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합의에 의한 자격 결정의 가능성

프랑스에서는 자격 신설이 노사합의 기구가 주관할 정도로 매우 이해 관계가 첨예하 게 대립되는 사안이기 때문에 신설 절차가 매우 정교하게 규정되어 있지만 한국에서는 노사의 이해 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행정적인 오류를 범하지 않는 수준에서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실행되고 있음을 지적하였다. 양 국가의 가장 중요 한 차이가 바로 이것이기 때문에 결론에서 다시 언급하고자 한다. 자격의 신설 중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자격 신설 기구의 구성원들이 누구인가 하는 점이다.

프랑스의 자격 신설 과정에서 반드시 참여하는 관계자는 직업 분야 관계자, 기업, 국 가 교육 기관, 직업 자문 위원회(CPC), 전문가, 교육부(DESCO), 국립교육 장학관, 교사, 교육부 자문 기구 등이다.

한국에서 국가기술자격의 신설과 관련한 사항은 제2장에서 기술했듯이 정부 부 처 청 의 공무원 및 전문가로 구성된 기술자격제도심의위원회(노동부 장관의 자문기구)의 심의 를 거쳐 국가기술자격제도 운영 정책에 반영된다. 국가기술자격제도심의위원회의 구성은 위원장 및 부위원장 각 1인을 포함한 33인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되어있다. 위원장은 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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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차관이 되고, 부위원장은 공무원인 위원중에서 위원장이 지명하는 자가 된다. 위원 은 국무조정실・재정경제부・법무부・국방부・행정자치부・교육부・과학기술부・문화관 광부・농림부・산업자원부・정보통신부・보건복지부・환경부・노동부・건설교통부・해 양수산부・경찰청・농촌진흥청・산림청・중소기업청 및 철도청의 3급 이상 공무원 중에 서 당해 기관의 장이 지정하는 직에 재직하는 자 각 1인과 노동계와 산업계의 인사로서 기술분야에 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자중에서 노동부장관이 위촉하는 자 10인 이내 로 되어있다.

국가자격관리자는 국가자격을 신설하거나 개선・폐지함에 있어 필요하다고 인정할 경 우 직업교육훈련촉진법에 의한 직업교육훈련정책심의회에 심의를 요청할 수 있다. 심의 를 요청할 경우에는 국가자격 신설 등의 목적과 필요성, 자격검정기준과 자격제도 운영 계획 등에 관한 자료를 제출하여야 한다. 심의를 요청 받은 직업교육훈련정책심의회는 한국직업능력개발원장에게 심의에 필요한 조사・연구를 요청할 수 있다.

또한 직업교육훈련 정책심의회는 주로 직업교육훈련기본계획의 심의・확정, 직업교육 훈련과 자격제도에 관한 주요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기구로 심의회의 구성은 위원장, 부 위원장 1인, 위원으로 구성되어있다. 위원장은 국무총리, 부위원장은 재정경제부장관, 위 원은 각부 장관, 광역차지단체장(서울특별시, 광주광역시, 경상북도), 교육부에서 추천하 는 직업교육훈련기관장, 산업자원부에서 추천하는 산업계 인사, 노동부에서 추천하는 노 동계 인사로 구성되어 있다.

한국의 국가기술자격제도심의위원회와 직업교육훈련정책심의회의는 본질적으로 정부 의 공무원과 정부가 추천한 인사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속성상 자격 신설은 정부의 임의성과 행정편의주의에 빠질 가능성이 이미 내포되어 있고 실제 그러한 문제점이 드 러나고 있다. 또한 자격과 관련된 교육훈련, 고용 등에 관여하는 각종 이해 집단들이 완 전히 배제되어 있어서 정부의 선처 없이는 이 집단들의 의견이 자격의 신설과 그에 따 라 교육훈련과 고용에 반영된다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였다. 이러한 제도 속에서 익숙해진 한국은 자격에 대해 논의할 때 항상 각종 이해 집단들을 완전히 배제하고도 배제했다는 사실도 몰랐고 여전히 앞으로도 단기간 내에는 논의 속에 포함시킬 가능성 이 없다고 본다.

프랑스는 자격 신설을 중심으로 사회 각 계층과 영역의 집단들의 상이한 이해를 수렴 하고 그 결과를 직업 생활 영역의 각종 체계들에 반영하고 있다. 이 전체 구조는 다음과 같이 매우 체계화되어 있다.

