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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신기대권의 한계와 노사관계에 미치는 영향

가. 갱신기대권의 한계

기간제 근로관계를 규율함에 있어서 갱신기대권의 법리는 기간제 근로자의 고용안정을 확보하는 측면에서는 분명 직접적이고 중요한 이론인 점에는 반론을 제기할 여지가 없지 만, 갱신기대권은 다음의 몇 가지 측면에서 분명한 한계를 지니고 있다.

(1) 갱신기대권의 개념과 법적 근거의 한계

먼저, 갱신기대권이란 개념과 법적 근거에 대해서 명확히 설명되지 못하고 있다. 이미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대법원은 지난 2005년부터 기간제 근로관계에 대하여 갱신기대 권이라는 개념을 도입하여, 기간제 근로자의 존속보호를 하기 위한 법리를 제시한 것에 대해서는 나름 수긍이 가는 측면도 있지만, 과연 그 기대권이라는 개념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여전히 의문이다.123) 일각에서는 권리라는 측면을 적극적으로 강조하여 갱신기대권 과 관련한 법리를 전개하기도 하지만,124) 갱신기대권이 실현되지 못하였을 경우 그 구제 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갱신기대권이 라는 권리라고 인정하였을 경우에 그 근거를 어디서부터 도출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명확 히 제시된 바도 없어, 법률효과도 불명확하다.

(2) 갱신기대권 판단방식 및 판단기준의 한계

다음으로 갱신기대권을 판단방식 및 판단기준에 있어서 그 한계를 가진다. 즉 갱신기대 권은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서 기간만료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

123) 물론 갱신기대권을 권리이전의 사전적 효력이 인정될 수 있는 해석론상의 법 개념이라고 해석하기는 했지 만, 갱신기대권이라는 용어가 가지는 추상성과 모호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124) 기대권도 권리의 일종이므로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도 권리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견해에 따르면, 최근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 근로자에게 일반 응시자가 참여하는 공개채용절차에 합격해야만 계 약갱신을 해주겠다는 사용자의 조치는 그 갱신기대권을 침해하는 것이어서 인정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판 결을 예로 들고 있다(대법원 2012. 6. 14. 선고 2010두8225 판결)(오윤식, “기간제 근로자의 근로계약 갱 신기대권 법리”, 「민주법학」(제50호), 민주주의 법학연구회, 2012.11, 489~490면).

면 당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거나, 그러한 규정이 없더라도 근 로계약의 내용과 근로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계약 갱신의 기준 등 갱신에 관한 요건이나 절차의 설정 여부 및 그 실태, 근로자가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 등 당해 근 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는 종합적 고찰방식(Gesamtbetrachtung) 을 사용하고 있다. 이와 같은 고찰방식은 복합적이고 중층적인 사실들을 판단하기 위해서 전체 사례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것으로써, 마치 근로자성을 판단하는 방식과 유사 하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다양한 유형의 사례를 판단함에 있어서 법관이 나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측면도 분명히 존재하지만, 이와 같은 고찰방식은 구체적인 사안마다 법 관이 달리 판단할 수 있는 가능성도 포함하고 있고, 그 결과는 법적 불안정성의 문제로 귀결되는 문제가 있다. 즉 종합적 고찰방식은 예측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을 담보하지 못하 는 문제를 발생시킨다. 따라서 개개의 사안에 대해서는 갱신기대권의 여부를 판단하기 위 해서는 그 유형의 규범목적적 전제와의 관련성을 고려하면서 가치평가적인 종합적 고찰 방법(wertende Gesamtbetrachtung)이 동원될 필요가 있다.125) 하지만 현행 갱신기대권 을 판단하는 기준은 사안별로 다르며, 어떠한 것이 중요한 판단요소인지, 부차적 판단요소 인지 전혀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법원은 단순히 판단표지를 나열할 것이 아니 라, 핵심적 표지와 부수적 표지를 나뉘어 판단을 수행함으로써 노사관계 당사자들에게 예 측가능성을 확보하고, 분쟁가능성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3) 갱신기대권의 소극적 한계

이 밖에도 갱신기대권은 모든 기간제 근로자에게 보장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라는 점에 서 적용범위에 한계가 있으며, 갱신기대권은 사용자의 갱신거절과 충돌되는 지점에서 조 화를 이루어야 하는데, 입증책임의 분배 문제도 발생하게 된다.126) 끝으로 갱신기대권이 가지는 근본적인 한계는 그 소극성에 있다. 사용자가 기간만료를 통지하기 전에 근로자가 갱신기대권을 근거로 기간만료 후에도 유지되는 근로자 지위를 확인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을 것이다. 갱신기대권의 침해를 소극적으로 회복시켜 근로자 지위를 유지(복구)시킬

125) 이는 갱신기대권을 좁은 의미의 개념으로서가 아니라 유형적 개념 또는 유형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점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126) 일부 견해에 따르면 근로자측에서는 갱신기대권의 발생 여부에 대한 요건사실을 입증하면, 해고의 정당성 을 유추하여 사용자측에서 갱신거절의 합리성(정당성)을 입증하는 방식으로 분배할 것을 제안하기도 한다 (오윤식, “기간제 근로자의 근로계약 갱신기대권 법리”, 「민주법학」(제50호), 민주주의 법학연구회, 2012.11, 497면).

수 있을 뿐, 갱신기대권을 근거로 사용자에게 적극적으로 권리를 실현하는 것은 아니다.

이것은 마치 해고제한의 법리에 따라 해고가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는 것처럼 기간제 근로자에 대한 갱신거절도 합당한 이유를 제시할 것을 요구할 수 있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권리이며, 합당한 이유가 없을 경우 갱신거절을 무효로 보아 근로관계를 유지(복구)시키 는 힘이 있을 뿐이다.127)

나. 노사관계에 미치는 영향

갱신기대권과 관련한 법원의 판단기준이 점차 완화되는 경향을 볼 때, 갱신기대권을 둘러싼 혼란 및 분쟁이 증대될 가능성이 있다. 즉 기간제 근로관계를 예외적으로 규율하 는 갱신기대권의 관한 법리의 확대로 인하여 노사관계의 안정성을 깨뜨릴 우려가 있다.

예컨대 사용자는 갱신기대권의 지나친 확대로 인하여 기간제 근로를 활용할 유인이 감소 하게 될 것이며, 이는 곧 근로자의 근로기회 박탈로까지 이어져 노동시장을 불안정하게 만들 요인이 있다. 나아가 기간제 근로관계의 엄격한 규제형태는 파견이나, 사내하도급 과 같은 주변부 고용형태에도 영향을 끼쳐 풍선효과 및 회전문 효과의 문제로 발생시킬 우려가 있다.

따라서 갱신기대권이 미치는 악영향을 줄이기 위해서는 갱신기대권이 가지는 불명확성 을 제고하고, 노사관계 당사자들에게 예측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는 차원에서 합리적인 규 율방안이 모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127) 신권철, “기간제 근로자의 갱신기대권”, 「조정과 심판」(가을호), 중앙노동위원회, 2013, 5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