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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정책의 문제점

문서에서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방안(상) — (페이지 51-71)

1. 정책적 판단 및 조정과 이에 따른 자의성 문제

여러 이해당사자가 관련되고 이들의 경제활동에 직접적으로 개 입하며 경쟁제한 여부를 판단하는 공정거래정책은 일관성, 투명성 및 예측가능성이 요구되기 때문에 정책적 판단과 조정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정책적 판단과 조정이 공정거래법의 가장 중요 한 목적인 경쟁촉진과 다른 방향으로 작용할 때 공정거래법에 대 한 신뢰성이 떨어지고 정부의 경쟁촉진 의지가 의심받게 된다. 뿐 만 아니라 기업들은 공정거래법을 우회하여 수익성을 극대화할 다른 수단을 찾게 되어 시장경제 운용의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게 된다.

(1) 공정거래법의 목적

공정거래법 제1조(목적)는 “이 법은 사업자의 시장지배적지위의 남용과 과도한 경제력의 집중을 방지하고, 부당한 공동행위 및 불 공정거래행위를 규제하여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함으로 써 창의적인 기업활동을 조장하고 소비자를 보호함과 아울러 국 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규정되 어 있다. 이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에 경쟁정책 외에도 경제력집 중 억제정책, 소득재분배 정책 등 다양한 정책적 목표를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는 것이 ‘균형 있는’ 발전을 도 모하는 것인지에 대하여는 특별한 정의나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

결국 공정거래법 제1조는 공정거래위원회가 하는 일이 ‘균형’ 잡 는 일이라고 포괄적으로 인준하는 셈이다.

(2) 기업결합의 제한

공정거래법 제7조(기업결합의 제한) 제2항에는 기업결합을 인정 하는 예외적인 경우가 나타나 있다. 이 중 제1호는 기업결합을 통 하여 효율성 증대효과가 나타나는 경우로서 “당해 기업결합 외의 방법으로는 달성하기 어려운 효율성 증대효과가 경쟁제한으로 인 한 폐해보다 큰 경우”로 규정되어 있다. 이 부문은 미 법무부와 연방거래위원회의 수평적 합병에 대한 지침Horizontal Merger Guide- lines에서 효율성Efficiency이 나타나는 경우 수평적 합병을 예외적으 로 허용하는 것을 참고한 것으로 보인다.8) 일반적으로 효율성 증 대효과는 가격하락의 요인이기 때문에 경쟁촉진적이라 볼 수 있 다. 그런데 이 효율성 증대효과를 판단하는 상세한 기준으로서

‘국민경제 전체에서의 효율성 증대효과’라는 기준이 포함되어 있 는데 이는 매우 자의적인 부분이다. 경쟁정책의 효과를 판단할 때 에는 해당 시장에서의 효율성 증진을 중점적으로 고려하여야 한 다. 이처럼 국민경제 전체적인 효과를 검토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으며 많은 경우 편파적인 시각과 왜곡을 가져오게 마련이다.9)

공정거래법 제7조 제4항 제2호는 중소기업 업종에 대규모회사

8) http://www.usdoj.gov/atr/public/guidelines/horiz_book/hmg1.html.

9) 공정거래위원회 고시 제1999-2호 「기업결합심사기준」에서는 고용의 증대에 현저히 기여하는지 여부, 지방경제의 발전에 현저히 기여하는지 여부, 전후방 연관산업의 발전에 현저히 기여하는지 여부,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 등 국민경 제생활의 안정에 현저히 기여하는지 여부, 환경오염의 개선에 현저히 기여하 는지 여부 등 다섯 가지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하자면 국가의 안보를 높이는 데 기여한 경우와 과학기술의 발전에 기여한 경우, 농 업생산에 기여한 경우는 왜 배제하여야 하는지 알 수 없다.

가 기업결합을 통하여 진입하는 것을 실질적으로 경쟁을 제한하 는 행위로 간주하고 있다. 이는 경쟁정책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경쟁정책은 기업의 규모, 조업방법 등에서 기업의 자유로운 선택 을 허용해야 한다. 공정거래법에 이같이 불합리한 조항이 들어오 게 된 것은 중소기업을 보호하고 중소기업의 고유업종에 대기업 이 진출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글로벌화되는 경 쟁시대에서 가장 최적의 기업규모와 경쟁수단을 기업들이 스스로 갖추어 나갈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3) 경제력집중의 억제

경제력집중 억제정책은 공정거래법의 자의성이 가장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는 부문이다. 경제력집중 억제정책에서 나타나는 자의 적인 조항의 예로서는 벤처기업을 자회사로 둔 지주회사에 대한 특례, 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 또는 신기술사업금융업자의 주식소 유 특례, 출자총액제한기업집단과 상호출자 및 채무보증제한기업 집단의 정의, 출자총액제한의 한도액, 출자총액제한 및 채무보증 제한의 예외로 열거되는 많은 사항 등을 들 수 있다.

경제력집중의 억제와 관련된 규정에서는 예외사항이 점차 늘어 나고 있다. 이는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첫째는 본래 규제하기 에 적절치 않은 내용을 억지로 규제하다 보니 실제 경제활동을 통 하여 불편을 느끼는 기업들이 불만을 제기하게 되어 결국은 적용 제외와 예외규정이 늘어나게 된 것이다. 둘째는 차츰 예외가 늘어 나고 법집행의 형평성에 문제가 제기되고 예외가 너무 자의적으 로 행사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됨에 따라 자연히 이를 무 마하기 위하여 예외조항이 더욱 확대된다는 것이다. 어느 경우이 든 처음부터 무리하게 규제하는 바람에 예외조항을 둘 수밖에 없

었고 이에 대한 자의성 문제와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자 결국 예외 조항 자체가 늘어나게 된 것이다. 경제력집중 억제부문에서 나타 나는 자의적인 조항은 대부분 과학적‧학문적인 근거에 기초하고 있지 않으며 유사한 해외사례조차 빈약하다.

