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Ⅳ. 연구 결과

4.2.4 격률의 동시적 위반

이번에는 네 가지 격률이 항상 한 가지씩 위반되는 경우가 아닌, 두 가지 이상 위반 되는 경우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흔히 일어나는 것은 아니며 그 비율은 낮 지만 세 나라의 영화에서 보편적으로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였고, 대부분은 관련 성과〈양의 격률〉이 동시에 위반되는 양상을 보였다. 몇 가지 그 사례를 유형별 로 소개하도록 하겠다.

우선 가장 많이 출현하는 동시 위반 양상인,〈관련성의 격률〉과〈양의 격률〉

이 동시에 위반된 양상을 한국영화

써니

의 한 장면에서 보도록 하겠다.

시골에서 강남으로 전학 온 나미는 친해지고 싶지만 마음을 열지 않는 같은 반 학생인 수지에게 ‘우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자신의 집안 사정의 어려움을 호소한다. 공감을 얻어내고자 자신도 상황이 어렵지만 어울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고 하며 친구가 되길 요청한다(②). 그러나 수진이 대답을 하지 않자 갑자기 대

(87) ① Un Instructor ¡Vamos, dale todo! ¡Uno, dos, tres, cuatro!

de Baile: ¡Foto! ¡Foto! Sexy, sexy, vamos! ¡Foto! ¡Foto!

¡A ver ese culo! Veamos ese culo! (Come on, give it all! One, two, three four! Photo! Photo!

Sexy, sexy, come on! Photo! Photo! Let's see that ass! Let's see that ass!)

② Manolo: ¿Dónde me has traído? (Where have you brought me?)

③ Ramon: Cállate, hombre de las cavernas. No estás acostumbrado a salir de la cueva. (Shut up, caveman. You're not used to leaving the cave.)

(

CIEN METROS

, 2016) 화의 흐름과는 관련 없는 꼬막 이야기를 꺼내며〈관련성의 격률〉을 위반한다. 동 시에 꼬막이라는 단어를 세 번 연속으로 반복(②)하며 필요 이상의 양을 제공한 다.〈양의 격률〉을 위반하여 청자의 공감과 이해를 유도하고자 하는 것이다. 대 화의 협력원칙의 기본 하에 청자는 꼬막에 대한 갑작스런 주제에 대해 다시 언 급하지 않고 그 배경인 공감을 유도하는 화자의 의도를 추론하여 이어지고 있던 대화의 흐름에 맞게 친구가 되고 싶지 않다고 하며(③) 다음 대화로 이어간다.

다음은〈관련성의 격률〉과〈질의 격률〉을 동시에 위반한 예를 스페인영화

CIEN METROS

의 한 장면에서 ‘관련성과〈질의 격률〉이 동시에 위반’된 양상을 보도록 하겠다. 아래의 (87)의 사례에서는〈관련성의 격률〉을 위반하면서 풍자의 함축을 의 도하였고〈질의 격률〉을 어기면서 은유로 실현됨을 볼 수 있다.

불치병을 앓고 있는 Ramon과 그의 훈련을 돕는 장인은 시골의 야외에서만 훈 련을 할 수는 없으므로 Ramon이 사는 도시의 헬스장을 찾는다. 여기서는 헬스 기구들만 갖춰져 있는 것이 아니라 젊은 남녀들이 재미있게 운동하게 하도록 댄 스 강사(Un Instructor de Baile)가 이끄는 수업도 있다. 나이든 장인은 이 모습 이 도무지 진정한 운동이라고 생각되지 않아 “어디로 날 데려온 건가?(①)”라고

(88) ① Jules: What? Say it. What’s everyone worried about?

② Dandice: That it’s all going so fast, it can get away from us.

The VC’s think a seasoned CEO will take things off your plate -- that’s all -- free you up to do what you do great. You come up with the ideas and let someone else make the trains run on time. They’re not only our investors, Jules, they’re our partners -- they do want what’s best for us. They want us to make it.

③ Jules: But Candice, that new person is going to run things their way. Technically be my boss. How can I do what I do and have to report to someone else, run every idea I have by this person? Can you see that working?

(

THE INTERN

, 2014) 묻는다. 정상적인 대화에서의 대답이라면 장소를 묻는 질문이므로 장소에 대한 정보로 답을 해야 하지만 핸드폰도 사용하지 않고 옛날 방식만을 고집하는 장인 에게 원시인, ‘hombre de las cavernas(caveman)’ 이라고 하며 “동굴을 떠나 봤어야 이런걸 알죠.(③)”라고 하며 장소와의 상관이 없는 발언을 한다. 이로써

〈관련성의 격률〉을 어기고 있으며 동시에 시골에서는 살고 있지만 동굴에 살고 있 지 않는 장인에게 동굴을 언급함으로써〈질의 격률〉을 위반하고 있다. 관련성을 어기면서 화자가 함축하고자 하는 것은 장인의 고지식함을 풍자하고자 함이고 동굴에서 살고 있는 원시인이 아닌데 사실과 다르게 질을 위반하며 함축하는 것 은 은유법을 이용해 자신의 의견을 설명하고 주장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번에는 미국영화

THE INTERN

의 한 장면에서〈양의 격률〉과〈질의 격률〉

이 동시에 위반된 사례를 보도록 하겠다.

