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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인 문학에 나타난 친족관계 탐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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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인들은 입양국 및 입양가정 적응과 무관하게 생모와의 이별이 초래한 상흔을 간직할 수 있다. 입양인들은 입양국에 순조롭게 동화해서 안락하게 살아가는 것처럼 보여도, 그들에게는 생후 초기에 겪은 체험이 야기한 상처 가 남아있을 수 있다. 가족과의 이별이 남긴 슬픔을 치유해줄 새로운 친족관 계는 입양아들의 상처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주는 데 미흡한 측면도 있다. 입 양아들은 입양가정에서 안락하게 성장하면서도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파양 되어서 고아로 전락하는 것을 불안해할 수 있다.

몇몇 입양인들은 입양 체험으로 인한 상처가 심화되면 살아가는 데 극심한 고통을 느끼게 되므로 시기와 원망, 복수심으로 일관했던 친가족과의 화해를 모색한다. 이러한 입양인은 생모를 ‘나쁜 어머니’로 단정하던 시각을 누그러 뜨려서 생모의 삶과 아픔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입양 인들은 애도의 주체로서 사라진 생모의 아름다운 상을 복원하려 한다. 그러 나 입양인들의 애도 작업은 생모에 대한 구체적 기억이 빠져 있어서 성사되 기 힘들거나, 실제 상봉한 생모가 ‘충분히 착한 어머니’가 아니라는 점을 확 인하며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

본 장에서는 입양으로 인해 파생된 우울증이 입양가정의 양육과 사랑에도 불구하고 전면적으로 개선되기 어려운 현실을 입양인 문학을 통해서 탐색한 다. 더불어, 일부 입양인들이 생모를 애도하거나 자신의 체험을 예술로 승화 하는 성취를 탐색한다.

(1) 친족관계 이론과 입양인 문학의 관련 양상

국외입양에서는 영유아일수록 입양될 확률이 높아진다. 입양기관이나 잠재 적 양부모들은 독립된 주체로서 스스로 설 능력이 부족한 유아들이 아직 언 어를 구사할 수 없으며 인지과정도 미성숙해서 입양되기 전에 받았던 상처를 기억하지 못할 것이라고 믿는다. 인류학자 바르바라 잉베쏜(Barbara Yngvesson)은 양부모들이 입양을 기점으로 아이들이 입양 전 과거와 “완전

한 단절”(clean break)을 이룬다고 여기며211) “백지상태”(tabula rasa)에 가 까운 상처 없는 유아를 입양해서 순조롭게 양육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지적 한다.

미국이나 네덜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스페인, 덴마크 등지에서 실시된 입 양아들에 대한 연구에서는 영유아시기에 입양된 아이들일수록 성장과정에서 문제들을 경미하게 일으켰다고 공통적으로 보고하고 있다.212) 한편, 이러한 연구들은 입양아의 동화나 적응의 척도를 신체 발육이나 건강, 상급학교 진 학률로 평가하며, 비가시적인 문제를 평가하는 데 상대적으로 미흡했다. 이러 한 양적 연구의 한계는 ‘입양아’로 통칭되었던 사람들이 성인이 되어 입양에 관해 발언하며 전환점을 맞이했다. 입양국에 순조롭게 적응했다는 평가를 받 은 입양인들은 입양으로 인한 상처가 지속된다는 문제를 고백했다. 연구자들 은 입양 전후 체험을 인지하기에 너무 어린 시기에 입양되었던 사람들이 장 기적으로 문제를 겪는 현상을 의아하게 여겼다.

