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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인 문학에 나타난 민족적 정체성 탐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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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주의가 입양인들을 배제하는 현상은 입양인 문학에서 자주 발견되는 주제이다. 입양인 문학에서 한국 태생 입양인들은 소수인종에 대한 부정적 인종화, “진짜 유럽인”(100% 스웨덴인”100% svensk”, 진짜 노르웨이인”en ekte nordmann”) 이데올로기, 입양인을 출생국 국민으로 규정하는 재인종 화가 상존하는 유럽에서 소수자가 된 자신을 발견한다. 입양인들은 백인들과 구별된 소수자 지위를 벗어나기 위해 자신들의 유럽 정체성을 강조하며 주류 사회에 속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입양인 문학에는 입양인들이 달라지지 않은 ‘비유럽적 신체’로 인해 ‘유럽인’이 되지 못하는 현실이 형상화된다.

본 장에서는 인종 문제에 관한 세간의 낙관적 사고가 입양인들이 일상적으 로 살아가는 삶과 괴리된 것을 통해서 유럽의 잠재된 인종주의가 입양인들을 배제하는 양상을 탐색한다. 본 장은 이 문제가 입양인들에게 정체성 혼란과 존재감 위기로 이어진다는 점에 착안해서 작품에 반영된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 및 그것에 대응하는 작가들의 대응방안을 탐색하는 데 주안점을 둔다.

브륀율프 융 티옌의 자전소설 『중국남자』(Kinamann)109)와 마야 리 랑와드의 시들인 『홀거 댄스케를 찾아라』(Find Holger Danske)와 『그녀는 화났다』

(Hun er vred), 아스트리드 트롯찌의 자전소설 『피는 물보다 진하다』(Blod är tjockare än Vatten)110)를 중심으로 북유럽에서 한국 출신 입양인으로 살아가며 인종주의가 그들의 문학에 남긴 정체성 혼란과 존재의 위협을 탐색 한다.

입양인 문학에서는 유럽에서 인종주의가 사라져 무의미해졌다는 통념에 대 한 현실과 이상 사이의 괴리를 지적하며, 백인들이 유럽인들의 다수를 차지 하는 현실에서 유색인종의 피부 색깔이 부정적으로 부각되는 모순을 밝힌다.

유럽과 북미에서는 사람들 간의 인종 차이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내면이 보일 뿐이어서 피부색이 중시되지 않는다는 ‘색맹’ 담론이 화두로 부상해 있다.111) 109) Brynjulf Jung Tjønn, Kinamann (Oslo : Cappelen Damm, 2011).

110) Astrid Trotzig, Blod är tjockare än vatten (Falun : Albert Bonniers Förlag, 1996).

111) Eleana J. Kim, 앞의 책, 118쪽, Christine Ward Gailey. Blue-Ribbon Babies and Labors of Love (Austin : University of Texas Press, 2010), 48쪽, Mia

입양인 문학에서는 ‘색맹’이 기본적으로 시세포 장애를 뜻하듯이 유색인종 유 럽인들에게 평등하게 시민권을 부여하지 않는 실태를 외면하는 백인들의 시 야를 또 다른 장애로 바라본다.112) 백인들 중에는 유색인종 입양인들이나 이 민자들이 유럽에서 여전히 인종주의가 상존한다고 비판하면 모든 문제를 인 종으로 환원하며 피해의식으로 인해 대수롭지 않은 일을 차별로 간주한다고 성토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만일 유럽에서 더 이상 인종주의가 심각하게 나 타나지 않는다면 왜 사람들은 여전히 인종 문제에 대해서 관심을 기울이는 것일까. 입양인 문학에서 일상화된 인종주의를 느끼며 주변부성을 체감하는 입양인들은 피해의식으로 인해 인종환원론에 집착하는 것일까.

인종주의에 대한 인식에서는 서북부유럽과 미국 간에 차이가 있다. 미국과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는 공히 이민으로 인해 다민족사회가 된 공통점이 있다.113) 한국 출신 입양인들 중 2/3가 거주하는 미국에서는 유럽에 비해서 인종 관련 논의가 보다 활성화되어 있는 듯하다. 반면, 유럽에서는 일부 극우 인종주의자들을 제외하면 인종주의 세력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자부하는 시각 이 보편적이어서, 인종주의가 미국이나 남아프리카공화국에 국한된 문제로 간주되기도 한다. 네덜란드와 스웨덴을 비롯한 유럽의 인종주의 문제는 ‘자유 주의적 전통이 뿌리 깊은 네덜란드’114)와 ‘평등과 인권, 국제연대의 일인자 스웨덴’115), ‘자유평등박애의 나라 프랑스’116)라는 미명하에 심도 있게 논의

Tuan, et al. Choosing Ethnicity, Negotiating Race, Korean Adoptees in America (New York : Russell Sage Foundation, 2011), 47쪽 참조.

112) 국외입양은 입양아들 가운데 상당수가 유색인종이어서 한때 인종주의 극복방안으 로 평가되기도 했다. Kim Ja Park Nelson, 앞의 논문, 275쪽.

