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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생활임금 확보를 위한 운동의 역사와 현황

Ⅰ. 머리말

법적으로 최저임금제도가 존재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시금 생활임금의 확보 문제가 경 제적․사회적․정치적으로 중요한 이슈로 제기되는 것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상황이 존 재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첫째로는 통상적인 시간 동안 근로활동에 종사하면서 최 저임금 이상의 임금을 받고 있지만 근로자가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 정도의 임 금을 획득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을 가장 잘 집약적으로 표현해 주는 용어가 바로 근로빈곤층(Working Poor)의 문제라고 할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근로자가 단신 세 대든 부양가족이 있는 세대든 간에 동일하게 처하게 되는 것이겠지만, 특히 부양가족이 있는 근로자 세대에게 있어서 문제 상황은 더욱 심각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둘째로는 이것이 해당 근로자 개인의 인간다운 생활의 확보라고 하는 문제가 아니라, 이러한 근로 자층이 상당히 많기 때문에 이들 근로자층의 빈곤문제는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사회 전 체의 문제라는 인식이 폭넓게 확산되고 공감되는 상황이다.1)

생활임금의 확보 문제가 2000년대 이후 일본에서 본격적으로 경제적․사회적․정치적 으로 중요한 이슈로 등장하기 시작한 것도 바로 위와 같은 두 가지의 상황이 존재하였기 때문이다. 생활임금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공론의 장으로 이끌고 이를 제도화하는 계기가 되는 이와 같은 상황들은 생활임금에 관하여 상당한 성과를 이루었던 미국과 영국에서도 공통적으로 존재하였던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2)

* 헌법재판연구원 책임연구관([email protected]).

1) 일본의 공영방송인 NHK는 2006년 7월과 12월에 근로빈곤층의 실태에 관하여 특별 취재한 기획물 을 2회에 걸쳐 방송하여 상당한 반향을 일으켰다.

2) 생활임금과 관련된 미국의 논의 상황 등에 대해서는 황선자․이철(2008), 󰡔생활임금운동과 노동조 합󰡕, 한국노총중앙연구원을 참조. 그리고 영국의 논의 상황 등에 대해서는 이정희(2012), 「영국의 생 월간

노동리뷰

201 5년 2월호 pp. 28~39

한 국 노 동 연 구 원

일본의 생활임금 확보를 위한 운동의 역사와 현황

일본과 같이 최저임금제도가 법적으로 강제되고 있는 상황에서 최저임금 이상의 수준 인 생활임금을 확보하는 방법으로는 크게 세 가지가 존재할 수 있다. 첫째로는 최저임금 의 수준을 노동운동 진영 등에서 주장하는 생활임금의 수준으로 인상하는 방법이다. 하 지만 일본의 최저임금은 1959년에 최저임금법이 제정된 이래 최근까지 매우 낮은 수준을 유지하여 왔다. 일본 정부가 최저임금의 인상을 통하여 적극적으로 근로빈곤층의 문제를 조금이라도 해소하기 위하여 인상폭을 종전보다 확대하는 정책방침을 취하게 된 것은 2007년부터이다. 그러나 최저임금의 인상폭을 확대하는 것에 대해서는 사용자 측이 강력 히 반발하고 있기 때문에 최저임금을 생활임금 수준으로 인상하는 것은 일본에서는 단기 적으로 거의 달성 불가능한 목표라고 할 것이다.3) 둘째로는 지방자치단체가 스스로 고용 하고 있는 근로자나 자신과 용역계약 또는 도급계약을 맺고 있는 사업자가 고용하고 있 는 근로자에 대해서 법정최저임금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방법이다. 1994년 미 국의 볼티모어시에서 이러한 내용의 생활임금조례(Living Wage Ordinance)가 제정된 것을 계기로, 미국의 많은 지방자치단체들에서 제정된 생활임금조례가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것이다. 일본에서도 이와 같은 취지의 법령이나 조례 제정 운동은 상당히 오래 전부터 존재하여 왔다. 하지만 그 의의와 역할, 가능성이 크게 주목 받게 되면서 가시적인 성과를 보인 것인 근로빈곤층 문제가 본격적으로 사회적 이슈화된 2000년대 후반부터라고 할 것 이다. 일본에서는 이러한 조례를 통상 “공계약조례”라고 부른다. 셋째로 노동조합이 단체 협약을 통하여 생활임금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법은 노동조합 조직률이 높거나 단체협약 적용률이 높은 나라 또는 지역에서는 상당한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하지 만 일본에서는 노동조합에 의한 이러한 생활임금 확보는 매우 초보적인 단계이다. 일본 노동조합총연합회는 2003년부터 5년 단위로 표준 모델이 되기에 적합한 도시를 선정하여 최저필요생계비를 시산한 뒤에 단신자가 인간다운 최저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 넘어야 할 생활임금의 수준을 독자적으로 제시하고 있다(이른바 ‘연합생활임금’)4). 동 연합회는

