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보건의료 분야의 전달체계는 실질적인 작동 여부를 차지하더라 도 1차부터 4차까지 중앙 정부인 보건성의 관리하에 체계적으로 확립되 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인터뷰를 비롯한 실태조사 결과에 근거할 때 최근 북한의 보건의료 체계는 비정상화에서 정상화의 단계로
확립되고 있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바에 따르면 북한의 보건의료 분야의 전달체계는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갖고 있다.
첫째, 계층별・지역별로 상위 기관의 보건의료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확연한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제도적인 측면에서 북한 주민들은 형식적 으로 보건성의 관리하에 1차 의료기관인 각 지역에 위치한 진료소 및 종 합진료소의 진료만으로 질병에 대한 치유가 불가능하며, 의사의 판단하 에 상위 기관의 보건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제도적 통로가 마련되어 있지만 대다수 북한 주민들은 상위 보건의료 기관의 서비스를 받는 데 어 려움을 겪고 있다. 즉, 상위기관으로의 이용 접근성에 있어서 계층에 따 른 차별이 발생하고 또 어느 지역에 거주하느냐에 따라 차별 현상이 나타 나고 있다. 그러나 계층별, 지역별로 이용 가능한 의료서비스 질의 차이 와 그에 따른 차별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북한 주민들은 이 문제 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실정이다. 이 점은 무상의료체계에 기 반한 북한의 보건의료 서비스의 관리 운영체계의 정비가 필요하다는 것 을 의미한다.
둘째, 보건의료 서비스를 받는 데 있어 추가적인 비용의 지불이 빈번하 게 발생하고 있다. 즉, 의사의 진료 행위 자체는 무상이지만 진료 이후에 수반되는 의료서비스를 받으려면 추가적인 비용이 필요하다. 특히, 이 문 제는 보건・의료 인프라 부족에서 기인한다. 현재 북한은 형식적으로 응급 의료, 중환자, 단기 입원 환자를 위한 보건의료 전달체계가 구축되어 있 지만 의약품 부족으로 인해 일부 기능이 마비된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응 급의료 체계 구비 상태가 열악하여 응급 상황에 처한 주민에 대한 치료가 제때 이루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문제는 응급의료 체계의 작동 문제라기보다는 열악한 수준의 의료 인프라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또한 북한은 병원, 의료시설 등의 직접적인 보건 인프라와 상하수도,
화장실 등 개인위생과 관련된 간접적인 보건 인프라의 부족으로 인해 상 당수 주민의 영양 및 건강 수준이 매우 열악하며, 그로 인해 사망률 역시 매우 높은 편이다. 우선 건강 수준의 측면에서 북한 주민의 평균수명은 70.6세로 평균수명이 82.3세인 남한 주민보다 10년 이상 낮으며(WHO, 2016, p.3), 영아 사망률 역시 북한은 출생 1천 명당 25명으로 남한의 3 명보다 약 8배 높은 수준이다(UN Inter-agency Group for Child Mortality Estimation. 2015). 이에 더해 모성 사망비 역시 북한은 출생 10만 명당 82명으로 남한의 11명에 비해 약 8배 이상 높은 사망 수준을 보이고 있다(WHO et al., 2016). 더욱이 북한의 사인 구조를 남한과 비 교할 때 북한의 보건의료 체계의 열악함은 보다 극명하게 나타난다(그림 4-1 참조).
〔그림 4-1〕 남북한의 사인 구조 비교: 2010년
자료: 황나미(2014)에서 인용.
넷째, 국제기구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대표적으로 전염병
자료: Humanitarian Country Team of UN(2016).
다섯째, 시장화의 진전에 따라 다중 전달체계의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북한의 보건의료 분야 전달체계는 비정상화에서 정상화의 단계로 바로잡 히고 있지만 식량공급의 측면과 마찬가지로 북한 주민은 북한 당국으로 부터 제공받을 수 있는 부분을 개인 돈을 지급해서 보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현재 북한의 보건의료 전달체계는 일부 국영 전달체계와 다수 개인의 시장화, 일부 국제기구의 지원이 혼재된 다중 전달체계의 형 태로 구성되어 있다.
이상의 내용에 근거할 때, 통일 이후 보건의료 분야 전달체계의 마비 혹은 붕괴로 인해 초래되는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사회적 안전망을 갖추 고, 이를 통해 남북 간 건강 격차와 지역 간 건강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대책이 시급하다고 할 것이다. 이에 통일 직후 북한의 보건・의료체계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정책을 우선적으로 실시해야 할 것이다.
첫째, 북한의 무상의료제와 남한의 건강보험제의 통합과 관련된 정책 적 고민이 필요하다. 원칙적으로 남한의 건강보험 제도를 북한에 이식하 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가장 바람직한 정책 대안이나, 단기적으로는 열악 한 상황에 있는 북한 주민의 건강권 보장을 위해 의료급여제의 확대 적용 이 필요할 것이다.
둘째, 통일 직후 북한 지역의 열악한 보건의료 분야의 개선을 위해서 남한 지역의 우수한 인력과 장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이를 통해 붕괴된 북한의 보건의료 체계를 복구하면서 새로운 인프라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셋째, 보건・의료체계의 완비 이외에 북한 주민의 생활 건강을 위한 안 정적인 영양 공급, 전염병 예방 등과 같은 예방적 보건 시책을 적극적으 로 시행할 수 있는 지역 보건소의 역할 강화가 필요하다. 특히, 영유아 및 아동에 대한 영양 공급 및 예방접종 등과 같은 건강 증진 사업에 우선적 이고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넷째, 장기적으로 남북한이 직면한 인구 고령화 및 만성질환 증가로 인 한 의료비 급증에 대비할 수 있도록 효율적이고 지속 가능한 재원 조달의 보건의료 체계 구축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