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연구 배경
본 연구는 ‘우리 국민들은 통일을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의문 에서 시작하였다. 본 연구의 응답자 중 62%가 통일이 필요하다고 응답 하였다. 국민의 절반 이상이 통일의 필요성을 견지하고 있음에도 우리 사회의 통일 논의는 잠잠하다. 국민들이 밝힌 통일의 필요성과 실제적 통일 논의의 간극은 통일 연구자들이 국민들의 통일인식을 정확히 측 정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으로 연결된다. 국민들의 통일인식을 측정 하는 가장 일반적인 문항인 ‘귀하는 통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의 적절성에 대한 의문이다. 첫째, 통일의 필요성을 묻는 ‘귀하는 통일 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문항은 설문조사 문항으로서 갖추 어야 할 타당성과 신뢰성이 검증되지 않았다.40) 둘째, 해당 문항은 통 일의 필요성을 측정하기보다는 통일의 도덕적 당위성을 측정하고 있 다.41) 셋째, 통일은 다층적 개념으로 분석해야 한다. 예를 들어 김창 남42)은 통일에 대한 국민들의 통일에 대한 주관적 견해 300개를 ‘통일의 필요성’, ‘통일의 조건’, ‘통일 준비’, 그리고 ‘통일의 결과’로 분류하였다.
본 연구는 통일에 대한 인식을 ‘통일의 규범성’과 ‘통일의 현실성’의 측면에서 분석하고자 한다. 규범적 통일은 통일의 필요성을 묻는 문항 으로 측정하였으며 현실적 통일은 분단 고착을 선호하는지 묻는 문항으로 측정하였다. 전술한 대로 통일의 필요성은 통일에 대한 도덕적 의무감을
40) 박주화, “통일 필요성 측정 문항의 타당성과 신뢰도,” (통일연구원 원내발표, 2015.7.), pp. 13~14.
41) 조진만·한정택, “남북한 젊은 세대의 통일의식 비교 분석: 민족적 당위와 현실적 이익의 문제를 중심으로,” 동서연구, 제26권 1호 (2014), pp. 157~158.
42) 김창남, “통일에 대한 젊은 세대의 인식연구,” 주관성 연구, 제29호 (2014), p. 130.
측정하는 문항으로 간주된다. 반면 분단 고착에 대한 질문이 통일의 현실적 측면을 묻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첫째, 통일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미래의 사건이지만 분단은 현재의 상황이다.
상상력을 포함하는 인지적 노력이 필요한 미래 사건, 즉 통일에 대한 응답에 비해 현재 경험하고 있는 분단, 즉 쉽게 정보들을 구성할 수 있는 분단에 대한 질문은 통일에 대한 현실적인 측면을 반영하고 있다.
둘째, 분단 상황이 70년 이상 지속된 상황에서 분단은 ‘현상의 유지’이며 사람들은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현상의 변경’보다는 ‘현상의 유지’를 선호한다. 사람들의 현상 유지에 대한 일반적 선호가 분단의 선호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남북관계에서 ‘통일’보다는 ‘분단’이 판단의 준거점(reference point)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측면에서 분단에 대한 질문은 통일에 대한 현실적인 측면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본 연구는 ‘통일의 규범성’과 ‘통일의 현실성’의 측면에서 남북통합의 3요소를 살펴보고 국민들의 통일인식을 결정하는 요인을 탐색하고자 한다. <표 Ⅳ-1>은 통일의 당위성(귀하는 남북한 통일이 얼마나 필요하 다고 생각하십니까?, 4점 척도)과 통일의 현실성(남북한이 전쟁 없이 평화적으로 공존할 수 있다면 통일은 필요 없다, 5점 척도)에 대한 응답의 교차분석 결과를 제시하였다.