활임금과 노동조합 재활성화」, 󰡔국제노동브리프󰡕 12월호(제10권 제12호), pp.54~63을 참조.

3) 일본의 노동조합총연합단체 중의 하나인 전국노동조합총연합은 최저임금의 인상을 통하여 근로빈 곤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목표로서 지역별 최저임금제를 전국 단일최저임금제로 개편하고 그 액수를 전국 단일 1,000엔으로 단계적으로 인상할 것을 제안하는 한편, 중장기적으로 는 최저임금을 연금지급액, 하청단가, 개인사업자나 농민의 노임 등에 연동시켜서 내셔널 미니멈의 기축으로 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http://www.zenroren.gr.jp/jp/housei/data/2013/130808_01.pdf).

4) 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가 단신자의 생활임금을 산출하기 위한 최저생계비를 시산하는 모델 도시는 도쿄와 인접해 있는 사이타마(埼玉)현의 사이타마(埼玉)시(인구 약 125만 명)이다. 2013년도 연합생 활임금이 발표한 사이타마시에 거주하는 단신자의 월 최저생계비는 153,000엔이었는데, 이를 2012 년도 후생노동성 ‘임금구조기본통계조사’의 소정내실노동시간수 전국평균(165시간)으로 나누면 시 간당 930엔이었다. 2013년도 사이타마(埼玉)현의 지역별 최저임금은 785엔이었는데, 이는 연합생 활임금의 84.4%이다. 도쿄의 경우에는 월 최저생계비가 177,000엔으로 시간당으로는 1,070엔인데, 2013년도의 도쿄의 지역별 최저임금은 869엔으로 81.2%이다. 연합생활임금 대비 최저임금의 비율

특 집

이를 춘계임금인상투쟁에서 가맹 노동조합 및 지방조직이 쟁취하여야 할 임금도달 수준 을 결정하는 참고지표나 지역별 최저임금심의회에서의 최저임금 결정의 근거, 기업 내에 서의 최저보장임금을 연령별로 정할 때의 참고자료 등으로 활용하고 있다.

따라서 여기에서는 지방자치단체에 의한 생활임금 도입에 관해서 소개하는 것으로 한 다. 먼저 생활임금 확보의 문제가 제기된 일본의 상황을 소개하고, 다음으로 생활임금의 확보를 위하여 노동운동진영, 지방자치단체 등이 어떠한 활동을 전개하였고 현재까지 어 떠한 성과를 달성하였는지를 소개한다. 특히 후자와 관련해서는 공계약조례 제정 운동의 역사와 현황, 성과, 한계 등에 대해서 살펴본다.

Ⅱ. 배 경

1990년대 이후 증가하고 있는 일본의 빈곤문제는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그 문제 성을 더해 가고 있다. 빈곤율에 관한 일본 정부의 통계를 보면 2012년도의 빈곤선(등가가

<표 1> 빈곤율의 연도별 추이

1988 1991 1994 1997 2000 2003 2006 2009 2012

상대적 비곤율 % % % % % % % % %

13.2 13.5 13.7 14.6 15.3 14.9 15.7 16.0 16.1

아동 빈곤율 12.9 12.8 12.1 13.4 14.5 13.7 14.2 15.7 16.3

아동이 있는 현역세대 11.9 11.7 11.2 12.2 13.1 12.5 12.2 14.6 16.1

성인 1명 51.4 50.1 53.2 63.1 58.2 59.7 64.3 50.8 64.6

성인 2명 11.1 10.8 10.2 10.8 11.5 10.5 10.2 12.7 12.4

명목치 만엔 만엔 만엔 만엔 만엔 만엔 만엔 만엔 만엔

중앙치(a) 227 270 289 297 274 260 254 250 244

빈곤선(a/2) 114 136 144 149 137 130 127 125 122

실질치(1988년 기준)