(4) 부당공동행위의 제한

현 공정거래법 제19조(부당한 공동행위의 금지) 제2항에는 부당 공동행위의 적용이 제외되는 경우로서 산업합리화, 연구‧기술개 발, 불황의 극복, 산업구조의 조정, 거래조건의 합리화, 중소기업 의 경쟁력향상 등을 들고 있다. 그러나 산업합리화, 불황극복, 산 업구조의 조정 및 중소기업의 경쟁력향상에 대한 경우는 독일의 경쟁제한금지법을 제외하고는 선진국의 경쟁법에서도 잘 나타나 지 않고 있다.

한편, 공정거래법 제12장(적용제외)에서는 공정거래법의 적용이 제외되는 경우가 나타나고 있는데 이 중 제58조(법령에 따른 정당 한 행위)에서는 타 법률에 기초한 행위를 적용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타 법률에 규정된 사업자단체의 행위는 우리 정부가 과거 급속한 경제개발을 위하여 특정산업의 보호‧육성, 수출지원 또는 과당경쟁 방지 등을 이유로 가격‧생산량‧판매지역 등에 대한 카 르텔 제도를 광범위하게 허용하여 왔던 무역진흥정책 및 산업정 책적 측면에서 필요에 의한 경우가 대다수이다. 또한 전문직 서비 스 수수료를 사업자단체가 정하여 주무관청의 허가를 얻어 행사 하여 경쟁을 제한하는 경우와 같이 전형적으로 이익단체를 보호 하기 위하여 법률에서 카르텔을 보장한 경우이다.

이처럼 부당공동행위의 제한에 대한 예외사항은 해외사례가 불 충분하거나 특정 이익집단을 보호하기 위한 경우이다. 담합에 대

한 예외규정은 그 자의성으로 인하여 산업정책적‧중소기업정책적 효과를 높이고 특정 이익단체 보호를 위해서 경쟁촉진을 희생시 키고 있는 셈이다.

2. 경쟁과정에의 개입

(1) 가격 및 공급량 결정에 대한 규제

가격과 공급량의 결정은 경쟁행위의 중요한 일부분이다. 공정거 래법 제3조의2(시장지배적지위의 남용금지) 제1항에서는 시장지 배적 사업자가 상품의 가격을 부당하게 결정‧유지 또는 변경하는 행위와 상품의 판매 또는 용역의 제공을 부당하게 조절하는 행위 를 금지함으로써 일정한 시장점유율을 누리는 사업자의 가격 및 공급량 결정을 규제하고 있다. 그 취지를 살펴보면 시장지배적 사 업자는 시장에서 상품 또는 용역의 가격이나 수량, 거래조건 등의 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침으로써 독점적 이윤을 누릴 수 있기 때 문에 엄격한 제재를 실시한다는 것이다.

이는 불공정거래행위와 같이 전형적인 행위규제이다. 그러나 그 행위가 직접적으로 타경쟁자의 진입을 억제하는 반경쟁적 행위라 기보다는 가격과 공급량을 결정하는 사업자 고유의 재량사항으로 서 그 자체가 중요한 경쟁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를 제 약하는 것은 시장경제의 중요한 경쟁행위를 제약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모든 사업자는 주어진 시장구조와 환경에서 자 신의 이윤을 극대화하는 수준의 가격과 공급량을 결정하게 마련 이다. 이렇게 결정된 가격과 공급량에서 너무 큰 독점이윤이 나타 난다고 판단될 때 공정거래 당국은 보다 본질적인 시장구조적 접

근방법을 통해 시장을 경쟁적으로 유도하고 개편하는 것이 오히 려 바람직하며 경제주체의 자율성을 해치며 경쟁과정에 개입하는 것은 시장의 역동성을 해치는 일이 된다고 판단된다.10)

(2) 내부거래에 대한 규제

기업의 존재 이유는 경제학에서도 최근에 들어서 비로소 심도 있게 논의되기 시작하였다. 코즈(Coase, 1937)는 시장에서 이루어 지는 거래와 기업내부에서 이루어지는 거래로 양분하고 기업의 크기는 시장거래의 거래비용transaction cost의 크기에 따라 달라진다 고 보았다. 즉, 시장거래의 거래비용이 크면 기업에서 이루어지는 내부거래에 의존하게 되고 시장거래의 거래비용이 작으면 기업내 부보다는 시장거래에 의존하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기업은 자체 내에서 많은 내부거래가 시장메커니즘이 아닌 명령메커니즘으로 이루어지는 조직을 일컫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이 기업 자체 내에 서 이루어지기 쉬운 거래이고 무엇이 시장에서 이루어지기 쉬운 거래인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많은 논의가 있는데 이는 그만큼 조 직의 크기와 성격을 좌우하는 경제적 거래라는 것 자체가 오묘하 고 이해하는 데 어렵고 복잡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는 내부거래에 대한 이상과 같은 거래비 용 이론적 해석보다는 한국적 상황에서 대기업집단의 고질적인 거래관행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판단하는 데

10)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가격 및 공급량 결정에 대한 규제의 또 다른 문제점은 이른바 ‘남용’행위의 기준을 정확히 제시하는 것이 자의적이고 어렵다는 것 이다. 실제로 시장지배적지위의 남용행위 시정실적을 보면 1981년 이후 지금 까지 가격남용행위는 1992년에 3건, 1999년에 1건으로 총 4건이며 출고조절 행위는 1998년에 3건에 지나지 않아 사실상 집행실적이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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