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이후 다수의 정부신뢰 연구가 여러 분과 학문에서 수행되었 다. 정부신뢰를 구성하는 다양한 사회적 가치가 조망되며 개념이 확장되 었다. 공공가치 하나하나가 정부 활동이 추구해야 할 방향 혹은 지침으 로 작용하며, 가치의 구현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에 정부의 노력이 부응 할 때 높은 수준의 정부신뢰가 형성될 수 있다는 논의가 전개되었다(고 명철, 2018). 이후 정부신뢰 연구는 학자마다 그 강조점을 다르게 두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신뢰라는 개념을 신뢰할 수 있는가(Gambetta, 1988)” 라는 오래된 질
문은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정부신뢰의 개념적 혼란을 반영한다. 정 부신뢰는 시민의 관점에서 측정된다는 점에서 만족도와 함께 좋은 거버 넌스의 지표로 사용될 가능성이 종종 논의되지만(Van de Walle et al, 2002; Bouckaert & Van de Walle, 2003; Van Ryzin, 2007) 만족도는 실 무의 현실적 필요성에 따라 만들어진 개념인 반면 신뢰는 학계에서 출발 한 개념이기 때문에 덜 직관적이다. 그러나 최근 새로운 정책을 설계하 는 것보다 정당성을 확보하고 효율적으로 작동시키는 것이 더 어려운 정 책환경으로 인해 정부신뢰가 갖고 있는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2000년대 이후의 연구는 정부신뢰에 대한 세분화가 이뤄졌다는 특징 이 있다. 정부에 관련된 신뢰는 정치적 신뢰와 공공부문에 대한 신뢰로 나뉜다. 정치적 신뢰는 정치인과 정권에 한정된 신뢰인 반면 공공부문에 대한 신뢰는 공공기관 전반의 관료제 등에 대한 신뢰이다. 정치학 연구 자들은 정치적 신뢰와 공공부문 신뢰를 나누지 않고 정치적 신뢰로 통합 하여 사용하기도 한다(Rahn & Rudolph, 2002; Hetherington & Rudolph, 2008; Weinschenk & Helpap, 2015). 반면 행정학에서는 선출직 공무원 과 직업 공무원을 구분하여 후자를 보다 연속성 있는 정부로 바라보는 관점이 다수를 이뤄왔다(Grimmelikhuijsen, 2012; 이현국·김윤호, 2014).
최근 연구는 공공부문 신뢰를 세분화하여 공공서비스 자체에 대한 신뢰 에 대한 개념화를 시도하기도 하였다(Bigley & Weniger, 2020).
정부신뢰의 모호성에 대한 지적도 이뤄졌다. 정부신뢰가 철학이나 심 리학에서 다루는 일반적인 신뢰 개념과 달리 정부에 대한 태도, 정부에 대한 인식에 가까운 의미로 사용되는 측면이 있다(Bouckaert et al., 2002). 일부 학자들은 신뢰라는 용어가 정치적 담론에서 ‘인플레이션’과 같이 남발되는 현상이 정부신뢰에 대한 학술적 접근을 어렵게 한다고 지 적한다(Van de Walle & Bouckaert, 2003). 또한 ‘정부’가 의미하는 대상
역시 청자에 따라 중앙정부, 지방정부, 고위직 공무원, 일선 공무원 등 다양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Bouckaert et al., 2002).
정부신뢰에 대한 논의가 심화됨에 따라 유사 개념과의 구분이 필요하 다는 논의도 전개되었다. 첫째, 정부의 신뢰성(trustworthiness of government)은 정부신뢰와 다르게 취급되어야 한다는 논의이다(류태건·
차재권, 2020). 정부의 신뢰성을 살펴보면, 신뢰 대상에 대한 평가와 기 대는 신뢰 대상의 속성, 상태, 행위, 역할, 정체성과 같은 특징적 요소들 을 근거로 형성된다. “A trust B to do X”에서 신뢰성은 B의 고유 속성 중 하나이고, 정부신뢰는 정부의 신뢰성의 종속변수이다. 그럼에도 불구 하고 다수의 연구들이 정부의 신뢰성을 대표하는 전문성, 효과성, 대응 성, 일관성, 공정성, 형평성, 청렴성 등의 규범적 가치로 정부신뢰를 측정 하고 있다(김관보 외, 2012; 고명철, 2018).
