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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직한 시장통합형태의 모색

문서에서 동북아 시장통합은 가능한가 (페이지 145-164)

(1) 왜 ‘동북아’인가?

1) 현실적인 가능성의 문제

앞에서도 설명했듯이 민간차원은 물론 정부 수준에서도 동북아 시장통합 논의가 등장하고 있지만 그 대상지역을 구태여 3개국에 한정할 필요가 있느냐는 문제와 함께 ‘시장통합’의 형태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우선 현실적, 외교적으로 ‘동북아’보다는 ‘동아시아’ 시장통합이 더 가능성이 큰 것같이 보인다. 앞장에서 소개했듯이 ‘ASEAN+ 3’

내에서 동아시아자유무역지역(EAFTA)과 금융・통화협력 등이 구 체적인 논의단계에 이르렀다. 따라서 중기적으로는 논리상

‘ASEAN+1’과 같이 ASEAN과 3개국이 각각 FTA를 추진하는 한 편, 장기적으로 EAFTA로 확산해 나간다면 결국 3개국간 다자적 인 FTA는 자동적으로 이룩될 수 있다. 현재로서는 이러한 접근이 가장 가능성이 큰 시나리오이다. 동시에 금융・통화협력도 단계별 로 강화한다면, 동아시아가 과거 EU의 예와 같이 실물시장과 금 융・통화시장 통합을 동시에 추구하게 된다는 낙관론도 없지 않다.

이와 같이 동아시아 내 기능적인 시장통합의 추세나 각국간 금 융협력에 대한 관심 등으로 미루어 비록 시일은 걸리겠지만 동아 시아FTA(EAFTA)를 ‘추진’한다는 자체는 어려운 일 같지 않다.

또 이 테두리 내에서 동북아 FTA 설립을 위한 분위기가 성숙하 는 것을 수동적으로 기다려볼 수도 있다.

솔직히 표현한다면, 동아시아가 자유무역지역을 이룩할 것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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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전망하기에는 허다한 어려움이 따른다. ASEAN(6개국)이 AFTA를 실현한다는 것도 아직 불투명한 데 더하여 새로 가입한 4개국과 기존 회원국들 사이에 가로놓인 사회・경제적 격차를 고 려한다면 ASEAN 10개국이 실제로 자유무역지역을 형성한다는 것은 요원한 과제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더구나 ASEAN 제국과 한국, 중국 및 일본의 개별적인 FTA 추 진은 이미 서로 얽힌 동아시아 FTA지도地圖를 더욱 혼잡混雜하게 만들지 않을 수 없다. ASEAN을 매개로 하는 복잡한 구도構圖와 불확실한 전망(동아시아 FTA가 제대로 추진될 것인지에 대한)으 로 인해 동아시아는 자유무역지역이라기보다는 특혜지역으로 남 을 가능성이 크다. 또 이러한 구상이 현실적으로 운영이 가능한 지, 또는 관련국들간 지속적인 무역확대에 도움이 될 것인지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특히 복잡하게 얽힌 FTA 지도를 현실에 옮기려면 국가별로 그 리고 단계별로 원산지규정을 비롯해서 FTA를 관리하는 업무도 결코 용이하지 않으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역내 무역에 대한 왜곡은 물론 거래・관리비용의 증가도 고려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역내 국제무역을 지역별로 분할segmentation함으로써 상대적인 차 별대우가 가져오는 무역전환 효과trade diversion effect가 작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차선次善이론81)이 시사하듯이 FTA의 추진이 오 히려 WTO체제에 의한 다자주의에 비해 관련국들의 후생을 낮추 는 결과도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부정적인 측면을 고려할 때, 한국의 입장에서 장기적으 로 어느 국가들 사이에 어떤 형태의 ‘시장통합’을 어떻게 추진하

