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1) 코로나19가 야기한 불평등

감염병은 사회전반에 걸쳐 많은 변화를 야기한다.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영향을 준 펜데믹은 천연두, 페스트, 스페인 독감 등이 있다. 천연두는 중남미 전역에 빈부격차 를 확대시켰고, 페스트는 상업 발달과 자본주의를 태동시켰다. 스페인 독감은 사회안 전망에 대한 관심과 투자 증대의 계기가 되었다.

코로나19가 야기한 변화 또한 매우 극적이다. 먼저 정치적으로는 국가적 위기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큰 정부’가 부활하였다. 코로나19 사태로 국민의 사회안전망 강화에 대한 기대와 요구가 커져 정부의 역할과 시장 개입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 세계경제포 럼(일명 다보스포럼) 회장인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도 저서 「위대한 리셋 (COVID-19:The Great Reset)」에서 큰 정부의 도래를 전망하였다(WEF, 2021).

경제적으로는 코로나19 이후 대면접촉이 감소하고 모든 일상이 디지털 중심으로 변화 하면서 비대면 경제가 성장하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언택트(untact) 경제가 확대되면 서 디지털 기기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디지털 기술과 인공기술을 활용하여 경쟁력 을 확보하려는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동시에 유례없던 록다운(lockdown)과 주요국의 봉쇄조치는 글로벌 공급망의 다변화와 탈세계화를 촉진하는 계기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사회적 측면에서는 재택근무, 원격근무의 확대 등 노동환경에 새로운 변 화가 일어났다. 사람 간 전파를 통해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다는 사실은 타인을 인식 하는 과정에 영향을 주어, 친숙하지 않은 대상을 더욱 위협적으로 판단하게 한다. 사회 적 거리두기로 인간관계가 멀어지고, 코로나19 감염자를 시민이 아닌 감염원으로 바라 보는 시선이 만들어지면서 감염자와 비감염자라는 새로운 집단 경계도 형성되고 있다.

이렇듯 팬데믹은 정치, 경제, 사회구조 전반의 변화를 가져오기도 하지만, 여러 부 문에서 복구할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 대표적인 것이 불평등의 심화다. 코로나19가 빈곤을 악화시키고,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심화시킨다는 것은 유엔, 세계은행, IMF, ILO 같은 국제기구는 물론이고 각국 정부와 학자들이 동의하는 바다. 코로나19 위기가

지역에 미친 영향은 한 국가 내에서도 비대칭적이며, 지역 및 도시에 따라 큰 편차를 보인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 사태는 제조업 기반의 붕괴로 인한 지역 산업도시의 경쟁력 약화, 역내 소상공인과 자영업의 자생기반 약화 등 기존 지역 불균 형보다 더욱 심화될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2) 불평등은 지역격차로 발현된다

국토는 서로 다른 특성을 갖는 이질적 지역들의 집합체다. 지역은 고유한 특성으로 인해 국토공간에 이질적 공간분포로 구조화된다. 이러한 지역에 내재된 고유한 차이를 통상 지역차이(regional differences)라 한다. 지역차이는 각 지역의 고유한 특성, 예 컨대 기후, 지형 등의 자연환경뿐 아니라 역사적 배경 및 자원, 자본, 노동력 등의 생산 요소가 서로 다름을 의미한다. 예컨대 눈이 많이 오는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 인구과 밀지역과 인구과소지역 등 자연, 자원, 기후, 인문요소 등 지역이 갖고 있는 고유한 차 별성 자체에 중점을 두고 지역 간 ‘서로 다름’을 강조한다. 지역차이는 지역의 고유한 특성을 의미하는 지역정체성이라는 개념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지역개발과정에서 동 기부여 또는 필요한 자원을 지역내부에서 찾는 내생적 지역개발전략(endogenous development)도 이러한 지역차이 개념에 기반한다.

한편 지역격차(regional disparities)는 사회적 기회, 자원, 권력이 지역 간에 골고루 (evenly) 분포하지 못해 현격한 차이가 발생하는 상태를 지칭한다(조명래, 2011:4).

격차의 사전적 의미가 불평등(inequality), 차이(differences)를 포함하고 있어 지역격 차는 지역차이 개념을 포괄한다. 지역격차는 특정 국가 지역내에서 관측되는 경제활동 집중도 차이를 뜻하며, 측정목적에 따라 공간적 범위가 변한다는 점에서 상대적인 개 념이다. 지역격차는 ‘서로 차이가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지역간의 상대적 격차를 뜻하는 지역 불균형이라는 용어와 혼재되어 사용된다. 이 지점에서 지역격차에 대한 관점은 양면적이다. 부정적 관점에서 보면 지역격차는 다른 지역에 비해 특정지역이 갖고 있는 단점(weakness)을 말하며, 긍정적 측면에서 보면 다른 지역들과 비교하여 상대적인 장점(strength)을 의미한다. 따라서 지역격차는 같은 척도 혹은 동일 차원에

서 다른 지역과의 상대적 박탈감을 통해 인지되며, 상대적인 박탈감이 없다면 지역격 차 인식도 의미가 없고, 자원의 정치적 재분배를 수반하는 지역균형발전정책의 정당성 도 약하다(소진광, 2020:10).

