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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적인 고찰 <<

3. 국가의 역할

국가는 보건의료에 대해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역할을 수행한다(오영호 외, 2005). 첫째, 국가는 먼저 의료문제 전반에 대하여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규제자(Regulator)로서의 역할을 한다. 능력과 전문성이 떨어 지는 공급자에 의해 선의의 국민들이 피해를 볼 수 있으므로 국가는 면허 제도나 의료의 질 관리 또는 병원표준화제도 등을 통해 시장진입의 장벽 을 설치한다. 또한 고가의료장비의 중복투자나 병상 과잉공급 규제, 보건 의료 서비스 가격통제, 진료비 심사 강화 등의 정책을 실시하여 의료부문 의 낭비 요소를 제거한다.

둘째, 국가는 정보제공자로서의 역할을 한다. 보통 일반적인 소비자는 의료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정보가 없어 의료공급자를 합리적으로 평 가하지 못한다. 따라서 정부는 보건의료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소비자에 게 제공함으로써 소비자의 무지를 보완할 수 있어야 한다. 각 병원에서 제공한 서비스의 양과 질에 대한 평가 결과를 공개하는 것도 소비자에게 는 중요한 정보이다. 보건의료 서비스에 대한 정보와 지식은 매우 복잡하 고 전문적이기 때문에 시장 기구에만 의존할 경우, 소비자들은 합리적인

선택을 하지 못한다. 보건의료 서비스의 공급자와 소비자 간에는 정보의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에 정보를 독점하고 있는 공급자에 의해 서비스의 형태, 가격 등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즉, 공급자는 그들의 이익을 추구 하기 위하여 소비자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보건의료 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비교적 많 이 가지고 있는 제3자 즉, 정부가 주도적으로 정보제공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불균형적 정보에서 야기되는 보건의료 서비스의 공급자와 소비자 사이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2) 매년 병원의 등급을 매겨 공개하 여 소비자가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미국의 예는 정보제공자로서의 국가의 역할을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볼 수 있다.

셋째, 국가는 보건의료 서비스의 직접적인 제공자의 역할을 하기도 한 다. 정부는 경찰병원, 보훈병원, 공무원 전용병원 등의 건립을 통해 대상 자나 가족에 대해 보건의료 서비스를 무료 또는 저렴한 가격에 제공한다.

또한 의료취약지역에 공공병원을 직접 건립하거나 보건기관을 확충하여 지역주민들의 건강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제공하기로 한다.

넷째, 정부는 국민건강을 위해 막대한 재정을 투자하고 있다. 의료취약 지역에 병원 건립을 위해 금융이나 세제상의 지원정책을 사용한다. 정부 의 직접, 간접적인 재정정책은 보건의료 서비스의 생산단가를 낮추어 가 격을 하락시킴으로써 의료이용도를 제고시키기도 한다. 미국에서는 Medicare나 Medicaid제도에 의해 정부가 직접 서비스를 구매하는 형 태로 되어 있고,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국민의 약 4% 정도가 의료급여 대 상자로 되어 있다.

다섯째, 국가는 무의촌에 공중 보건의를 파견하고, 병원을 건립하고, 지역사회의 여러 의료기관이 쉽게 구입할 수 없는 고가의료장비 등을 마

2) 곽효문(1995). 복지정책론(서울:제일 법규), pp.614-615.

련하여 여러 의료기관이 공동으로 사용하게 하는 등 전반적인 의료자원 의 공급자로서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런 식으로 정부는 민간 부문이 취급하지 않거나 취급하기가 불가능한 부분을 담당하며 민간부문과 보완 적인 관계를 맺지 않으면 안 된다.

마지막으로, 국가는 보건의료 서비스의 원활한 배분을 위하여 접근도 의 제고를 통해 건강보험제도를 주관하는 보험자의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위험(질병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이 보험에 가입하려하고, 반면에 보험자 측에서는 위험 발생도가 낮은 사람만 선택 적으로 보험에 가입시키는 역 선택(adverse selection)을 하게 되면 보 험은 성립하지 못한다. 이때, 보험가입집단의 크기가 클수록 역 선택의 문제는 자연적으로 해결되는데 결국 국가가 전 국민을 상대로 강제적 보 험을 실시하게 된다면 보험가입집단의 크기는 자연히 커지게 되어 역 선 택의 문제에 대해 가장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보건의 료 부문에서 정부의 역할은 (마치 고양이 목에 누가, 어떻게 방울을 달 것 인가와 같이) 결코 쉬운 문제는 아니다.3) 시장실패가 존재하여 자원배분 이 왜곡되게 되면 이를 시정하기 위해 정부가 시장에 개입할 유인이 생긴 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개입이 오히려 자원배분을 악화시키고 사회후 생을 감소시킬 수도 있는데 이를 흔히 정부실패(government failure)라 고 한다. 즉, 정부의 적극적인 시장개입은 자원배분의 왜곡시정이라는 소 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정부의 정책수단 그 자체가 불완 전하여 새로운 비효율과 왜곡을 야기 시킬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정 부가 개입하기 위해서는 의료시장의 수요와 비용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지식이 필요하다. 그러나 의료 분야의 경우 정보는 피규제자인 공급자가

3) I. S. Shapiro(1984). 󰡒A modest proposal for defining the government's role in health care󰡓S. Levey & N.P. Loomba, ed., Health care administration (Philadelphia:J. B. Lippincott Company), p.29.

더 많이 갖고 있으므로 정부는 공급자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 다. 그렇게 되면 비효율성을 완전히 제거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실제적으 로는 독점이윤을 허용하게 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보건의료 부문은 정부가 현실적으로 개입하지 않을 수 없는 부문이긴 하지만, 시장실패가 정부의 시장개입을 자동적으로 정당화해주는 것은 아니다. 시장실패로 발생하는 비효율과 정부의 시장개입에 따른 비효율을 비교 분석하여 후 자가 전자보다 작을 경우에만 정당화될 수 있다.4)시장기구(market mechanism)의 결함을 가장 신랄하게 비판하고 정부개입을 주장하는 미 국의 대표적인 경제학자인 Krugman은 완전경쟁이란 이론적 모델에 불 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시장에서 완전경쟁이 달성되지 않 으면 시장경쟁원리나 시장 기구는 사회적 자원의 최적 배분이나 국민경 제의 후생극대화를 자동적으로 보장하지 못하게 된다. 특히 날로 기술혁 신의 속도가 빨라지고 의료산업에서 독과점이 발생하는 현실에 있어서 완전경쟁을 가정한 시장경제 모델은 하나의 단순화된 이상적 이론체계 (idealized theoretical framework)에 불과하다(오영호 외, 200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