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 구체적 사례 1. 아이템 거래 사기
2) 계정 자체 취득을 위한 사기
계정이 거래 가능한 재물 혹은 재산상 이익이라는 전제하에 계정 자체를 취득하 기 위하여 계정명 및 비밀번호를 제공 받고 대금을 지불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주민등록번호제도의 취지상 계정의 소유권을 타인이 취득할 수 없다는 점에 서 사기죄의 미수 혹은 불능미수범이 성립할 수 있을 것이다.
3. 해킹을 이용한 아이템 절취136)
해킹을 이용한 아이템 절취는, 일반적인 게이머들이 하기 쉬운 일은 아니며, 따 라서 이러한 종류의 범죄는 전문 조직에 의하여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137)
아이템 절취를 목적으로 하는 해킹은 게임사이트의 취약점을 공격하는 방법에서 135) 경찰에서도 사기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와우 플레이포럼 ID 말퓨-솔이, “계정거래 가상공 간수사대 답변”, 2009. 7. 21. 에 따르면 “아이템 매X아를 통하여 구매한 계정을 몇 개월이 지나서 본 주인 가입자가 되찾아 갔다는 내용으로 보입니다. 위와 같은 경우라면 현행법상 처벌할 규정이 없습니 다. 우선 형법상 사기죄를 보면 귀하로부터 대금을 송금 받은 후 몇 개월간 계정을 사용할 수 있게 해 주었기 때문에 사기죄로 처벌할 수 없으며, 본주인 가입자가 접속하여 비밀번호를 변경하는 방법으로 되찾아갔기 때문에 정당한 접근 경로가 인정되므로 정통망법상 해킹죄 또한 어렵습니다. 가급적 계정이 나 아이템 거래를 피하시는 것이 좋으며, 더 자세한 답변을 원하시면 XX경찰서가상공간가상공간범죄수 사팀으로문의바랍니다.”라고 대답한 바 있다고 한다. http://www.playforum.net/wow/ 참조.
136) 정보통신망법상의 처벌 문제는 여기서 고려하지 않고, 순수 재산범죄의 측면에서만 고찰하도록 한다.
137) 유병준 ․ 이상빈, 앞의 논문, 78면.
부터 키로그나 바이러스 등을 이용하여 ID나 패스워드를 배내는 초보적인 수준의 방법까지 다양하다. 특히 키로그 프로그램을 이용한 패스워드 도용은 PC방과 같이 여러 사람이 공유하는 PC에 대하여 많이 사용하는 방법이다.138) 해커는 해킹행위 를 통하여 알아낸 다른 플레이어의 ID와 비밀번호를 이용하여 몰래 게임에 접속한 후 그 계정에 등록된 캐릭터가 지니고 있는 게임 아이템 및 게임 머니를 타계정으 로 이전하는 방법으로 소유권을 침해하게 되며, 이러한 과정이 현실세계에서의 절 도행위와 매우 유사하게 나타나게 된다.
이러한 아이템의 ‘절취’행위에 대해서는, 침해대상인 아이템이 재물이 아니고 또 한 침해된 법익이 소유권이 아니기 때문에 절도죄의 성립은 불가능하다. 이 경우는 특히 컴퓨터등 사용사기죄의 모습에 해당할 것인지 문제가 되는바, 컴퓨터등 사용 사기죄는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에 허위의 정보 또는 부정한 명령을 입력하거나 권한 없이 정보를 입력 또는 변경하여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 금 취득케 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이다. 본죄는 전통적인 사기죄는 사람을 기망하 여 착오에 빠지게 할 경우에만 성립이 가능하기 때문에 직접 인간을 상대하지 않 고 컴퓨터의 기능을 이용하여 재산상의 이익을 얻는 경우 처벌할 수 없는 허점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다.
온라인 게임의 경우 ID와 비밀번호의 궁극적인 관리자는 게임업체라 할지라도 게임의 접속은 일괄적으로 ID와 비밀번호가 일치하면 게임업체의 개개의 허락 없 이 프로그램상 자동 접속할 수 있는 방식이다. 따라서 이러한 방식으로 타인의 ID 와 비밀번호를 권한 없이 입력하여 타인의 계정으로 접속한 후 아이템을 자신의 계정으로 이전시킨 경우, 게임업체에 대한 직접적인 기망행위가 있었다기보다, 컴 퓨터를 이용하여 권한 없이 정보를 입력 혹은 변경하여 아이템으로 재산상의 이익 을 얻은 것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이는 컴퓨터등 사용사기죄에 해당하며, 마치 타인의 인터넷뱅킹 ID번호와 비밀번호를 도용하여 다른 사람의 계좌로부터 예금을 자신의 계좌로 이체하는 행위와 같이 볼 수 있을 것이다.
