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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의 개념과 논의의 흐름 가. 기본소득의 개념과 주요 속성

제2절 정책실험 데이터 기반 대안적 소득보장제도로서의 기본소득 도입 가능성 모색

1. 기본소득의 개념과 논의의 흐름 가. 기본소득의 개념과 주요 속성

기본소득은 매우 단순명료한 제도이지만 그로 인한 다양한 해석이 존 재하는 제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본소득에 대한 가장 정확한 정의는 기본소득네트워크(BIEN: Basic Income Earth Network)의 정의라 할 수 있다. 기본소득을 ‘자산조사와 근로에 대한 요구 없이 모든 개인에게 무조건 지급되는 주기적 현금’16)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러한 정의에 따르 면 기본소득의 속성은 보편성, 무조건성, 개별성, 정기성, 현금지급으로 요약할 수 있으며, 여기에 충분성 원칙을 기본소득의 중요한 속성으로 간 주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학자들 사이에서도 논쟁 거리이다.

16) A basic income is a periodic cash payment unconditionally delivered to all on an individual basis, without means-test or work requirement.

(Basic income Earth Network. 2019)

기본소득 속성에 대한 논쟁은 기본소득 정책실험에서도 발견된다. 세 계 각국에서 기본소득이라는 이름으로 실험되고 있는 정책실험을 기본소 득으로 볼 것인지의 논쟁이 그것이다. 또한 기본소득의 속성들이 구현되 고 있지 않은 실험은 기본소득의 효과를 제대로 측정해 내지 못하기 때문 에 증거 기반의 정책실험으로 부적절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 나 이러한 주장은 기본소득 실현과 실험을 혼동하고 있는 과도한 주장인 경우가 많다. 이러한 혼란을 피하기 위해서 우선 기본소득의 속성들에 대 한 명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특히 기본소득의 핵심적 속성인 보편성과 무 조건성에 대한 이해는 중요하다. 여기서는 De Wispelaere(2015)를 기 초로 충분성의 원칙까지 포함하여 3가지 기본소득의 속성을 간략하게 살 펴보고자 한다.

첫째, 기본소득은 보편성을 특징으로 한다. 보편성은 특정 정책에 포괄 되는 인구 범위와 관련된다. 일반적으로 보편적 정책은 모두를 대상으로 한다, 반면에 선별적 정책은 일부 인구집단을 수급자에서 제외한다. 시민 권자가 아닌 경우는 가장 보편적인 제도에서도 종종 제외되기도 한다. 그 리고 선별적인 제도에서 대상 집단 내에서 일부 개인이나 집단의 자격을 제한하기 위해 선별 기준을 추가하기도 한다(Van Parijs, 2004). 보편주 의와 선별성이 상호 배타적이다. 


그러나 선별적 정책은 정책의 표적화(targeting)와 다르다. 비록 모든 선별적 정책은 반드시 표적화를 하지만, 보편주의 내의 표적화(targeting within universalism)도 존재한다(Skocpol, 1991). 예를 들어, 어떤 정 책이 차등적인(disproportionately) 급여체계를 가지는 형태로 설계될 수도 있다. 즉, 보편적인 급여를 제공할 때, 저소득층에게 더 관대하게 지 원하는 방식으로 정책이 설계될 수 있다. 


또한 보편주의 내에서 동일한 급여가 지급되더라도 어떤 집단에게 더

많은 혜택이 가도록 정책이 표적화될 수 있다.ᅠ모두에게 동일한 수준의 급여가 지급되지만 부자보다는 가난한 사람에게 그 급여가 더 유용한 기 본소득의 경우가 예이다(Van Parijs, 2004, p. 13). 흥미롭게도 표적화 는 차등적 할당을 통해 정책의 의도(policy intention) 수준에서 실현될 수도 있고, 규칙은 동일하지만 효과는 다른, 정책의 결과(policy out-come) 수준에서 실현될 수도 있다(Van Lancker and Van Mechelen, 2015). 


기본소득 옹호자들은 완전한 보편적 기본소득을 실현하고자 할 때 점 진적인 접근법을 선호한다(김교성 외, 2018; Jordan, 2012). 아동 수당, 기초연금 또는 안식년 계좌와 같은 특정 영역에서 기본소득과 같은 형태 의 정책을 수립하고 점차 보편적인 제도로 확장하는 것이 그 예이다 (Offe, 2001; Frankel and Mulvale, 2014). 이러한 접근은 명목적 보 편주의에 과도하게 집착함으로써 실질적으로 보편적 기본소득의 달성을 어렵게 하는 오류를 피하기 위한 전략이다.

둘째, 기본소득은 무조건성을 특징으로 한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 현재 사회정책의 대부분에 존재하는 조건 부과의 사례를 설명하는 것이 유용 하다. 조건 부과란 특정 정책에 내재한 조건으로, 서비스에 대한 자격을 제한 할수 있는 정도를 의미한다. 대부분의 복지정책에 수급자에게는 자 격을 얻거나 유지하기 위해 충족시켜야 하는 다양한 유형의 조건이 부과 된다. 기본소득은 무조건적이기 때문에 제도의 포괄성을 침해하지 않는 조건들을 최소한으로 부과하는 것만을 허용한다. 외형상으로는 포괄성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 조건 부과의 예는 앳킨슨(Atkinson)(1996, 2014)의 참여소득 제안이다. 앳킨슨은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참여 요건 (돌봄, 자원봉사 및 교육활동 등)을 부과함으로써 정치적인 저항을 피하 는 계획을 제안하였다.