81) R . Lips ey를 비롯한 차선이론(seco nd-best theory)가들에 따르면 관세동맹(시장 통합)이 무차별적인 관세가 실시되는 현실세계(예로 W TO 체제)보다 회원국 들의 후생증대를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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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것이 바람직한가 하는 시각에서 접근한다면, 현재 동아시아 내에서 논의되고 있는 FTA를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동아시아 내 움직임과 병행해, 또는 별도로 동북아 3국은 ‘공동시 장’과 같이 FTA보다는 앞선 형태의 시장통합을 시도할 필요가 있 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제안은 제Ⅱ장에서 살폈듯이—물론 여건의 차이가 크기 는 하지만—1950년대 후반 이후 유럽 내 통합움직임의 형국에 비 교 해 볼 수 있다. EEC 6개국이 경제공동체의 수립을 결정한 당 시에 영국은 전 서유럽에 걸친 자유무역지역의 형성을 제안했 다. 그러나 6개국은 EEC가 채 출범하기도 전에 ‘공동시장’이라는 목표가 자유무역지역으로 흡수될 것을 우려한 나머지 협상을 거 부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영국을 비롯한 북유럽제국과 프랑스, 독일 및 베네룩스 3개국을 중심으로 한 유럽대륙 국가들 사이에 존재하는 철학의 차이이다. 이러한 차이는 그 후 완화되기는 했 지만 EU의 발전방향과 관련해 아직도 대립되는 두 견해로 이어 지고 있다.

2) 이질성의 문제

여기에 더하여 또 다른 시각에서 동북아 3개국이 비록 장기적 목표라 하더라도 ASEAN 제국들과 ‘공동시장’과 같은 시장통합을 동시에 추진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를 제기해 볼 수 있다.

EU의 예에서도 알 수 있듯이 국가간 시장통합은 단순히 경제 적 이득이 그 배경이나 목표의 전부는 아니다. 그 이외에도 지리 적인 인접 및 역사적인 교류와 함께 가치관을 포함하는 문화적인 근사성 등의 조건을 갖출 때 비로소 시장통합을 시도할 수 있는 여건은 조성된다고 본다. 특히 ‘문화’라는 요소는 애매하며 정의 하기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과연 동북아 3국 내에 공동의, 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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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하는 특유한 가치관이나 문화가 존재하는지에 대한 답도 논 란의 소지가 많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동북아 3개국은 다른 어느 지역의 경우에 비해 ‘상대적으로’ 누리는 공동문화가 있다고 믿는다. 그 구체적인 내용이나 학자들간 견해 차이를 여기서 소개하기는 어 렵지만 중요한 것은 3개국 내 사회구성원들이 갖고 있는 일반적 인 의식이라고 할 수 있다.82) 즉 3개국을 한 단위로 할 때 동북아 지역과 ASEAN 제국간에는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두 말할 필요도 없거니와 사회・문화・제도적으로도 너무나 큰 격차가 존재한다.

한마디로 이 두 지역 사이에 ‘공동체’ 의식을 느끼는 데는 무리가 따른다.

이와 같이 볼 때 최근의 추세로 미루어 ‘동북아’보다는 ‘동아시 아’ 내 시장통합을 추진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더 용이하다는 결 론을 내릴 수는 있지만, 그 실현전망을 결코 낙관할 수는 없다.

또 추진된다 하더라도 역내 안정적인 무역증가에 기여할지도 불 투명하다. 오히려 현재 여러 난관이 많기는 하지만 동북아 시장 통합에 우선적인 비중을 두는 것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하나의 큰 시장을 형성할 수 있는 바람직한 선택이라고 믿는다.

동북아 3국이 시장통합을 추진하는 데 합의한다면, 경제적인 비중은 물론 국제적인 외교, 안보 등의 위치로 미루어 동아시아 내 경제질서를 주도하게 된다는 점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동북 아 시장통합을 위해 구태여 ASEAN이라는 테두리를 빌릴 필요가 없으며, ‘ASEAN+3’체제는 두 지역간 협력을 모색하는 장소場所로 서의 의미를 갖게 되므로 동아시아 내 ‘동북아 대 동남아’라는 새로운 다자적 구도가 등장할 것이다. 이에 따라 ‘ASEAN+1’의

