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1) 지나친 농지․산지 규제로 인한 높은 주택 가격과 인구밀도

6)

농지와 산지의 전용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기는 하지만 지나쳐서는 안된다. 지나치 게 규제가 엄격하다보면 도시 토지와 주택의 가격이 높아지기 마련이다. 인구가 늘 고 소득이 늘어 주택과 상업용지, 위락용지에 대한 수요가 높아질 때, 수요를 적절 히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해당 시설용 토지들이 적기 적소에 공급되어야 한다. 그리 고 새로운 도시용 토지의 공급원은 농지와 임야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농지와 임 야가 도시용지로 전용되는 것을 심하게 규제할수록 도시토지의 가격은 높아지고 수 요는 제대로 충족되지 못한 채로 남게 된다.

우리나라 농지와 산지의 전용에 대한 규제가 심하다는 사실은 다른 나라와의 비교 에서 잘 드러난다. 일본부동산평가협회는 2003년을 기준으로 14개 세계 주요 도시 의 부동산 값을 비교분석했는데,

7)

그 중에서 우리의 주목을 끄는 것은 아파트의 임대료다. 화폐의 구매력으로 환산했을 때,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14개 도시 중 5

6)

이 내용은 필자의 졸고 중 일부를 전재한 것이다. 김정호, 『왜 우리는 비싼 땅에서 비좁게 살까:

시장경제로 풀어보는 토지문제』, 삼성경제연구소, 2005, pp. 11-15.

7)

The World Land Value Survey of 2003, Japanese Association of Real Estate Appraisal, 2004, pp., 22-24.

66 경제활성화를 위한 규제개혁 방안

66

-위를 차지한다. 서울 보다 아파트 값이 높은 도시는 런던과 뉴욕, 파리, 샌프란시 스코뿐이다. 주택가격이 매우 비싸다고 알려진 동경조차도 서울보다 낮은 6위를 차 지했다. 시드니, 브뤼셀, 하와이의 호놀롤루 등 세계의 주요 대도시들은 집값이 모 두 서울보다 싸다.

<그림 1> 공동주택 임대료(m²당)의 국제비교(구매력 지수 기준)

자료: The World Land Value Survey of 2003, Japanese Association of Real Estate Appraisal, 2004, pp., 22-24.

이렇게 집값이 비싸다 보니 한국은 소득에서 주거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다른 나라 들보다 높다. 세계은행(World Bank)와 UN의 Habitat International이 1990년을 기준 으로 조사한 바에 의하면 당시 한국의 가구소득에 비해서 주택의 임대료가 차지하 는 비중은 35.2%였다. 선진국 평균 18.0%, 개도국 평균 14.0%, 세계 평균 15.8% 등에 비해서 월등히 높은 수치이다. 우리나라도 그 이후 집을 많이 지어서 2000년에는 이 수치가 23.1로 낮아지기는 했다. 그러나 90년의 다른 나라들 수치와 비교해도 여전히 높은 것이 사실이다.

과도한 규제의 여파는 도시의 인구밀도에서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다음의 그림 은 49개 세계 주요 대도시의 헥타아르(ha)당 인구밀도를 보여준다. 대다수의 도시 들에서 1990년의 센서스 결과가 사용됐다. 이 그림이 표시하는 인구밀도가 일반적 인 인구밀도와 다른 점은 실질적으로 도시용도로 사용되는 토지면적을 분모로 사용 했다는 사실이다. 즉, 그린벨트와 그와 유사하게 도시용도로의 사용이 제한되는 땅 은 제외했다. 아무리 행정구역상 도시의 면적이 넓더라도, 법적으로, 또는 지형적

토지이용 규제 개혁의 원칙과 방향 67

67

-으로 사용가능하지 않은 토지가 많다면 인구밀도는 높아진다. 따라서 이 그래프의 숫자들은 각 도시의 시민들이 실질적으로 얼마나 조밀하게 살고 있는지를 나타낸 다.

한국의 서울은 헥타아르당 322명으로서 통상적인 인구밀도 단위인 km2 단위로 환 산하면 32,200명이 된다. 이는 인도의 뭄바이, 홍콩, 중국의 광주 다음으로 높은 수치이다. 다행히 수도권 신도시까지를 포함하면 282명으로 좀 나아진다. 신도시라 도 만들지 않았다면 서울은 지금보다 훨씬 더 복잡했을 것이다.