지역격차를 구성하는 요인은 다양하다. 인구, 소득, 교육, 문화 등 지역에서 관측되 는 상대적 격차를 의미하며, 때로는 객관적인 지역차이 뿐 아니라 삶의 만족이나 행복 감 등 주관적 현실을 포괄하기도 한다(박준식・김영범, 2012:265). 더욱이 인간사회의 다양한 차이는 살아가는 공간에 그대로 투영된다. 차이를 받아내는 공간은 거꾸로 인 간사회의 다양한 차이를 지속시키면서 동시에 바꾸어내기도 한다. 이러한 차이가 어떠 한 기준에 의해 차등으로 이해될 때, 이는 곧 격차로 읽혀진다. 집단 간, 부문 간, 계 층 간 불평등이 있듯이 지역 간 격차는 늘 존재한다. 즉, 지역격차는 불평등의 공간적 표현 혹은 양식이라 할 수 있다(조명래, 2011:4).

코로나19가 국토에 미치는 영향은 이질적이다(OCED, 2021:1). 코로나 시대의 불 평등은 다차원적 불평등의 수직적 격차의 확대, 그리고 교육, 노동, 주거, 건강을 넘어 새로운 차원의 불평등에 관한 논의를 촉발하고 있다. 경제적 불평등은 공간적 불평등 으로 발현된다. 부자와 가난한 자는 서로 다른 공간을 점유한다. 부유한 지역과 가난한 지역도 이질적하다. 부유한 지역은 인구규모, 인구밀도가 높고 첨단기술산업, 우수한 인재가 모이는 반면, 가난한 지역은 부유한 지역의 양상과 정반대의 양상을 보인다.

부유한 지역은 일반적으로 성공하는 대도시에서 관측되는 일관적 특징이다(EIG, 2017). 역사적으로 소수의 대도시는 글로벌 자본의 중심지였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Florida and King, 2016).

사회의 구조적 불평등을 고착화하고 재생산하는 구조가 작동함으로 인한 경제적 불 평등 심화는 교육, 일자리, 주거로 확장되고, 교육, 일자리, 주거의 불평등은 단지 각 부문의 수준이 아니라 사는 지역에 따라 기회와 자원이 결정되는 공간적 불평등 즉 지 역 불평등을 초래하고 있다(하수정 외, 2021:23). 디지털 전환과 비대면 산업의 성장 은 혁신환경이 우수한 도시지역의 공간재편을 가속화하고 있다. 코로나19는 누구가 감 염될 수 있다는 이유로 ‘위대한 조정자’(the great leveller, the great equalizer)라

불렸지만, 기대와 달리 코로나19는 소득, 보건, 교육의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위대한 분열자’(great divider)로 자리매김하고 있다(Petraki, 2020; Chang, 2021:39).

정치, 경제, 사회 등 다양한 관계 구성은 본질적으로 공간적이다. 경제사회적 불평 등은 공간적 불평등으로 발현된다(조명래, 2011; 이상호・신선옥, 2018; 하수정 외, 2021; EIG, 2017; Florida, 2017; Smith, 1990). 우리나라 지역격차는 시대를 따라 다르게 구성된다. 지역격차를 형성하는 정치, 사회구조가 변화하면서 지역격차의 양태 도 변화하기 때문이다. 과거 도시와 농촌의 지역격차, 호남과 영남의 지역격차가 가장 큰 불평등의 양상이었다면, 현재 균형발전의 공간적 대상은 수도권과 비수도권, 도시 와 농산어촌, 역내 성장지역-쇠퇴지역이라 할 수 있다. 따라는 균형발전은 상대적이며 다차원적이다.

코로나19는 다양한 변화를 야기하였다. 그러한 변화는 지역이라는 공간에 투영되 고, 지역은 코로나19가 야기한 변화를 이질적으로 수용한다. 이 과정에서 지역에 내재 되어 있던 지역격차 요인은 코로나 이후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 사태라는 전대 미문의 위기를 맞아 국토균형발전을 위한 정책과제를 재검토해야 하는 이유다. 이러한 관점에서 다음 장에서는 코로나19 이후 실제 국토 불평등 심화현상이 나타나고 있는지 소득, 산업, 관광 측면에서 실증한다.

CHAPTER 3

1. 코로나19 전후 소득 및 부채 변화 ···65 2. 코로나19 전후 지역산업활동의 특성 분석 ···82 3. 코로나19 전후 지역 관광산업의 변화 ···96 4. 논의의 종합 ···108

코로나19 전후 국토

불평등 심화현상 진단

03 코로나19 전후 국토 불평등 심화현상 진단

코로나19 이후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 국토는 서로 다른 특성을 갖는 이질적 지역들의 집합체 다. 코로나19가 야기한 불평등은 지역격차로 공간에 투영된다. 그렇다면 코로나19가 야기한 국토 불평등의 양상은 어떠한 구조를 갖고 있을까? 문제의 답을 찾기 위하여 코로나19 전후의 지역별 소득 및 산업의 변화 양상을 탐색한다. 코로나19 이후에도 소득이 증가하는 지역은 어디인지, 성장 산업과 쇠퇴산업이 입지한 지역은 어떻게 변하는지 등을 확인하여 코로나19 전후의 국토 불평등 양상을 진단한다.