이 문제를 이해하는 데 있어 멜라니 클라인(Melanie Klein)을 위시로 한 영국의 대상관계 정신분석학자들이 소아를 대상으로 연구한 임상사례는 유의 미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대상관계(object relations) 이론은 영국을 중심으 로 발달한 후기 프로이트 정신분석으로 생후 1년 동안 어머니와 유아 사이의 관계를 주된 연구영역으로 설정한다. 이 연구에서는 유아들의 정신건강을 유 아가 놀이 방식에서 표현하는 것을 통해 분석한다.213) 예컨대, 아이는 ‘아이’

역할을 한 인형이 원하는 것들을 친절하게 반영하는 부모의 행동을 설계하며 자신이 부모에게서 사랑받으며 화목한 가정에서 살고 싶다는 희망을 표현한 다. 또한, 아이는 외출했다가 귀가하는 부모 인형을 통해서 부모가 필경 귀가 하기를 바라는 심정을 표현한다. 아이들은 인형놀이의 상징성을 통해서 원초 적 불안 상황과 소망 충족을 표현한다. 아이들은 얼핏 상반돼 보이는 인형놀 이 내용에 동일한 의미를 부여한다.214)

대상관계이론은 전(前)오이디푸스 단계가 프로이트가 진단했던 시기보다 훨 211) Barbara Yngvesson, 앞의 책, 19쪽.

212) William Feigelman, “A Long-Term Follow-Up of Transracially Adopted Children in Their Young Adult Years,” Eds Kathleen Ja Sook Bergquist et al.

in International Korean Adoption: A Fifty-Year History of Policy and Practice (New York: The Haworth Press, 2007), 57쪽.

213) 박주영, 「환상 안에 있는 어머니 : 멜라니 클라인의 대상관계 연구에 관한 연 구」, 『人文科學論叢』 제13호, 2004, 58쪽.

214) 박선영, 「멜라니 클라인의 정신분석과 아동정신분석의 역사」, Journal of Lacan and Contemporary Psychoanalysis Vol. 6 No. 1, 2004, 71쪽.

씬 일찍 유아에게 시작됨으로써215) 사실상 아이에게 “완전한 단절”이 될 만 한 예외적 시기가 없다는 점을 밝혀내고 있다. 이 이론은 편집-분열증 위치 (paranoid-schizoid position)나 우울증적 위치(depressive position), 투사 적 동일시(projective identification), 좋은 젖가슴과 나쁜 젖가슴, 사디즘과 속죄, 전능감과 무력감, 시기(envy)와 감사 등 프로이트를 메타적으로 계승하 며 영아들이 직면하는 문제들을 다룬다. 이 이론들은 아이들이 태어나자마자 주변의 대상이나 타자로부터 민감하게 영향을 받으며 주체로 선다는 이치를 밝힌다.

아이는 일차적으로 어머니의 젖가슴이나 아버지의 남근 같은 부분대상을 보며 세상을 나르시시즘적으로 접하다가, 차츰 전체대상으로 시야를 확대함 으로써 나르시시즘의 동일화 집착을 완화한다. 아이는 생애 최초 기간에 부 정적인 경험을 반복하는 극도의 불안 속에서 사디즘을 해소하지 못하면 장차 신경정신 질환이나 인간관계 장애를 겪을 수 있다. 대상관계이론에서는 유아 시절 보살핌 부족과 지속적으로 좌절된 욕구 속에서 성장한 사람들이 삶의 리비도와 감사, 승화, 자신감, 안정된 자아감, 건강한 주체형성에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에서 국외로 입양되는 아이들 중 상당수는 생후 1년을 미처 채우지 않 은 시기에 생모와 헤어진다. 이러한 아이들은 탄생 후 처음으로 대면한 1차 적 대상이자 타자인 어머니와의 관계가 유기 및 입양으로 인해 단절된다. 유 아는 자신이 생모를 탐욕스럽게 시기한 결과 어머니가 자신을 떠나서 박해한 다고 여길 수 있다.216) 나아가서, 유아는 자신을 떠난 엄마를 향한 분노와 증 오로 인해 공격성을 심화할 수 있다. 이러한 사정을 가진 아이들은 최초의 대상관계에서 상처를 받은 여파로 입양된 이후 양어머니의 부재를 유난히 힘 겨워 할 수 있다. 생모와 분리된 유아는 쾌락을 안겨주는 좋은 대상이 자신 을 떠나면 영원히 돌아오지 않으리라는 불신으로 양어머니 역시 사라질지 모 른다고 불안해한다. 존스(Harold E. Jones)는 유아가 대상을 파괴하고 삼키 려 했던 행동에 대해서 죄의식을 품으며 상실을 처벌로써 받아들이고 모성의 박탈을 고의적인 것으로 단정하며 젖가슴 상실에 좌절한다고 지적한다.217) 한국 출신의 스웨덴 입양인 안나 미라 엘문드(Anna Mi Ra Elmund)는 스 웨덴의 12개 정신병원에 입원한 환자들 중 입양인 비율이 비입양인 대비 압 215) 박선영, 「멜라니 클라인의 정신분석과 아동정신분석의 역사」, 66쪽.

