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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의 대부자 책임(lender liability)은 환경법의 하나인 CERCLA(The Comprehensive Environmental Response, Compensation, and Liability Act) 에 규정되어 있다. 제정 초기 CERCLA는 대부자 책임에 대해 매우 엄격히 규정되어 있었으나 수차례에 걸친 개정과 판례에 의해 대체로 축소되는 경 향을 보여 현재 대부자 책임은 처음 CERCLA에서 보다 좁은 형태로 정의되 어 있다.

1) CERCLA의 내용

Superfund법이라고 불리우기도 하는 CERCLA는 1978년 뉴욕북부에서 발 생한 러브 캐널 사건13) 이후 유해화학 폐기물의 토양 오염에 대한 사회적

12) 이 장은 이재협 (2004)의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되었다.

13) 1892년 월리엄 T. 러브가 뉴욕 북부의 이리호와 온타리오호를 연결하는 지역에 운하를 건설하는 공사를 추진하던 중 경제불황 등의 이유로 공사를 중단하였다. 건설현장에는 길이 1마일, 너비 10야드, 깊이 10∼40피트인 러브 캐널이라고 부르는 웅덩이만 남았는 데 1940년대에 들어 한 화학회사가 이를 인수하여 유독성의 화학물질을 철제 드럼통에 넣어 이 웅덩이에 매립하였다. 이 지역 주민들은 피부병과 두통이 자주 발병하였으며 다른 지역에 비해 유산율이 높았다. 특히, 1976년 큰 홍수가 있은 후 가로수와 정원의 꽃이 죽어 갔다. 연못에서는 유해한 화학물질이 다량 검출되었으며 토양에서도 유독 물 질을 포함한 물이 표면으로 스며 나왔다. 뉴욕 주 보건당국에 의해 오염도가 밝혀져 문 제의 심각성을 깨달은 미국 연방환경청은 1978년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이 지역을 환 경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거주하던 주민들에게 즉시 떠날 것을 요구하였다. 그 후 이 지역을 정화하기 위해 1억 달러 이상을 소모하였으나 지금까지 아무도 이 지역에 거주 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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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이 높아지면서 1980년에 제정되었다. 이후 1986년 수퍼펀드 개정 및 재 승인 법(SARA, Superfund Amendments and Reauthorization Act)은 과거 의 유해폐기물처리에 의한 토양, 지하수 오염지역에 대한 정화대책의 실시와 관련이 있는데 이 법안에 의해 정화 조치가 강화되었다. 이 법의 핵심적인 내용은 미국의 연방환경보호국(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 EPA)이 오염 실태를 조사하여 위험의 정도가 심각한 지역을 미리 조성된 기금으로 우선적으로 정화하도록 하고 정화 비용을 오염 원인자에게 추후 부담시키는 것이다. 수퍼펀드(Superfund)는 오염정화 비용을 위해 석유․화학회사와 연 방정부의 지원으로 조성되었는데 그 규모는 계속 확대되고 있다. 한편, 이와 관 련된 법안으로 1976년 제정된 RCRA법(Resource Conservation and Recovery Act)과 유해폐기물 처리에 의한 토양 및 지하수 오염의 사전 방지에 주안점 을 두고 있다.

CERCLA는 동법에 규정되어 있는 바의 유해물질이 배출되거나 배출될 우 려가 있는 경우 대통령에게 대응조치를 취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대통령이 취하는 조치는 단기적으로 유해물질을 제거하고 장기적으로 오염 지역을 정화하는 것이다. CERCLA에는 유해폐기물 오염지역에 관한 정화 책임을 지는 잠재적 책임당사자가 매우 넓게 정의되어 있다. 잠재적 책임당 사자는 다섯 가지로 구분되는데 첫 번째는 오염 토지 및 시설의 현재 소유자 와 운영자(current owners and operators)이며, 두 번째는 유해물질 및 오염 물질의 배출 당시 해당 토지 및 시설을 소유하였거나 운영했던 자(past owners and operators), 세 번째는 유해물질을 발생시킨 자로서 폐기, 네 번째 처리 또는 운반을 주선한 자(generators or arrangers), 그리고 마지막은 유해물질 의 운반을 위탁받고 유해물질을 처리장 및 폐기 장소에 운반한 자(transporters) 등이다. 잠재적 책임당사자는 정부가 지출한 오염물질의 제거 및 복구사업

비용, 타인에 의해 지출된 일체의 대응비용, 자연자원에 야기한 피해 및 손해 등에 대하여 책임을 부담하여야 한다.

CERCLA의 책임원칙은 기본적으로 “엄격책임(strict liability)”, “연대책임 (joint and several liability)”, 그리고 “소급책임(retroactive liability)”이다.

다시 말하면 수평적(생산자, 운반자, 처리자 등) 및 수직적(과거 및 현재의 소유자) 책임을 모두 포괄한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잠재적 책임 당사자들은 원칙적으로 전원이 정화비용 전부에 대해 직접적인 책임을 진다. CERCLA 는 위급상황, 계약관계가 있는 당사자, 피고용인, 대리인 이외의 제3자의 행 위 또는 부작위, 그리고 선량한 구매자 예외조항(innocent purchaser exception) 등 매우 제한적인 경우에 한해 방어를 허용하고 있다. 선량한 구매자 예외조 항은 현재의 소유자 혹은 운영자가 구입시 어느 유해물질이 당해 시설에서 처리되었다는 것을 알지 못했거나 알만한 이유도 없었다는 것을 확증할 때 에만 가능한다 이는 “모든 적절한 조사”를 했다는 것을 증명하여야 한다. 이 러한 책임원칙은 법률적으로 매우 가혹한(Draconian) 것으로 추후 CERCLA 개정에서 논란의 핵심이 된다.