82) 예로 이에 관한 최근의 논의는 한국동북아지식연대 편, 󰡔동북아공동체를 향 하여󰡕, 2004, 동아일보사에 실린 논문들을 참조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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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태로 진행되고 있는 FTA 협상과 또 동아시아 FTA(EAFTA)의 추진으로 예상되는 복잡다기한 FTA 지도는 한층 간결하고 체계 적인 모습으로 바뀌게 된다. 즉 FTA의 속성상 운영의 어려움은 어차피 따르겠지만, 동북아제국과 ASEAN 사이라는 큰 틀 속에 서 자유무역지역의 형성을 추구하는 형태를 띠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이 동북아 3국이 시장통합의 추진에 합의가 이루어진다 면 동아시아 내에서, 그리고 국제적인 차원에서 이 3국을 중심으 로 새로운 경제질서를 모색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2) FTA의 딜레마; 무역특혜인가? 시장 통합인가?

1) 다자적 FTA의 전망

한편, 앞에서 지적했듯이 한국, 중국 및 일본을 주축으로 하는 동북아 시장통합 논의는 아직까지 정부 수준에서 하등의 구체적 인 ‘실체’를 보이지 않고 있다. 동북아 시장통합의 추진이 가능하 기 위해서는 우선 3개국 정부간 정책적 합의가 요구된다. 다시 말 해 현재 진행되고 있는 기능적인 통합을 촉진하기 위한 ‘제도적’

인 통합의지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을 중심으로 연 구계 및 학계에서 동북아 3국간 FTA 추진이나 자유무역지역을 실현할 경우 그 효과에 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83)

83) 한・중・일 FTA가 가져올 거시경제적 효과와 산업부문별 효과와 관련해서 대외경 제정책연구원(KIEP)은 DRC , N IRA, KIEP(2003), Trilateral Joint Research 및 대외경 제정책연구원(2004), 󰡔한・중・일 경제협력 공동연구-한・중・일 FTA의 산업별 파 급효과󰡕 등을 비롯해서 많은 보고서와 논문을 발간했다. 그 밖에도 In kyo Ch ung(2005)(한국국제경제학회 하계세미나, 2005); Hyung-D o Ahn (2005)(Th e 4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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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부의 입장 역시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하지는 않고 있으나 3개국 중에서 ‘3자 FTA’(Trilateral FTA, 혹은 NEAFTA: Northeast Asian Free Trade Agreement) 체결을 가장 지지한다고 해도 무방 할 것 같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 산하 동북아시대 위원회 의 설치를 비롯해서 이 지역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또 많은 연구가 FTA 체결과 함께 역내 민간기업간 산업부문별 협력 을 강화함으로써 기능적인 시장통합을 촉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부문으로 동북아지역 내 공동 철도건 설, 에너지자원 개발, 환경보호, 정보기술(IT)산업협력, 해양자원개 발 등이 자주 열거된다. 특기할 것은 지경학적 특성으로 인해 많 은 경우에 시베리아 지역이 포함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에 중국정부나 일본정부의 입장은 아직까지 ‘3자 FTA (NEAFTA)’ 추진과 관련해 입장을 분명히 밝히지 않고 있다. 단 지 한국과 일본간 FTA가 추진중이며, 중국이 한국과의 FTA 협상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두 국가간 협상의 개시는 시 간문제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3국간 다자적인 FTA 추진에 있어 서 오직 일본과 중국간의 협상전망이 불투명한 상태로 남아 있다.

특히 일본의 입장이 아직까지는 소극적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 다. 그러나 논리상 한국이 일본 및 중국과 각각 FTA를 협상하는 한편, 3개국이 ASEAN 제국과 각각 FTA를 협상하는 데 더하여 동아시아 내 FTA가 추진된다면, 일본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동북 아 3개국간 다변적인 FTA(NEAFTA)는 자동적으로 실현될 것이 다. 비록 투자협정의 체결과 같은 기술적인 문제의 해결과 함께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일본의 부정적인 입장은 바뀌지 않을 수 없

Intern ational C onference of N AIS Korea); 이흥식 외(2004), 「한・중・일 자유무역협 정(FTA)의 경제성장효과」, 󰡔정책연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등을 참조하기 바 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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