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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의식과 형평의 원칙

문서에서 동북아 시장통합은 가능한가 (페이지 87-93)

(1) EU의 설립취지와 경제・사회적 결속

유럽이라는 좁은 대륙에서 인접해 있는 수많은 국가들은 끊임 없이 대립과 전쟁을 겪으면서 서로 적과 친구의 관계를 되풀이해 왔다. 이 과정에서 유럽 내 부국과 빈국 사이의 격차는 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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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중요한 요인이면서 동시에 결과가 되기도 했다.

희비가 엇갈린 과거의 경험은 유럽인들에게 ‘못사는 이웃이 있 는 한 우리만이 잘 살 수는 없다’는 공동운명체 의식을 심어 주었 다. 유럽국가들간 반목의 역사와는 대조적으로 다른 한편에서는 전통적으로 하나의 생활공간에서 살고 있다는 공동체의식이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EC조약 제2조 및 제3조는 각각 EU의 설립취지와 중요한 활동 의 하나로 유럽 내 경제・사회적 결속cohesion과 유대solidarity를 강조 하고 있다. 회원국간 유대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 전제의 하나 인 상호 경제적 협조가 긴밀하게 이루어지지 않으면 안 된다. 유 럽 내에서 부국과 빈국으로 나뉜다면 분열의 역사가 다시 이어지 기 때문이다.

물론 EU의 핵심을 이루고 있는 공동시장의 실현은 시장경제를 전제로 하고 있으며, EU 당국의 시장개입을 의미하는 ‘형평’은 또 다른 형태의 정부실패와 왜곡을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시장통 합에 따르는 이득이 특정국가, 특정지역에 편중됨으로써 역내 소 득격차가 더 벌어진다면 불이익을 받는 다른 회원국은 구태여 여 기에 참여할 의의가 없다는 점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2) 지역개발 및 사회정책

EU는 독립적으로 집행하는 지역정책이나 사회정책을 갖고 있 지는 않으며, 이 두 정책은 회원국의 주권에 속한다. EU의 역할 은 기본적으로 ‘보조성의 원칙’에 따라 회원국의 관련정책을 ‘보 조’하는 데 있다. 역내 시장통합이 가져올 수 있는 부작용(시장실 패)을 최소화하는 한편, 적극적으로는 회원국의 정책을 유럽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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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사회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방향(경쟁여건 면에서 불리한 지역이나 계층에 대한 지원을 통한 통합이익의 재분배)으로 수렴 한다는 데 그 비중을 두고 있다. 이와 같이 EU의 정책은 무엇보 다도 역내 시장기구를 보완한다는 의의를 갖고 있다.

EU의 지역정책은 주로 회원국과의 공동협력 아래 지역개발에 대한 재정지원을 제공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와는 달리 사회 정책은 회원국간 사회보장제도를 중심으로 한 사회보호정책social protection policy 및 고용정책에 있어서의 접근과 함께 유럽사회기금 을 통한 재정지원으로 구성된다.

우선 EU의 설립초기에는 시장통합에 따라 역내 지역간 격차가 자연히 해소될 것을 기대했고 따라서 특별한 지역정책은 없었으 며, 유럽사회기금European Social Fund과 유럽투자은행European Investment Bank의 활동이 거의 전부였다. 그러나 EU가 확대되면서 부터 지역격차가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지원대상은 주 로 영국 내 일부 변방지역, 아일랜드, 이탈리아 남부 및 지중해연 안 3개국(그리스, 스페인, 포르투갈)이며, 2005년부터는 중・동유럽 제국을 비롯한 새로 가입한 대부분의 국가들이 추가되었다.

EU는 세계에서 가장 경제적 번영을 이룩한 지역 중의 하나이 지만 국가간, 지역간 불균형은 심각하다. EU의 지역구분 방법의 하나인 NUTS 246)를 기준으로 2000년대초의 경우를 예로 든다면, 경제적으로 가장 활발한 10개 지역의 GDP는 가장 낙후한 10개 지역의 경우에 비해 약 3배 정도가 크다. 1인당 GDP를 기준으로 할 때, 룩셈부르크와 그리스 사이에 2배의 차이를 보이며, 제일 소득이 높은 도시Hamburg와 제일 빈곤한 도시Alentejo 사이에는 약

46) N UTS(nom enclature o f territorial un its fo r statistics)란 유럽의 지역통계를 수 집하고 정리하기 위해 공동으로 적용하는 지역분류방식이다. 지역단위규모 에 따라 NUT S 1, NU TS 2 및 N UTS 3로 분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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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배의 차이가 난다.

이러한 현상은 EU가 중・동유럽을 포함하는 전 유럽으로 확대 됨에 따라 중심부Centre와 주변부Periphery라는 두 갈래로 발전할 가 능성을 말해 준다. 이들의 가입으로 EU 내 총 인구가 3분의 1이 나 증가하는 데 비해 총GDP 증가는 5%에 지나지 않는다. 다시 말해 EU(25개국)의 1인당 평균 GDP를 기준으로 할 때 중・동유럽 인구의 95% 내외가 이 기준의 75%에도 미치지 못한다. EU 내 소 득수준을 기준으로 한 지역분류에 있어서도 역내 평균 소득의 40% 이하인 일부 중・동유럽국가, 지역그룹이 새로이 추가되었다.