중앙치(b) 226 246 255 259 240 233 228 224 221

빈곤선(b/2) 113 123 127 130 120 115 114 112 111

주 : 1) 빈곤율은 OECD의 작성기준에 따라서 산출되었음.

2) 등가가처분소득금액을 알 수 없는 세대원은 제외하였음.

3) 성인이라 함은 만 18세 이상의 자를, 아동이라 함은 만 17세 이하의 자를 말하며, 현역세대라 함은 세대주가 만 18세 이상 만 65세 미만인 세대를 말함.

4) 명목치는 그 해의 등가가처분소득을 말하고 실질치는 명목치를 1985년을 기준으로 한 소비자물가지수로 조정한 것임.

자료 : 후생노동성, 「2013년도 국민생활기초조사」.

이 가장 높은 곳은 가나가와현으로 87.7%였고 가장 낮은 곳은 야마가타(山形)현으로 73.9%였다.

주로 지역별 최저임금이 낮은 지역일수록 그 비율도 낮게 나타나고 있다.

일본의 생활임금 확보를 위한 운동의 역사와 현황

처분소득 중앙치의 2분의 1)은 명목치로 122만 엔인데, 이 빈곤선에 미치지 못하는 비율 (상대적 빈곤율)은 2012년도에 16.1%로 1988년도의 13.2%보다 약 3% 증가하였다. 시계열 적으로 보면 상대적 빈곤율은 2003년도에 조금 감소한 적이 있을 뿐 1980년대 후반 이후 로 계속 증가하여 왔다. 특히 아동이 있는 현역세대에 관해서 보면 세대원 중에서 성인이 1명 있는 세대의 경우 2012년도의 상대적 빈곤율이 64.6%였다. OECD에 따르면 2012년도 를 기준으로 일본의 상대적 빈곤율은 전체 OECD 가입국 중에서 여섯째로 높으며, 아동 이 있는 현역세대 중에서 성인이 1명 있는 경우의 상대적 빈곤율은 가장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OECD Economic Surveys JAPAN 2013).

다음으로 근로빈곤층의 규모에 대해서 보면, 이에 관한 정부의 공식적인 통계발표가 없기 때문에 민간 연구자들의 추정치에 의존하여 그 규모를 짐작해 볼 수밖에 없다. 연구 자들의 추정에 의하면 한결같이 1990년대 이후 그 규모가 대폭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 타나고 있다. 일본에서는 근로빈곤층에 대한 공식적이고 확립된 개념 정의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연구자들은 대체로 국민생활기초조사에서 상대적 빈곤율을 산출할 때 이 용하는 빈곤선이나 공적 부조인 생활보호제도에서 지급되는 생활보호기준액5)을 이용하 여 그 규모를 추정하고 있다. 阿部(2010)는 2007년도 국민생활기초조사의 자료를 기초로

다음으로 근로빈곤층의 규모에 대해서 보면, 이에 관한 정부의 공식적인 통계발표가 없기 때문에 민간 연구자들의 추정치에 의존하여 그 규모를 짐작해 볼 수밖에 없다. 연구 자들의 추정에 의하면 한결같이 1990년대 이후 그 규모가 대폭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 타나고 있다. 일본에서는 근로빈곤층에 대한 공식적이고 확립된 개념 정의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연구자들은 대체로 국민생활기초조사에서 상대적 빈곤율을 산출할 때 이 용하는 빈곤선이나 공적 부조인 생활보호제도에서 지급되는 생활보호기준액5)을 이용하 여 그 규모를 추정하고 있다. 阿部(2010)는 2007년도 국민생활기초조사의 자료를 기초로

문서에서 2015 년 2월호 통권 제 119 호 (페이지 31-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