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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법문화와의 구분

문서에서 2008 국민법의식 조사연구 (페이지 53-59)

‘법문화’(legal culture, Rechtskultur)라는 말은 서양에서는 영미법학에 서 보다 대륙법학에서 정립된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56) 대륙법학에 서 법문화라는 말은 “법 법제도에 대한 국민의 태도, 신조, 가치관, 이상, 기대 등”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57) 법문화의 개념을 이와 같이 정의하면 언제 왜 어디서 사람들이 법 법제도 혹은 법 적 과정을 사용하는가를 결정하는 것이 법문화라는 것, 즉 그것은 사 람들이 어떤 경우에 법 이외의 제도를 사용하는가 혹은 아무것도 하 지 않는가 라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 된다. 환언하면 문화적 요소란 정적인 구조와 정적인 규범의 집합체를 살아 있는 법의 체계에 전화 하는 본질적 성분이다.58) 법에 대한 태도, 가치관, 의견도 개인에 따 라 다를 수 있는 것이지만, 한 국가 또는 한 집단 내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법문화를 발견할 수 있다.59)

그러나 한 시대에 있어서도 법문화를 규정짓는 요인은 매우 다양하 며, 그에 따라 법문화의 유형도 다양하게 구분할 수 있다. 먼저 국가나

55) M. Rehbinder/이영희 최종고 역, 앞의 책, 170쪽.

56) F. Wieacker, Grundlagen der Rechtskultur, Plenasitzungsreferate und Korreferate der 11. Weltkongress für Rechts- und Sozialphilosophie, Helsinki, 1982, S. 159-185.

57) 로렌스 M. 프리드만/박남규 역, 법과 사회, 법문사, 1990, 125쪽. 이와는 달리 영 미법, 특히 미국법에서는 법문화의 개념을 법적 현실주의의 발달과 법에 대한 미시 적 및 거시적 사회학을 뜻한다.

58) 로렌스 M. 프리드만/박남규 역, 앞의 책, 법문사, 1990, 125쪽.

59) 최종고, 한국법문화의 근대화과정, 석당논총(石堂論叢) 제9집, 1984, 277쪽.

종족에 따라 다를 수 있을 것이며, 지역에 따라(예컨대, 도시의 법문화 와 농촌의 법문화) 또는 물질적 생활정도에 따라(예컨대, 노동자의 법 문화와 경영자의 법문화) 구분될 것이다. 특히 법조가 고도로 전문화 하는 근대 이후에는 법조 내부의 법문화(internal legal culutre)와 일반인 들의 법문화(lay legal culture)의 구분이 뜻을 지니게 된다.60) 법조내부 의 법문화는 상대적으로 강한 통일성을 발견할 수 있는데 대하여 일반 인의 법문화는 통일성이 희박하여 문화적 집단만큼의 다양한 법문화의 존재를 상정하여 볼 수 있다. 법조 내부의 법문화의 특성으로는 흔히 그 보수성을 지적할 수 있는데, 그들의 특성은 법언어(Rechtssprache)에 서도 잘 나타난다. 법언어의 기술적 특성은 법조인을 다른 일반인들과 분리시켜 그들을 동료로서 결속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또한 법문체 역시 법조인을 묶어 주는 의식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한다.61)

다음으로 근대적 법문화와 전근대적 법문화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근 대적 법문화의 가장 일반적인 특징은 도구주의적 법률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전근대적 법문화에서의 신적 초월적 법률관에서와는 달리 여 기서는 법은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도구로서 얼마든지 수정될 수 있고 변동가능한 것으로 파악된다.62) 근대적 법문화의 특징을 정당성(legi-timacy)이라는 관점에서 파악하여 합리성(Rationalität)을 근대적 법문화의 특징으로 지적한 사람은 막스 베버(Max Weber)이다. 그는 합리성도 실 질적 합리성(materiale Rationalität)과 형식적 합리성(formale Rationalität) 내지 절차적 합리성(prozeßuale Rationalität)을 구별하고, 근대법이 되려 면 후자의 형식적 합리성이 발달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법문화에 관한 종래의 논의의 주된 관심사는 사람들이 법에 관하여 어느 정도의 지식을 가지고 있는가, 법의 정당성에 대하여 어떻게 생

60) L. Friedmann, Law and Society : An Introduction, Prentice-Hall, 1977, p. 76.

61) 최종고, 앞의 논문, 276쪽.

62) L. Friedman, op. cit., p. 78.

각하고 있는가, 어느 정도로 법을 존중하고 있는가, 분쟁을 법원에 의 한 재판을 통해 해결하려는 성향을 어느 정도인가, 어떠한 목적으로 어느 정도로 변호사나 그 밖의 법적 기관을 이용하는가, 법적 제재의 강도 및 형벌의 종류·형량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법 이외 의 어떠한 사회통제의 수단에 의거하고 있으며, 왜 그것에 의거하는 가 등의 문제이다.63)

법문화가 구체적인 현상으로 드러나는 것은 사회구성원들의 행태와 의식을 통해서 이며, 동시에 이러한 인적 요소들에 의해서 사회 특유 의 법문화가 형성된다. 법문화의 영역은 다른 문화영역과 달리 인적 요 소를 중심으로 구분되는데, 하나는 시민대중의 문화(popular legal cul-utre)이고, 다른 하나는 법률전문가들의 법문화(professional legal culutre) 이다. 한 사회 내에서 두 상이한 집단이 형성하는 법문화는 때로는 현격한 괴리를 형성하기도 하며, 서로 충돌을 일으키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한 집단의 문화는 다른 집단의 문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다. 외관상으로는 두 집단의 법문화가 경계를 두고 있는 것처럼 보여 도 상호간에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기 때문에 이들 간의 간격이 클 때 법문화 전체적으로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64)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법문화를 다루면서 주로 시민들의 법문화에 관심이 집중되어 왔다. 뿐만 아니라 법문화의 부정적 현상을 진단할 때에도 시민들의 법행동이나 법의식이 전근대적이라든지 아니면 매우 소송지향적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이에 대한 해결책이나 대안을 모색 하는 연구가 주류를 이루어 왔다. 그리고 그 대안이나 해결책도 대체 로 과도하게 나타나는 현상을 줄여야 한다는 식으로 제시되어 왔다.65)

63) 양 건, 법사회학, 아르케, 2004, 250쪽.