그러나 입양아들은 서구에서 어릴 때부터 인종주의 피해를 경험한다. 포그-데이비 스(Hawley Fogg-Davis)는 『초(超)인종적 입양의 윤리』(The Ethics of Transracial Adoption, 2002)에서 인종과 관련된 ‘색맹’이라는 단어가 인종적 소수 자들이 겪는 인종주의 폭력의 실상을 외면하는 데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Judith Lind, 앞의 논문, 91쪽.

113) 덴마크 인구에서 10% 이상이 이민1세대나 후손이 차지하고 있다. 노르웨이와 스웨덴도 이민자 배경을 지닌 인구가 각각 13.1%와 14.3%에 육박한 상태이며, 계속 이민자 비율이 상승하고 있다. 북유럽의 이민자 비율은 결혼이나 입양, 노 동, 난민들의 증가로 인해 앞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114) E. H. Kossmann, “Toleration and Tolerance in the Netherlands,” in The Low countries 1997-1998 : arts and society in Flanders and the Netherlands,” A Yearbook (Rekkem : Stichting Ons Erfdeel, 1998), 31쪽.

115) Camilla Hällgren et al, The Web, Antiracism, Education and the State in Sweden : Why Here? Why Now? (위메오(Umeå)대학 박사학위논문 요약집 (Doktorsavhandlingar i Pedagogiskt arbete Nr. 5 2006), 6쪽.

스웨덴에서는 인종생물학(racial biology) 연구가 20세기 초부터 활발해서 식물학자

되지 않고 있다. 즉 위의 입양인 작가들이 살아가는 북유럽의 인종주의 실태 는 인종 문제를 부인하는 ‘예외주의(exceptionalism)’로 인하여 충분히 논구 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인종주의117)에 대한 연구는 다민족국가로 변모된 미국을 위시해서 네덜란 드와 스웨덴에서 활성화되어 있다. 인종주의 연구에서는 인종주의를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한다. 첫째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고전적 인종주의’로 아파르트헤이트 정권 하 흑인들에 대한 구조적인 차별과 폭력, 호주의 백호 주의 이민정책과 호주 선주민 아이들을 백인가정에 강제로 입양시킨 “강탈당 한 세대(Stolen Generation)” 사건118), 유색인종 사람들에 대한 스킨헤드들 의 집단폭행이 그 예이다. 고전적 인종주의와 다른 새로운 인종주의가 서구 에서 확산된다는 비판이 최근 유색인종 이민자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입양인들이 호소하는 것으로 주로 피해자의 내면에 상처를 입히는 ‘일상적 인종주의(everyday racism)’는 얼핏 봐서 차별로 인식되지 않는다.119) 피해

카를 폰 린네(Carl von Linné)는 인종 간 위계를 생물학적으로 증명하는 데 노력했 다. 스웨덴은 제국주의와 무관하다는 통념과 달리 서인도제도에서 생 바르텔레미 (Saint Barthélemy) 섬을 점령하려 하였다. 스웨덴에서는 선주민들인 사미족들을 차별했으며, 오래도록 핀란드인이나 로마족, 유대인들을 차별했다. 그럼에도 불구 하고 스웨덴은 ‘압제받는 사람의 해방군’라는 명성으로 인해 스웨덴 내부의 인종 주의 문제들이 진지하게 논박되고 있지 않다. Camilla Hällgren, “"Working Harder to Be the Same": Everyday Racism among Young Men and Women in Sweden,” Race, Ethnicity and Education 8-3 (2005): 323.

116) Valérie Amiraux et al, “There are no Minorities Here. Cultures of Scholarship and Public Debate on Immigrants and Integration in France,”

International Journal of Comparative Sociology 47 3-4 (2006): 194.

117) 인종주의는 인종 혹은 인종에 기인한 복잡다단한 사회적 시스템과 그것의 결과 로 인한 불평등이라고 정의된다. 인종주의 담론은 정치, 기업, 미디어, 교육기관, 학자들처럼 엘리트들에 의해 널리 확산된다. 인종적 편견과 이데올로기는 타고나 는 것이 아니며 자동적으로 형성되는 것도 아니다. 인종주의는 부단히 생성되고 교육되며 대화를 통해 형성된다. Teun A. van Dijk, “Discourse and Racism,”

http://www.discourses.org/OldArticles/Discourse%20and%20racism.pdf 참조.

118) Kim Gray, “Identity and International Adoptees : A Comparison of the Vietnamese and Korean Adoptee Experience in Australia,” Eds. Kathleen Ja Sook Bergquist et al, in International Korean Adoption: A Fifty-Year History of Policy and Practice (New York: The Haworth Press, 2007), 38쪽.

119) Leanne S. Son Hing et al, “A Two-Dimensional Model That Employs Explicit and Implicit Attitudes to Characterize Prejudice,”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94-6 (2008): 971–972.

