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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멈춰있고 막혀있는 ‘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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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놀이 경험에 대한 의미

2. 아이의 멈춰있고 막혀있는 ‘놀이’

놀이는 자발적인 활동이면서(정주연, 한현민, 2005), 놀이의 전개는 아동이 자유롭게 선택하고 결정하며 아동이 놀이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채종옥, 2013). 그러나 자폐 아동의 놀이성을 살펴보면 적절한 놀이기능 습득에 곤란 도가 높고, 사물의 비 기능적인 사용과 반복적이고 상동적인 사물조작을 보 이며(진흥신, 2000), 놀잇감을 매우 제한된 범위에서 사용하는 모습을 보이고 (Thomas & Smith, 2004), 정상발달 아동에게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패턴의 모습을 보이지 않으며(Boutot et al., 2005), 놀이의 자발적인 참여가 부족하 다.

이런 특징을 가진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의 놀이는 단순히 지연된 놀이가 아니라 놀이의 복잡성이나 즐거움을 포함한 놀이형태가 정상발달 아동과 신

경발달 장애 하위군의 지적장애와도 질적으로 상이한 차이를 나타낸다는 것 이다(진흥신, 2000). 여기서 놀이의 질적인 차이란, 단순한 놀이수행 기술이 아니라 자발성과 융통성을 포함하는 신체적, 사회적, 인지적 자발성은 물론이 고 즐거움의 표현과 유머감각이 포함된다.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은 점진적으로 언어와 인지가 발달하면서 기능적인 놀이가 나타나기는 하나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단순한 놀이 행동의 지연 이 아니라 상징놀이 기능은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는 큰 특징을 보이며, 상징 적인 요소가 결여되고 있으며 상징놀이의 손상은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이 다른 아동과 변별되는 가장 큰 특징이다. 이렇듯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은 자발적인 놀이가 어렵고 상징놀이의 결함이 있다는 것이다.

상징놀이의 결함을 지닌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은 자아발달과 관련되어 자 기주체감과 자발적 상호작용을 어렵게 만들고, 추상적 사고를 통한 상상을 할 수 없어 다른 사람을 이해하거나 개념화시키는 것이 부재하여 참여자들이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과 놀이경험을 하는 과정에 있어서 한계를 보인다는 것이다.

또한, 참여자들이 상징 놀이를 위하여 아동을 이끌고 지시하고 유도된 상 황을 만들어줘도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의 자발적인 상징놀이는 나타나지 않 고, 이야기가 연결되거나 확장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놀이 내용이 아이가 생각을 못하고 그러기도 하고, 시켰는데 아이가 하기 싫 으니까 안한다고 해버리기도 하고 내용이 이어지지는 않는 것 같아요. 또 본인 이 관심 있는 걸해야 그래도 꾸준히 같이 놀더라고요. 누나가 하자고 하는 것도 시킨 대로 하긴 하는데 본인이 그렇게 즐거워 보이지는 않고, 다시 본인이 좋아 하는 자동차 주차장 놀이 하자고 해주면 엄청 좋아하고 그래요. 한계는 있죠.”

(참여자B)

“예를 들어 기차가 있으면 기차 건전지가 닳을 때 까지 계속 쳐다보고만 있었 으니까요. 그리고 저희 집에 도로 놀이가 설치되어있는데 아이가 그게 흐트러지 면 짜증을 내니까 함부로 치우거나 할 수 없어요. 그래서 그것들을 통한 새로운 개입이 어려웠던 것 같아요. 놀이가 지속되려면 수준이 맞아야 하는데 그것도

그렇고 구조화가 안 되어 있어서 집에서는 휙 가버리니까 ‘나는 혼자 뭐하는 거지?’ 싶기도 하고 그랬죠.” (참여자C)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들의 상징놀이의 결함은 참여자들과 원활하고 융통 성 있게 소통하고 아이를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양방향 의사소통을 통한 정 서 표현을 적극적으로 하는 것에 어려움이 따랐으며, 이로 인해 상징 놀이가 매우 낮은 수준에서 나타나고 참여자들과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이 서로의 의도와 감정에 관해서 추상적 사고를 통한 의사소통의 답답함을 보이게 된 것이다. 또한,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의 상대방의 감정과 타인의 요구를 파악 하고 상황의 의도를 알아채 의사소통하고 상호작용 하는 것에 어려움이 따랐 다. 가정 외에 또 다른 공간과 또 다른 대상과의 관계에서 적응과 융통성의 어려움을 보인 것이다. 그로 인하여 참여자들은 새로운 공간과 대상에 대해 서 아이의 적응을 위하여 긴장과 함께 노력을 헤야 했다.

“둘째는 그래도 설명을 자세히 해주면 납득을 하니까 서운한 마음을 달래주고 둘째가 양보하게 만들어야지 하고 마음을 먹고 아이 취향대로 진행했을 때도 있 었고.. 제한이 없이 항상 그랬으면 좋겠는데.. (생각을 길게 함)음 그 육아나눔 터라는 곳을 한 번씩 가요. 아이가 그룹 수업은 안 되니까 둘째 아이 수업을 신 청해서 둘째는 수업에 들어가고 자연스럽게 저랑 아이는 대기실에서 놀아요. 거 기에 그런 식으로 대기하는 다른 아이들이 있는데 그 아이들하고는 처음 보는 관계죠. 그 아이들하고도 자연스럽게 놀았으면 좋겠는데 레고가 많지 않은데 다 른 아이들도 같이 하고 싶어서 오면 아이가 다른 아이를 밀어낼 때가 있어요.

