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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조범의 고의

문서에서 저작자표시 (페이지 34-39)

형법이 금지하는 행위를 한 행위자의 행위반가치를 평가함에 있어서 핵심적인 판단 요소 내지 표지는 행위자의 주관적인 의사일 것이다. 방조의 행위반가치 역시 마찬가 지이다. 일반적으로 방조행위자의 주관적인 의사, 즉 방조의 의사는 정범의 실행행위 를 돕겠다는 내용의 주관적인 의사를 말한다. 방조행위는 고의행위로, 방조행위에 대 한 고의가 인정되어야 방조범이 성립한다. 이는 이론상 ‘방조에 있어 이중의 고의’

문제로 다루어지고 있으며, 정범행위에 대한 방조자 고의의 특정성에 관해서는 판례와

60) 신동운, 앞의 책, 639면.

61) 이승준, 앞의 논문, 79면 참조.

학설 모두 특정구성요건에 대한 인식 그 이상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에 일치하고 있다.

여기서 ‘이중의 고의’란 정범의 범죄실행을 방조한다는 인식 즉 방조의 고의와 정범 이 범죄의 실행으로 나아가 기수에 이름으로써 구성요건적 결과가 발생할 것이라는 인 식 즉 정범의 고의로써, 협의의 공범(교사범, 방조범)의 경우에는 이 두 가지의 고의가 모두 있어야 한다고 본다. 방조의 이중고의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방조범에게 요구되 는 ‘정범의 고의’이다. 이는 정범에 의해 실현되는 범죄의 본질적 요소를 인식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물론 그 세부적 내용에 대한 구체적인 인식까지 요구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범이 실행행위가 지향하고 있는 방향성 및 그 최종 목적지가 어디인지는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방조범이 인식해야 할 정범이 실행한 범죄의 본 질적 요소라는 것은 정범의 실행행위로 인해 발생이 예견되는 ‘구성요건적 결과에 대 한 인식’이 방조범에게도 필요하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62)

대법원도 방조범은 정범의 실행을 방조한다는 이른바 방조의 고의와 정범의 행위가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인 점에 대한 정범의 고의가 있어야 하나, 이와 같은 고의는 내심적 사실이므로, 피고인이 이를 부정하는 경우에는 사물의 성질상 고의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입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때 무엇이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에 해당할 것인가는 정상적인 경험칙에 바탕을 두고 치밀한 관찰력이나 분석력에 의하여 사실의 연결상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외 에 다른 방법이 없다고 할 것이다. 더불어 방조범에 있어서 정범의 고의는 정범에 의 하여 실현되는 범죄의 구체적 내용을 인식할 것은 아니고 미필적 인식 또는 예견으로 족하다고 판시하고 있다.63) 또한 방조범은 정범의 실행을 방조한다는 인식과 함께 정 범의 실행행위가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라는 인식, 즉 이중의 고의를 요하기 때문 에, 과실에 의한 방조행위는 방조범을 성립시킬 수 없다. 방조범은 정범에 의하여 실 현되는 범죄의 본질적 요소를 인식하면 족한 것이다. 다만 과실범의 정범으로 처벌될 여지가 남아있을 뿐이다. 즉 방조행위의 고의는 미필적 고의로도 족하다 할 것이다.64) 우리 판례 또한 공범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정범에 의해 실행되는 일시, 장소, 객체 등 을 구체적으로 인식할 필요가 없으며, 나아가 정범이 누구인지 확정적으로 인식할 필 요가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65)

62) 김정환, “정범행위에 대한 방조자의 고의”, 형사법연구 제19권 제2호, 2007, 146면.

63) 대법원 2012. 2. 25. 선고 2008도4844 판결; 대법원 2010. 3. 25. 선고 2008도4228 판결.

64) 신동운, 앞의 책, 638면.

