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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제법과 갱신기대권 법리의 인정여부에 관한 비교검토와 평가

가. 기간제법 시행 이후의 갱신기대권 법리의 인정여부에 관한 판례의 비교 검토와 평가

기간제법 시행 이후 ‘신규로 체결된 기간제 근로계약’의 경우에 대해서도 종전의 갱신 기대권 법리가 중첩적으로 적용될 수 있을지에 관한 법원의 입장은 엇갈리고 있다. 먼저 기간제법 시행 이후에 갱신기대권 법리의 적용을 인정되지 아니한 사례로서 서울고판

2011.8.18., 2011누9821(대판 2011.11.24., 2011두23601 심리불속행)이 있으며, 대상판결 의 요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기간제법 시행 이후에는 사용자는 원칙적으로 기간제 근로계약을 2년의 기간 내에서 계약기간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음은 물론 동일한 내용으 로 반복하여 체결할 수도 있지만 총 사용기간이 2년을 초과하는 때에는 해당 기간제 근로 자에게 근로계약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서의 지위가 인정되므로, 기간제법 시행 이 후에 신규로 체결되는 기간제 근로계약은 근로관계가 2년의 기간 내에 종료될 것이 예정 되어 있는 반면 근로자에게 총 사용기간이 2년을 초과하는 재계약이 체결될 수 있으리라 는 기대권이 인정될 수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

반면 기간제법 시행 이후에 갱신기대권 법리의 적용을 인정한 사례로써, 대판 2014.2.13., 2011두12528이 있으며, 대상판결의 요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조 제1항, 제2항에서 규정한 바와 같이 기간제법 의 시행으로 사용자가 2년의 기간 내에서 기간제 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고, 기간제 근로자 의 총 사용기간이 2년을 초과할 경우 기간제 근로자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간주 되더라도, 위 규정들의 입법 취지가 기본적으로 기간제 근로계약의 남용을 방지함으로써 근로자의 지위를 보장하려는 데에 있는 점을 고려하면, 기간제법의 시행만으로 시행 전에 이미 형성된 기간제 근로자의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배제 또는 제한된다고 볼 수는 없다.”

이와 같이 기간제법 시행 이후에도 갱신기대권의 인정여부를 둘러싸고 대표적인 판결 이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여기서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첫째 두 대상판결에서 갱신기대권을 주장하는 당사자들은 기간제법을 시행 전후로 하여 계약을 체결하여 온 사실에서 그 차이를 보인다.105) 전자의 경우는 기간제법 시행 이후 ‘신규로 제결된 기간제 근로계약’의 경우이고, 후자의 경우는 기간제법 시행 이전에 기간제 근로 계약이 체결된 경우로써, 후자의 판결은 기간제법 시행 이후 ‘신규로 제결된 기간제 근로 계약’에 대한 갱신기대권을 직접 인정한 판결은 아니라는 점이 명백하다는 것이다. 둘째, 대판 2014.2.13., 2011두12528 판결은 기간제법 시행 이전에 이미 근로자에게 정당한 갱 신기대권이 형성되었다면 그러한 기 형성된 기대권은 기간제법 시행이라는 사유만으로 배제 또는 제한된다고 볼 수 없겠지만, 이와 달리 기간제법 시행 이후라면 새로운 갱신기

105) 전자의 경우 2008.6.9.~2008.12.31.까지의 계약을 처음 체결하여, 2009.1.1~2009.12.31.까지 재계약한 사실이 있는 반면, 후자의 경우 2000.7.6.에 입사하여 근무하다가 2005.1.1. 고응승계가 되어 근무하던 중 2009.6.30. 자로 근로계약이 만료된 경우이다.

대권이 형성될 여지가 없다는 취지로 불 수 있다. 왜냐하면, 만약 위 대법원 판결의 판시 가 기간제법 시행 이후에도 여전히 갱신기대권 법리가 적용된다는 취지라면 굳이 기간제 법 시행 이전에 갱신기대권이 형성되었는지 여부를 따져볼 필요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결국 후자의 위 대법원 판결은 기간제법 시행 이전에 기간제 근로계약이 체결되어 이미 갱신기대권까지 형성된 경우에 한하여, 기간제법 시행에도 불구하고 갱신기대권 법리를 여전히 적용하는 태도를 취하였는바, 그 반대해석상 기간제법 시행 이전에 이미 갱신기대 권이 형성된 경우가 아니라면 갱신기대권이 적용될 여지가 없다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 다.