4. 폭행·협박을 통한 아이템 강취
138) 탁희성, 앞의 논문, 146면.
다른 게이머를 폭행·협박하여 그가 보유한 아이템을 행위자의 계정으로 이전하게 하거나 행위자가 직접 자신의 계정으로 이전하는 행위 등이 있으며, 폭행 및 협박 의 정도에 따라 공갈죄 혹은 강도죄의 모습을 띤다. 아이템 혹은 그 이용권은 재산 상 이익으로 인정할 수 있으므로, 이득강도죄로써 처벌 할 수 있을 것이다.
5. 아이템 장물죄
타인의 물건을 몰래 훔치거나 폭행, 또는 협박을 수단으로 하여 강취하거나 갈취 한 경우, 그 사실을 알면서 제3자가 이를 돈을 주고 산 경우라면 장물취득죄가 성 립함에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이 물건이 아이템이라면 어떠한 범 죄가 성립하겠는가? 물론 그 제3자가 이러한 사실을 모르고 산 경우에는 상대방인 판매자에게 사기죄가 성립하고 매수자는 당연히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반면에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경우에도 장물취득죄를 인정하기는 어려워진다. 전술한 바 아이템은 재물이 아닌 재산상의 이익에 해당하며, 장물죄의 경우 재물만이 그 객체가 될 수 있으므로 재산범죄로 인하여 성립된 것임을 알고 취득하였다고 하더 라도 장물죄를 인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경우에 따라 사전에 타인에게 자신 이 매수할 것을 제시하여 이득범죄를 행하게 하였을 경우 등 구체적인 정황에 따 라 이득죄의 공범 또는 종범의 성립만을 인정할 수 있다고 보여진다.139)
6. 위탁관리 아이템의 횡령·배임
게이머들 간에 좀 더 고급 기술을 가진 게이머 혹은 장시간 게임을 계속할 수 있는 게이머에게 자신의 캐릭터와 아이템을 맡겨 키워주도록 한 경우, 위탁자가 이 를 받아 키운 후에 변심하여 되돌려주지 않는 행위가 이에 속한다. 이와 같은 아이 템 위탁관리는 주로 장시간 게임을 지속해야만 고급 아이템을 확보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게임에 있어서 게이머가 현실적으로 게임에 투자할 시간이 부족한 경우 에 이루어진다. 실제로 타인의 아이템 위탁관리를 해 주는 대신에 그 대가를 받아 생계를 유지하는 직업형태의 아이템 위탁관리자도 상당수 존재한다.
139) 김혜경, 앞의 논문, 237면.
물론 애초에 캐릭터와 아이템을 편취하기 위하여 위탁 관리를 해 준다고 했을 경우에는 사기죄가 우선적으로 문제될 수 있을 것이다. 횡령 및 배임죄에 관하여도 재물 및 재산상 이익으로서의 인정 여부를 논하여야 할 것인데, 횡령죄의 객체는 재물에 국한되므로 이득범죄인 배임죄에만 성립할 수 있을 것이다.
7. 직원에 의한 유출
게임 서비스를 위하여 아이템을 관리하는 직원이 게임 아이템을 유출하여 중개 시장에서 판매하는 경우가 있다. 아이템의 재물성이 인정될 경우 업무상 횡령죄의 성립을 검토할 여지가 있으나,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아이템은 재물성이 부정되 고 다만 재산상 이익으로 인정할 수 있으므로, 업무상 배임죄의 성립을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배임죄는 타인의 재산이 관한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신임관계에 위배하여 재산 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케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범죄이다. 게임 아이템을 관리하는 자의 사무가 과연 타인의 재산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볼 수 있을 것인지 문제되는 바, 게임 아이템 에 대하여 재산적 가치가 인정되고 있어 이를 다루는 업무는 재산상 사무라 할 것 이고 따라서 업무상 배임죄가 성립된다고 할 것이다.1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