216) 멜라니 클라인, 앞의 책, 226쪽.

217) 박주영, 앞의 논문, 72쪽.

도적으로 높은 원인을 연구했다.218) 이 논문은 스웨덴의 유사 주제의 다른 연구들과 공통점이 많다. 하지만 엘문드는 입양인들이 입양되기 전 경험 때 문에 문제를 겪는다고 주장하는 기존 연구와 달리, 입양 전후 과정 모두 입 양아들에게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한다.

멜라니 클라인은, 프로이트가 아버지와의 관계를 중심으로 유아기의 성장 과정을 분석한 것과 달리, 생후 초기 어머니와 유아가 맺는 관계를 중시했다.

유아는 성별에 상관없이 오이디푸스 단계에 진입하기 전에 어머니와 밀착관 계를 가지며 여성의 신체에 자신을 동일화하려 한다. 유아는 태어나자마자 젖을 물리는 어머니와의 관계에서 인생을 시작한다. 유아는 배가 고프거나 기저귀를 갈고 싶을 때 어머니가 원하는 욕구를 들어주면 마치 자신이 어머 니를 창조했다는 환각적인 망상에 빠져서 스스로 전능하다는 생각에 사로잡 힌다.

생후 초기의 유아는 사디즘 속에서 어머니의 젖이 지니는 풍부함과 생산 성, 수유 능력을 시기한다. 시기심은 타자의 존재를 가학적으로 제거하려는 증오로 타자(일차적으로는 어머니)를 부정하는 마음이다.219) 유아는 이 무렵 에 편집-분열증 위치에 있어서 자신에게 젖을 공급하는 어머니의 젖가슴을 깨물고 우유를 몽땅 먹고 젖가슴을 파괴해서 어머니의 존재를 사라지게 하려 는 편집-분열증적 증상을 겪는다.220) 유아들은 어머니가 기저귀를 벗기는 순 간 엄청난 양의 소변을 어머니를 향해서 누거나 이가 나기 시작하면서부터 어머니의 젖을 깨문다. 이러한 유아의 행동은 ‘나쁜 젖가슴/어머니’가 자신을 파괴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자신보다 능력이 뛰어난 어머니에 대한 망상적 시기로 대상-타자를 해하려는 무의식에서 비롯한다.221) 유아는 태어나자마자 주 양육자(보통 생모)의 냄새를 맡고 심장박동을 예민하게 느낀다. 유아는 만 일 이 시기에 친모가 양육을 중단하거나 사망할 경우 익숙하게 맡던 냄새가 사라진 것을 감지한다. 유아는 이후에도 주 양육자가 수시로 변경될 수 있다 고 예상하며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 시기에 유아는 부분 대상으로서의 어머니만 알고 있기에 좋은 젖가슴과 나쁜 젖가슴을 가진 복수의 어머니들이 각각 따로 존재한다고 여긴다. 어머 218) Anna Mi Ra Elmund, Overrepresentation of Internationally Adopted

Adolescents in Swedish §12-institutions (Uppsala universitet 석사학위논문, 2007), 13쪽.

219) 박선영, 「시기심과 감사」, 158쪽.

220) 박선영, 「시기심과 감사」, 160쪽.

221) 멜라니 클라인, 앞의 책, 2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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