노동자 대표 고용주 대표

기초 능력 현장 구체 능력

합의된 능력(자격) 합의된 교육과정(학교 교육과정)

합의된 노동력 고용(합의된 고용 요건)

기업

계속 훈련 또는 특수 노동계약으로 학교 교육과 연결

〔그림 Ⅲ-4〕자격 제도를 중심으로 본 프랑스의 전체 고용 구조

프랑스와 비교하기 위해 한국의 전체구조를 프랑스의 전체구조와 유사하게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노동자 대표 고용주 대표

기초 능력 현장 구체 능력

임의로 결정된

능력(자격) 교육부가 결정한 자격(학위)

훈련과정 교육과정

인증된 노동력 비인증 노동력

고용(임의 고용 요건)

기업

자체 적응 및 계속 훈련

〔그림 Ⅲ-5〕자격제도를 중심으로 본 한국의 전체고용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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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의 구조를 비교하였을 때, 두 구조의 차이는 분명하게 드러나고 그에 따라 시사 점이 표출된다.

프랑스는 기초 능력과 현장의 구체능력개발에 대한 두 개의 상이한 이해 집단이 존재 하여 합의된 능력을 도출할 수 있는 체제가 존재한다. 이에 비해, 한국은 합의 체제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기초능력과 현장의 구체능력을 조정할 가능성이 없다. 한국 구조 를 나타내는 위 그림에서 상부에 있는 점선은 이러한 현상을 의미한다.

신자유주의에 따라 단기생산기술개발 정책관련 정부부처가 주도하고 있고 학교를 관 할하는 교육부도 인적 자원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이 정책에 보조를 맞추고 있으 므로, 현장의 구체능력은 자격의 대부분을 차지할 수밖에 없다. 이는 고용 요건을 제시 하는 고용주의 이해와 직결되기 때문에 행정적인 관행으로 인한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 하면 한국은 완벽한 사정임의 결정 체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은 사회갈등을 해소하고 생산적 복지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임금과 근로조건만이 아닌 고용에 관한 일반적인 사항들을 합의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프랑스는 합의된 능력에 근거해 합의된 교육 과정을 수정하고 그에 따라 합의된 노동 력을 생산한다. 한국은 정부가 임의로 결정할 능력에 근거해 훈련과정을 개설하고 과정 을 이수한 후 검정에 의해 노동력을 인증받는 자격 축과 교육부 관할의 교육 기관의 교 육 과정을 이수한 후 비인증 노동력으로 잔류하는 교육 축 등 2개의 축으로 구성되어있 다. 이러한 구성은 노사간 합의체제가 구축되지 않는 상황에서 청소년에게 기초직업능력 개발을 교육부가 교육의 이름으로 보장할 수 있는 장치이기는 하지만 자격과 학위가 분 리된 이중적 직업교육 체제라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한국은 기초직업능력개발을 보장하 며 동시에 직업교육의 학위와 자격을 통합하는 새로운 제도를 구축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위에서 제시된 그림의 하반부에는 고용에 의한 기업과 교육 또는 훈련이 연결되어 있 다. 프랑스는 합의된 고용요건에 의해 기업이 고용하기 때문에 고용에 있어서 기업의 임 의성을 상당한 정도로 배제되지만 한국은 기업의 임의성이 절대적으로 작용한다. 한국 쪽의 그림에서 노동력과 고용 사이에 있는 점선은 바로 이러한 임의성으로 인한 고용의 불확실성을 의미한다. 고용자격신설과정에 기업의 요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 에 기업으로서는 국가가 인증한 자격을 신뢰하지 않을 수 있고, 사전에 어떠한 합의도 없었기 때문에 법적인 구속을 받을 이유도 없다. 이 부분에 있어서 한국의 기업은 어떠 한 제약도 받지 않는다.

한국은 기업이 인증된 노동력과 비인증 노동력을 모두 신뢰하지 않기 때문에 자체 적 응 및 계속 훈련을 통해 필요한 노동력으로 환원시킨다. 프랑스는 합의된 노동력을 합의 된 고용요건에 맞추어 고용하며 피고용자가 기업에 적용할 수 있도록 기업의 훈련계획 과 노사 합의에 의한 정해진 각종 계약을 준수함으로써 교육과 훈련을 결합시킨다.

이상의 논의를 종합하면 프랑스에서는 노사합의제도가 구축되어 자격, 노동력생산, 고 용 등에 일관성이 존재하나 기업의 임의성은 상대적으로 부족하고, 한국에서는 자격, 노 동력생산, 고용 등에 있어 연계성이 부족하나 대신 기업의 임의성은 상대적으로 매우 높 다. 내적 일관성이 높은 프랑스 모델 사회가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 면 기업주도의 단기간내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대처능력이 저하될 것이다.

그러므로 한국은 단기적으로 경쟁력 확보를 위해 기업의 임의성을 보장해 줄 수 있는 현 모델을 임시로 유지하더라도 사회 연대의식을 고취시키고 중장기적인 기업 경쟁력 확보하도록 프랑스의 모델을 접목시키는 것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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