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이 오랜 기간 분단 중에서도 상호간에 조율을 거쳐서 조금씩 진행되어 오던 남 북 방송교류는 역사적인 남북 공동선언이후 급류를 타는 듯 했으나, 북한이 신뢰를 지키 지 못하는 상황에서 지금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듯한 분위기에 접어들었다. 이것 중에 는 남북방송교류 역시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정치적 요인들에 의한 영향을 받지 않는 다고 부정할 수는 없다.
과거 1960년대에는 경제적으로 남한보다 우월하였던 북한의 주도로 남북간에 대화가 있었으며, 1970년대부터는 급격한 경제적 성장으로 인한 남한의 주도로서 대화가 제기 되었는데, 이에 비주도가 된 상대방들은 대화를 기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북한 측의 체 제가 가진 경직성과 문제점을 노출시키지 않으려는 상당히 많은 부분들의 취재 제한은 현재까지도 남북방송교류를 진행하는데 상당한 걸림돌로 남아있다. 이로 인하여, 프로 그램 제작자들이 북한 취재방문에서 기대한 것만큼의 만족을 얻지 못하는 사례도 있으 며 소재 제한의 문제점도 있다.
남북 방송교류의 활성화를 위한 대안으로는 북한의 영상물에 대한 상업적 활용을 허
용하고, 발전기금의 지원 등이 있어야 할 것이다. 북한지역에서 영상물을 제작하는 남북 방송교류 사업자 입장에서 다음과 같이 개선안을 제시한다.
첫째, 북한 영상물의 상업적으로 활용하는 것에 대한 허용 문제이다. 먼저 TV로 제한 된 북한영상물의 상업적 활용을 전면적으로 허용해야 한다. 따라서 북한영상물을 반입 해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되어야 한다. 지금까지의 수입 가격을 고려하면 공중파 방송에 대한 판매만으로는 수입업체가 적자를 면하기 어렵다. 법적으로 정상적 인 유통경로가 허용되어야만 북한의 영상물을 국내로 들어오려는 업체가 존속 및 활성 화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위성방송 사업자의 통일지향적 방송임무를 부여하는 것이다. 위성방송의 필요 성 가운데 하나로 지적할 수 있는 것이 통일지향적 매체라는 점이다. 이것이 구체적으로 위성방송사업에서 구현되기 위해서는 위성방송사업자의 의무사항을 위성방송시행규칙 에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 그랜드컨소시엄 형태의 위성방송사업사는 독점사업이라는 특 혜를 누리게 된다. 따라서 한민족 공동체 채널과 같은 통일방송과 관련된 의무사항을 사 업자에게 요구함으로써 위성방송이 단순한 상업적 활용을 떠나서 공익적 의무로 남북 교류시대에 알맞은 민족매체로서의 역할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
셋째, 남북교류기금과 방송발전자금을 통한 자금 지원이다. 북한지역에서 제작이나 영상물 수입은 위험부담이 큰 사업이다. 또한 북한 영상물 단가나 제작협력비용이 현실 적으로 낮은 수준이 아니다. 북한과의 영상물 교류 및 제작협력은 남북 방송교류를 통한 신뢰회복과 이질감 해소, 앞으로의 국내 영상산업 발전을 위한 신뢰구축이라는 측면에 서 시장원리에만 맡겨 둘 수는 없다. 따라서 정부와 방송규제기관은 남북교류기금과 방 송발전기금을 이용해 북한 영상물의 수입과 제작비를 지원해야 할 것이다.
넷째, 방송사 편성규약에 방송의 통일관련 역할을 반영해야 한다. 분단국의 방송은 민 족통일에 기여해야 할 시대적 사명을 띠고 있다는 것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럼에 도 불구하고 때로는 방송이 통일문제에 소극적이고 시대에 뒤떨어지는 프로그램을 제작 해 방송하고 있다. 그 원인을 제도적 측면에서는 방송이 통일에 기여해야 한다는 통일방 송의무가 제도화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같은 분단국이었던 서독의
경우에는 ZDF 설치법인 주간 방송법 2조에서 방송프로그램이 평화와 자유민주주의 기 본질서에 입각해 독일의 통일과 민족화해에 기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아쉽게도 새로 제정된 방송법에서는 방송의 통일의무가 반영되지 못했다. 이것을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을 방송법 제4조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방송법 제4조(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 4항은 종합편성 또는 보도에 관한 전문편성을 행하는 방송사업자는 취재 및 제작 종사 자의 의견을 들어 방송편성규약을 제정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방송사와 제작자는 통일에 미칠 방송의 영향을 인식하고 편성규약에 통일관련 역할을 반영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이루어지는 경우에 북한 및 통일관련 프로그램이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며 영상 물 교류와 제작 협력 분야에서 남북 방송교류가 확대될 수 있을 것이다.