초고속으로 성장해 나가는 신흥기업의 CEO인 Jules에게 부사장은 외부 CEO

를 투자자들이 원한다는 의견을 전한다. 전문 경영을 해야 할 때라고 하는 것이 다. 이에 현 CEO인 Jules는 “모두들 무엇을 그렇게 걱정하는 거죠? (①)”고 한 다. 부사장인 CADICE는 이에 대해 걱정해야 할 것들이 많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필요한 양 이상으로 정보를 제공하면서〈양의 격률〉을 위반한다. “모든 것 이 너무나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이는 우리가 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에요. 투 자자들이 원하는 것은 노련한 CEO가 경영에 참여하길 원해요.”라고 하면서 뒤 이어 노련한 CEO가 쥴스의 부담을 덜어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는 표현에

“The VC’s think a seasoned CEO will take things off your plate(②).” 즉,

‘가득 차 넘치는 접시에서 물건들을 좀 덜어 낼 것이다’ 라는 은유를 동시에 사 용하여〈질의 격률〉을 위반하였다. 즉 경영을 하면서 회사에 접시가 놓여 있고 거기에 음식이 가득 차 넘쳐서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닌데〈질의 격률〉을 위반하 면서 은유로 이해를 돕고자 했다. 또한 뒤이어 나오는 발화에 있어서도 “전문경 영인이 복잡한 경영을 맡게 되면 여유 시간이 생기게 되고 이 시간에 Jules는 아이디어를 내고 기차가 제 시간에 맞추어 운행될 수 있도록 하면 된다(You come up with the ideas and let someone else make the trains run on time)(②).” 라고 한 번 더 은유로〈질의 격률〉을 위반한다. 즉, 여기서 기차는 회사를 은유로 상징하여 경영이 잘 되어 가도록 하자는 의미를 설득력 있게 이 야기 하고 있다. 이로서 한 번의 대화사건에서〈질의 격률〉과〈양의 격률〉을 동 시에 위반하여, 은유와 과장의 함축을 실현하고 있다. 이에 청자 역시 추론을 통 해 접시와 기차, 그리고 길게 설명하고 있는 진의를 협력원칙에 의해 이해하고 관련된 대화를 이어나간다. 새로운 경영자가 나타나면 자신의 방식으로 회사를 운영하게 될 것이고 자신은 그에게 보고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③) 대 화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으로 화자와 청자는 성공적으로 격률위반에 도 불구하고 함축을 이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마지막 동시 격률위반의 양상인〈태도의 격률〉과〈질의 격률〉이 동시에 위반 되어 함축을 유도하는 경우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스페인영화

MAR ADENTRO

에서 찾아 그 사례를 볼 수 있다.

(89) ① Ramon: Mire, ganaremos el cielo, porque ... hemos pasado toda nuestra vida en el infierno ...

Grabo esta imagen para que los jueces o ... ...

los políticos o quien sea que decida ...

entender mejor... Aparentemente, no pueden identificarse con el dolor psicológico de la ...

...understand better... Apparently they can't identify with the psychological pain of the...

vida en el infierno①).”라는 모호한 말로〈태도의 격률〉을 위반한다. 화자인 그 의 말은 명료하게 말하라고 하는 격률을 어기며 함축하고자 하는 것은 이 세상 에서의 삶, 특히 모든 것을 남에게 의존하는 자신의 삶을 풍자하고자 하는 것이 다. 그리하여 안락사의 합법화를 판사들, 정치가들에게 강조하고자 한다. 또한 이 발화는 우리가 실제로 눈에 보이는 지옥이라는 곳에서 사는 것이 아니고, 사후에 천국에 간다고 하는 것이 사실로 명백히 증명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질의 격 률〉역시 위반하고 있다. 은유를 통해 자신의 주장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이에 대해 청자인 기자는 이 모호성과 은유에 대해 추론하여 바로 다음 대화로 이어 간다. “왜 그렇게 자주 웃나요?(②)”라는 대답으로 화자의 발언을 문제 삼지 않 고 다음 주제로 넘어가고 있는 것이다. Ramon은 “도망갈 수 없고 남들에게 계 속 의지 할 수도 없을 때 웃음으로 울게 되지요.(③)”라고 말한다. CP라는 더 큰 범주의 규칙에 의해 추론으로 이어지고 대화는 성공적으로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