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글로벌 통상환경의 변화와 한국 농업의 대응

문서에서 2016 KREI 농업통상 포럼 (페이지 40-70)

3. 전문가 토론

2.1. 글로벌 통상환경의 변화와 한국 농업의 대응

서진교 무역통상본부장(대외경제정책연구원)

2.1.1. 서론

최근 세계 무역은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12~15년 연평균 세계 무역 증가율은 약 3%였다. 이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전 약 20년 동안(1987~2007년) 세계 무역의 평균 증가율인 7%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이자 1930년대 대공황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세계 경제의 침체로 GDP 증가율이 떨어진 데도 이유가 있겠지만 지금까지와 달리 무역 그 자체의 GDP에 대한 반응이 크게 떨어졌다. 또한 그 동안은 세계 무역의 증가율이 항 상 세계 GDP 증가율을 크게 앞질러 왔다. 그러나 최근 3년간은 증가율에 별 차이가 없다. 세계 무역은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점차 감소하고 있는 것인가?

농산물 무역도 같은 패턴을 따를 것인가? 농산물 무역이 감소하면 수출국들은 시장 확보를 위하여 수출 농산물의 가격을 인하할 것인가? 수출국의 통상압력 은 커질 것인가? 현재 진행 중인 DDA 농업협상에는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최근 WTO 중심의 다자통상체제가 약화되고 다자 FTA 또는 메가(mega) FTA15가 세계 무역과 통상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미국이 주도한 대표적인 메 가 FTA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rans Pacific Partnership: TPP, 이하 TPP) 은 5년 반에 걸친 협상 끝에 지난 2015년 10월 타결되었다. 2013년 7월에 1차

15 메가 FTA에 대한 개념 및 정의는 서진교 외(2016)의 제2장을 참고함.

협상이 시작된 미국과 유럽연합(European Union: EU, 이하 EU) 간 FTA인 범 대서양 무역투자자유화협정(Trans-atlantic Trade and Investment Partnership:

TTIP, 이하 TTIP)도 최근의 브렉시트(Brexit)로 주춤거리고 있지만 협상은 7부 능선을 넘어 타결을 향해 가고 있다. 아시아지역의 메가 FTA라고 할 수 있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RCEP, 이하 RCEP)도 비록 2016년 타결은 실패했지만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오프라인 유통은 단순히 물류유통으로 전락할 것인가?

작년 연말에 파리에서 중요한 협상이 어렵사리 국제적 합의를 이끌어냈다.

제21차 기후변화협상 당사국총회(COP21)가 바로 그것이다. 이 회의에서는 2020년 만료 예정인 기존 교토의정서를 대체하는 소위 “파리합의문”이 채택되 었다. 파리합의문이 중요한 이유는 종전 교토의정서와 달리 모든 회원국에 대 해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부여하면서 법적 구속력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 히 회원국 스스로가 결정한 감축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구체적인 국내 조치 를 이행할 의무가 있고, 국제사회가 공동으로 해당 국내조치의 적정성과 효과 성을 검토하기도 한다. 흔히 농업을 기후변화의 피해자로 생각한다. 기후변화 로 인해 가뭄, 홍수, 폭설 등 자연재해발생이 빈번해짐에 따라 농작물 생산성이 떨어지고 품질도 저하되어 결국 식량안보문제와도 연결되기 때문이다. 곡물자 급률이 24%에 불과한 우리나라 입장에서 기후변화에 따른 식량생산여건의 악 화가 심각한 문제라는데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과연 우리 농업은 이 러한 세계적인 기후변화흐름에 적절히 대응하고 있는 것인가? 평균기온의 상 승에 따라 염려되는 아열대병해충 관리는 준비되어 있는 것인가?