EU가 갖고 있는 독자적인 정책수단은 4개의 구조기금Structural Funds,47) 결속기금Cohesion Fund 및 EU유대기금EU Solidarity Fund이다.

이 기금들은 설립취지와 상세하게 설정된 지원기준에 따라 사용 된다. 총체적으로 EU가 공동지역정책의 테두리 내에서 2000~

2006년간 낙후된 지역을 위해 집행할 수 있는 예산규모는 약 2,135억 유로이다.48)

다음, 공동지역정책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공동사회정책에 있어 서도 EU는 보조성의 원칙에 입각하여 시장에 개입하고 있다. 그 역할은 기본적으로 회원국의 사회정책을 보완하고 공동체 차원에 서의 바람직한 방향으로 역내 협력을 유도하는 데 있다. 크게는 회원국간 사회보호정책social protection policy의 조정, 개선 및 접근과 고용증진정책으로 구성된다.

47) 유럽지역개발기금(Euro pean Regional D evelop ment Fun d), 유럽사회기금(ES F), 유럽농업지도보증기금(Euro pean Agricultural Gu idan ce an d G uarantee Fu nd의 지도부문) 및 어업지도재정수단(Fin an cial Instrum ent for Fish eries Gu idan ce) 48) 이 금액은 EU 예산에서 집행된다. EU 예산은 2002년의 경우 약 975 억 유로

로서 같은 해 전 회원국 G NP의 1.08% 그리고 전 회원국 총예산의 약 4%

내외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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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EU는 단순한 사회보호 정책적 접근에서 벗어나 생산적인 그리고 시장친화적인 모델을 제시함으로써 사회보장제도를 비롯 한 회원국들의 다양한 사회정책이 수렴하도록 제안하고 있다. 고 용정책에 있어서도 EU는 고용증대의 기회를 제공함은 물론 지식 기반사회와 경쟁력 있는 유럽경제라는 목표를 공동으로 추구하기 위해 회원국간 고용정책의 협력과 접근을 유도하고 있다. 또 유 럽사회기금에 의한 지원을 통해 회원국의 사회정책을 보완하고 있다.

(3) 중・동유럽에 대한 지원

모든 유럽국가가 유럽통합의 대열에 참여해 평화와 안정의 바 탕 위에 함께 번영을 누려야 한다는 이상理想은 특히 EU의 중・동 유럽 국가들에 대한 전통적인 입장에서 잘 이해할 수 있다. EU는 이 국가들의 가입을 준비하기 위해 오랜 기간에 걸쳐 꾸준히 지 원했으며, 가입할 때도 경제적 격차는 하등의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서유럽 국가들은 종전 직후 마셜플랜이 논의될 때부터 중・동유 럽 국가들도 동참할 것을 제안했으며, 앞에서 설명한 OEEC를 설 립하면서 여기에 참여할 것을 정식으로 제안했다. 그러나 구소 련의 반대로 이 제의는 햇빛을 보지 못했다. 그 후 구소련의 주도 로 상호경제원조이사회(CMEA: Council for Mutual Economic Assistance, 혹은 COMECON)가 탄생한 이후에도 EU는 이 이사 회와 다자적인 협력을 모색했으나 별 진전이 없었다.

1980년대말~1990년대초 유럽 내 사회주의체제의 종말과 함께 독일통일이 실현되면서 EU는 중・동유럽에 대한 지원을 목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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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ARE49) 프로그램 및 유럽재건개발은행(EBRD) 설립 등을 실현 에 옮겼다. 이때부터 EU는 이 국가들의 가입에 대비해 여러 형태 의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예로 농업구조 조정지원을 취지로 하는 SPARD(Special accession programme for agricultural and rural development) 및 주로 환경과 인프라부문의 구조조정을 목적으로 하는 ISPA(Instrument for structural policies for pre-accession)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지원은 총체적으로 중・동유럽 내 민주화, 시장경제체제 로의 전환, 경제재건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와 병행해 EU는 1990년대초부터 중・동유럽 개별국가별로 시 차를 두고 잠정협정interim agreements을 거쳐 유럽협정Europe Agreements

을 체결하기 시작했다. 1990년대 중반에 이르러 EU 가입신청을 한 모든 국가들이 여기에 포함되었다. 유럽협정은 2002년까지 공산품 무역에 있어서 자유무역지역을 형성하는 한편, 농산물무역에 있어 서는 EU의 공동농업정책의 테두리 내에서 정책적 조정과 자유화를 추구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가입신청국들 내 인프라개발을 비롯한 경제건설지원은 물론 다양한 부문에서의 정책적 협력이 포 함되었다.

중・동유럽의 체제개혁을 전제로 한 이러한 협력강화의 노력은 단계별로 EU 15개국과 이들간 격차를 줄임으로써 조정비용을 효 율적으로 절감하는 데 기여했다.

49) 원명은 Po land an d H ungary Aid fo r Econ om ic R estructurin g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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