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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벌성의 근거

문서에서 저작자표시 (페이지 126-130)

제2절 중립적 행위에 의한 방조의 가벌성의 근거

또한 공범체계상 당해 범죄에서 각각의 공범행위가 갖는 무게를 구성요건 단계에서 평가하려고 하는 법규에 따라 방조범은 정범과 교사범에 비해 가볍게 처벌받는다는 것 이다. 그러나 이러한 귀결은 현실적으로 개별사건을 판단하는 실무계의 입장에서는 쉽 지만은 않은 영역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모든 범죄참여자를 정범이라 칭하여, 종속성 의 개념을 부정하는 단일정범체계를 주장하는 견해290)도 있다. 하지만 이는 가벌성의 범위가 비대해질 수 있음을 주의해야 한다. 특히 본 논문에서 살펴보고자 하는 중립적 방조범의 가벌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공범과 정범을 구분하는 행위지배설의 입장에서 온라인서비스제공자가 자 신의 서버에 있는 아동포르노그래피를 인지하고도 삭제하지 않은 행위를 아동포르노 소지죄의 정범으로 처벌할 수 있을지를 고려해 볼 때, 온라인 서비스제공자가 직접적 으로 파일을 업로드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직접정범은 될 수 없는 것이다. 또한 우월 적 지배의사가 존재하는 것도 아니므로 간접정범 역시 성립하지 않게 된다. 그리고 적 어도 상호간의 의사연락이 확인되지 않기에 공동정범에도 해당하지 않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사례에서 불법게시물을 그대로 방치한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정범성 표지는 인 정될 수 없다291)고 한다.

또한 일본의 판례292)에서도 공모공동정범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공모자에게 ‘정범의 의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3장에서 유형별로 살펴봤듯이, 중립적인 기술제공의 서비스 개설목적이 타인의 저작물을 침해할 목적이 있다거나 침해할 수 있는 상당한 개연성을 알면서도 서비스를 개시하였다고 한다면, 정범의 의사가 있다293)고 볼 수 있 을 것이다. 그러한 목적이 있는 이용자들만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며, 설령 그러한 매체를 통해서 불법적인 저작물이나 내용들이 유포되거나 오고 간다고 하

290) 안동준, 앞의 논문, 6-18면 요약.

291) 이원상, “아동포르노그래피 소지죄에 대한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형사책임에 관한 연구”, 안암법 학 제35호, 2011, 130-131면 요약.

292) 본 사건은 소위 커플다방에서 손님이 성적 행위를 하고 이러한 행위를 다른 손님들끼리 서로 볼 수 있도록 다방의 분위기를 만들어 영업을 하는 주인에게 공연외설죄의 공모공동정범으로 공소제기 한 사안으로서, 법원은 “어디까지나 손님들의 성적행위는 손님의 자유에 맡겨져 있을 뿐, 피고인의 입장은 손님들의 그것과는 달리 스스로도 손님과 공동하여 공연외설의 범죄 행위를 실현하려고 하 는 것이 아니고 본 건 찻집의 객실을 제공하는 것으로서 손님들의 공연외설의 범죄행위를 용이하게 하도록 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하여 방조범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東京地方裁判所 平 成 8年 3月28日 刑事第 6部 判決).

293) 이정훈, “온라인 웹하드 서비스의 공중송신권 침해와 공모공동정범 성립 여부”, 형사법연구 제20 권 제3호, 2008, 135-137면 요약.

더라도 그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매체에 대하여 불법적인 행위의 주체라고 볼 수는 없는 것이다.

따라서 중립적 행위에 의한 방조에 있어서도 형사책임의 인정여부에 대하여 논란이 뒤따른다. 기본적으로 형사책임 자체를 부정하는 견해, 그리고 긍정한다면 어떠한 형 태로 책임을 물을지 여부에 대한 논의가 있으며, 중립적 기술제공자에 대한 논의를 바 탕으로 가벌성의 근거를 살펴보기로 한다.

가. 책임부정설

중립적 행위에 의한 방조의 한 형태로 중립적 기술제공자에 있어서 주로 민사책임적 인 부분은 긍정되고 있다. 하지만 민사책임이 인정된다고 해서 반드시 형사처벌의 대 상으로 봐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견해이다. 소리바다 사건에서도 민사상 방조의 책임 은 인정되었지만, 과실범의 처벌이 인정되지 않는 저작권침해죄의 경우에는 형사사건 의 항소심판결에서처럼 형사상 방조의 책임까지 물을 수는 없어, 방조책임은 부정되어 야 한다고 보는 견해이다.294)295)

나. 책임긍정설

(1) 정범설

이용자들을 매개하지 않고 기술제공자가 직접 저작권을 침해하는 행위는 단순하게 직접침해 책임을 부담할 뿐이라고 판단하여 단독정범의 인정여부 보다는 주로 공동정 범 성립여부에 초점을 맞추는 견해이다.