인구는 많고 국토는 좁으니 당연한 현상이라고 받아들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 은 오해다. 국가 전체의 인구밀도와 인간이 모여 사는 도시의 인구밀도는 큰 관계 가 없다. 인도나 중국은 우리보다 인구밀도가 매우 낮지만, 그 나라들의 도시인 뭄 바이와 광조우는 세계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도시들이다. 반면 싱가포르의 면 적은 매우 좁지만 인구밀도는 서울의 1/3밖에 안된다.

국토 전체의 면적을 기준으로 한 인구밀도가 다른 나라들에 비해서 높다고 해서 실제로 사람이 집 짓고 사는 지역의 인구밀도까지 높아야 할 이유는 없다. 아무리 사람이 많이 모여 살더라도 규제 없이 넓은 땅에서 산다면 비좁아야 할 이유가 없 다. 중국의 중경시의 인구는 3천만이지만, 면적은 남한 면적의 2/3에 해당하는 6만 km2이다. 그런 상황에서는 3천만이라는 인구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만약 서울 주변에도 분당 같은 도시를 20개 정도 더 만든다면 우리는 지금보다 훨 씬 더 넓게 살 수 있을 것이다. 도시의 땅 값도 훨씬 싸 졌을 것이다. 분당신도시 의 면적이 594만평이니 20개를 만든다고 해도 1억2천만평이면 된다. 서울시의 현재 면적인 1억 8천만평이니까 그 정도를 하나 더 만들자는 말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 는 지금보다 두 배는 더 넓게 살 수 있다. 우리가 비싼 땅에 비좁게 사는 것은 농 지와 임야의 전용을 지나치게 엄격히 규제해왔기 때문이다.

68 경제활성화를 위한 규제개혁 방안

68

-<그림 2> 세계 주요 도시의 인구밀도

자료: alain-bertaud.com

실제 사용되고 있는 면적당 인구가 얼마인지를 측정한 결과다. 한국의 서울은 측 정된 도시 중에서 네 번째로 높다.

토지이용 규제 개혁의 원칙과 방향 69

69 -(2) 지나친 밀도 규제의 여파들

8)

주택이나 사무실 등 인간에게 필요한 공간을 만들어내는 활동을 제약하는 것이 농 지나 임야에 대한 규제만은 아니다. 건물 층수에 대한 제한이나 건폐율 용적률 등 건축밀도에 대한 규제들도 우리가 필요로 하는 공간의 창출을 방해한다.

같은 땅이라 하더라도 그곳에 2층을 짓는다면 1층짜리를 지을 때에 비해 두 배의 공간이 만들어진다. 1층짜리에 방 2개가 만들어질 수 있다면 2층짜리 집에는 방이 4개 만들어질 수 있다. 들어가 살 수 있는 사람의 숫자가 두 배가 된다. 설령 같은 숫자의 사람이 산다고 해도 2층짜리 집에서는 1층을 지을 때에 비해 두 배 더 넓게 살 수 있다.

지난 50년간 경제발전의 결과 우리 국민들의 주거수준은 눈부시게 높아졌다. 70년 대 이전까지만 해도 아이들이 자기 방을 갖는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이제는 대부분의 아이들이 자기 방을 가지고 있다. 몇 식구 안 되는 가족이 거실 도, 식당도 따로 사용하는 집들이 상당히 많아졌다. 이렇게 된 데에는 아파트의 보 급이 큰 역할을 했다. 집을 지을 땅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은 상황에서 아파트마저 지을 수 없었다면 위와 같은 괄목할 만한 주거수준의 향상은 이루어낼 수 없었을 것이다. 고층화는 우리의 주거수준 향상에 크게 기여했다. 그런데도 고층 개발, 고 밀도의 개발은 늘 피해야 할 대상으로 여겨져 왔고 시간이 갈수록 용적률, 건폐율, 높이 규제 등 밀도에 대한 규제는 심해져 왔다.