65) 피방조자는 특정된 자이어야 하나, 그러나 방조자는 정확한 신원이나 실존유무까지 인식할 필요는

한편 단순히 미수에 그치게 할 의사로 방조한 미수의 방조는 방조행위가 될 수 없 다. 방조범과 정범 사이의 의사의 일치를 요건으로 하지도 않으므로 편면적 방조범 또 한 인정할 수 있다고 대법원도 판시한 바 있다.66) 특히 영미법에서는 공범의 책임은 그 본질상 파생적인 것으로 그 죄책이 정범으로부터 도출되고, 따라서 공범이 정범을 주관적 요건 하에 방조했다는 것이 인정되고, 정범이 결과를 야기했다는 것이 입증되 는 경우에는 공범 성립에 필요한 인과적 관련성은 인정되는 것으로 다루고 있다. 따라 서 독일, 일본, 우리나라와 같은 대륙법계 국가와는 달리 방조범의 주관적 요소를 중 심으로 그 가벌성의 한계가 논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영미법에는 우리 법체계에 없는 공모죄가 존재하는데, 甲과 乙이 A에 대하여 범죄를 하기로 하고 그 합의를 실 행하기 위해 필요한 다소의 외적행위를 했다면, 두 사람은 그 범죄와 별도로 공모죄로 도 처벌받게 되므로 방조범의 주관적 요소는 중요한 판단자료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 다.67)

형법상 고의라는 개념은 그 기능론적 측면에서 보면, 객관적 구성요건의 적용범위를 제한하는 역할을 한다. 방조범의 경우도 정범의 실행행위를 용이하게 하는 모든 유형 의 행위가 객관적 구성요건인 방조에 해당하지만, 이중의 고의를 요구함으로써 그 성 립범위가 제한된다.68) 따라서 범죄자들은 자신의 행동을 구성요건적인 요소로 고려하 는 것이 아니라,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범죄사실에 대한 표상을 가지는 것이고, 이러한 설명에 따르면 방조자의 고의와 관련하여 형법 제32조의 ‘타인의 범죄’는 추상적 범 죄구성요건이 아니라, 구체적인 사실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논리가 방조의 구체 적 사례에서 타당한지는 의심스러울 수 있다. 왜냐하면 정범행위결과에 대한 인과적인 위험상승으로 나타나는 강화된 충동부여의 방조행위와 정범결과 사이에 시간적·장소

없으나 정범행위의 본질적 표지를 인식하는 것만으로 족하고 범행의 세부적 사정까지 알 필요는 없 다(대법원 2007. 12. 14. 2005도872 판결).

66) 대법원 1974. 5. 28. 선고, 74도509 판결.

67) 김종구, “미국 형법상 중립적 행위에 의한 방조의 가벌성”, 형사법연구, Vol.24 No. 4, 한국형사법 학회, 2012, 81면.

68) 대법원 2013. 11. 14. 선고, 2013도7494 판결에 의하면, 甲이 하자있는 보험계약의 체결과정에서 乙을 도운 행위로 인해 후에 乙이 사기죄를 범할 수 있었다면, 甲의 행위는 방조범의 객관적 구성 요건인 ‘방조’에 해당할 수 있다. 그러나 대상판결에서 대법원이 乙이 보험사고를 임의로 일으키려 는 의도를 甲이 인식하면서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이는 甲에게 방조 범의 고의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상판결에서 대법원이 방조범의 고의를 검토하지 않고서 甲의 가담행위의 객관적 측면만을 고려하여 甲의 행위를 사기죄의 공동정범의 행 위가 아니라 방조행위라고 인정한 것은 잘못된 결론이라 할 수 있다.

적으로 상당히 떨어져 있다는 것이 특징이기 때문이다. 많은 문헌에서 방조자는 정범 의 범죄에 대한 본질적 요소를 인식하면 충분하다고 판단하는 것은 이러한 방조행위의 특성을 고려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방조행위란 종속적 법익침해에 대하여 인과적으로 작용하여 정범범행의 위험성을 높 이는 것이다. 그렇다면 방조자의 고의는 이러한 법익침해에 대한 위험성의 창출에 관 련되어서 설명되어야 할 것이고, 방조자는 법익침해에 대한 구체적 위험상승요소들에 대한 인식을 요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교사행위와 달리 정범에게 범행실행으로의 강 한 영향을 주지 못하는 방조행위는 위험잠재성의 제공일 뿐이고, 우리 형법에서 종범 (從犯)이라 칭하는 용어 자체에 그 의미에는 주범(主犯)을 ‘모신다’는 의미가 함축되 어 있어, 정범이 그 잠재성의 현실화의 여부를 결정한다.69)

