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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국가간 협력 가능성과 과제

1990년대 중반부터 우리나라, 일본, 대만의 사용후핵연료 저장문제가 심각해지 면서 동아시아의 사용후핵연료 및 방사성폐기물 관리를 위한 역내시설에 대한 논 의가 학계에서 거론되기 시작하였다. 예를들어서 동아시아의 원자력지역협력은 1990년대 후반이후에 아시아핵협력기구(Asia Atomic Cooperation Organization, 20) 우리나라, 일본, 대만 등의 사용후핵연료는 국제간 이동에 있어서 미국의 사전승인을

필요로 한다.

Asiatom) 또는 태평양핵에너지공동체(Pacific Atomic Energy Community, Pacatom) 등의 개념을 통해서 거론되었다.21) 그러나 이러한 논의들은 각 국의 사 용후핵연료 및 방사성폐기물 관리정책에 혼란을 초래하고, 자국의 폐기물을 타국 에 덤핑한다는 부정적인 인식을 초래할 수 있다는 각 국 정부의 우려 때문에 민 간차원의 비공식적인 논의에 그쳤다. 유럽과 달리 동북아에 Asiatom이나 Pacatom과 같은 지역적 협력기관은 없지만, 우리나라나 일본은 역내의 다른 국가 들의 핵프로그램을 지원할 수 있는 핵관련분야의 기술에서 전문성을 갖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고, 이에 근거할 때에 원자력지역협력을 추진할 수 있는 기반조건들 을 성숙되어 있다고도 볼 수 있다.22)

동북아 역내 국가 중에서 실질적으로 국토의 협소성과 소득수준으로 볼 때 우 리나라, 일본, 대만이 국제방사성폐기물처리․처분장을 제의할 가능성은 거의 없 다. 그리고 북한이 국제 사용후핵연료 및 방사성폐기물 저장처분장을 운영하게 된다면, 일본의 플루토늄의 군사적 전용의 가능성과는 또 다른 형태로 주변국가 들에게 군사적 위협을 느끼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이 2003년에 NPT를 탈퇴 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에 북한이 국제 사용후핵연료 및 방사성폐기물 저장처분장 을 운영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평가되며, 운영실현화의 전제조건으로 핵무기 확산에 대한 우려를 완전히 불식시킬 수 있는 안전조치가 필요하다.

이러한 여건 하에서 동북아에서 지역 사용후핵연료 및 방사성폐기물 저장처분 장의 호스트국가가 될 가능성을 갖고 있는 나라는 중국, 러시아, 몽골이다. 이 3 개국의 공통적 사항은 국토가 광활하고 인구희소지역을 쉽게 찾을 수 있다는 점 이다.23) 또, 몽골을 제외한 나머지 2개국 중에서 중국은 원자력발전을 지속적으로 증가시킬 계획을 갖고 있으며, 러시아는 지속적으로 원자력발전을 운영하고 노후 설비를 교체하며 가동률 증가를 추진하고 있으므로 사용후핵연료 및 방사성폐기 물 저장처분 문제는 대두된다.

21) Asiatom과 Pacatom 등은 Euratom과 같은 지역적 협력체계를 참고로 한 것이다.

22) Hippel and Hayes(1997)

23) 사용후핵연료 및 방사성폐기물 저장처분장 입지를 위한 지질조건의 문제는 본 연구에 서는 다루지 않는다.