우리나라가 지금보다 더 혹독하게 밀도규제를 했다고 해 보자. 예를들어 밀도가 높은 아파트나 연립주택은 전혀 짓지 못하게 규제해왔다고 생각해 보자. 그랬다면 택지의 공급도 부족한 상황에서 주택의 공급은 더욱 부족했을 것이고, 집 값은 그 야말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을 것이다. 또 사람들은 매우 비좁게 살아야만 했을 것이다. 지금 4인 가족이 대개 32평 정도의 집에 살고 있는데, 아파트를 못 짓게 했다면 하마도 4인 가족이 20평 내외의 집에서 살아가야 했을 것이다. 아이들 마다 방 하나씩을 차지하고 살기는 매우 어려웠을 것이다. 공간이 만들어질 수 없 는 상황에서, 좁게 사는 것 이외에 다른 방법이 없지 않은가.

물론 밀도규제에도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는데, 그 중에는 근거가 있는 것도 있지 만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가장 말이 설득력 없는 이유는 건물높이가 높을 경우 그 앞의 도로에 해가 들지 않아 겨울에 도로가 쉽게 얼어버린다는 것이다. 염화칼슘을 뿌리면 되는 시대에 길 이 얼 것을 우려해서 건물높이를 규제한다는 것은 그 비싼 땅을 낭비해 버리고 마 는 일이다. 그야말로 소탐대실일 수 있다.

8) 김정호, 전게서, pp. 37-44에서 전재.

70 경제활성화를 위한 규제개혁 방안

70

밀도규제를 주장하는 두 번째의 이유는 기반시설 용량의 한계이다. 하지만 이것도 설득력이 부족하기는 마찬가지다. 상하수도 시설이 부족하다면 건물높이를 제한할 것이 아니라 상하수도시설을 늘려서 문제를 해결하면 된다.

인근 도로의 교통량이 늘어서 도로가 혼잡해질 까봐 규제해야겠다는 것도 근시안 적 판단의 전형적인 예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토지이용밀도가 높아진다고 해서 교 통량이 늘어나지는 않는다. 밀도가 높아진다고 해서 더 많이 돌아다니는 것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000만 명이 1억평의 땅에서 평균 5층짜리 건물을 짓고 사는 경우와 같은 사람들이 같은 땅에서 평균 10층짜리 건물을 짓고 사는 두가지 경우를 비교할 때 후자가 전자에 비해서 더 많은 교통량을 발생시키리라고 볼 이유는 없다. 아니 오히려 교통량은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건물의 높이가 높아지면 한 건물 내에서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위로 높이 지을 수 있기 때 문에 상대적으로 땅에 도로를 지을 수 있는 여유가 늘어날 수도 있다. 그렇게 된다 면 오히려 혼잡은 덜 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밀화가 그 앞 도로의 혼잡을 초래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당장 눈 앞에 보이는 과도기적 현상만을 보기 때문이다. 즉 다른 지역은 모두 변하지 않 는 상태에서 어느 한 토지의 이용밀도만 높아질 경우 그 토지 앞의 도로는 혼잡해 진다. 그것이 사람들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두 가지를 더 생각해 보아야 한다. 첫째, 그 지역으로 교통량이 몰리는 만큼 다른 지역의 교통량 은 줄어든다는 것이고, 둘째, 시간이 흘러서 다른 모든 지역의 밀도도 올라가면서 그 지역의 교통량은 줄어들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밀도규제는 그리 바람 직하지 않다.

밀도 규제의 더욱 큰 문제는 그로 인해서 도시 전체의 밀도가 낮아지지도 않는다 는 사실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밀도규제로 인해 오히려 평균적 밀도가 높아질 수 있다.

도시의 밀도는 한 곳을 누르면 다른 곳이 튀어 나오는 풍선에 비유할 수 있다. 일 정 높이 이상으로는 건물을 지을 수 없게 규제할 경우 그 규제 때문에 직접적 영향 을 받는 곳은 도심의 토지들이다. 예를 들어 그런 규제가 없었다면 6~70층짜리를 지을 수 있을 텐데, 규제 때문에 20층짜리밖에 지을 수 없게 된다.

그런데 사태는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6~70층짜리 초고층빌딩들이 들어서야 할 자 리에 20층짜리들이 들어섰으니 21층부터 70층까지에서 일어났을 활동들이 어디로 갈 것인가. 그 중의 일부분은 20층 밑으로 내려가서 일어날 것이고 일부는 아예 사 라져 버릴 수도 있다. 그러나 상당 부분은 다른 곳에서 장소를 물색할 것이다. 즉 외곽 지역의 건물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높이 규제가 없었 다면 10층으로 지어졌을 건물이 20층짜리로 지어지고 1층으로 지어졌을 건물이 5층

관련 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