1. 코로나19 전후 소득 및 부채 변화

1) 분석개요

코로나19 팬데믹 전후의 지역별 경제상황 변화를 확인하기 위해 코로나19 이전과 코 로나19 이후의 월평균 소득액 및 부채총액을 분석한다. 분석연도는 4개년(2018년 6월, 2019년 6월, 2020년 6월, 2021년 6월)으로 설정하였고, 전국 급여소득자・자영업자의 월평균 소득액 및 부채총액을 분석한다. 분석기간을 1년 주기로 설정한 이유는 코로나 19 전후의 소득 및 부채 현황에 대하여 상대적으로 비교하기 위함이다.

본 연구에서는 ‘KCB(Korea Credit Bureau, 코리아 크레딧 뷰로) 데이터’를 활용 하였다. KCB 데이터는 개인신용평가 전문회사인 KCB에서 2021년 6월 기준 개인 단 위1)로 수집한 비식별 연구용 데이터(가계부채 목적)다. 데이터는 연2회 업데이트(6

1) KCB는 개인단위 데이터만 보유하고 있어, 배우자 등 가족단위 주택보유, 대출 등의 현황 파악은 어려움

월, 12월)를 실시하고 있으며, 본 연구에서는 코로나19 발병 전과 후의 지역별・산업별 개인의 총소득액, 총부채액을 비교하기 위해 2021년 6월 자료를 활용하였다. KCB 데 이터는 공표 시점 전 3년 전의 평균(추정)총소득, 총부채잔액 등 주요 변수에 대한 자 료를 제공하기 때문에 코로나 전후 1년간의 변화를 추적하는데 적합하다.

그림 3-1 | KCB 데이터 구조

자료: 코리아크레딧뷰로(2020)

데이터 대상은 약 18개 국내 대형 금융회사(농협, 신한카드, 신한은행, 하나은행 등)에서 가지고 있는 만 18세 이상의 개인 신용정보다. 개인이 신용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시점부터 데이터 업데이트 시점까지의 개인이 금융업무를 진행할 때 기입하는 정 보를 수집한 것으로, 은행에 기록된 카드이용 실적, 대출 정보 등을 기초로 자료를 구 축한다. 본 연구에서 활용한 총 표본 수는 2021년 6월 총 1,048,575개로서, 이 중 2021년 6월(현시점), 2020년 6월(1년 전), 2019년 6월(2년 전), 2018년 6월(3년 전) 시점의 주요 변수(월평균(추정)총소득, 총부채잔액, 한국표준산업분류 코드, 지역 명)에 대한 결측값을 제외한 502,943개 표본을 분석에 활용하였다.

소득구분은 데이터 내에서 (1: 급여소득자, 5: 자영업자, 9: 기타소득 또는 무직)으 로 구분되어 있으며, 1(급여소득자)과 5(자영업자)에 해당하는 개인에 대한 자료를 구

축하였다. 자영업자는 개인사업자로 등록된 개인을 의미한다. 지역적으로는 국토전역, 수도권-비수도권, 특광역시- 중소도시-농산어촌으로 구분하여 코로나19 전후 소득 및 부채 증감을 분석하였다.

2) 코로나19 전・후의 월평균 소득 및 부채액 변화 (1) 전국 소득 및 부채

□ 코로나19 이후 1년 간 부채가 큰 폭으로 증가

코로나19 발생 1년 이후 전체 월평균 소득액과 부채총액은 모두 증가했으나, 소득 증가폭보다 부채 증가폭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6월 기준으로 전체 월평균 소 득액은 403만원, 전년 380만원에 비하여 6.1% 상승하였다. 반면 2021년 6월 부채총 액은 5천 228만원으로 전년 4천 689만원에 비하여 11.5%나 상승하였다. 코로나19 이후 1년간 부채 상승폭이 월평균 소득 상승폭을 크게 상회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코로 나 사태 이후 부채가 급격하게 늘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주는 대목이다.

자영업자의 경우, 월평균소득은 코로나19 사태 이전까지는 급여소득자보다 다소 높 았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급여소득자의 월평균소득이 더 많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6월 기준, 급여소득자 월평균소득은 379만원, 자영업자는 382만원이었으나, 코로나19 발생 후 1년간 급여소득자의 월평균소득은 7.0% 상승한 406만원, 자영업자 의 월평균소득은 3.3% 상승한 395만원이었다. 코로나19 이후 자영업자의 경제적 활 동이 급여소득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축소된 것을 알 수 있다. 자영업자의 부채액은 코 로나 이전까지 축소되는 형태를 보이다가 코로나19 이후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매 우 우려스러운 현상이다. 자영업자 부채액은 코로나19 이전에는 6천 966만원에서 6천 836만원으로 -1.9%로 감소하였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7천 78만원으로 +3.5%

증가한다.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으로 소상공인, 자영업자가 직접적 타격을 입었음이 확인 가능하다.

관련 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