64) 김정오, 법원의 법문화 : 법원의 이미지 Vs. 법원의 현실, 법과 사회 제21호, ‘법 과 사회’이론연구회, 2001, 161-162쪽.

65) 김정오, 앞의 논문, 162쪽

이상에서 법문화의 개념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종래 법문화와 법의 식의 개념을 명확하게 구분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인 입장이었 고, 실제로도 혼용되어서 사용되어 왔다. 특히 법의식을 법문화에 포 함시켜서 이해하는 것이 일본과 한국 법사회학자들의 주된 견해라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양자를 동일시하는 입장에서는 굳이 양자를 구분 한다면 법의식은 법문화라는 용어보다 법현상의 심리적 측면에 한정 된다는 점에서 구별해 볼 수는 있을 것이라고 한다.66)

하지만 이와 같이 문화라는 외재적 요인을 의식이라는 내재적 요인 과 동일시하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즉 전통적으로 심 리학에서는 문화는 인간을 둘러싼 환경요인의 하나로서 개인의 외부 에 존재하는 것으로 위치지움에 반하여, 의식은 내적인 요인으로서 개인의 내부에 존재하는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사람들의 의식이 사회로 확대되어 문화를 만드는 경우도 있지만, 반대로 문화 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쳐 의식을 규정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문화는 어디까지나 외적 변수이고, 의식은 내적 변수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 다. 이러한 의미에서 법문화를 법의식과 동일시 할 수 없는 것이다.

다만, 법문화가 개인의 의식으로서 내재화된 것 또는 개인이 인지하 는 법문화를 법의식으로 부를 수도 있을 것이나, 그것은 개인의 인지 공간에 투영된 법문화이고, 법문화 그 자체는 아니라는 점67)을 유의 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은 참고할 만할 것이다.

66) Th. Geiger, Vorstudien zu einer Soziologie des Rechts, 2. Aufl., 1970, S. 382 f.

67) 和田仁孝 編, 前揭書, 91-92頁.

4. 이 연구에서의 법의식 개념

이상에서 살펴본 것처럼 법의식(legal consciousness, Rechtsbewußtsein, conscience juridique)에 관한 개념은 용어 자체가 지니는 추상성으로 인 하여 매우 다의적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유사개념인 법감정(legal feel-ing, Rechtsgefühl), 법문화(legal culture, Rechtskultur) 등과 구분지우려는 경향과 구분짓지 아니하려는 경향이 혼재되어 있다. 법이론상 법의식 과 법감정 법관념 법문화를 구분하여 사용하는 것은 그 나름대로의 의의가 있고 또한 필요하다. 그러나 실제로는 양자의 관계는 상호의 존적이며, 법의식의 순간순간마다 법감정이나 법관념, 법문화의 작용 이 침투하므로 양자를 구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68) 대 체로 명확한 구분 없이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2008 국민법의식조사는 국민법의식의 변화양상을 과학적 조사와 분 석을 통하여 검토 및 분석함으로써 우리나라 국민들의 법의식 현주소 를 파악하고, 미래의 입법과 법집행의 발전을 위해 시계열적으로 비 교가능한 중요한 참고자료를 제공하며, 더 나아가 법생활의 예측가능 성과 법집행의 공정성 도모, 선진법치국가를 실현하는 데 이바지함을 그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법의식과 법감정 또는 법문화를 개념상 명 확하게 구분지어 협의의 법의식 개념을 통하여 법의식조사를 하는 것 보다는 가능한 한 법의식의 개념을 넓게 해석하여 사회공동체의 구성 원이 법이라고 하는 사회통제제도에 대하여 가지는 법적 인식 법적 가치판단 법감정, 법태도를 총칭하는 것으로 보고자 한다. 이 경우 법의식은 개개인의 구체적인 법의 인지를 기초로 하여 실정법 및 일 반적 법상황에 대한 평가뿐만 아니라 계층상황에 대한 태도에까지 영

68) 서경림 외, 제주도민의 법의식, 제주대학교 출판부, 1999, 12쪽.

향을 미치는 다양한 견해로 볼 수 있다. 또한 앞서 언급한 것처럼 법 의식과 법문화는 서로 다른 차원의 것이라는 지적에 비추어, 양자를 명확하게 구분할 필요가 있으나, 사람들의 법의식이 사회로 확대되어 법문화를 만드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법문화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쳐 법의식을 규정할 수는 등 상호 영향을 미치는 관계에 있다. 따 라서 법의식을 법문화의 한 구성요소로 보고자 한다. 다만, 이들 용어

향을 미치는 다양한 견해로 볼 수 있다. 또한 앞서 언급한 것처럼 법 의식과 법문화는 서로 다른 차원의 것이라는 지적에 비추어, 양자를 명확하게 구분할 필요가 있으나, 사람들의 법의식이 사회로 확대되어 법문화를 만드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법문화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쳐 법의식을 규정할 수는 등 상호 영향을 미치는 관계에 있다. 따 라서 법의식을 법문화의 한 구성요소로 보고자 한다. 다만, 이들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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