다른 한편으로 방조자는 정범의 형보다 필요적으로 감경되어 처벌된다는 것도 함께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교사자의 고의의 경우에는 교사자가 정범자와 동일한 법정형이 적용되므로, 이러한 중한 형벌의 정당성을 논증하기 위해서 교사자 고의의 구체성이 높게 요구되고 있음에 반하여, 방조자는 정범의 형보다 의무적으로 감경되어 처벌되므 로 고의의 높은 구체화가 필요치 않은 것이다. 이러한 방조의 객관적 측면과 낮은 형 량을 고려하면, 방조자가 인식해야 하는 정범범죄의 본질적 부분은 통설과 판례의 견 해대로 추상적 규범적인 구성요건으로 충분하다고 생각된다.

제3절 방조범의 처벌

독일에서 방조범의 처벌은 정범의 법정형에 따르며, 독일 형법 제49조 제1항(특별한 법률상의 감경사유)에 따라 필요적으로 감경된다(제27조 제2항 2문). 방조의 불법내용 은 정범행위를 강화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 촉진 내지 결과에의 간접영향에 지나지 않 기 때문에, 모든 사례에서 정범행위의 불법내용보다도 그 양이 적고 책임도 정범자의 불법내용보다 가볍다는 판단에서 기반하였다고 할 수 있다.

일본형법은 그 처벌에 대하여 방조범의 일반조항(일본형법 제62조)과 별도의 조항(일 본형법 제63조)을 두고 있다. 그러나 내용적으로는 정범의 형을 감경하고 있는 것에서 큰 차이가 없다.

69) 김정환, 앞의 논문, 157-158면 요약.

우리 형법 또한 제32조 제2항을 통해 방조범의 형을 정범의 형보다 감경하고 있다.

방조범은 정범의 범죄를 용이하게 하는 것이고 그 결과에 대하여 간접적인 영향을 미 치는 것에 불과하므로 방조범의 불법내용이 정범의 그것보다 경하고 따라서 방조범의 책임도 정범의 책임보다 가볍기 때문에 필요적으로 형을 감경하도록 한 것이다.70) 정범이 미수에 그친 때에는 방조범은 이중으로 형이 감경될 수 있다. 여기서 감경할 수 있는 형은 법정형을 의미하며, 그 선고형을 감경하는 것은 아니다. 경우에 따라서 는 방조범의 선고형이 정범의 선고형보다 무거울 수도 있다.

또한 자기의 지휘·감독을 받는 자를 방조하여 결과를 발생하게 한 자는 정범의 형 으로 처벌하며, 방조범에 관하여도 공범과 신분에 대한 형법 제33조의 규정이 적용됨 은 교사범의 경우와 같다. 따라서 신분 없는 자도 진정신분범의 방조범이 될 수 있으 며, 부진정신분범에 있어서는 비신분자는 보통 범죄의 방조범이 된다. 책임조각사유 또는 형벌조각사유는 그러한 사유가 있는 정범 또는 공범에 대하여만 영향을 미친다.

방조범은 공동정범 또는 교사범과 보충관계에 있다. 따라서 방조범이 실행행위를 분담 하여 기능적 행위지배가 진행되었거나 교사행위까지 한 때에는 방조범은 정범 또는 중 한 공범형식에 흡수되며, 이러한 경우에는 공동정범 또는 교사범이 성립할 따름이다.71) 또한 방조범의 경우에 형법 제34조 제2항을 근거로 형을 가중할 수 있는지 문제될 수 있다. 형법 제34조 제2항은 자기의 지휘·감독을 받는 자를 방조하여 형법 제34조 제1항의 결과를 발생하게 한 자를 정범의 형으로 처벌한다는 규정이다. 이를 특수방조 라고도 일컫는다.72) 한편, 영미의 커먼로(common law)하에서 정범과 공범은 모두 중죄 범(felon)으로 처벌된다는 점에서 정범과 공범을 개념적으로 구별하지만 그 취급은 같 다.73) 따라서 독일, 일본, 우리나라 형법과는 그 가벌성의 제한과 관련하여 견해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각국의 견해차이에 관해서는 이하 4장에서 더욱 자세히 다루기로 한다.

70) 이재상, 앞의 책, 500면.

71) 이재상, 앞의 책, 501면.

72) 신동운, 앞의 책, 631면.

73) 김종구, 앞의 논문, 8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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