2) CERCLA에서의 금융회사의 환경책임

CERCLA에 의하면 금융회사는 양도계약 등에 의해 오염시설의 소유자 또 는 운영자가 된 경우와 대출기업의 파산 후 금융회사가 담보권을 실행해서 당해시설의 소유자로 되는 경우, 또한 담보권 실행의 유무에 관계없이 당해 시설의 운영자가 되었을 경우에 책임당사자가 될 수 있다. 이와 같은 조항은 금융회사만 아니라 모든 당사자에게 적용될 수 있는 일반적인 내용이다.

CERCLA에서 금융회사의 책임과 관련되어 논란의 대상이 된 것은 safe harb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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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항으로 지칭되는 금융회사의 책임에 관한 조항이다. 이에 의하면 “소유권 의 징표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시설의 관리운영에 직접 참여함이 없이 동 시설에 대하여 담보권 확보를 주된 목적으로 소유권증서를 보유하는 자(a person who, without participating in the management of a facility, holds indicia of ownership primarily to protect his security interest in the facility)”

는 책임당사자가 되지 않는다고 되어 있다. 따라서, 담보채권자는 책임당사 자에서 제외되는데 경영참여 및 담보권 확보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없다는 점이 혼란을 야기시킨 원인으로 지목되었다.

CERCLA 제정 이후 금융회사의 책임 여부가 처음으로 다루어진 연방법원 판례는 1985년의 United States v. Mirabile 사건이다. 이 사건에서 경영난으 로 조업을 정지한 한 도료제조회사의 채권자 중 하나인 American Banker's Trust가 이 회사의 유해폐기물 정화의 책임을 질 수 있는지, 아니면 CERCLA 상의 담보권자 예외규정을 원용하여 책임을 면제받을 수 있는지가 쟁점이었 다. 법원은 경영 참여 여부 판단에, 담보권자가 과연 당해시설에서의 “일상 업무(day-to-day operation)”에 관여했는가라는 기준을 도입했다. 법원은 판 결문을 통해 이 은행이 당해시설의 일상업무에 관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책 임이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1990년의 United States v. Fleet Factors 판례는 금융회사의 대부 자 책임을 인정한 것으로 금융회사가 환경위험을 본격적인 위험요인으로 인 식하고 이를 관리하게 되는 획기적인 계기가 되었다. Fleet Factors 사건은 금융회사의 책임을 광범위하게 해석하여 금융회사의 경영에 커다란 충격을 던져 주었다. 이 판결에서는 Mirabile 판례에서의 일상업무 관여 기준을 완화 하여 책임의 범위를 확대 해석하였다. Fleet Factors 사건에서 법원은 금융회 사가 유해폐기물에 관한 경영결정 과정에 실제로 관여하고 있는 것도 필요

치 않으며 단지 영향을 준다고 추정할 수 있는 정도이면 책임을 지게 된다고 하여 금융회사의 책임을 확대 해석하였다. 법원은 본 판결이 금융회사로 하 여금 차입자의 환경위험을 대출조건에 반영하게끔 하여 대출기업의 부적절 한 환경관리를 개선하게 하는 강력한 동기를 부여할 수 있게 되었다는 나름 대로의 정당성을 제시하였다.

이에 미국연방환경청(EPA)은 Fleet Factors 판결에 따라 금융회사의 여 신이 위축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하자 경영참여에 대한 규칙, 즉 “대부자 책 임규칙(Lender Liability Rule 혹은 Safe Harbor Rule)”을 제정하였으나 법 원에 의해 EPA의 대부자 책임 규칙 제정 권한이 부정됨에 따라 혼란이 가 중되었다. 이에 따라 의회는 1996년 자산보전 대부자책임 및 예금보험보호법 (Asset Conservation, Lender Liability and Deposit Insurance Protection Act)을 제정하여 1992년 EPA의 대부자책임 규칙을 실질적으로 승인하였다.

이에 따라 일반적으로 금융회사가 책임을 부담하기 위해서는 대출기업의 일 상적 기업운영에 관여하거나 그 사업상의 결정에 세부적 통제권을 행사하거 나 또는 특별히 유해화학물질과 관련된 의사결정에 관여한 경우 등과 같이 차입자의 운영에 상당한 정도로 실질적이고 직접적인 관여를 해야 한다는 등 EPA의 대부자책임규칙의 내용이 대부분 인정되었다.

미국에 있어서의 대부자 환경책임 관련 조항은 장기간에 걸쳐 판례와 법 개정을 통해 정착되었다. 이 같이 대부자 책임이 실질적인 위험 요인으로 작 용하면서 금융회사의 여신 관행에는 큰 변화가 생겼으며 FDIC와 같은 금융 감독기관도 이를 실질적인 위험 요소로 인식하여 이에 대한 지침을 발표하 였으며 금융회사들로 하여금 이를 준수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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