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펴본 바와 같이, 기존 연구들은 유권자의 이념을 이론화함에 있어 주로 정치적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인지적 자원에 주목하고 있다. 이는 이념적으 로 일관된 선호를 가지는 것을 합리적이고 바람직한 것으로 인식해 왔던 연 구의 경향과 그 맥락을 같이 한다.
그러나 상술했듯이, 이념의 구조적 다양성에 대한 경험적 근거가 제기 되어 왔고, 또한 이념과 정책 선호는 가변성을 띤다는 점이 밝혀져 왔다.
따라서 이념과 정책 선호의 관계를 고찰함에 있어 정치 지식의 영향력 외의 요인에 대한 보다 면밀한 관찰을 필요로 할 것이다. 즉, 정치적 사 안에 대한 처리를 보다 올바르게 할 수 있는 인지적 능력이 필연적으로 일관된 정치적 선호를 이끌어낼 것이라는 기존의 인식에 대해 재고할 필 요가 있으며, 일관된 태도를 나타내도록 하는 정치적 동기가 고려되어야 한다.
앞서 언급한 고렌(Goren 2004)의 연구는 정치적 세련도를 지니고 있다 는 것이 반드시 그것을 활용할 것을 보장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하며, 유 권자들이 정치적 이슈에 대한 선호를 형성할 동기(motivation)가 있을 때 추상적인 정향과 일관되는 선호를 형성한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4) 또 한, 이와 유사한 맥락에서 페데리코와 슈나이더(Federico and Schneider 2007)는 정치적 전문가들(political experts)이 이념적으로 보다 일관된 이 슈 태도를 형성하게 되는데, 그 이유는 그러한 사회적 사안들에 대하여 평가를 하고자 하는 “강한 동기(strong motivation)”를 가진 이들에게서 만 이러한 일관된 태도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주장한 바 있
4) 구체적으로, 고렌(Goren 2004)에 따르면 인지적 구두쇠(cognitive miser)인 유권자들은 각자가 초점을 맞추고 있는 핵심적인 원칙을 가지고 있고, 이에 보다 연관되는 이슈들에 대해서는 그들의 신념에 근거하여 추론(deduce)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유권자들은 주로 그들의 일상과 밀접하게 관련되 는 이슈에 대해서는 이렇게 그들이 가진 원칙에 근거한 추론을 할 수 있게 되는데, 만일 이들이 정치적 이슈에 대해 선호를 형성할 상황과 동기가 있다 면 정치적 영역의 이슈에 대해서 이념적 정향에 조응하는 선호를 형성하게
다. 유권자들에게 있어 이러한 정치적 동기로서 이해되기에 적합한 요인 은 유권자들의 당파성, 즉 정당일체감이다. 이에 본 연구는 유권자의 정 책 태도를 이해하기 위해서 유권자의 인지적 능력뿐만 아니라 정치적 동 기 또한 중요한 요인이 된다는 것을 지적한다. 구체적으로, 본 연구는 이 념적 정향과 정책 태도 사이의 관계가 나타내는 강도는 정치 지식(인지 적 능력 요인)과 당파성(partisan attachment; 정치적 동기 요인)의 조합 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보이고자 하며, 정책 태도에서 나타나는 높은 일관성이 유권자가 특히 이념적인 사고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인지적 능 력과 정치적 동기로서의 당파성이라는 두 가지 요소를 갖추고 있는 경우 에 나타날 것이라고 본다. 이렇게 당파성을 중요한 요인으로 주목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정당일체감을 위시한 당파성은 유권자의 정치적 행태를 결정짓 는 데 중요한 영향력을 미친다(Campbell et al. 1960; Miller and Shanks 1996). 