표 Ⅳ-1 통일 필요성과 분단 고착 동의에 대한 교차분석 결과
구분 통일의 규범성(통일의 필요성)
전혀 필요 없음 별로 필요 없음 다소 필요 매우 필요
통일의 현실성
(분단 고착)
전혀 동의 안함 1 4 28 59
별로 동의 안함 2 37 170 72
보통 4 65 111 16
다소 동의 15 196 128 16
매우 동의 22 33 16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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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에 대한 규범성이 높은 사람은 통일에 대한 현실적 인식도 긍정적 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 즉 통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분단 고착에 반대할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러한 예측은 지지 되지 않았다. 통일에 대한 규범성이 높은 응답자들 중 절반가량은 통일에 대한 현실적 인식이 낮았다. 통일이 필요하다고 응답하였지만 분단 고착 에 찬성하는 사람의 비율이 높은 것이다. 통일이 필요하며 분단에 반대 하는 집단과 통일이 필요하지만 분단에도 찬성하는 사람이 생각하는 통일은 같은 것인가 다른 것인가? 통일이 필요하다는 집단과 통일이 필요하지 않은 집단의 차이는 무엇인가? 분단 고착에 대한 찬성과 반대 를 결정짓는 것은 무엇인가? 이러한 다양한 질문과 가설들을 탐색하기 위해 통일의 필요성을 필요 없음(전혀 필요 없음 + 별로 필요 없음)과 필요함(다소 필요 + 매우 필요)으로 분류하고 분단 고착은 명시적 반대 (전혀 동의안함 + 별로 동의안함)와 묵시적 찬성(보통 + 다소 동의 + 매우 동의)으로 분류하여 네 유형으로 구분하였다(그림 Ⅳ-1).
통일이 필요하지 않으며 분단체제에 대해서도 명시적으로 반대한 응답자는 44명으로 ‘통일 무관심 집단’으로 명명하였다. 통일이 불필요 하며 분단 고착에 대해 묵시적으로 찬성한 응답자는 335명이었다. 이들 은 ‘분단체제 선호집단’으로 명명하였다. 통일이 필요하며 분단 고착 에 명시적으로 반대한 응답자는 329명으로 ‘통일 선호집단’으로 명 명하였으며, 마지막으로 통일이 필요하지만 분단체제에 대해 명시적으 로 반대를 하지 않은 응답자는 ‘공존통일 병행집단’으로 명명하였으며 292명이 이 유형에 포함되었다.
통일이 불필요하다고 응답한 379명중 88.4%에 해당하는 335명이 분단체제를 선호하는 결과는 통일이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응답자들 이 남북관계에 무관심한 것이 아니라 분단체제를 대안으로 생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반면 통일이 필요하지만 분단 고착에도 찬성한 공존
통일 병행집단은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공존통일 병행집단은 전체 응답자 기준 29.2%였으며 통일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621명 기준으로 47.0%였다. 즉 통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응답자의 절반 정도가 분단 고착에도 찬성한 것이다.43) 헌법이 규정한 1민족 1국가 통일이라는 전통적 통일 개념 자체가 1민족 2국가 통일로 변화했을 가능성, 또는 1민족 1국가 통일 과정의 중간 과정으로 1민족 2국가 통일을 상정했을 가능성 등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적어도 통일이 ‘필요하다’ 또는
‘필요 없다’는 단선적인 질문으로는 통일에 대한 우리 국민의 다양한 인식을 파악할 수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림 Ⅳ-1 통일인식의 4유형
43) 통일의 필요성에 압도적으로 찬성하는 북한이탈주민의 경우에도 비슷한 현상이 관 찰되었다. 통일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북한이탈주민의 42.5%는 분단 고착에 찬성하 였다. 김수암 외, 민주주의 및 시장경제에 대한 탈북민 인식조사(서울: 통일연구 원, 2016)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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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연구는 4가지 통일인식 유형(이하 통일유형) 중 특히 분단체제 선호집단, 공존통일 병행집단, 그리고 통일 선호집단44)을 통합의지, 통합역량, 통합대상에 대한 태도, 정부의 대북정책, 안보 및 핵위협에 대한 위험지각의 차원에서 분석하였다. 또한 이러한 변수들 중 세 집단의 유형 구분에 가장 영향력이 큰 변수를 분석하였다.
나. 인구통계학적 변수에 따른 통일유형
(1) 성별
성별로 선호하는 통일유형(<표 Ⅳ-2>)을 살펴보면 남성의 경우 단일체제 를 선호하는 비율이 35.5%로 가장 높았고 분단체제 선호(30.2%)와 공존통일 병행(29.8)%이 비슷했다. 여성의 경우 분단체제를 선호하는 비율(36.7%)이 가장 높은 가운데 공존통일을 병행해야 한다는 비율 (28.6%)과 단일체제를 원하는 비율이 비슷했다(30.4%).