그러면 이제 제가 불편한 상황들이 나오면 안 되니까 그 아이한테 오픈을 해요.

모르겠어요. 미안하다는 표현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미안하지만 얘는 같이 노는 게 조금 힘든 친구야’ 그래요.” (참여자A)

“자기가 좋아하지 않는 부분 자기가 좋아하지 않은 영역에서도 놀이를 했으면 좋겠어요. 왜 일반 친구들은 자기가 좋아하지 않은 영역에도 해야 할 상황이 되 면 하잖아요. 우리 아이들은(자폐 아동) 누가 정말 이렇게 해라 하지 않으면 자 기가 시작하지 않으려고 하고 기회가 없으면 못하는 거거든요. 학교 친구들 이

랑도 조금 놀기는 하는데 돌봄 교실에서 노는데 그래도 제한적인 것 같아요. 집 에서는 수용이 되는데 밖에서는 잘 안 되는 것 같아요. 구체적으로 ‘친구랑 뭐 했어?’ 하면 ‘친구랑 뭐 놀았어’ 하긴 하는데, 시간이 길진 않고 잠깐이지 않나 싶어요. 집에서는 누나가 배려를 할 수도 있고 해서 잘 노는데 밖에서는 지속은 어려운 것 같아요. 아이한테 집이 편안한 공간이다 보니까 누나랑 사촌 이랑은 잘 노는데 밖에 나가면 친구들도 다 똑같은 아이들이니까 이해하지는 않 잖아요. 예를 들어서 양보를 한다거나 그런데 아이를 위해서만 할 수 있지는 않 잖아요.”(참여자B)

“일단 상호작용이 안 되니까 뭘 원하는지 파악이 어렵고 그러니까 놀이도 어렵 고, 그리고 문에 대한 집착도 4세 5세 때 나타났는데 나가지 못했던 거에 나가 고 싶었던 것에 급급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뭔가 잘못된 행동으로 혼내면 눈치 가 없어서 왜 혼나는지 이해를 못했어요. 등짝을 때리면 웃고 그랬거든요. 전혀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 그런 것들을 몰랐어요.” (참여자C)

또한, 정상발달 아동은 자율성이 증가하는 3세부터 공감 발달, 타인의 관점 에 대한 이해, 마음이론의 발달과 함께 또래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타인 과의 관계의 틀이 형성이 되고(Selman & Schultz, 1990), 함께 하는 놀이나 활동에 많이 참여한다고 하였다(Hughes, 2009). 이처럼 놀이는 누군가와 같이 노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에 부모와 놀이를 하게 되고, 연령이 증가하고 사회 화가 되어가면서 놀이대상이 또래로 점차 바뀌게 된다. 즉, 놀이 대상이 부모 에서 사회 또래관계로 확장되고 놀이를 이끌며 놀이상대에게 역할을 부여하 기도 하고 놀이 안에서 이야기를 만들기도 한다.

본 연구의 참여자들은 아이가 사회적인 관계로의 확장이 안 되고 새로운 관 계 맺기가 쉽지 않아 지속적인 아이의 놀이 대상 모델링의 대상이 되어주어 이끌어줘야 한다는 것에 막연함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참여자A는 아이와 비 슷한 연령대의 아이들을 보며 부모의 손을 점차 벗어나며 자조적인 행동들이 많아지는 것을 보며 ‘아이와 언제까지 놀아야줘야 하나’라는 막연함이 온 것 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다. 참여자B는 아이가 본인과의 관계를 시작으로 다른 사람과도 놀이를 시작하기는 했지만 아이의 다양한 놀이경험을 위해서 지속

적으로 함께 해주고 이끌어줘야 하는 부분이 있다고 말한다. 참여자C는 아이 가 가족 이외에도 또래관계에서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지고 적응하며 살아가 기를 바라는 부분이 있었다.

“나는 그런 시점이 올까? 아이가 나랑 안 놀아줘서 서운한 시점이 올까? 아이 가 나를 밀 어 내는 일은 별로 없으니까 나는 좋은 건가? 놀이 수준이 너무 멈 춰있으니까 저도 즐거운 마음은 이제 많이 없는 것 같아요. 그 정말로 아이하고 놀 때 밖에서 놀 때 놀아준다고 생각 안하고 함께 논다는 느낌이 많았어요. 그 런데 이제는 놀아준다는 느낌이 크죠. 제가 변했네요.”(참여자A)

“어찌됐든 우리 아이한테는 아직도 관심과 기회가 많이 필요한 것 같아요. 경 험.. 놀이경험을 자주 접하게 해주는 게 정말 필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더 건 강하고 우리 부모가 건강해야 하는 것 같구나.. 앞으로 더 나아가야 할 것이 더 많구나 라는 생각을 해요.” (참여자B)

“일반적인 초등학생들하고 어울렸으면 좋겠어요. 어울리진 못하더라도 함께 같 은 공간에서 친구들이 하는 걸 지켜보면 좋을 것 같아요. 그럼 더 적응력이 올 라갈 것 같아요. 그 분위기도 알고 그러면 좋겠어요. 그리고 어른들 입장에서는 시선에는 노는 게 어려운 것 같아요. 교육적인 접근이 되니까요. 뭔가를 배우면 좋겠지만 또래랑 어울리기만 해도 좋을 것 같아요. 같은 거라도 공유를 하면서 요. 분위기도 즐기고요.” (참여자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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