특히, 정당에 대한 이러한 유대감은 정치적 관심, 세련도 및 정치 참여의 수준 등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따라서 정치 지 식은 정당일체감을 가진 이들에게 선행적으로 높았을 수 있고, 이들의 일관된 정치적 태도가 무엇에 기인한 것인지를 면밀히 살펴봄으로써 유 권자의 태도와 그 집합적 결과를 더욱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유권자 집 단을 보다 세분화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보다 중요한 이유로서 유권자의 정책에 대한 태도가 그들의 인식을 바탕으로 형성된다는 것을 고려할 때, 정책 선호의 형성은 유권 자의 인식에 차이를 초래하는 당파심이나 정당일체감과 같은 정치적 성 향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Campbell et al. 1960; Green et al. 2002). 정 당일체감은 유권자들로 하여금 정치적 평가를 내리는 데 정보의 다양성 과 복잡성을 단순화시켜주는 단서(cue)를 제공해 주는 동시에, 유권자가 정치적 정보를 접할 때 인식의 선별기제(perceptual screen)로 작용한다 는 점은 널리 알려져 왔다(Campbell et al. 1960). 예를 들면, 에반스와 앤더슨(Evans and Andersen 2006), 그리고 맥도널드와 히스(Macdonald and Heath 1997)는 유권자의 국가의 경제적 상황에 대한 인식이 그들이
선행적으로 가지고 있는 당파적 정향에 강하게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주 장하였다. 또한, 몇몇의 실험 연구들은 당파적 유권자들이 정보를 공정하 고 객관적으로 처리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었다(Jerit and Barabas 2012; Lodge and Taber 2000; Redlawsk 2002; Taber and Lodge 2006).
즉, 유권자들은 그들이 가진 정치적 관점에 일치하는 방식으로 세상을 인식한다는 것이다(Jerit and Barabas 2012). 유권자의 정당일체감에 따 라 후보에 대한 평가가 투표 선택에 미치는 영향력이 달라지기도 하며 (Marsh and Tilley 2010), 정치적 과오뿐만 아니라 자연 재해 및 국가적 재난에 대한 책임을 귀속시키는 과정에서도 당파적 편향의 과정이 작동 한다(Achen and Bartels 2016; Healy et al. 2014; Malhotra 2008;
Malhotra and Kuo 2009; 길정아·하상응 2019).
이에 더하여, 이념 및 정책 태도에 가변성이 있다는 것과, 이들이 당파 적 편향성에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 경험적으로 검증되어 왔다 (Bartels 2002; Layman and Carsey 2002). 랏지와 해밀(Lodge and Hamill 1986)은 유권자의 당파적 관점이 정책적 사안들에 대해 일관성을 가지도록 하는 편향(consistency bias)을 가져온다고 주장하였다. 특히 레이먼과 카시(Layman and Carsey 2002)의 연구는 당파성을 가진 유권 자들이 각 이슈에 대한 태도를 일원적인 좌-우의 차원과 일치시킴으로 써 보다 일관된 정치적 태도를 나타낸다는 것을 검증하였고, 궁극적으로 이렇게 자신들의 당파적·이념적·정책적 태도에서 나타나는 높은 일관성 이 가져오는 집합적인 결과로서 유권자 사이의 정파적 갈등이 격화되고 양극화가 초래된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이렇듯, 정책에 대한 태도의 형성은 당파성에 영향을 받게 되는데, 특 히 정당일체감을 가진 유권자들이 그들의 선호를 정당의 정책 입장에 보 다 가까운 쪽으로 조정해 가는 것을 촉진시키는 당파적 편향에 의해 이 러한 과정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무당파 유권자들에 비 해, 특정한 정당에 대해 지지하는 유권자들은 그들의 이념적 정향과 정 책 선호에서의 일관성이 강한 관계를 나타내도록 하는 강한 정치적 동기 를 가진다는 것이다.