중국은 주거지역으로부터 멀고 넓으며 지질적으로 안정된 사막이 다수 존재한 다.24) 이러한 사막은 국제방사성폐기물처리․처분장 입지에 적합한 지역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중국은 방사성폐기물저장처분장에 대한 국제적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 지만, 1987년에 중국이 독일과 맺은 원자력협력협정 내용을 보면 독일의 사용후 핵연료의 일정 분량을 중국에 임시저장하는 사항이 있다. 그러나 실제로 이러한 협정 내용은 중국 외부의 정치적 반대로 이행되지 않았다. 또, 중국은 하나의 중 국이라는 인식 하에 대만의 저준위방사성폐기물을 받아주겠다고 공식적으로 제의 하였고, 비공식적으로는 대만의 사용후핵연료도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중국이 일본의 사용후핵연료의 저장 및 처분을 위한 부지를 제공한다면, 일본이 민간용 플루토늄을 군사적 목적으로 전용할 가능성에 대한 주변 국가들의 우려를 없앨 수 있다. 이와 함께 중국이 국제 사용후핵연료 및 방사성폐기물 저장처분장 의 호스트국가가 된다면 큰 수익을 올릴 수 있으며, 동북아 안보문제에서도 보다 우월적 지위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러시아는 과거에는 해외에서 만들어진 사용후핵연료의 국내반입을 법으로 규제 하여 국제방사성폐기물 처리․처분장의 실현이 불가능하다고 평가되었지만, 앞에서 언급되었듯이 법안의 개정으로 합법적으로 사용후핵연료 및 방사성폐기물을 처 리․처분할 수 있게 되었다. 이에 근거해 러시아의 방사성폐기물 처리․처분장 계 획은 보다 많은 실현가능성을 갖고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외국의 방사성폐 기물들은 국제적 안전기준을 달성하는 것을 조건으로 하면서, 신설되는 “외국제 사 용후핵연료의 러시아연방 영내로의 수입에 관한 특별위원회”의 승인 하에 러시아 국내로 반입할 수 있다. 그러나 사용후핵연료의 군사무기화 전용에 대한 러시아 환 경단체와 미국 및 주변국의 우려로 실제 실행에는 많은 난관이 예상된다.

몽골은 2가지 측면에서 국제방사성폐기물 처리․처분장 입지를 추진하기에 좋 은 점들을 갖고 있다. 첫째로 비록 기피시설이지만 국제방사성폐기물 처리․처분 장은 외자를 도입할 수 있는 계기가 되므로 이를 통해서 경제발전을 도모할 수 24) Hippel and Hayes(1997)는 중국이 법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국제방사성폐기물처리․

처분장을 실천할 수 있는 유일한 지역이라고 평가하고 있으면서도, 시설을 건설하기 위한 공공부문 또는 민간부문의 금융조달능력이 결여되어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있고, 처리․처분장 건설 및 운영에 필요한 도로, 철도, 전력설비를 몽골의 핵심 인프라로 활용할 수 있다. 몽골은 자국의 경제발전을 위해서 인프라를 구축하고 부족한 에너지도 수입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외자도입이 필요하지만, 시장의 협소성과 높은 인프라 구축비용으로 외자유치 유인요소들을 거의 갖고 있지 못하 다.25) 그동안 몽골은 러시아와 중국, 한국을 연결하는 가스파이프라인의 자국 통 과 가능성을 기대하면서, 가스파이프라인의 실현에 따른 경제적 이익, 즉 통과료 수입, 에너지 사용, 가스파이프라인 건설 및 운용을 위해 구축되는 인프라의 활용 등을 향유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하였다. 그러나 2003년에 종료한 이르쿠츠크~중 국~한국 연계의 가스파이프라인 타당성 검토 결과에 따르면, 몽골은 경제성을 이 유로 하여 가스파이프라인 경유지에서 제외되었다.