2.1.2. 글로벌 통상환경의 변화

가. 글로벌 무역침체(Global Trade Slowdown)

1) 최근의 현상

최근 글로벌 무역에서의 화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나타나기 시 작한 세계적인 무역침체 현상이다. 세계 무역은 2012년 2.8% 증가했으며, 2013 년과 2014년에는 3.4% 증가에 그쳤다. 2015년 증가율도 3% 남짓하다. 그러나 세계 무역은 1987년부터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까지 약 30년 동안 연 평균 7%씩 증가해 세계 GDP 증가율의 약 2배를 넘었다 그러던 것이 2012~15 년 평균 3% 증가에 그쳐 이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며, 세계 GDP 증가율에 조차 미치지 못하고 있다(<그림 3-1> 참조).

이러한 세계 무역 침체의 원인에 대해 다양한 설명이 있다. 우선 최근유로존 을 비롯한 선진국 경제의 더딘 회복과 그동안 높은 성장을 구가했던 신흥시장 국의 완만한 성장 등 세계적인 수입 감소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세계 무역과 세계 GDP 간의 관계를 보면 1970~85년과 2001~14년이 매우 유 사하며 그 사이인 1986~2000년은 세계 무역 증가율이 세계 GDP 증가율보다 훨씬 높은 시기로 다른 두 시기와 확연히 구분된다. 따라서 경기침체로 인한 수입수요 감소 이외 세계 무역과 세계 GDP 사이의 관계에 어떤 구조적 변화가 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림 3-1> 기간별 세계무역 및 GDP 증감률(1)

주: GDP 증감률은 PPP rates에 기초한 것임.

자료: IMF World Economic Outlook(2015).

2) 원인

① 경기 순환적 요인(cyclical factors)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선진권 경제의 미진한 경기회복으로 인해서 수입 수 요가 감소한 것이 1차적인 무역 감소의 원인으로 볼 수 있다. 역사적으로 무역 과 경제위기는 부(負)의 관계에 있다는 것이 실증연구의 결과다.16 세계 수입의

16 Freund, C(2009), Abid et al.(2014).

6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선진국 경제, 특히 유로존의 경기침체가 세계 무역 의 회복에 악영향을 준 것은 틀림없다. 유로존의 경우 재정위기가 발발한 2012 년 총수입은 1.4% 감소했으며, 2013년에도 0.9%라는 미미한 증가에 그쳤다 (<그림 3-2> 참조). 반면 신흥시장국, 특히 아시아와 아프리카 중심의 총수입이 2013년 5.5% 증가하였다. 선진국의 경기침체 내지 더딘 경기회복으로 신흥시 장국이나 개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입이 큰 폭으로 감소하였는데, 이것이 세계 무역의 감소를 가져온 한 원인임은 틀림없다. 이러한 경기 순환적 요인은 경기가 다시 회복세로 돌아서면 무역도 증가세로 바뀔 것이기 때문에 큰 걱정 은 없다. 경기회복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것처럼 최근의 세계 무역 침체를 경기 순환적 요인만 가지고 모두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림 3-2> 세계수입물량지수(2005=100)

주: 세계 수입에는 상품과 서비스가 포함됨.

자료: IMF World Economic Outlook DB.

② 구조적 요인(structural factors)

세계 무역의 침체 원인으로 세계 무역과 소득 간의 장기관계가 변했다는 설 명이 있다. Constantinescu et al.(2016)은 지난 40년간 세계 무역과 세계 GDP 간의 관계를 추정하여 장기교역탄력성이 1990년대 상당히 상승하였으나 2000 년대는 하락했음을 밝히고 있다. 즉 1990년대는 세계 GDP에 대한 세계 무역의

탄력성이 2.2였는데 이는 그 이전(1970~1986)과 그 이후(2001~2013) 값에 비 해 약 두 배에 가까운 큰 값이었다<그림 3-3>. 통계적으로도 무역과 소득 간의 관계는 중간 기간과 그 앞 뒤 기간 사이에 구조적 변화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 었다.

<그림 3-3> 세계무역의 장기 탄력성17

자료: IMF World Economic Outlook DB.

