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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시장통합의 제도적 접근

문서에서 동북아 시장통합은 가능한가 (페이지 164-200)

(1) 시장통합과 관련된 과제들91)

1) 외교・안보적 측면

동북아지역 내 경제관계를 포함하는 정부간 밀도 높은 협력의 추진에 있어서 가장 큰 걸림돌 중의 하나는 외교・안보적 불안한 상황이다. 특히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문제는 그 핵심에 위치한다.

유럽의 경우에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면서 다자안보체제가 확립되었다. 미국 주도의 서방유럽 집단방위를 취지로 하는 북대 서양조약기구(NATO)는 그 대표적인 예이며, 그 밖에도 유럽안보 협력회의(CSCE: Conference on Security and Cooperation in Europe), 그리고 후에는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Organization for Security and Cooperation in Europe)에 의해 유럽 내 군사・외 교적 안정이 유지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미국이 유럽의 단결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었고 군사적 측면에서 유럽안보체제의 확립 에 기여했다.

91) 이 절은 주로 T he Proceedin gs o f th e 3rd Jeju Peace Fo rum(2005), 한중사회과 학학회, 국제지역학회, 동북아지식인 연대, 동북아경제학회, 東北亞發展論壇, 논문집(2005), 외교안보연구원, 동북아시대위원회(2005), 동아시아 지역협력 (공동체)의 개념과 전략, 2005. 4. 15~16, 제9회 동아시아 국제심포지엄 20 05(2005), 󰡔한반도의 평화정착과 동북아 공동번영󰡕, 한국경제연구원・東아 시아總合硏究所, 2005. 8 등을 비롯한 세미나 자료를 많이 참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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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동북아지역의 외교・안보질서에 있어서 역시 미국의 역할 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으나, 그 형태는 유럽의 경우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즉 다자적인 안보체제는 부재할 뿐만 아니라 한국-미국 및 미국-일본과 같은 2국간 안보동맹체제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일본 사이에는 하등 의 군사・안보적 협력의 틀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 남북한간 분단 에 따르는 대치상황은 계속되고 있으며, 미국-중국간 군사관계는 불안한 상태이다.

한・중・일 관계로 안보상황을 좁히면, 최근 가장 큰 현안이 북 한의 핵 보유를 둘러싼 긴장관계라고 할 수 있다. 한 가지 바람직 한 해결방안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6자회담을 다자적인 동북아안 보기구로 발전시키는 길이라고 본다. 6자회담에 참여하고 있는 미・중・일・러 4국이야말로 역사적으로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헤게 모니 경쟁, 이해대립, 적대관계를 연출했던 국가들이다. 따라서 6 개국 사이에 다자적 안보협력의 테두리를 마련함으로써 한반도의 평화정착을 보장할 수 있다.

다른 한편, 유럽통합의 경험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교훈 중의 하나는 순서를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유럽경제통합이 다자안보체제가 확립된 터전 위에서 추진되기 시작했으나 이 체 제는 당시 구소련을 중심으로 한 공산권에 대응한다는 취지를 갖고 있었다. 반면에 1950년의 슈망선언은 석탄 및 철강공동시장 (ECSC)의 수립을 통해 ‘유럽국가들’ 사이에 전쟁을 ‘사전에’ 방지 하자는 데 목적이 있었다.

시장통합은 관련국가간 경제적 이득을 실현한다는 본래의 취지 이외에도 경제협력을 통해 넓게는 상호간 경제를 투명하게 운영 하고 신뢰를 쌓는다는 의의도 동시에 갖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 서 본다면, 시장통합은 ‘뜻을 같이하는 국가들’ 사이에 공동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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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추구할 수 있는 하나의 테두리를 마련해 준다. 여기서 공동목 표의 핵심은 역내 시장경제의 원활한 운영을 통해 공동의 경제적 이익을 추구한다는 것이며, 공동의 번영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지 속적인 안정과 평화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동북아지역은 침략과 저항, 가해자와 피해자 그리고 식민지배와 피지배 관계로 인한 불행한 과거와 쓰라린 역사로 점철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개국은 지리적으로 이웃해 있으면서 ‘떨어질 수 없는’ 숙명적인 관계에 있다. 중요한 것은 공동의 평화와 번영 을 추구하는 제도적인 틀을 정착시킴으로써 앞으로는 이러한 역 사가 다시는 되풀이 되지 않도록 슬기롭게 대처하는 일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한반도는 동북아지역 내 열강들의 대립과 분쟁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었으며, 중국과 일본이야말로 이 지역 내 갈등을 초래한 직접적인 당사국들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동북아지역 내 안정과 평화의 유지는 한국, 중국 및 일본 3개국 사이의 의식적인 노력에 달렸다. 앞에서 지적한 다자안보체제의 확립보다 먼저 3개국간 합의가 요구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으며, 시장통합은 그 계기를 제공해 준다.

이와 같이 외교・안보문제를 해결한 후에 시장통합에 착수하기 보다는 순서를 바꾸어 우선 시장통합을 추진한다면 그 테두리 내 에서 간접적으로 3개국간 평화정착을 위한 미래지향적 협력방안 을 모색할 수 있다.

2) 몇 가지 현안들

3개국간 다변협력을 저해하는 또 다른 요인들로서 자주 거론 되는 예들로 역사왜곡, 과거사 정리, 국경분쟁, 민족감정 및 국수 주의 등을 들 수 있다. 이 문제들은 3개국 정부간 협상, 외교적 통로 또는 국제법에 의해 해결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각국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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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유의 정치・사회적인 요인들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즉 정 부는 일부 여론계층이나 시민단체 등에 밀려 상대국에 대해 일방 적이고도 배타적인 태도를 보임으로써 3개국 내 악순환이 되풀이 되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다.

