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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급풍토가 다문화 감수성에 미치는 영향

(1) 관찰학습을 통한 태도의 형성

Bandura(1977)는 「사회학습이론(social learning theory)」에서 인간의 사고와 감정이 직접 경험뿐만 아니라 관찰을 통한 간접 경험에 의하여도 영향을 받는다고 주장하였다. 이전의 고전적 행동주의 학습이론은 직접 행 동으로 익힌 경험만으로 학습이 이루어진다고 가정해왔다. 반면 사회학습 이론은 학습의 과정을 좀 더 확장적이고 실제에 가깝게 해석하고자 하였 다. 사회학습이론에 근거하여 학습을 바라보는 학자들은 상징적 과정의 역 할을 중시하고 개인과 환경의 상호작용이 학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침을 강조한다. 한 개인은 타인의 행동을 관찰함으로써 특정한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되고, 이 정보는 개인의 학습과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러한 학습 방법을 관찰학습이라 한다.

사회학습이론을 주장한 대표적인 학자인 Bandura는 개인이 타인의 성공 또는 실패에 대한 관찰을 통해 간접적인 경험을 하게 된다고 보았다. 이러 한 간접 경험은 환경과 상호작용을 하는 과정에서 개인의 인지를 통해 나 름의 방식으로 변형되고 개인의 고유한 사고와 감정을 형성한다. 그에 따 르면 관찰학습은 주의, 기억, 운동재생, 동기화의 네 단계를 통하여 이루어 진다. 한 개인은 먼저 새로운 상황에 마주하였을 때 역할 모델에 집중하고 주의를 기울인다(주의). 이 상황에서 관찰 결과는 개인의 기억 속에 상징적 인 표상으로 저장되어 있다가(기억) 유사한 상황에서 행동으로 발현되고 (운동재생) 직접강화 또는 대리강화를 통하여 해당 행동에 의해 야기된 긍 정적인 결과에 대한 기대를 형성한다(동기화).

<그림 Ⅱ-2> 관찰학습의 구성요소

관찰학습의 과정에서 학생의 정서는 모델링과 대리 강화를 통해 변화한 다. 모델링과 대리 강화는 학생의 정서에 각각 다음과 같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먼저 학급생활에서 자신이 모델로 설정한 교사 또는 동료학생이 다 른 문화와 가치관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이면 이를 관찰하는 학생은 이를 모방하고자 하는 동기를 가지게 된다. 학생들은 “언어화된 훈계보다는 존 중하는 모델의 행위를 오히려 더 잘 모방”하기 때문이다(김태훈, 2004, p.

261). 따라서 학생의 다문화 감수성은 모델링을 통하여 변화를 겪는다. 자 신이 존경하는 모델이 다른 문화와 소통하는 데에 있어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면, 학생들은 다른 상황에서도 자신이 관찰한 모델의 태도와 유사한 태도를 가지고자 할 것이다.

대리 강화는 타인의 행동이 강화 받는 장면을 지속적으로 목격했을 때, 자신이 직접 강화를 받지 않았음에도 특정 행동을 수행하려는 동기가 자극 되는 현상을 지칭한다. 교사가 다른 문화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태도를 가 진 학생을 강화하는 모습을 관찰할 때, 다른 학생들 역시 대리 강화를 경 험하게 된다. 이러한 경험이 장기적으로 반복되는 환경에서 학생들은 대리 강화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것이며 관찰학습을 통한 다문화 감수성의 함양 이 이루어질 수 있다.

학급풍토는 학생들이 학급환경 및 학급 구성원, 학급조직과 직접 상호작

용하고 관찰학습이 일어나는 환경 요인으로서 기능한다. 따라서 학급풍토 는 교사가 수업시간에 구현하는 공식적 교육과정에 비하여 보다 지속적이 고 깊이 있는 태도 학습 자료가 될 수 있다. Mikami, Griggs, Reuland, &

Gregory(2012)는 교사의 행동과 학급 내 아동의 사회적 선호 간의 관계에 대한 연구를 실시하였다. 이 연구에서 학업 성적이 우수한 학생을 편애하 는 교사의 행동은 학급에 속한 학생들의 사회적 선호를 떨어뜨렸다. 또한 그들은 문제 행동을 하는 아동을 공개적으로 높이 평가해주는 교사의 행동 은 사회적으로 낙인찍힌 학생이 학급 내에서 사회적 선호를 회복할 수 있 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이는 교사에 의해 형성되는 학급 풍토가 관찰학습의 과정을 통해 학생의 태도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준다.

일상적인 교실 생활에서 다른 문화에 대한 폐쇄적인 언행을 경험한다면 구 성원들은 다문화 감수성을 함양할 기회를 얻지 못할 것이다. 반면 다양한 문화의 특수성을 인정하고 타문화와의 상호작용에 대해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모델의 모습을 관찰할 때, 또는 그 모델이 강화되는 모습을 통하여 대리 강화를 경험할 때 학급 구성원들은 그 경험을 상징적으로 기억하고 이를 내면화하는 과정을 통하여 다문화 감수성을 효과적으로 형성할 수 있 을 것이다.

(2) 감정규칙과 정서의 형성

다문화 감수성은 단기간의 다문화 관련 수업만을 통하여 함양되기 어려 운 역량이다. 인간의 정서는 직접적인 교육을 통해서 길러진다기보다 사회 문화적 맥락과 상호작용하며 개인의 특성과 환경이 반영된 독특한 방식으 로 형성되는 것이기 때문이다(Thoits, 1989).

Hochschild(1979)는 정서의 형성을 ‘감정규칙(feeling rules)'의 개념으로 설명하였다. 감정규칙은 주어진 사회적 관계에서 개인이 어떤 감정을 느끼 고자 하는가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으로 공유된 규범이다. 개인의 정서는 감정규칙을 통해 사회 구조 또는 문화를 반영하여 형성된다. 즉 개인은 자 신이 느끼는 정서와 그 정서로 인하여 표현되는 언행이 그가 속한 공동체

에서 어떠한 반응을 받을 것인가에 대한 기대를 통해 자신의 정서를 형성 하고 수정한다. 예를 들어 결속력이 낮고 갈등 정도가 높은 학급풍토에서 학생들은 타인에 대한 공감이나 인정의 정서를 갖는 것이 강화 받지 못한 다고 인지하게 될 것이며 이러한 학급의 풍토는 그 학급의 감정규칙으로서 학생들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다. 반대로 서로 긍정적인 관계를 맺고 상호 배려가 충분히 일어나는 학급풍토를 경험하는 학생들은 위의 상황과는 다 른 감정규칙을 인지할 것이다. 이러한 학급풍토에서 학생들은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타인과 갈등을 겪을 때 그들이 인지한 학급의 감정규칙에 따 라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며 다른 문화를 이해하기 위하여 노력할 것이고 그 결과 다양한 관점과 문화에 대한 긍정적인 정서를 형성할 것이다.

또한 정서는 강화, 모델에 대한 모방 등에 의하여 내면화되는데(Thoits, 1989), 이는 학급풍토를 반영하여 형성된 감정규칙의 수용과정이라 볼 수 있다. 높은 다문화 감수성이 발현되는 상호작용을 관찰하고, 높은 다문화 감수성을 기반으로 하는 자신의 정서적 반응에 대하여 강화 받는 경험은 학생들에게 다문화 감수성을 습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게 된다.

이처럼 학급풍토는 학급 구성원들이 서로의 문화를 존중하고 이해하기 위한 태도를 요구하는 규범을 제시한다. 또한 학생들은 이러한 규범에 지 속적으로 노출되며 다문화 감수성을 형성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