따라서 이러한 구조적 요인 역시 최근의 세계 무역의 침체를 설명할 수 있는 주요 요인의 하나이다. 위의 Constantinescu et al.(2015)의 요인 분석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와 그 첫 회복기에는 글로벌 수요의 침체와 같은 단기적인 요 인이 중요하지만 최근에 들어올 경우 이러한 단기 요인의 영향은 줄어들고 장 기관계가 보다 중요해진다<그림 3-4>. 이러한 결과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 계 무역은 단순히 세계 GDP 증가율이 감소했기 때문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도 세계 무역이 세계 GDP에 대해 반응하는 정도도 감소했기 때문이라고도 설명 이 가능하다는 것을 뜻한다.

17 다음의 식에서 장기탄력성은  임. 는 차분을 의미함.

 ln        ln   ln     ln    

<그림 3-4> 세계무역증가의 분해(수입 기준)

자료: IMF World Economic Outlook DB, World Bank(2016).

세계 무역과 세계 GDP 간의 장기관계가 바뀌었다는 것은 다음과 같은 점에 서 추측할 수 있다. 먼저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세계 무역이 세계 GDP의 성장 에 미치는 영향력이 급격히 감소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세계 무역이 성장을 견인하는 역할이 축소되었고 다시 무역과 소득 간의 관계가 약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다른 한편 GDP는 상품뿐만 아니라 서비스로도 구성되어 있고 교역에 서 상대적으로 서비스의 중요성이 커져 교역의 장기탄력성이 감소했을 수도 있다. 무역에 있어 내구재와 비내구재 간 구성비도 역시 유사한 영향을 줄 수 있다. 당연히 무역제도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보호무역주의 색채가 강화 된 것도 한 구조적 변화의 원인이다. 마지막으로 그 동안 진행되어 온 수직분 업체계의 변화도 지적할 수 있다.

1990년 중반에 나타나기 시작한 글로벌 가치사슬(GVCs)이 그 동안 급속히 확대되었다가 최근에 안정화되고 있는 현상도 무역과 소득 간의 장기관계 변 화의 중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즉 수직적인 국제분업체제가 더 이상 분화 되지 않고 이제는 자리를 잡아 그 변화가 거의 없어졌다는 이야기다. 자연 중

간재무역은 1990년대 급속히 증가하다가 2000년 중반 이후 점차 감소한다. 이 는 세계무역 탄력성을 부가가치 기준과 절대액 기준으로 계측해보면 보다 명 백히 드러난다. 글로벌 가치사슬의 확산 감소가 무역침체의 원인이라면 절대액 으로 계산한 무역탄력성과 부가가치로 계산한 무역탄력성이 시간에 따라 점차 일치하게 될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그림 3-5> 참조).

<그림 3-5> 세계 무역의 7개년 이동 평균 장기탄력성: 부가가치 vs 절대액 기준

자료: IMF World Economic Outlook DB.

한편 이러한 세계 무역의 침체는 상대적으로 상품에 집중되어 있다. 세계 무 역이 급속히 증가한 1990년대 서비스 무역과 상품 무역의 증가율은 거의 같았 다. 세계 무역이 축소된 2000년대 상품 무역의 증가율이 떨어졌으나 서비스 무 역의 증가율은 큰 변화가 없다(<그림 3-6> 참조). 상품 안에서도 무역 증감률에

한편 이러한 세계 무역의 침체는 상대적으로 상품에 집중되어 있다. 세계 무 역이 급속히 증가한 1990년대 서비스 무역과 상품 무역의 증가율은 거의 같았 다. 세계 무역이 축소된 2000년대 상품 무역의 증가율이 떨어졌으나 서비스 무 역의 증가율은 큰 변화가 없다(<그림 3-6> 참조). 상품 안에서도 무역 증감률에

문서에서 2016 KREI 농업통상 포럼 (페이지 40-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