한마디로 이러한 주제들에 대한 국가간 논쟁을 깨끗하게 청산 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영원히 불가능한 작업일 것이다. 그 이유 는 이해가 엇갈리는 각 주제를 해결하려면 3개국 사이에 이득을 보는 국가와 피해를 입는 국가가 서로 달라지는 제로섬zero-sum 내 지는 음합(陰合, negative-sum) 게임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민족적 정서가 크게 작용하는 이러한 문제들을 극복하기 위해 서는 전후戰後 유럽의 역사에서도 알 수 있듯이 좀더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그리고 미래지향적인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 물론 여건이 다르기는 했지만 전쟁이 끝난 지 불과 5년밖에 안 된 1950년에 프랑스-독일 간 화해가 이루어졌음은 두 말할 필요도 없거니와 이 두 국가가 유럽통합을 위해 공동보조를 취했다는 사 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만약 이 국가들이 과거에 집착했더라 면 오늘날의 유럽적인 상황을 결코 이룩할 수 없었을 것이다.

3국간 민족적 감정과 관련된 문제들을 슬기롭게 극복하는 길은 오직 미래의 공동번영을 추구하는 대안뿐이다. 또 동북아시대를 실현하기 위해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3개국 정부들만 이 이러한 선택을 실현할 수 있다고 본다. 이와 같이 3개국이 양 합(陽合, positive-sum) 게임의 터전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시장통 합의 추진과 함께 과거사 청산 및 ‘화해와 번영’을 취지로 하는

‘정치 공동선언’의 발표가 요구된다.

한편, 시장통합 자체와 관련해 등장하는 직접적이고도 현실적 인 과제 중의 하나는 어느 국가가 앞장서서 추진하느냐는 것이다.

즉 누가 주도적 역할을 담당할 것인가 라는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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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앞에서 지적했듯이 동북아 3국 중에서 한국정부를 제외 하면, 중국과 일본정부는 각각 공식적으로는 역내 시장통합의 추 진에 대해서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보다는 동아시아 내 에서 이 두 국가는 영향권 확대를 위한 패권경쟁을 벌이고 있으 며, 동북아지역에서는 서로 견제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예로 중국과 일본은 짧은 시차를 두고 경쟁적으로 ASEAN 제 국과 FTA의 추진과 함께 경제협력의 제공을 약속하고 있으며, 주 변국들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 경제협력의 증진을 취지 로 하는 방콕협정92) 및 정치, 경제, 문화 및 안보 등 폭넓게 협력 을 추진하는 상하이 협력기구Shanghai Cooperation Organization93)에 가 입했다. 반면에 일본은 2005년에 예정된 동아시아 정상회의에 호 주와 뉴질랜드의 참여를 관철시켰다. 또 치앙마이 이니셔티브를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 금융협력에 있어서도 중국과 일본 사이의 이해대립으로 인해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94)

따라서 이 두 국가 사이의 헤게모니 경쟁으로 미루어 중국이나 일본이 동북아 시장통합에 앞장선다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거니와 바람직하지 않다. 여러 측면에서 한국이 가장 적절한 위치에 있 다고 믿는다. 한국은 동북아지역 내 열강들 사이에 되풀이 되어 온 각축전角逐戰에서 피해자인 동시에 희생자였다. 한국은 지정학 적, 지경학적인 위치로 미루어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중재자 및 조정자적 역할을 담당할 수 있으며, 동북아지역 허브 건설이라는 국정목표를 꾸준하게 추구해 오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주도적 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본다.

어떤 의미에서는 한국의 입장을 유럽통합과정에서 가장 적극적

92) 중국, 태국, 인도, 라오스 및 스리랑카 등 동남아 국가들이 회원국 93) 중국, 러시아 및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회원국

94) Yung C hul Park, 한국국제경제학회 하계정책세미나 발표논문, 2 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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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역할을 성공적으로 이룩한 베네룩스의 경우에 비교할 수 있다.

베네룩스 3국(특히 벨기에)은 영국, 프랑스 및 독일과 같은 강 대국들 틈바구니에 끼어 있으며, 역사적으로 이들간 분쟁이 있을 때마다 희생을 면치 못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이 3국은 전통 적인 저관세국가Low Tariff Club로서 자유무역주의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베네룩스 3국은 특화된 고도의 산업구조 및 높은 기술경 쟁력에도 불구하고 유럽 내 계속되는 보호주의로 인해 시장협소 라는 제약을 극복할 수 없었다. 이들이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기 전에 관세동맹Benelux Customs Union을 설립한 것은 ‘확대된 시장’을 확보한다는 취지를 갖고 있었다. 이 3국은 1950년 슈망선언에 제 일 먼저 호응했음은 물론 1957년 EEC의 설립에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했으며, 그후 유럽통합 및 EU 확대과정에서 강대국 간 조정 자로서의 기여를 통해 유럽위원회(EU 집행위원회)와 함께 유럽 건설에 앞장서고 있다.

한국 역시 대외경제정책이 가장 중요한 비중을 두어야 할 과제 는 동북아시장의 확보이다. 현재 추진하고 있는 동북아지역 내 물류, 금융 및 비즈니스 중심지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한국이 주 도적인 역할을 담당하지 않으면 안 된다.

(2) 실리(實利) 중심의 시장통합

1) 시장통합과 문화・제도적 접근

동북아 시장통합의 추진과 관련해 EU에 의한 유럽통합경험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대부분의 비관적인 견해가 가장 먼저 지적하 는 요인은 두 지역 내에 각각 존재하는 여건상의 격차이다. 즉 사 회적 가치, 또는 문화나 정치제도를 비롯한 체제 및 제도를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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