하지만 이 두 판결의 차이는 기간제법상 사용기간 제한규정, 즉 기간제법 제4조의 입법 취지에 관한 인식의 차이에서 기인한다.106) 즉 현행 기간제법 제4조의 입법취지가 전자의 판결에서 설시하는 것처럼, “기간제 근로계약의 남용을 방지함으로써 기간제 근로자 지위 의 안정화라는 목표와 사용자가 경기 변동에 따라 고용량을 조절할 수 있는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라는 목표를 조화롭게 추구하기 위함”으로 보아야 할 것인지, 아니면 후자의 판결에서 설시하는 것처럼 “기간제 근로계약의 남용을 방지함으로써 근로자의 지위를 보 장하려는 데에 있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헌법재판소 결정107)에 따르면 우선 기간제법의 기본방향은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불 합리한 차별처우를 금지하고 남용을 규제하되,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조화를 도모하는 것 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리고 기간제법 제4조 제1항에서 2년을 초과하는 기간제 근로계약 체결을 금지하는 것은 불가분의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상 반되는 사적 이해를 조정하기 위한 것으로서, 개인의 본질적이고 핵심적인 자유 영역에 관한 것이라기보다 사회적 연관관계에 놓여 있는 경제 활동을 규제하는 사항에 해당함을 밝히고 있다. 나아가 구 근로기준법 하에서는 기간제 근로자가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 계약을 수년에 걸쳐 수차례 반복 갱신하더라도 이를 제한하지 못하였지만, 기간제 근로자 사용기간을 최대 2년으로 제한함으로써 그 남용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게 된 점, 기간제법 제4조 제1항에 의하면 최장 2년까지는 기간제 근로자에 대한 합리적 사유 가 없이도 이들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이로써 사용자는 기간제 근로자를 2년 내 에서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게 된 점, 기간제 근로자 사용기간 제한으로 인해 경우에 따

106) 이와 같은 부분의 지적으로는 변성영, “갱신기대권 법리의 재검토”, 「노동법학」(제53호), 한국노동법학회, 2015, 166면

107) 헌재결 2013.10.24., 2010헌마219,265

라 개별 근로자들에게 일시 실업과 같은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제한은 기간제 근로자의 무기계약직 전환 유도를 통한 고용불안 해소와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부득이한 선택이라고 보아야 하므로 이것이 기간제 근로자들의 계약의 자유에 대한 지나친 제한이라고 보기 어려운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생각건대 기간제법 제4조의 규정은 다음과 같이 이해될 수 있다. 기간제법이 보장하는 2년의 사용기간 동안은 기업의 유연한 인력정책을 보장하되, 비정규직 사용에 따른 유인 효과를 최대한 억제함으로써 기간제 근로 남용을 억제하고, 정규직(또는 무기계약직) 전 환을 촉진하는데 취지가 있는 것이다.108) 이는 입법자가 입법정책적 판단을 통해 기간제 근로형태의 사회적 수요와 기간제 근로형태의 남용이라는 이율배반적 상황 하에서 절충 적으로 2년이라는 기간을 상한선으로 규정한 것이다.109) 그리고 헌법재판소 결정례가 밝 힌 기간제법의 입법취지 및 해석에 의하더라도, 사용자 입장에서는 합리적 사유 없이도 최장 2년까지는 기간제 근로자를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것이므로, 결국 기간제법 시행 이후의 시점에서는 이러한 사용자의 기간제 근로계약 체결의 자유를 제한하는 종전 판례 상의 갱신기대권 법리는 더 이상 적용될 여지가 없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기간제법 제4조 를 해석함에 있어서는 사용자의 고용유연화 기능과 근로자의 고용보장 기능을 적절히 형 량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기간제법에서는 2년의 상한기간을 설정하고 있고, 2년 을 초과하는 기간제 근로에 관해서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간주하는 규율체계 마련했다면, 기존의 갱신기대권 법리가 적용될 실익은 크지 않아 보인다. 따라서 기간제 법 시행 이후 갱신기대권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본 판결에서 설시하는 내용이 상대적으로 더 타당하고 바람직하다고 판단된다.