종합하면, 정치 지식이 높은 유권자들은 정치적 사안에 대해 정보를 처리할 인지적 능력을 갖춤으로써 각 정책들이 가지는 스탠스에 대한 해 석을 할 수 있는 한편, 당파성을 지닌 유권자들은 자신들의 이념 성향에 일치하는 방향으로 정책 선호를 형성할 동기를 갖는다는 것을 알 수 있 다. 인지적 능력을 갖추었음에도 다차원적인 정책 영역에 있어 서로 다 른 선호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 밝혀져 온 바, 결국 보다 강하고 일관된 스탠스를 나타내도록 하는 동기로 작용하는 당파성이 요구된다는 것이 다. 당파적 유권자들은 정치적 사안을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정치적 정 향(political predisposition)에 일치하는 방향으로 인식하는 당파적 편향 (partisan bias)의 태도를 나타내기 때문이다(Bartels 2002; Goren 2002;
Jerit and Barabas 2012; Lodge and Taber 2000; Redlawsk 2002; Taber and Lodge 2006). 결국, 정책에 대한 선호가 당파적 속성의 영향을 받음 으로 인해 전적으로 합리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당파 적 유권자들이 나타내는 강한 정파적 태도와 그 집합적 결과물로서 이들 간의 당파적 대립이 심화되는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를 가능하게 하는 출 발점이다.
기존 연구들은 당파적 유권자들이 나타내는 이념적 일관성의 태도는 정당 엘리트들의 이념적 입장이 양극화되면서 유권자들이 보다 명확한 당파적 단서(partisan cue)를 제공받게 되면서 나타난 것임을 주장한다 (Carmines and Stimson 1989; Nie et al. 1976; Shafer and Claggett 1995; Sniderman et al. 1991; Zaller 1992). 그러나 레이먼과 카시 (Layman and Carsey 2002)의 연구는 정당으로부터의 당파적 단서에 대 해 모든 유권자들이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라, 정파적 유권자들의 일관 된 선호는 유권자가 정당 엘리트의 스탠스에 대해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 는 경우, 그리고 유권자가 강한 당파심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 이러한 당 파적 단서의 영향을 받게 되어 보다 강하고 일관된 선호를 나타내게 된 다는 것을 검증하였으며, 궁극적으로 이것이 유권자 차원에서 양극화를 만들어낸다는 점을 주장하였다.
이에 본 연구는 유권자들의 정책 선호에서 나타나는 “당파적(partisan)
인” 속성에 보다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구체적으로, 정치 지식은 정책들 의 스탠스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인지적 능력일 뿐, 이로 인해 반드시 일관된 선호를 가지도록 추동되는 것은 아니며, 당파적 유권자들 이 편향된(partisan-biased) 태도를 나타냄으로써 이러한 일관된 정치적 선호를 형성한다는 것을 주장한다. 요컨대, 당파성을 띤 유권자들에게서 만 이러한 이념과 정책 선호의 높은 조응성이 나타나, 정당일체감을 위 시한 당파성이 보다 강하고 일관된 정책 태도를 가지게 하는 요인일 것 이라는 의미이다. 이러한 경우, 강하고 일관된 정책 선호는 합리적이고 바람직한 것이 아니라, 당파적 속성을 띠는 정치적 태도로서 개념화 될 수 있다. 이렇게 정책 선호에서 나타나는 정파적 편향성을 발견하게 된 다면 유권자들의 이념과 정책 선호가 전적으로 합리적인 것이 아님을 밝 힐 수 있으며, 당파성을 띤 유권자들 사이에서 나타나는 정파적 태도와 편향성은 결국 이들 간의 차이와 대립으로 귀착되어 대중 차원의 양극화 를 초래하는 메커니즘이라는 것을 이해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이에 본 연구는 당파심이라는 정치적 동기가 이념적 정향과 조응하는 정책 선호의 일관성을 추동하는 보다 본질적인 요인임을 보이고자 한다.
이를 경험적 분석을 위한 연구 가설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가설1] 무당파 응답자의 경우, 정치 지식은 이념적 정향과 정책 선호 의 일관성이 조응하는 정도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다.
[가설2] 정당일체감을 가진 응답자의 경우, 정치 지식이 높아짐에 따 라 이념적 정향과 정책 선호의 일관성이 조응하는 정도가 강하게 나 타날 것이다.
[가설3] 무당파 응답자에 비해, 정당일체감을 가진 응답자들에게서 이 념적 정향과 정책 선호의 일관성이 강하게 나타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