유색인종이 인종차별에 기인한 증오범죄를 신고할 때 경찰이 진정인의 피해사실을 외면하며 북유럽에서 인종주의 범죄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일축하는 것도 인종주의 에 해당한다. 이밖에 백인들이 이민자들을 직접적 복지수급 대상자로 일반화하거나,

자들이 일상적 인종주의를 경찰이나 옴부즈맨에 신고해도 ‘과학적인 증거’를 수집하기 어려워서 각하(却下)되기 일쑤여서 피해를 보상받지 못한다.120)

대다수의 회교도들이 매우 종교적이며 여성을 차별한다고 간주하거나, 회교 여성들 이 가부장주의 억압 때문에 비자발적으로 차도르를 썼다고 동정하거나, 이민자 여성 이 다산하면 양육수당을 수령하거나 이사하기 위한 술수라고 단정 짓는 태도는 새 로운 인종주의의 몇 가지 예다.

120) 이란계 캐나다 학자 호마 후드파르(Homa Hoodfar)는 「그들이 마음과 우리 머리 위의 베일: 이슬람 여성들의 식민적 이미지의 지속」(The Veil in Their Minds and on Our Heads: The Persistence of Colonial Images of Muslim Women)이라는 글에서 백인 다수자들이 소수자들의 외모에서 추정되는 인종과 종교로 인해 배타적으로 타자화하는 문제를 다룬다. 이슬람으로 개종한 백인여성 이 장기간 종교적 신념을 표현하기 위해 차도르를 착용했지만, 동료들 중 어느 누 구도 그의 개종을 눈치 채지 못한 채 ‘패션’이나 ‘체질’ 때문이라고 오해했다. 반 면, 특별히 종교적이지 않은 온건한 이슬람 여성이 차도르를 ‘패션’으로 착용했을 때는 모든 동료들이 그를 매우 종교적이고 보수적인 여성으로 단정하며 백인여성 의 차도르 착용과 상반되게 반응했다. Homa Hoodfar, “The Veil in Their Minds and on Our Heads: The Persistence of Colonial Images of Muslim Women,”

Eds. David Lloyd and Lisa Lowe, in Politics of Culture in the Shadow of Capital (Duke University Press, 1997), 15쪽.

또한, 일부 이민자들 범죄를 저질러서 미디어에 보도될 때는 문제를 일으키는 ‘개 인’이 아닌 ‘전체 (소수종족)국민’의 대표로 보도된다. 서구에서는 일부 이민자들이 여성들(보통 아내와 딸)에게 저지르는 사건들이 미디어에 자주 보도된다. “명예살 해”나 다우리(dowry) 불만으로 인한 폭력, 강제결혼, 음핵절제, 차도르 착용 강제 및 종교의 자유 억압 등이 ‘여성인권’ 차원에서 보도된다. 이러한 보도가 횡행하다 보면 서구의 여성인권은 발달된 것으로 ‘합의’된다. 제1세계 백인 남성들은 자국의 백인여성들에게 더 이상의 권익향상을 요구하지 말고 제3세계 여성으로 태어나지 않은 것에 만족하라고 요구한다. 그러나 서구에서도 남편에게 구타를 당하거나 총에 맞아서 숨지는 여성들이 많으며 다양한 종류의 여성에 대항하는 폭력이 발생한다.

인도 출신 여성학자 우마 나라얀(Uma Narayan)에 따르면, 미국에서 가정폭력으로 인해 살해당하는 여성 비율은 인도에서 다우리로 인한 살해되는 여성 비율과 비슷 하다. 단지 양국 간에 여성을 살해하는 방식이 다른데 서구에서는 범죄 수법의 차이 를 ‘문명화 척도’로 비교한다. 서구에서는 일부 인도 여성들이 염산테러를 당하거나 불에 타서 살해당하는 것을 전체 인도 문화로 제유(synecdoche)하며 인도의 문화 는 기본적으로 (문명화되고 근대적인 미국의 문화와 달리) 폭력적이며 여성혐오적이 고 전근대적이라고 단정하게 된다. 백인들이 다수자로 살아가는 서구에서 아시아나 아프리카, 중동 출신 이민자들이 저지르는 ‘다른 범죄’는 결국 서구의 우월함을 확 인시켜주면서 이민자들이 자행하는 ‘다른 범죄’가 유흥과 스펙터클한 요소로 감상된 다. 총으로 아내를 죽이는 것보다 아내를 불에 태워서 죽이는 것이 영화처럼 훨씬 흥미진진하게 향유된다. 백인남성이 백인아내를 죽이는 것은 ‘문화’로 여겨지지 않 는 반면에, 이민자 남성들이 여성들을 살해하는 것은 ‘(여성혐오적이고 원래 폭력적 인) 문화’ 탓으로 이해된다. ‘문화’가 개인의 선택이나 합리적 판단을 도외시하는 전 근대적이고 운명결정론적인 후진적 사고라고 이해되며, 이민자들은 (구습에 젖은 전 통) 문화에 종속되어서 살아가는 타자로 비친다. 이러한 논의에서 이민자 문화뿐만 아니라 제3세계 문화가 급변하고 있다는 점은 간과된다. Leti Volpp, “Feminism versus Multiculturalism,” Columbia Law Review Vol. 101 (2001): 1181-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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