나. 소결 - 기간제법 시행 이후에는 원칙적으로 갱신기대권은 인정되지 않는 다는 판단에 갈음하여 -

(1) 우선 기간제법의 시행 이후에 신규로 체결된 기간제 근로계약은 다른 특별한 약정이 없다면 해당 근로관계가 2년 이내에 종료될 것이 예정되어 있고, 근로자에게 총 사용기간이 2년을 초과하는 재계약이 체결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권이 인정되기 어려우며,110) 이는 기

108) 박지순, “기간연장, 기간제 근로자 고용 유지 관점에서 접근해야”, 「노동법률」, 중앙경제사, 2009.4, 36면.

109) 김홍영·변성영, “현행 기간제법 하에서의 종전 판례법리의 유지가능성”, 「성균관법학」(제23권 제1호), 성 균관대 법학연구소, 2011.4, 461면

간제법은 총 2년의 기간 내에서는 자유롭게 계약기간을 정하여 반복·갱신할 수 있도록 하 고 있으며, 총 사용기간이 2년을 초과하는 때에는 해당 기간제 근로자에게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인정하고 있으므로 갱신기대권은 처음부터 성립할 수 없다.111)

그리고 갱신기대권 이론은 기간제법 시행 이전에 기간제 근로자 보호에 대한 입법의 흠 결을 보충하기 위한 이론이므로 기간제법이 시행되고 있는 현재 시점에서는 더 이상 유지 되기 어려우며, 기간제법 제4호 제1항 본문이 기간제 근로계약의 상한 기간을 2년으로 하 면서, 동조 동항 단서에서 열거하고 있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2년을 초과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은 반대로, 2년 미만의 기간 동안 기간제 근로자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제한을 하지 않겠다는 입법자의 결단이 있었던 것이므로 더 이상 기존의 판례 법리는 적용될 여지가 없다.112)

또한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은 “사용자가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 근로자로 사용하는 경 우에는 그 기간제 근로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본다”는 간 주 규정을 두었고, 이러한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의 입법으로 인하여 법률흠결에 대한 보 충적 판례이론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갱신기대권 이론은 더 이상 적용될 필요가 없는 상태 에 이르렀다. 법률관계의 명확성, 법적 예측가능성의 측면에서도 갱신기대권 이론을 기간 제법과 병존시키는 것은 혼란을 가중시킬 여지가 있으며, 기존의 사실상 무기계약법리로 도 기간제 근로자의 법적 지위는 충분히 보호될 수 있다.113)

마지막으로 기간제법상으로 기간제 근로자는 2년을 초과하여 사용하지 못하도록 정하 고 있으므로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근로자의 입장에서도 통상적으로 2년 이후에도 계속 근로계약이 갱신될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을 것이고, 2년 후에는 무기계약 근로자로 전환되든지 그렇지 않으면 근로계약이 종료될 것으로 생각할 것이므로 구체적인 사례에 서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가 2년 후에도 근로계약이 갱신될 것이라는 기대를

110) 근로계약서와 운용준칙에 최장 2년을 초과하여 근무할 수 없다고 규정되어 있으므로 설령 2009. 5. 27.자 근로계약서를 포함한 원고와 참가인간의 근로계약서에 모두 재계약의 절차에 관한 규정이 있고, 운용준칙 에도 재계약에 관한 규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기간제법 시행 이후 최초로 갱신된 계약일인 2007. 11. 27.로 부터 사용기간 2년이 되는 날이 근로계약기간에 포함되어 있는 2009. 5. 27.자 계약에 관하여는 참가인에 게 재계약 체결의 기대권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본 판결도 있다(서울고판 2011.10.21., 2011누14144) 111) 김형배, 「노동법」(제22판), 박영사, 2013, 1210면

112) 유성재, “기간제법의 제정과 기간제 근로계약의 갱신 거부”, 「중앙법학」(제12집 제2호), 중앙법학회, 2010, 357면

113) 신석민, “기간제법 시행 이후 갱신기대권 판례의 변화”, 「변호사」(제43집), 서울지방변호사회, 2013, 419 면 이하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