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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거리 인식에서 나타나는 당파적 편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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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이란 사회의 규범이나 바람직한 질서에 대한 신념의 집합을 의미 한다(Denzau and North 1994; Erikson and Tedin 2015). 특히, 컨버스 (Converse 1964)의 고전적 정의에 따르면 이념이란 개인의 정치적 판단 과 태도를 결정하는 신념체계(belief system)이다. 이러한 신념체계에서 개인은 보다 추상적인 틀을 가지고 정치적 판단과 태도를 결정하게 되는 데, 이러한 틀 중 가장 보편적인 것은 좌-우 혹은 진보-보수로 규정되는 이념적 정향(left-right ideological orientations)이다. 컨버스는 이러한 이 념적 정향과 구체적인 정치적 이슈를 연관시키는 것을 “개념화 (conceptualization)”라고 명명하였는데, 개인의 이념 혹은 신념체계를 경 험적으로 분석한 연구들은 대부분의 유권자가 이념적으로 잘 개념화되어 있지 않으며(Converse 1964; Erikson and Tedin 2015; Lipset 1960;

Shils 1968), 정치적으로 세련화 된(sophisticated) 혹은 정치적 지식이 높 은 일부의 유권자들에게서만 추상적인 차원의 이념적 정향에 조응하는 일관된 정책 태도(congruent policy attitudes)를 발견할 수 있다고 하였 다(Campbell et al. 1960; Converse 1964; Delli Carpini and Keeter 1996;

Jacoby 1988; Jacoby 1991; Jacoby 1995; Sniderman et al. 1991). 즉, 이 념적 정향으로부터 정책 이슈에 대한 일관된 선호를 이끌어 내는 (deduce) 것은 합리적이고 인지적인 능력(cognitive ability)을 필요로 한 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념은 유권자의 태도와 정치적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 로 밝혀져 왔는데, 특히 선거에서 유권자가 이념에 기반하여 정당 혹은 후보자를 선택하는 메커니즘을 밝히려는 이론적 연구가 축적되어 왔다.

이는 특히 공간모형(spatial model)으로 이론화되었는데, 그 주된 내용은 유권자가 인식하는 자신과 정당 및 후보자 사이의 이념간의 거리가 가까 울수록 유권자에게 큰 효용을 가져다주기 때문에 유권자가 자신과 이념

적으로 가장 가까운 정당과 후보를 선택한다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 (Downs 1957; Enelow and Hinich 1984; Hinich and Munger 1994). 이 렇게 이념적 근접성에 기반한 투표선택에 초점을 맞춘 전통적인 공간모 형에서는 유권자가 자신의 이념적 위치 및 각 정당과 후보의 이념적 위 치를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는 합리적인 속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전 제로 하고 있다. 한국 유권자들이 이념에 기반한 투표 선택을 한다는 것 을 경험적으로 검증하여, 이들을 합리적인 유권자라고 평가한 연구 또한 찾아볼 수 있다(김윤실·윤종빈 2014).

요컨대, 이념적 정향에 근거하여 정책을 평가하는 유권자의 신념체계 에 관한 이론과, 후보 및 정당과의 이념적 거리에 대한 인식을 이론화 한 공간모형은 공히 유권자의 “합리성”에 주목하였다. 그러나 추후 다수 의 연구들은 유권자의 합리성과 정보에 대한 객관적인 인식의 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였다. 먼저, 라비노위츠와 맥도널드(Rabinowitz and Macdonald 1989)는 다운스의 근접성 이론에 비판을 제기했는데, 그들이 제기한 문제의 요점은 유권자가 자신과 정당 및 후보들의 이념적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합리적인 존재라는 가정이 현실적이지 않다는 것이었다. 구체적으로, 이들은 유권자가 일차원 상의 이념 혹은 구체적인 이슈를 대할 때, 제일 먼저 판단하게 되는 것은 진보-보수라는 상반된 입장 중에서 자신이 어느 쪽에 속하는가 하는 것을 결정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즉, 유권자는 주어진 이슈에 관하여 그 이념적 위치를 구체적으 로 결정하는 것보다는, 이러한 이슈를 찬성하는지 혹은 반대하는지를 먼 저 선택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 이후에, 유권자는 자신과 정당 및 후보의 구체적인 위치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결국 이들이 주장한 방향성 이 론은 기존의 근접성 이론이 가정하는 바와 같이 유권자가 자신과 가까운 거리에 있는 후보에 대하여 선호를 표시하는, 전적으로 합리적인 존재라 는 가정에 의문을 제기함으로써 근접성 이론과의 차별성을 나타내고 있 다.

이에 더하여, 유권자가 정당 혹은 후보자와의 이념적 거리를 편향되게 인식할 가능성 또한 제기되어 왔다. 이는 유권자가 자신이 지지하는 정

당 및 후보가 자신과 더 가까운 이념적 위치에 놓여 있다고 판단하게 되 는 투사효과(projection effect)와, 유권자가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 및 후 보의 이념적 위치에 맞추어 자신의 위치를 조정하는 설득효과 (persuasion effect)로 대별될 수 있다. 다수의 연구들은 이렇게 정당과 후보에 대한 유권자의 지지 혹은 정당과 후보에 대한 선호가 유권자의 합리적 인식에 개입하는 과정을 경험적 분석을 통해 보여주었다 (Feldman and Conover 1983; Martinez 1988; Markus and Converse 1979).

유권자의 이념적 위치를 종속변수로 한 일군의 연구들은 지지하는 정 당 혹은 투표에서 선택한 정당으로 인해 자신 및 후보자의 이념적 위치 를 왜곡되게 인식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디나스 외(Dinas et al.

2016)는 유권자와 정당 사이의 이슈 근접성을 판단하는 과정에 정서적인 기반(affective roots)이 있음을 자연 실험(natural experiment)을 통한 인 과관계 분석(causal inference) 방법을 통해 발견하였다. 에이큰과 바텔스 (Achen and Bartels 2016)는 이슈의 위치에 따라 정당지지를 바꾸는 것 보다 정당일체감에 따라 유권자가 자신의 이슈 위치를 합리화하는 정도 가 크게 나타난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정당에 대한 선호가 보다 선행 하는 요인일 수 있음을 밝혔다.

한편, 투표선택을 종속변수로 한 연구들은 정당 지지자들에게서 나타 나는 당파적 편향 공간투표(partisan biased spatial voting) 행태, 즉 지 지하는 정당과의 거리를 더 가깝게 여기는 편향이 반영된 근접투표선택 과, 무당파 유권자들이 나타내는 편향되지 않은 공간투표(unbiased spatial voting) 행태를 구분하여 보여주었다(Jessee 2010; Simas 2013).

최근, 한국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몇몇의 경험적 연구에서도 이러한 이념 거리 인식의 편향성(bias)이 있음이 밝혀졌다. 대부분의 연구들은 주관적 이념성향을 일차원의 연속선상에서 측정하고 있는데(김성연 2017), 이들의 연구는 이념거리를 통해 투표를 선택하는 합리적인 유권 자이기보다는, 오히려 지지하는 후보의 이념을 자신의 이념과 보다 가깝 게 여기는 “합리화하는 유권자(rationalizing voter)”의 모습을 보이기도

하여, 투사효과와 설득효과가 나타난다는 점을 경험적으로 밝혔다(강신 구 2013; 이내영·허석재 2010; 장기영·박지영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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