둘째, 정부에 대한 지지와 정부신뢰를 구분해야 한다는 논의이다 (Bouckaert et al., 2002). 민주화 이전 권위주의 국가에서는 정부 체제에 대한 지지가 정부신뢰라고 볼 수 있는 측면이 있다. 예를 들면 박종민 (1991)은 정부성과와 정부신뢰 간에 부분함수 관계를 밝히며 정부신뢰를 일정한 정책분야의 정부성과에 대한 지지정도로 측정하였다. 즉, 정부신 뢰가 정부지지와 동일한 심리적 태도라고 본 것이다. 그러나 민주화 이 후의 정부신뢰는 정부 자체에 대한 지지와 구분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셋째, 만족도와 정부신뢰를 구분해야 한다는 논의이다(Bouckaert et al., 2002). 두 개념 간의 혼란은 Nye 외(1998/2001)가 반복적으로 만족도 와 정부신뢰를 혼용하여 사용하였고, 만족도와 정부신뢰가 이론적·실증 적으로 강한 연결을 보이고 있는데서 비롯한다. Bouckaert and Van de Walle(2003)는 정부신뢰가 시민들이 갖고 있는 주관적인 기준으로서 시 민들이 개인적인 내부 요인과 각 나라의 정치문화에 의해 결정하는 측면
이 있다고 보았다. 반면 만족도는 동일하게 주관적인 기준이긴 하지만 공급자와 수요자 간의 서비스 품질에 대한 인식 차이와 서비스 중요도 및 접근성에 의해 결정되는 측면이 있다. 그들에 의하면 만족도는 측정 하기가 어렵고 서비스마다 다르지만, 정부신뢰는 측정하기가 쉽다. 그러 나 Bouckaert and Van de Walle(2003)는 정부신뢰가 실제 좋은 거버넌 스와 관련이 있는지는 불확실하다고 밝혔다. Beeri et al.(2019)은 정부성 과관리가 좋은 거버넌스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하며 시민의 만족도와 정 부신뢰를 주요 결과변수로 사용하였다.
이상 정부신뢰의 중요성과 이에 비례하는 개념적 혼란을 종합하여, 연 구자는 해당 개념이 갖고 있는 다차원성에 어떤 것들이 있는지에 대하여 접근하거나, 신뢰의 특정 차원에 관심 변수가 미치는 영향력이 무엇인지 에 한정하여 접근하는 방식을 취해왔다. 이에 맞추어, 2000년대 이후 정 부신뢰 연구의 흐름은 어떤 다차원성이 존재하는지 파악하는 탐색적 연 구(Christensen & Laegreid, 2003; 박희봉 외., 2003; 양건모, 2007;
Weinschenk & Helpap, 2015; 류태건·차재권, 2020; Christensen et al., 2020) 혹은 성과(Van de Walle & Bouckaert, 2003; Vigoda & Yuval, 2003a; 2003b; Yang & Holzer, 2006), 성과관리(Beeri et al,, 2019), 만족 도(Van Ryzin, 2007)와 같은 특정 변수가 정부신뢰에 영향을 미치는 지 에 대한 연구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종합해보면 정부신뢰 연구는 1960년대 이후 정부신뢰의 하락세로부터 문제의식을 느낀 정치학자들 중심으로 시작되었으며, 정부신뢰의 객체 및 정부신뢰의 메커니즘에 대한 진지한 논쟁이 있어왔다. 또한 최근까지 정부신뢰 논의의 심화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탐색적 연구의 비중이 상 당하다. 일반 신뢰 이론과 비교했을 때 정부신뢰 이론의 발달은 미흡한
편이다. 더하여, Easton(1965)의 논의에서부터 Miller, Citrin, Nye, Putnum, 그리고 최근 논의에 이르기까지 정부 성과 혹은 정치적 요인과 의 관련성이 지속적으로 강조되어 왔음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