표 Ⅳ-2 성별 통일유형
( ): 비율 분단체제 선호 공존통일 병행 통일 선호
남성 149(30.2) 147(29.8) 175(35.5)
여성 186(36.7) 145(28.6) 154(30.4)
(2) 연령
연령별 선호하는 통일유형은 <표 Ⅳ-3>에 제시하였다. 연령대가 낮을
44) 통일과 분단 고착에 모두 반대하는 통일 무관심 집단은 양가적(ambivalent)한 집단 이기보다는 설문조사에 무성의하게 응답하거나 착오에 따른 응답 결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라는 토론자의 의견에 감사드린다.
수록 분단체제에 대한 선호, 연령대가 높을수록 통일에 대한 선호가 뚜렷한 가운데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공존통일에 대한 선호가 증가하였다.
20대와 30대의 경우 분단체제를 선호하는 비율이 가장 높았다. 20대의 경우 55.1%, 30대의 경우 42.2%가 분단체제를 선호하였다. 반면 50대 (37.9%)와 60대(42.6%)의 경우 단일체제 통일을 선호하는 경향이 우세 하였다. 40대의 경우 분단체제 선호집단(31.4%), 공존통일 병행집단 (30.0%), 통일 선호집단(32.9%)이 비슷하였다. 즉 통일이 필요하지만 분단체제 역시 가능하다는 응답의 비율이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높아진 다는 의미이다.
표 Ⅳ-3 연령별 통일유형
( ): 비율 분단체제 선호 공존통일 병행 통일 선호
만19-29세 98(55.1) 37(20.8) 37(20.8)
만30-39세 79(42.2) 46(24.6) 51(27.3)
만40-49세 65(31.4) 62(30.0) 68(32.9)
만50-59세 50(25.3) 68(34.3) 75(37.9)
만60세이상 43(18.7) 79(34.3) 98(42.6)
(3) 학력
학력이 높아질수록 분단체제를 선호하는 비율이 높았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중졸 이하 응답자의 경우 통일이 필요하지만 분단 고착 역시 가능하다는 공존통일 병행집단의 비율(37.8%)이 가장 높았고 통일 선호 집단(35.8%)이 그 뒤를 이었다. 고졸 응답자의 경우 통일 선호집단의 비율(36.9%)이 가장 높았고 분단체제 선호집단(31.2%)의 비율이 그 뒤를 이었다. 대졸 이상 응답자의 경우 분단체제를 선호하는 집단의 비율(39.4%)이 가장 높았고 분단체제가 가능하다는 의견(27.0%)과 단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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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제만 가능하다는 비율(28.0%)이 비슷하였다.
표 Ⅳ-4 학력별 통일유형
( ): 비율 분단체제 선호 공존통일 병행 통일 선호
중졸 이하 34(23.0) 56(37.8) 53(35.8)
고졸 132(31.2) 120(28.4) 156(36.9)
대재이상 169(39.4) 116(27.0) 120(28.0)
(4) 월 소득별 통일유형
소득이 높을수록 분단체제 선호집단의 비율이 높아지고 단일체제 선호 집단의 비율이 낮아진다. 월 소득이 200만원 이하인 응답자는 단일체제를 선호하는 비율(44.9%)이 가장 높은 반면 소득이 400만원 이상인 응답자는 분단체제를 선호하는 비율(38.4%)이 가장 높았다. 월 소득이 200만원 이상 400만원 미만인 응답자의 경우 세 유형의 비율이 비슷하였다.
표 Ⅳ-5 월 소득별 통일유형
( ): 비율 분단체제 선호 공존통일 병행 통일 선호
200만원 이하 17(19.1) 29(32.6) 40(44.9)
200-400만원 147(31.5) 143(30.7) 157(33.7) 400만원 이상 171(38.4) 120(27.0) 132(29.7)
(5) 이념과 지지정당
본인을 보수라고 생각하는 응답자의 경우 단일체제를 선호하는 비율 (39.3%)이 가장 높았고, 본인을 진보라고 생각하는 응답자의 경우는 세 유형에 대한 선호가 비슷하였다(분단체제 선호: 29.9%, 공존통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