다섯째, 북한 방송영상물 견본시를 개최한다. 남한 방송인들을 위한 북한 영상물 견본 시 개최가 갖는 의미는 비단 수입창구의 단일화에 국한되지 않는다. 견본시에서 자연스 럽게 남북한 방송관계자들이 접촉할 수 있을 것이며, 이 자리에서 상호간의 관심사를 교 환할 뿐 아니라 제작협력에 필요한 신뢰구축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정기적으로 북한 방 송영상물 견본시를 개최하면 북한 방송영상물의 제작현황을 파악해 국내에서 활용 가능 성을 검토하고 다원화된 수입창구가 단일화되는 효과가 있어 중복수입으로 인한 저작권 시비와 혼란도 막을 수 있다. 북한 영상물 견본시는 방송협회와 북한 측 민족화해협의 회, 혹은 조선아시아태평양위원회가 협의하여 개최하고, 여기에 국내 방송사 대표들이 참석해 프로그램을 관람하고 계약을 체결하는 형식을 취할 수 있을 것이다.
여섯째, 남북 방송교류 가이드라인 제정한다. 그동안 남북한 방송교류을 위한 남한 방 송사들의 산발적인 노력이 있었다. 그러나 방송교류 담당자는 업무의 일관성을 갖지 못 하고 수시로 교체되었고 또한 방송사간의 이와 관련한 커뮤니케이션이 전무한 실정이 다. 이렇듯 남한 방송사들이 서로 조율되지 않는 상태에서 앞 다투어 북한방송과 교류를 추진할 경우에 북한 측과의 협상에서 불이익을 당할 위험마저 있다. 구체적으로 남한방 송이 북한지역에서 프로그램 제작을 신청하는 경우에 북한 조선중앙방송위원회를 비롯 한 노동당 선전선동부는 제작지원을 떠나 프로그램 내용 자체에 영향을 미치려 시도할 수 있다. 지금처럼 남한 방송사들이 남북 방송교류에 관한 기본원칙을 담은 가이드라인
조차 없이 경쟁적으로 북한과 방송협력을 추진할 경우 북한은 자신들의 체제에 우호적 인 보도를 행하는 방송사를 선택할 것이고, 북한에서 제작할 프로그램 내용에 영향력 행 사를 용인하는 방송사를 선별해 교류를 추진하려 할 것이다. 이렇듯 원칙 없는 개별적 방송교류 추진으로 인해 비단 프로그램 내용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북한의 영향력 행사 문제, 북한으로부터의 기술지원 형태, 그리고 지원 대가로 지불해야 할 비용액수에 이르 기까지 남한방송에게 돌아갈 부담이 매우 커지게 된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할 때 얼마 전 방송위원회가 출범시킨 남북 방송교류 추진위원회 는 남북 방송교류의 전체적인 틀과 기본 원칙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제정하는데 목적을 두어야 할 것이다. 가이드라인은 방송교류의 목적, 교류원칙과 준수사항 등을 담아내야 할 것이며 이는 방송교류의 목적이 훼손되지 않도록 국내 방송사들이 준수해야 할 내용 을 담아야 할 것이다.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데 동서독 방송교류의 역사에서 서독방송 사들이 합의하였던 원칙들을 검토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일곱째, 방송교류 표준계약서를 준비하는 일이다. 방송위원회의 남북 방송교류 추진 위원회가 큰 틀에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데 주안점을 둔다면 북한과의 교류를 담당하 는 방송사의 협의체인 방송협회와 실무 방송인 단체인 PD 연합회 등은 공동으로 북한 과의 방송교류에 적용할 표준계약서를 검토하는 작업에 들어가야 할 것이다. 표준계약 서가 마련되면 이를 토대로 북한 대화파트너와 합의를 도출해 앞으로의 영상물 수입, 제 작지원에 적용해야 할 것이다. 표준계약서에는 북한 측이 제공하는 행정서비스 종류와 단가는 물론이고 분쟁 발생 시 해소 방안도 명시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계약 체결에 필 요한 서류는 물론이고 제출할 제작기획서의 내용수준도 포함되어야 한다.
표준계약서가 마련되면 남북한 모두 동일한 틀 속에서 교류를 진척시킴으로써 교류가 확대되는 효과가 있을 수 있을 것이다. 북한 역시 국내 지상파 방송 3사에 국한된 현재 의 방송교류가 독립제작사는 물론이고 군소 방송사로 확대되면서 수입규모가 증가될 수 있을 것이다. 동서독의 방송교류에 사용되었던 영상물과 제작지원에 대한 표준계약서가 남북 표준계약서를 마련하는데 참고 자료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