공동정범의 주관적 성립요건인 공동의 가공의사는 일반적으로 반드시 명시적일 필요 는 없고 묵시적인 의사연락만 있어도 족하고, 의사연락이나 간접적 의사연락도 그 내 용에 관한 포괄적 의사연락이나 인식이 있으면 전원에게 범행결의가 성립하는 것이므

로,296)297) 기술제공자가 이용자와 더불어 범행결의를 공유하였다고도 볼 수 있다는 것

294) 정상조, “인터넷이 저작권에 미친 영향 : 회고와 전망”, 저스티스 통권 제87호, 2005, 25-26면.

295) 또한 이러한 항소심의 판단에 대하여 방조행위가 고의에 의한 것인지, 과실에 의한 것인지 특정하 지 않고 있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박준석, 앞의 책, 320면 각주348 참조).

이다. 다만 어떤 형태로든 공동행위자의 특정성을 강하게 요구한다면 이용자의 특정이 어려운 현 상태에서는 공동정범의 성립이 곤란하게 되므로, 간접적으로 공동가공의 의 사가 인정되면 개괄적 고의의 형태로 정범이 성립할 수 있다는 견해이다.298)

(2) 방조범설

모든 형태의 기술제공자는 객관적으로 이용자의 저작권침해행위를 가능하게 하거나 촉진하고 주관적으로는 이런 정황을 인식하였다면 방조자로서의 고의가 인정되는 것이 므로 방조범의 성립이 가능할 것이라는 견해이다. 다만 방조범의 성립을 인정하면서도 법리적으로는 이용자들의 침해행위가 발생하는 상황을 용인하는 것이므로 그 책임은 부작위에 의한 방조에 의한다고 본다.

(3) 각각의 견해에 대한 검토

기술제공자의 형사책임에 있어서도 일반적인 방조범의 법리에 비추어 결과발생의 가 능성을 인식하고 나아가 결과발생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는 경우이거나, 결과발 생의 가능성을 인식하면서 구성요건 실현에 대한 위험을 감수한 경우에 미필적 고 의299)를 인정할 수 있다.

책임부정설의 입장과 같이 과실에 의한 방조로 본다면, 과실에 의한 방조를 인정하 지 않는 형사책임에 있어서는 처벌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행위를 과 실에 의한 방조로 판단하기에는 미필적인 고의를 외면하게 되는 오류를 범하게 되는 것이다.

책임긍정설의 입장에서 판단하면, 우선 정범설이 내세우는 공동정범으로서의 정범성 의 표지, 즉 공동가공의 의사와 기능적 행위지배가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기 술제공자와 개별이용자간의 공동의사가 빈약할 뿐만 아니라 프로그램의 제공행위까지

296) 김일수/서보학, 앞의 책, 594면.

297) 대법원 1998. 6. 28 선고88도601 판결; 대법원 1983. 3. 8.선고 82도2873 판결.

298) 김용옥/윤형렬/이대희, “뉴밀레니엄 시대의 음악저작권”, 인터넷법률 제7호, 2001, 53면.

299) 범죄구성요건의 주관적 요소로서 미필적 고의라 함은 범죄사실의 발생가능성을 불확실한 것으로 표상하면서 이를 용인하고 있는 경우를 말하고,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하려면 범죄사실의 발생가 능성에 대한 인식이 있음은 물론 나아가 범죄사실이 발생할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어야 한다(대법원 2004. 5. 14. 선고 2004도74 판결).

공동의 범행결의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300)

또한 방조범설에 대하여는 정범이 확정되지도 않았고, 정범의 고의 인정여부가 불분 명한 상태에서 기술제공자에게 방조범을 인정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회의적인 견 해301)도 있다. 그러나 기술제공자에게는 해당 서비스를 제공함에 있어 불법을 행하려 는 고의가 아니라 불법이 진행되는 것에 대하여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음에 대한 방조 고의에 해당하기 때문에 부작위에 의한 방조로써 이해하는 방조범설이 타당하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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