가 담당하는 것이 좋다. 한강의 수위는 서 울시와 경기도, 강원도 충청도 주민들의 행동이 서로 다른 지역의 수위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산의 아파트 단지 인근에 러브호텔이 들어오도록 허용할 것인지의 여부는 일산시에서 결정할 일이다. 그것은 그 지역의 일일 뿐이기 때문이 다.

그런데 토지이용 규제는 통화정책이나 국방, 산업정책, 복지정책 등과 비교해 봤 을 때 그 여파가 매우 좁은 지역에만 미친다. 따라서 토지이용 규제는 가급적 낮은 단위의 지방정부에서 담당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 규제의 내용이 유권자의 취향을 잘 반영할 수 있다. 규제는 해당 행정 구역 주민의 평균적 취향에 맞추어야 하기 때문에 해당 행정 구역 안에서는 획일적일 수밖에 없다. 높은 단위의 정부일수록 행 정구역이 크고 주민의 숫자가 많으며, 그 평균에서 벗어난 사람의 숫자도 많아진다.

낮은 단위일수록 그럴 위험이 줄어들고 불만을 가지는 사람도 줄어들기 마련이다.

마지막으로 염두에 두어야 할 사항은 주민들끼리의 자발적 토지이용 협정 또는 건 축협정을 존중해 주라는 것이다. 미국의 휴스턴(Houston)은 이런 방식의 유용성을 잘 보여준다. 인구 200만의 이 도시에는 용도지역제가 없다. 도시계획가들이나 시 민단체들이 용도지역제를 도입하자고 꾸준히 제안했지만 시민들이 계속(6차례의 투 표) 거부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거지역, 상업지역, 녹지지역, 농지 규제 같은 것 들이 없다. 다만 위생과 안전에 관한 조례가 있을 뿐이어서 이 규정을 지키는 한 아무 때나 농지를 점포로 바꿀 수 있고 점포를 주택으로 바꿀 수 있다. 그 결과 이 도시의 집 값은 다른 어떤 도시들과 비교해서도 싸다.

흥미로운 것은 이 도시에 건축협정으로 유지되는 마을이 많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로 따지자면 아파트 단지 별로 나름대로의 규칙을 가지고 있어서 그 규칙 안에서만 토지를 사용할 수 있다. 집을 고치려 해도, 색깔을 바꾸려 해도 그 규칙을 따라야 한다. 이 규칙은 해당 지역 주민이 자신들이 원하는 주거 환경을 유지하기 위하려 스스로 선택한 법이고 규제인 셈이다. 토지 이용의 토지이용은 자유방임이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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