조건 부과는 다양한 방식으로 구현된다(Dowding, De Wispelaere &

White, 2003). Clasen과 Clegg(2007)는 정책의 조건 부과를 3가지로 분류한다.ᅠ첫 번째는 범주 조건(conditions of category)이다. 이는 사 회적으로 지원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집단(social support group)에 속해 있는지와 관련된다. 두 번째는 환경 조건(conditions of circum-stance)이다. 환경 조건은 어떤 제도의 적격성(eligibility)이나 자격 (entitlement)에 대한 규정이다. 환경 조건에는 자산조사에서 얼마나 많 은 소득이나 자산을 공제범위에 포괄할 것인지 같은 조건의 깊이뿐만 아 니라, 자산조사에서 자산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규정할 것인지 등과 관련 된 조건의 넓이에서 다양한 변형이 존재할 수 있다.
세 번째는 행동 조건 (conditions of conduit)이다. 행동 조건이란 특정 제도의 지속적인 지 원을 받기 위한 조건으로 규정되는 행동들을 요구하는 것이다. ᅠ 


이러한 조건 부과의 수단이 반드시 공식적일 필요는 없다. 숨겨진 또는 묵시적인 조건 부과가 존재할 수도 있다. 즉, 공식적으로는 동일한 기본 소득이지만 수급자의 행동을 효과적으로 유인할 수 있도록 설계할 수도 있다. 이런 의미에서 행동 조건 기준으로 보면, 보편적 기본소득은 더 조 건적일 수 있다. 예를 들어, GDP나 고용률 같은 거시 경제적 성과지표와 연동하여 보편적이고 무조건적인 기본소득을 제도화한다고 가정하면, 공 식 고용통계가 일정 수준 이하로 낮아지거나 생산성이 특정 수준 이하로 떨어질 때 기본소득 급여수준을 이와 연동하여 감소되도록 설계할 수 있 다. 이는 사람들이 일하도록 하는 인센티브로 작동할 수 있다. 이런 기본 소득 설계는 공식적으로 기본소득에 직접 조건을 부과하지는 않지만, 경 제적으로 서로 다른 상황에 있는 개인이나 집단에 서로 다른 행동유인으 로 작용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조건 부과는 프로그램의 배타성 정도에 따라서 협소할 수

도 포괄적일 수도 있다. 예를 들면, EITC는 근로자에게만 적용되는 반면, 참여 소득은 더 넓은 범위의 활동을 포괄하기 때문에 광범위한 대상자를 포함한다(Atkinson, 1996). 참여 소득에서의 사회적으로 유용한 활동 조건은 정치적 이유로 보편적 기본소득에서 고려되기도 한다. 정책 결정 자들은 무조건적 제도에 대한 충분한 정치적 지지가 없다고 믿기 때문이 다. 기본소득을 실현할 때 강력하다고 예상되는 제약이 무엇인지에 따라 전략적으로 기본소득의 단계적 실현을 위한 조건부 기본소득이 선택될 수도 있다.

셋째, 기본소득은 충분성을 특징으로 한다. 보편적인 기본소득의 또 다 른 차원은 관대함의 수준, 특히 수급자의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수준과 관련이 있다. 엄밀히 말하자면, 보편적 기본 소득은 생계 수 준에서 고정될 필요는 없다. 일반적으로 적절한 소득 수준으로 간주되는 기준을 초과하거나 그것에 못 미칠 수도 있다(Van Parijs, 1995). 기본소 득은 공유된 부에 대한 배당의 성격을 갖기 때문에 어느 정도가 충분한지 는 해당 사회의 정치경제적 맥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Van Parijs, 1995). 공유된 부의 범위와 수준은 정치경제적 맥락에 따라 다르게 평가 될 수 있고 제공 주체의 재정적 역량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본소득의 기본적 출발점으로 제안되고 있는 충분 성의 수준은 ‘평균소득의 50%’, ‘최저생계비’, ‘상대적 빈곤선’(중위소득 의 50%)이 일반적이다. 충분한 수준의 기본소득 관대성이 확보되지 못한 경우를 보통 부분(partial) 기본소득이라 명명하기도 한다(김교성 외, 2018, p. 123). 부분 기본소득은 다른 형태의 사회보장제도들로 보완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진보적인 버전의 기본소득과 부분 기본소득을 공적 지원의 유일한 수단으로 대체하여 제안하는 보수적인 기본소득 사이에 존재한다(Van Parijs, 1992, 2001; Van Parijs, Jacquette & Salinas,

2000).ᅠ

이데올로기적인 입장에 따라 어떤 선택이 가장 바람직한지에 관해서는 의견이 구분된다. 제임스 뷰캐넌(1997),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 1962) 또는 찰스 머레이(Charles Murray, 2006)와 같은 복지국가 비판 론자들은 대부분의 복지프로그램들을 대체하는 기본소득을 지지했다. 반 면에 사회민주당과 사회주의자들은 이에 반대하며 부분적인 기본 소득은 항상 다른 형태의 지원에 의해 보완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Van Parijs, 1995; Wright, 2004,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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