둘째로 몽골은 미국이나 주변국들이 러시아나 북한에 대해서 갖고 있는 사용후 핵연료의 군사적 전용 가능성을 우려할 필요가 없고 정치적 부담도 적다고 할 수 있다. 몽골은 원자력발전을 가동하지 않고 향후에도 원자력발전을 운영할 가능성 은 거의 없어 핵설비나 핵기술을 보유하지 않을 것이므로 환경에 대한 영향을 제 외한다면 처분장 건설에 대한 장벽이 크지 않다. 따라서 상업적 이익을 추구하는 민간투자가의 진출도 비교적 용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용후핵연료의 재처리와 재처리과정의 방사성폐기물 반송을 담당하고 있는 핵연료공급업체들이 몽골에서 재처리설비와 국제방사성폐기물 처리․처분장을 동시에 운영할 경우에 재처리비 용절감과 함께 투자이익을 동시에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동북아지역의 국제방사성폐기물 처리․처분장 입지의 잠재후보지인 중 국, 러시아, 몽골 등에는 기술적, 정치적 문제 외에도 다른 장애요소도 상존하고 있다. 우선 처리․처분장은 안전 상의 이유로 거주지역과 멀리 떨어져야 하므로 입지 후보지들이 대부분 내륙 깊은 곳에 위치할 가능성이 높아, 육로수송에 따른 높은 비용과 안전문제가 발생한다. 중국과 러시아 내에서 핵폐기물을 수송한다면 다수의 자치주를 통과해야 한다. 이 경우에 자치주들에게 통과료를 지불해야 하 며, 취약한 인프라를 강화해야 하고, 막대한 인프라 신규건설이 필요하며, 각 통 과지역의 주민들에게 방사성폐기물 수송에 대한 안전성도 피력해야 한다. 특히

25) 몽골은 광활한 지역에 소수 인구들이 분산되어 있어 인프라 구축에 높은 비용이 소요된다.

바다를 접하고 있지 않은 몽골로 방사성폐기물을 수송한다면 지리적 특성 때문에 방사성폐기물들이 중국이나 러시아를 통과해야 하고, 이에 대한 해당 국가들의 중앙정부차원의 통과동의도 얻어야 한다.

경제적 측면을 고려할 때 동북아지역에 국제방사성폐기물 처리․처분장을 건설 하는 과제는 동북아 전력망 계통연계사업과 함께 고려할 수 있다. 즉, 국제방사성 폐기물 처리․처분장을 동북아 역내 국가들에게 전력을 공급하는 원자력발전소의 건설과 동시에 계획한다면 보다 경제적이며 현실적인 대안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동북아지역은 원자력발전의 높은 증가가 기대되는 지역의 하나이므로, 역내 국가들 이 국가별로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해서 운영하기 보다는 관련국들이 공동으로 사용 하는 원자력발전소를 세워서 전력을 공동으로 사용하고 동시에 국제 방사성폐기물 처리․처분장도 건설하여 운영하는 것을 하나의 현실적인 대안으로 볼 수 있다.

아직 동북아 역내 국가간의 전력융통사업들이 구상단계에 머무르고 있어 국제 방사성폐기물처리․처분장과의 연계로 확대하여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일 수 있 다. 그러나 이러한 안은 각 국이 안고 있는 방사성폐기물 문제를 단순히 방사성 폐기물 처리․처분장 건설에 국한시켜서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에너지관련사업들 과 연계시켜 관련국들의 공통의 이해관계를 높이고 실현가능성이 높은 사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음을 시사한다.

동북아지역에 사용후핵연료 및 방사성폐기물 저장처분장을 건설하는 방안을 고려 하기 위해서는 기반조성의 단계로 방사성폐기물 처리․처분장 건설 관련 연구개발을 위해 동북아 국가간 협력체계가 필요하다. 사용후핵연료의 저장문제는 저장기간과 관계없이 보편화된 기술에 근거하므로 국가차원의 협력필요성은 적다. 그러나 사용 후핵연료의 처분분야에서는 기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아서 핵연료 및 방 사성폐기물 관리 기술, 운영기준, 계획 등의 분야에서 국가차원의 협력이 중요하다.

또한 세계 핵문제에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는 미국의 동의 또는 협력을 배제하 고 동북아에서 방사성폐기물 처리․처분장 건설을 추진하기는 어렵다. 예를 들어 국제방사성폐기물 처리․처분장 운영에 있어서 우리나라, 일본, 대만의 사용후핵연 료를 재처리하지 않고 장기저장 또는 최종처분만을 한다는 조건이 첨가된다면, 3개 국의 사용후핵연료의 국가간 이동에 대한 사전동의권을 갖는 미국의 영향을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